세바스찬은 어린시절부터 가치관이 뚜렷했다. 그리고 그 뚜렷한 가치관 덕분에 인생의 목표와 꿈이 무엇인지 알았으며 덕분에 방황은 짧게 끝마칠 수 있었다. 다들 -세바스찬의 친구와 부모님과 선생님들- 세바스찬의 가치관과 인생의 목표를 들으면 그게 뭐냐면서 손사래를 치고 농담하지 말라며 웃기 바빴지만 세바스찬은 정말 진지했다.
4등. 그것은 항상 세바스찬에게 붙은 꼬릿말이었다. 세바스찬은 어릴적부터 열성적인 교육열을 갖고있던 부모님 덕분에 자신이 배우고 싶어했던 것을 전부 배울 수 있었으며 풍요롭지 않지만 그래도 부족하지 않은 집안 덕분에 자신의 길을 직접 선택할수 있었다. 세바스찬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요령이 좋아 선생님들이 무슨 문제를 낼지도 잘 파악하기도 했으며 빼어난 머리는 그에게 문제해결력이라는 능력을 주어 어렵지 않게 정답을 찾아낼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흥미를 보이는것도 잠시 세바스찬은 공부에 싫증이나 공부하는 것을 금방 지루해하며 포기하였다. 노력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나마 가장 오래간 종목이 수학이었다. 다양한 문제들은 푸는 재미가 있었고 공식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맞추는 것이 퍼즐을 푸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고난이도의 수학문제에는 길이 막혔으며 노력하는 것을 못하는 세바스찬은 이내 포기하고 수학에도 흥미를 잃었다. 1등이 즐기는 자의 것, 2등이 노력하는 자의 것, 3등이 천성적인 자의 것이었기에 세바스찬은 늘 항상 모든것에 대부분 4등을 차지하였다. 세바스찬은 즐기지도 못했고 노력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있지도 못했다. "4등이라니, 동메달도 3등까지밖에 안준다고" 놀리는 듯한 친구의 말에도 세바스찬은 "그러게" 라는 맥없는 대답만을 들려 줄 뿐이었다. 좀 더 노력을 해보지 그러니? 언제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한 적이 있었다.
"노력하는건 재미 없어요"
그것이 23년간 학창시절 내내 들리는 권유에 대한 세바스찬의 대답이었다. 노력하는 것은 재미없다. 어떤 분야든 대부분 쉽게 금방 질린다. 세바스찬은 그 외에 피아노라든가, 운동이라든가 여러가지의 종목과 분야에 도전해보았다. 하지만 열성적인것도 한 순간, 대부분은 시간이 조금 지나 흥미를 잃고 그만두기 일 수 였다. 세바스찬이 대부분의 종목을 못했던 것은 아니다. 우수하다 우수하지못하다 극단적인 것으로 선택하면 얄밉게도 세바스찬은 대부분의 것에 우수한 경우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들면 그만 두었고, 힘이 들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질려 그만두었다. "끈기가 없다" 세바스찬이 운동종목들을 배울때 코치님들에게 늘 항상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어떻게 노력을 하는거야. 어떻게 다들 그렇게 계속 매달리는거야.
세바스찬의 이런 싫증은 학습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나타났다. 친구라는 것은 학교라는 특성상 다행히 사귈 수 있었다. 아무리 질리고 놀기 싫고 같이 있기 싫어도 학교라는 좁은 공간에 부대껴지내야했고 그렇게 일정 '세바스찬의 수치'를 넘은 사람들에게는 싫증을 넘어 정이 붙어 애정이 생겼고 그런 사람들과는 친구라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너는 학교가 없었으면 친구도 없었을꺼야" 맥키가 언제 그런말을 한 적이 있다. 세바스찬도 그말이 맞다고 생각하였다. 자신은 누군가가 억지로 붙여지지 않으면 무언가를 오래갈 사람이 아니었다.
문제는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가 아니라 애정을 기반으로한 연인관계였다. 세바스찬은 연애를 좋아했으나 연애에도 쉽게 질렸다. 사랑하는것도 좋고 사랑받는것도 좋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뻔한 패턴에 애인에게 질렸고 금방 싫증이 났다. 친구랑 다른것은 애인은 세바스찬이 싫다,질리다. 라고 생각되는 순간 바로 헤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몇번 세바스찬도 세간의 소문이 신경쓰여 여자친구와 헤어지지 않고 관계를 유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노력도 무색하게 대다수는 세바스찬의 마음이 떠나갔다는 것을 눈치를 챘고 그런 세바스찬의 모습을 견딜 수 없어해 이별을 고하고 떠나갔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 티가 팍팍 나는 애인을 누가 붙잡고 싶어하겠는가.
어린 세바스찬은 태연한척 했지만 사실은 남몰래 걱정이 많았다. 나는 왜 남들처럼 노력을 할 수 없을까, 왜 나는 남들처럼 끈기가 없을까.
나는 왜 남들처럼 무언가에 집착할 수 없을까.
걱정은 많았고, 그 걱정들은 세바스찬을 방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다행스러운것은 세바스찬이 고민하는것에 질려서 고민을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세바스찬은 쉽게 자신의 해결책을 찾아내었다.
"아, 나는 그런 인간이구나"
그래. 세바스찬은 그런 인간이었다. 무엇이 잘못된것도 아니었고, 무엇이 틀어진것도 아니었고, 무엇이 이상한것도 아니었다. 세바스찬, 저의 형질이 그런 것이었다. 스포츠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 매진하는 인간도 있는가 하면은 세바스찬처럼 이렇게 아무것에도 매진하지 못하고 여유를 갖고 살아가는 인간이 있다. 누군가에게 쉽게 정을 주어 인간관계를 넓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은 세바스찬처럼 쉽게 정을 붙이지 못해 협소한 인간관계를 갖고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이 나쁜가. 무엇에 열중하지 못하면 그것은 잘못인가? 포기하지 않는 무언가를 갖고있지 않은 것이 잘못인가? 협소한 인간관계를 갖고 있는것이 잘못인가? 무엇하나 잘못한게 없었고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세바스찬은 누구를 따라해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저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었다.
고민이 끝나고 가치관이 정립되자 세바스찬의 행동에는 막힘이 없었다. 세바스찬은 그 뒤로 원나잇과 같은 방식의 연애관계를 선호했다. 어차피 질리는 것, 어차피 애정을 주지 못하는 것. 상대방에게 희망과 기대를 품어주는 것은 좋지 않았다. 부모님이 자신의 이런 모습에 걱정하는 것을 알고있긴 하였지만 세바스찬의 딴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긴 하였지만 저에게 찾아오기란 힘들다는 것을 이미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그런 세바스찬의 인생목표는 간단했다. '돈 많은 백수' 아, 얼마나 훌륭한 문장이란 말인가! 백수인데 돈이 많다니! 정말 무적과 같은 직업이 아닌가! 맥키는 자신의 인생목표에 보람이 없지 않냐고 물었지만 세바스찬에게 있어 보람은 무가치했다. 세바스찬은 일하는 것이 싫었다. 일하는것에 보람도 찾을 수 없었고 일이라는 것은 그저 행복을 살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세바스찬의 최종적인 목표는 건물 하나를 짓고서 월세를 받아들이며 탱자탱자 노는것이었다.
세바스찬은 별다른 노력없이 훌륭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올림픽에서 메달은 3등에게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대학의 넓은 문은 족히 10등에게도 길을 열어주었다. 과에 대한 선택도 고민이 없었다. 가장 취업하기 쉬운 과.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물론 이과쪽이 좀 더 취업하기 수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수학을 깊게 파고드는 것이 귀찮았다. 문과의 공부란 대충 외우고 문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끝이 나니까. 노력하는건 질색이었다.
입학 후에도 세바스찬은 적당히 학교를 다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수업을 빼먹지 않은것이 용하다며 맥키가 칭찬을 해주었지만 세바스찬 딴에서는 수업을 빼먹을 이유가 없었다. 수업 지루하면 자면 되고, 필기하는 척 노트북을 갖고와 놀면 끝이었다. 출석점수가 모자르면 그만큼 공부해야한다. 그건 싫었다. 세바스찬이 노는것을 교수님도 알았지만 그에게 쉽게 F를 줄 순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정답지는 우수한 편이었다.
스트레이트로 졸업한 세바스찬은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인생 쉽게 산다라는 대학친구의 말에 그럴지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세바스찬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 것은 그의 배경의 덕도 있었을지 몰랐다. 세바스찬은 빼어난 외모를 갖고있어 별 다른 노력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쉽게 호감을 얻었으며, 선천적인 운동신경과 머리로 별 다른 노력이 없어도 중간이상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며, 사회적으로 우위인 알파 남성 이었다. 사기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었다.
세바스찬은 회사에 인사관리팀에 들어갔다. 영업처럼 뛰는 일이 아니니 괜찮겠지 싶었지만 여기저기부서에서 오는 클레임과 사람좀 제발 더 넣어달라는 협박과 부탁, 사람을 판단 해야하는 정신적 소모력때문에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세바스찬은 이번에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라는 수식어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제 딴에서는 '열심히'했다. 열심히 일을해야한다, 열심히 일을해서, 개같이 돈을 벌어서, 건물을 사야한다!
아무리 대기업의 직원이여도 신입이 벌 수 있는돈은 한정되어있었다. 비록 남들보다 유복한 월급이라하여도 그래봤자 월급쟁이의 돈이었다. 세바스찬은 주식투자에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인사관리팀에 소속되어있어 정보를 얻기 쉬웠다. 직장인들의 유입과 퇴직등의 인적흐름, 프로젝트 팀의 인원수를 판단하여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판단하여 세바스찬은 어느 분야의 주가가 오르는지 내리는지를 판단하였다. 그 결과, 세바스찬은 회사 입사 3년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꿈에이르던 저의 건물을 살 수 있었다.
"뭐, 원룸이지만 그래도 먹고사는데는 충분하지"
세바스찬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의 원룸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가게를 들이는 상가건물을 사려 하였지만 상가건물은 가게의 흥망여부에 따라 빼고들어가는것이 많았다. 하지만 원룸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도시로 상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잘곳이 필요했고 대부분 자신의 집을 구입할 수 없어 원룸을 빌릴게 분명했다. "게다가 원룸이면 내 방세도 안나가고 좋지 뭐" 세바스찬은 자신의 건물 중 하나인 502호에 자신의 둥지를 틀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지금 그 꿈을 이루러 가겠습니다. 라고 말했지? 니가 사직서 내면서"
"헤헤..네.."
피터는 터질것 같은 자신의 속을 참지 않고 오른손에 들려있던 신문지를 둘둘말아 옆에있던 세바스찬의 어깨를 퍽퍽 내리쳤다."아파요! 아파요! 아파요!" 비록 종이지만 둘둘 말아 몽둥이 형태가 된 신문지는 피터의 악력이 더해져 은근히 아팠다. "꿈이! 있어서! 그냥! 보내! 줬더니! 그! 꿈이! 놀고먹는! 백수!? 백수?!" 피터는 이 웬수같은 후배의 과거를 생각하자 더 열이 뻗쳐오르는것이 느껴졌다.
"백수가 어때서요! 제 평생의 꿈이었다고요!"
"열받으니까 입 닥쳐!"
피터가 세바스찬을 때리던 손을 멈추고 에휴에휴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일도 빠릿빠릿 잘하고 성격도 서글서글 한것이 마음에 들어 키워줬더니 3년채 되지 않아 회사를 나간다고 하였다. 당시 차장직에 있던 피터와 신입사원인 세바스찬의 직급차이는 멀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강한 사이였다. 친분도 친분이지만 피터가 세바스찬의 퇴직을 막고 싶었던 이유는 세바스찬은 부서내에서 훌륭한 직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피터는 세바스찬의 사직서를 찢고 공중에 흩날리면서 절대 못받아준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세바스찬이 똑바로 눈을 응시하면서 "저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퇴사하려는 것입니다" 라고 진지하게 말을 하여 붙잡지 못했던 것이었다. 꿈이 있어서 직업을 그만 두겠다. 끈기 없는 세바스찬 치고 얼마나 열정적인 말인가! 피터는 결국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아 어쩔 수 없다며 그의 사직서를 받아들였다. 꿈을 쫓는 젊은이라니 요즘 참 보기 드문데.....
그리고 한달 뒤 그 꿈이라는 것이 돈 많은 백수라는 것을 알게된 피터는 세바스찬의 집에 쫓아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렇게 피터의 속을 다 뒤집어놓고 간 세바스찬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뻔뻔한놈이 서글서글 웃으며 지 발로 저의 앞으로 기어들어왔다. 이유는 더 복장이 터졌다. 자기 애인좀 도와달라고. 후... 피터가 자신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자꾸 이러면 주름이 더 늘어나는데 진짜 이 미친새끼때문에 제 명에 못살겠다. 그래도 아끼는 후배라고 이야기는 들어주려고 사무실에 들여는 주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이 뻗쳤다. 피터는 다시 신문지를 돌돌 뭉쳐서 세바스찬의 어깨를 강타하였다. 이 머저리같은 놈은 맞으면서도 뭐가 좋다는거지 실실 웃으며 "도와줄꺼젹!악! 도와줄꺼져!악!" 하고 있었다.
"아. 꼴도 보기 싫어 저리꺼져"
"아으아어으아아아앙"
"어디서 애교질이야. 아 몰라 저리가. 얼굴치워"
"아잉"
"아 뭐래, 꺼져"
자신의 욕설에도 헤헤 웃기만 하였다. 아끼는 후배라 매몰차게 내치지는 못하겠고 보면 속은 쓰리고. 피터는 끙 소리를 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뭘 도와달라는건데"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을 하긴 하였지만 내용은 따뜻하기 그지 없었다. 피터가 이렇게 나올것을 예상이라도한 세바스찬은 크리스의 취직준비현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세바스찬을 구하겠다는 일념하에 벽을 부순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성을 되찾자 크리스는 자신이 잊고있었던 사실이 몇개씩 차례차례 떠올랐다. '그 맥키라는 남자는 누구인가, 설마 자시한테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던 놈인가' '아니 이 벽은 얇다얇다 생각은 했는데 설마 부숴질정도로 얇을줄이야...이거 공사 잘못한거 아닌가, 신고 넣어야하는거아닌가' '잠깐만 내가 신고당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나 벽을 부쉈잖아. 건물주가 덤탱이를 씌우면 어떻게하지!?' 등등.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세상이 핑글핑글 돌았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뭐가 좋은지 헤벌쭉 웃으며 옆에서 크리스를 꼬옥 안고 품에 가두고서는 쪽쪽 거리며 연신 입술도장을 찍었다. "잠깐만요, 세바스찬" 부숴진 벽때문에 먼지가 풀풀 나는 장소에서 점점 끈끈해지는 스킨십에 크리스가 손으로 세바스찬의 입술을 막았다. "왜요?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손에 입술을 묻은 채, 물었다. 입이 움직이자 간질간질한 느낌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저..저희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무슨 이야기요?"
다시 시작된 세바스찬의 꿀떨어지는 눈빛에 이어 세바스찬이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크리스의 몸에 밀착하였다. 세바스찬의 입술이 움직일때마다 손바닥이 간질간질한것이 묘한 느낌을 낳았다. 크리스가 으..하고 새빨개진 얼굴로 말문이 막히자 세바스찬이 키득 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장난을 치겠다듯이 살짝 혀를 내밀러 크리스의 손바닥을 핥았다. "하..하지마요" 입을 막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역공격을 받았다. 크리스가 손을 빼려고하자 세바스찬이 살짝 크리스의 손을 움켜쥐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평소의 양봉업자의 눈빛에 끈적함 것이 담겨져 있었다. 그런 눈으로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얼굴을 핥듯이 훑자 크리스는 단숨에 얼음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세바스찬의 시선은 크리스를 붙잡아 두는 묘한 능력이 있었다. 세바스찬은 계속 크리스의 얼굴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얼굴을 들어 크리스의 두번째 손가락을 살짝 깨물었다. "앗.." 결코 아픈것은 아니었지만 신경이 온통 손가락에 쏠려 예민하였다. 세바스찬이 살짝 웃고 이번에는 손가락 사이의 골을 혀로 츕 하고 빨았다. 간지러운 느낌에 크리스가 살짝 몸을 떨었다. "간지러워요?"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손바닥에 또 쪽 하고 입술 도장을 찍고 물었다. 이미 온 몸이 삶은 문어처럼 빨개진 크리스가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홱 하고 손을 당겨 뺐다.
"할..할이야기가 많다니까요! 정말!"
"에이, 아쉽다"
세바스찬이 손으로 턱을 괴고 웃으며 말했다. 아, 정말. 다른건 몰라도 세바스찬은 침대 위에서는 선수다. 지금 생각해보니 위험하게 세바스찬의 침대 위에서 둘이 있었어! 크리스가 옆에있는 베개를 잡고서는 힘껏 던져 세바스찬의 얼굴에 맞췄다. 퍽- 소리와 함께 베개가 세바스찬의 얼굴에 명중되었고 좀있자 주르륵 하고 베개가 흘려내렸다. 그 와중에도 세바스찬이 계속 헤실헤실 웃는 얼굴이었다.
진지한 이야기를 진행하기 원하는 크리스와 뭐든 상관없으니 닿고싶다는 세바스찬의 충돌의 결과, 크리스가 세바스찬의 품속에 안겨 대화를 하는 것이 타협점이 되었다. 분명 자신의 키가 더 컸을텐데 왜 세바스찬의 품속에 꼭 들어가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크리스가 가장 걱정이었던것은 붕괴된 벽이었다. 세바스찬을 구하겠다는 옳은 신념(?)으로 벌인 일이기는 하나..... 그래도 부순건 부순거였다. 나름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일을 벌인 제임스에게 책임을 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바스찬에게 책임을 물수도 없었다. 그렇다면은 당연히 크리스, 오로지 혼자만의 책임인데... 크리스는 계속 스마트폰으로 "부숴진 벽 공사" "벽 값" "보수공사" 들을 검색하면서 걱정을 하였다. 세바스찬은 그런 크리스를 보며 정말 귀엽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건물주인걸 어떻게 말하지..라는 걱정이 함께 있었다. 지금까지 딱히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일부러 숨긴것이 있기는 있었다. 건물주가 자신의 옆집 사람이면은 이웃들이 부담이겠고 또 건물이 있는 알파에게 접근하려는 오메가를 내치기위해 숨겼었지만 - 부모님에게도 비밀로 부탁했다 - 크리스에게 반하고 난 뒤에서는 딱히 숨길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가 진지하게 묻지 않았기에 대답하지 않은것 뿐이었고, 크리스가 묻기도전에 그에게 "사실은 말입니다, 제가 이 건물의 건물주입니다 따다-" 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세바스찬은 계속 크리스의 정수리에 뽀뽀를 하며 어떻게 건밍아웃을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으어- 세바스찬. 이거봐요, 보수공사 장난아니게 비싸요...! 아니 근데 벽이 너무 얇으면 오히려 건물주의 책임 아니예요?!"
"거..건물주도 건물을 살때 이렇게 벽이 얇았는지 몰랐을꺼예요"
"건물주가 이 건물을 지었는지 도중에 샀는지 어떻게 알아요..! 이 정도면 제쪽에서 신고를 해도 가능성이..."
"자..잠깐 신고요?! 잠깐만요 크리스!"
제법 진지해보이는 크리스의 목소리에 세바스찬이 그를 등 뒤에서 꽉 안았다. 크리스가 갑작스러운 압박에 "왜요..!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예요!" 라며 열정을 보였다. 결국 세바스찬은 어떻게 말할지에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크리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서는 "건물주가 나란말이예요! 신고는 안돼!" 라는 싸디 싼 건밍아웃을 해보였다.
세바스찬과 크리스는 밖으로 나왔다. 계속 안에만 있으니 먼지때문에 기관지가 가려운 탓이었다. "이것이 건물주의 횡포죠" 세바스찬이 옥상정원의 문을 잠그며 웃었다. 크리스는 그런 세바스찬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흥- 소리를 내었다. 어쩐지... 내가 처음에 건물주한테 계속 세바스찬을 신고했는데 별소리가 없는게 이상했어...도둑한테 저 도둑 잡아달라고 신고한 꼴이었잖아. 묘한 배신감에 살짝 화가난 크리스는 계속 입을 삐죽 내민 상태였다. 그래도 세바스찬의 눈에 크리스는 무엇을 하든 이쁜 천사였다. 살짝 삐진 크리스의 옆에 달라붙어 오구오구 해주는 것도 묘한 쾌감이 있었다. 이제 저녁이 된 하늘은 까맣다기보다는 검파란 느낌이 있었다. 도심지여서 별도 안보이는 것이 정상이거늘 하늘이 맑아서 그런가 오늘은 몇몇개의 별들이 반짝이며 하늘을 빛내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 둥근 느낌이 드는 보름달이 바로 옥상의 정면에 보였다. 노란 달빛이 크리스와 세바스찬 두사람을 비추어주어 둘에게는 묘하게 노란색 반사빛이 나는것 같았다. 세바스찬과 크리스는 정원의 의자에 앉아 서로 손을 잡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화나있는 크리스의 입은 나와 들어갈줄 몰랐고 기분이 좋은 세바스찬의 광대는 올라가 내려갈줄몰랐다.
"맥키가 그랬더구요? 오 마이갓. 맥어택..."
"도대체 왜 그런거예요? 세바스찬 제 욕했어요?"
"아니예요! 그럴리가요! 그러니까....음..저도 크리스한테 묻고싶은게 있는데 상상하기도 싫은 불쾌한 기억이예요"
서로 맞닿은 손에서 서로의 온기가 흘러들어왔다. 분명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불안하거나 긴장감이 도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서로 맞닿은 온기가 좋아서, 서로 이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그냥 지금의 상태가 편하고 좋았다. 세바스찬이 오른손에 쥐어진 크리스의 손을 꽉 하고 잡았다. 톰인지 제리인지와의 일은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크리스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으니 이제 무서울 것이 없었다. 자신의 손을 꽉 쥔 세바스찬에 크리스가 세바스찬을 한번 바라보고서는 몸을 조금 당겨 그의 옆에 달라붙었다. 크리스식의 애정표현이었다. 그 행동에 조금 힘을 얻은 세바스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길에서 그남자랑...입.....하는걸 봤거든요. 저랑 맥키가"
"...오우 하느님 맙소사. 타이밍좀봐"
"맥키는 환승이다 어장관리다 뭐다..뭐 좀 말이 많았죠"
"그때의 행동은 제가 잘못한게 맞지만 확실한건 환승도 어장관리도 아니예요. 진심으로요"
"믿어요 크리스. 여튼 맥키는 당시 그것만 보고 그렇게 얘기했고..저도 뭐 많이 풀이 죽어있었죠. 크리스가 제가 아니라 그자식을 선택한거니까. 그러니까.. 저는 이제 크리스를 포기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세바스찬의 갑작스럽게 달라진 태도, 태도의 원인은 바로 자신이었다. 크리스는 그것이 밀당이네뭐네 하면서 착각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정말정말 아니예요. 일단 저 톰이랑 진짜 완전히 끝냈거든요? 아 그러니까 어떻게 설명해야돼" 자유로운 한손으로 격한 액션을 취하면서 크리스가 세바스찬의 오해를 풀기위해 노력을 하였다. 오해고 뭐고, 이미 크리스의 사랑이라는 것으로 게임이 끝난 세바스찬은 여유롭게 크리스의 변명을 듣기만 하였다.
"제가 그때 살짝 톰한테 흔들리기는 했지만"
"잠깐만요? 흔들렸다구요?!"
"아니, 그러니까"
크리스가 자신의 말실수에 입을 닫았다. 변명을 하려고했는데 하면은 안되는 말까지 나왔다. 크리스가 난처하여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얼굴을 상하좌우로 움직였다.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은 세바스찬이 풀죽은 '척'을 하면서 "흔들렸다니 못됐어요" 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완벽하게 세바스찬의 연기에 속은 크리스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4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길었다는 둥, 너무 예고도 없이 만나서 그런거였다는 등등. 병아리가 날개짓을 하는것처럼 손을 파닥거리며 세바스찬을 설득하는 크리스의 모습에 세바스찬이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귀여워도 너무 귀여운거 아닐까, 이건 진짜 핵무기급 귀여움이잖아. 세바스찬이 최대한 입을 낮게 내리고서는 "그러면 또 뽀뽀해줘요" 라고 요구했다.
"네?! 아니 가...갑자기.."
"흔들렸다니. 상처받았어.. 나는 줄곧 일편단심이었는데"
"그..저..미안해요. 아니 그러니까 음. 아니 근데 여기서 뽀뽀가"
"상처받은 내 마음, 뽀뽀 한방이면은 나을꺼같은데...아아..쓰라리다, 상처가 깊어졌나봐.윽"
세바스찬이 장난스레 자신의 왼손으로 심장을 부여잡았다. 지금만큼은 죄인의 기분이 된 크리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세바스찬은 크리스의 입맞춤을 받기 위해 크리스를 향해 볼을 내밀었다. "아아-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가 필요하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계속 장난을 치는 세바스찬에 크리스가 결심을 하듯이 몸을 가까이 했다.
쪽.
입술이 닿은 곳은 뺨이 아니라 세바스찬의 입술이었다. "아아- 흠흠. 메이데이 메이데이- 상처는 아물었는가?" 크리스가 헛기침을 내면서 귀를 빨갛게 물들이고 세바스찬의 장난을 따라했다. 갑작스러운 기습공격에 세바스찬의 방어벽이 와르르 하고 무너졌다. "아아- 메이데이 메이데이. 큰일이다. 상처가 더 깊어진 것 같다. 응급치료가 필요한 것 같다"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몸을 자신을 향해 돌리게하고 가볍게 키스를 하였다.
오늘따라 유독 둥근 보름달이 계속 두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벽은 결국 보수를 하였다. 대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벽을 좀더 두껍게 한 것과 벽에 문을 단 것이었다. 세바스찬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동거를...하고 은근슬쩍 의사를 표하였지만 크리스가 "너무 빨라요!" 하고 반대를 했기때문에 그 꿈은 와르르 하고 무너져버렸다. 대신 또 타협점으로 내세운 것이 벽에 문을 달자는 것이었다. 벽의 문은 크리스의 방쪽에서 잠글 수 있게 설치되었다. 그래도 벽에 문이 달려있으니 어찌보면은 각 개체의 방이 연결된 것이니 한 집이나 다름 없었다. 세바스찬은 크리스와의 연애생활이 기대되어 약을 한것처럼 기분이 하늘을 뚫었다. 연인들의 데이트라니.... 놀이공원 데이트, 집에서 같이 영화보기, 손잡고 산책하기, 같이 요리하기, 같이 장보기..! 세바스찬은 사랑하는것을 포기한 사람이기는 하였지만 결코 사랑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생긴것이나 다름 없는 연인이었다. 첫 연애라니, 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풋풋한 단어인가
하지만 세바스찬의 꿈은 또 한번 크리스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그..저..세바스찬에게...확실히 말해야하는것이 있어요" 들떠있는 세바스찬에게 크리스가 말한것은 현실이라는 벽이었다. "저..취업..이제 1년째..못하고있어요...........취업준비..해야죠..." 아, 맞다. 빌어먹을..! 크리스에게 세바스찬은 결코 "취업하지마요, 제가 먹여살려드릴게요" 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톰과 세바스찬의 헤어진 경우를 알아서라기보다는 크리스가 세바스찬의 가치관 - 돈많은 백수 - 를 이해해준 것처럼 세바스찬도 크리스의 가치관 -평생 일하는 삶- 을 이해해준 것이었다.
둘의 가치관은 정 반대였다. 크리스는 그렇기에 저와 세바스찬이 잘맞는다고 생각하였다. 세바스찬이 자신의 다른 가치관을 이해해주면 둘은 충돌할 일이 없었다. 세바스찬은 크리스에게 결혼을 하고 가정주부를 하라는 압박을 전혀하지 않았고 크리스 또한 세바스찬에게 그래도 사람이 건실하게 일을 해야지 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세바스찬은 크리스를 이해했다. 공감을 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세바스찬은 크리스의 '취직준비선언'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데이트는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에. 평일에는 점심과 저녁만 먹기. 나머지 시간에는 각 자의 시간을 보내기. 중간에 연락할 수 없음. 보통의 연인이 어느정도의 연락빈도를 가지는지 몰랐지만 세바스찬은 크리스의 제안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크리스와 시간을 보낼 수 없는게 안타까워 몸부림을 쳤다. "저..크리스를 압박하려는건 아닌데요..언제쯤...조금 더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까요" 세바스찬의 물음에 샌드위치를 먹고있던 크리스가 우물 거리며 대답했다. "취직할때까지...?" 참고로 히트사이클, 오메가의 페로몬 방해 등으로 인하여 취직준비에 무리가 있을까 크리스는 세바스찬에게 '진한 스킨십은 당분간 금지' 라는 이야기까지 한 상태였다.
그냥 가만히 잠잠코 있을 세바스찬은 아니었다. 세바스찬은 뚜렷한 가치관 하에 자신의 원하는것을 모두 얻는 남자였다. 그는 당장에 전 회사에서 친했던 선배에게 연락을 하였다. 비록 자신을 몽둥이로 때릴지언정 자신의 부탁을 거절할 사람은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취직이 일년동안 안되었다고? 그럴만도 하네"
"왜요? 크리스의 스펙은 나쁘지 않는 편인데. 게다가 경력직이잖아요"
"그래도 대리의 경력은..그렇게 좋은 경력이라고 볼 수 없지"
"신입 보다는 낫지 않은가?"
"잘들어 세바스찬. 보통 경력입사는 말이야, 회사를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거야. 뭐, 퇴사를 해서 재취직 하는 사람도 하지만. 그런데 말이야, 보통 이런 경력직은 능력이 있어 회사를 옮기고 싶어하는 '알파'들이 자주해. 오해하지마, 내가 편견이 있는사람이라는게 아니라 원래 그래. 너임마 인사부서에서 일했는데 왜 이런것도 몰라"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는것이 사나이 아닐까요"
"응, 아냐"
피터가 또한번 신문지 몽둥이로 세바스찬의 머리를 내리쳤다.
"지금 판이 알파중심으로 만들어져있으니까. 이직도 재취직도 알파가 유리하지. 뭐 물론 '오메가'가 재취직을 못하는건 아니야. 하지만 대부분 오메가들의 재취직은 정말 좋은 경력을 갖고있는 사람중심으로 이루어져. 그런판에 대리경력의 오메가라..."
"많이 힘든가요?"
"많이 힘들지. 첫 취직보다 훨씬 힘들어. 회사를 다니다가 이직을 한게 아니라, 퇴사를 하고 재취직인 점이 더 힘들어. 인사부서라는게 좀 보수적인 사람이 많잖아. '결혼도 안한 오메가가 빠르게 퇴직을 하고 재취직을 하려고 한다.' 이것 자체에 편견을 갖고있을 가능성이 커. 뭐 문제를 일으켰다든가 그런 시선으로 보는거지. 회사에서는 당연히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뽑고 싶어하지 않고. 그리고 전 회사가 꽤 이름난 대기업 회사였네. 같은 분야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났을지도 몰라"
"예상외로 더 큰일이네요"
단순히 빨리 크리스가 빨리 취직해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던 세바스찬도 나름 진지해졌다. 이러다 내 님이 영원히 취직을 못하면 세바스찬은 강제고자행이었다.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크리스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세바스찬이 어떻게하죠? 하며 피터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인상을 쓰며 크리스의 자기소개서를 살펴보던 피터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뭐 완전히 방법이 없는건 아냐. 그래, 스펙이 나쁘진 않네. 대학도 좋고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고 음... 지금까지 어느 회사에 지원했는지도 알아?"
"글세요.. 여러군데 많이 지원했다고 들었어요"
"혹시 허니비회사에는 넣어봤어?"
"허니비 회사요? 잘 모르겠는데..."
"혹시 지원 안했으면 지원해보라고해. 전 회사의 라이벌 회사여서 거부감이 들어서 안했을지도 모르지만. 능력있는 사원이었다면 허니비에서 뽑아갈꺼야. 라이벌 회사의 훌륭한 노동력을 빼기 싫어하는 기업은 없으니까"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오메가 차별은..."
"허니비 회사는 유일하게 지원하는 양식에 오메가/알파란이 없는 기업이지. 사실 이것도 올해 시작된거여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긴 하지만. 그리고 면접도 블라인드 면접이니 걱정말라고. 그리고 인사부서의 팀장만이 알 수 있는 고급정보 하나만 던져주면"
피터가 장난스렇게 빙긋 웃었다. 세바스찬은 구세주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피터를 쳐다보았다.
"그 회사에 이번의 새로운 CEO. 사실은 오메가야"
오메가들에 대한 차별을 점점 없애려고 하는 추세지. 피터가 껄껄 웃으며 자신의 불뚝한 배를 쳤다. 세바스찬은 피터에게 정말 고맙다며 여러번 고개를 숙였다. 이 뺀질뺀질하게 잘생긴 후배가 이렇게 머리를 조아린 적은 처음이었다. 어지간히도 남자친구에게 푹 빠졌나보다. 세바스찬은 잠시 메모를 하겠다며 가져온 종이에다가 피터가 말한 내용을 적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번에 저녁식사라도 제가.."
"됐어. 어린애한테 뭐 얻어먹을 나이는 지났어"
"그래도 너무 고마워서.."
"그러면 거, 니 남자친구 취직하면 걔가 사라고해. 니가 취직하냐, 걔가 취직하지"
"아! 네! 크리스라면 분명 사드리고 싶어할꺼예요! 뭐 빚지고싶어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러면 나가봐. 나도 이제 일해야돼" 피터가 퉁명스럽게 세바스찬을 내쫓으려고 했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피터가 아직 근무를 하고있던 시간이었다. 세바스차은 조만간 다시 인사하러 오겠다며 계속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나서려했다. 피터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나가려는 세바스찬을 보고서는 한번 불러세웠다.
"헤이. 세바스찬. 혹시 그 남자친구 말이야. 허니비에서도 취직이 안되면 우리회사에 불러줄 수 있어. 뭐, 스펙도 나쁘지 않고 지금 안그래도 마케팅영업부에서 인력도 부족하고 그러니까"
"아,음........ 제안은 고맙지만 피터 괜찮아요"
세바스찬이 피터의 제안에 웃으며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건 크리스가 해낸게 아니잖아요" 피터는 세바스찬의 말을 이해 못하겠다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필사적으로 남자친구의 취직은 도와주고 싶은데, 취직을 시켜주고싶은것은 아닌가. 세바스찬은 피터에게 다시한번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나섰다.
세바스찬은 크리스가 잘 해낼거라 믿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크리스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크리스가 자신의 방문을 열고 세바스찬의 집으로 들어왔다. 직접 파스타를 끓이고 있던 세바스찬이 고개만 뒤로 돌고 크리스를 웃으며 맞이했다.
"오늘은 여기서 먹어요 크리스"
"우와, 직접 만드는 거예요? 요리 잘해요?"
"아뇨... 그냥 간단한 파스타 정도만. 곧 있으면 되요"
크리스는 세바스찬의 등을 바라보고 웃으며 의자에 걸터 앉았다. 언제봐도 황홀한 등짝이었다. 음. 남자는 등이지. 저 다정하고 잘생긴 알파가 저의 알파라니 아직도 그 사실이 어색하고 서먹했다. 금방 접시에 파스타를 담은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자리에 접시를 올려주었다. 맞은편이 아닌 크리스의 옆자리에 앉은 세바스찬이 의자를 당겨 좀 더 크리스에게 달라 붙었다.
"저 오늘 좋은 정보 알아왔어요"
"무슨 정보요?"
"취직정보요"
"그런건 어디서 알아왔어요?"
"저 인사부서에서 일했거든요. 정말 좋은정보인데 들으실래요?"
"정보를 이용하는건 반칙이 아니겠죠?"
"물론 아니죠. 들으실래요?"
"그럼요. 당연히 들어야죠"
"듣기전에 저 칭찬받고 싶은데.. 상받고 싶은데.."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허리를 당겨 자신의 몸에 밀착 시켰다. 크리스가 꺄르륵 웃으면서 세바스찬의 가슴을 툭 쳤다.
쪽.
이번에도 입술에서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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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직업 : 백수 -> 건물주
전편에 감동적인 삽질끝내기를 했으니 14편은 당연히 떡이지 하고 떡씬을 쓰려다가 아 맞다 소장본 15세 이용가지...민증 검사 안했지..라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다시 썼습니다. 아아...너네둘이 다정하게 떡을 쳐야하는데....사실 다정떡 몇번 안쓰긴했지만......
다음이 끝입니다!
헉헉 이제 좀 버키스팁,스팁버키 웹 연재좀 해야하는데 원고말고 ㅠㅠㅠㅠㅠ
세즈반스 소장본 ▼
http://me2.do/FujaaZ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