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팁버키 + 럼로버키 < 사랑에 대하여 > 19세 미만 구독 불가. Only 선입금. 




샘플 1: http://junkfood.postype.com/post/438914/

샘플 2: http://junkfood.postype.com/post/438922/

샘플 3: http://junkfood.postype.com/post/439770/


현대AU. 오메가버스. 삼각관계. A5. 90P.10000원 (페이지 10p내로 달라질 수 있음)

어린 시절부터 스티브를 짝사랑하던 버키는 그가 약혼을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충격을 받아 절망하고 있던 그는 우연히 과거에 연인이었던 럼로우와 재회를 하게 된다. 끝날 줄 알았던 스티브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럼로우와의 만남으로 그는 혼란스러워 한다.


선입금만 받으며 현장판매분은 파손대비를 위한 책 3~4권정도입니다. 



2. 로키버키/토르버키/럼로우버키 <Aduly Bucky2> 19세 미만 구독 불가. Only 선입금. 



A5/60p/5000원(페이지 10p내로 달라질 수 있음)

로키버키/토르버키/럼로우버키 세 개로 구성되어는 욕망의 떡 책.버키굴리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샘플은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으며 글의 분위기가 보고싶은 경우 포스타입 혹은 티스토리의 글을 읽어주세요. 샘플로 포스타입에 있는 스팁버키 글을 첨부하겠습니다.


예시 글 : http://junkfood.postype.com/post/355953/ 


3. 스팁버키 <Adult Bucky> 19세 미만 구독 불가. 재고 2권.



A5/90p/10000원

스팁버키 떡으로만 구성되어있는 쩜오온 재고 책. 

오메가버스/수인물/센티넬버스/돔섭AU/빌런스팁캡틴버키AU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간재고 선입금 하고싶은 경우 댓글이나 멘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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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금 및 통판▶ http://naver.me/xA4grH6J





히트사이클이 끝나고 오메가로 발현되고 난 후, 버키가 느낀 감정은 절망이었다. 오메가로 발현되어서 절망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메가로 발현되는 거라고 생각했을 땐 기뻤으니까. 하지만 후에 밀려오는 히트사이클이라는 페로몬에 취해 스티브에게 성적인 유혹을 했다는 점과 그리고 스티브가 오메가 체취에도 넘어오지 않고 단호하게 돌아갔다는 점 때문에 깊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페기. 페기 카터의 이름. 스티브는 페기와 자신에게 정말 미안한 짓을 했다며 돌아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베타가 된거랑 오메가인것은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는 거다. 자신이 오메가든, 베타이든. 스티브는 페기를 선택하였을 거다. 


IF라는 망상도 이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 이제 현실에서 스티브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티브가 자신의 집에 온것은 자신이 연락을 해서였다. 몸이 아프니 와달라고. 기억은 중간중간 날아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메신저에 연락이 남겨져있으니 분명했다. 


오메가로 발현된 이후, 여러가지 건강검진을 했어야 했다. 뒤늦게 발현된것이니 뭐하나 문제가 있나 더더욱 정밀히 검사해야했다. 평생을 베타로 살아왔던 그이기에 준비하는 하나하나가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스티브라는 정신적인 고통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였다. 


짝사랑 상대에게 페로몬 이라는 이유를 빌려 써 붙어먹으려고 했다라는 사실은 버키를 충분히 자기혐오적인 인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렇게까지해서 스티브의 손길을 받아보려 애를 썼지만 결국에는 선택받지도 못했다. 비참함과 절망감과 슬픔. 모든것이 한 곳에 섞이고 나뒹굴어 버키의 속을 긁어 놓고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은 연달아 일어난다더니, 페기와 스티브의 약혼에 이어 어젯밤과 같은 사건도 벌어지고. 


병원에서 받은 약과 진단서를 가방안에 넣고 버키가 천천히 길을 걸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돌아가는 것이 빠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걷고싶은 기분이었다. 저벅저벅 걷다보니 어느새 해질녘이 되었다. 여름의 낮은 긴데, 해가 저물고 있다는 것은 벌써 밤 여덟시는 되었다는 뜻이다. 때마침 다리 위를 걷고있던 버키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는 강을 바라보았다. 옆에 차선에는 차들이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고 강은 해를 반쯤 담그고 있었다. 


지금 떨어져 죽을까.


멍하니 다리의 난간을 붙잡고 강을 빤히 쳐다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계획적인 생각이 아니라 그냥 튀어나온 거였지만. 아슬아슬할정도로 허리를 굽혀 강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이봐. 뭐하는거야? 라는 소리가 들렸다. 자살시도자처럼 보이는 자에게 거는 말 치고는 담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버키는 그냥 강을 보려는 거였어. 라고 웅얼거리고서는 고개를 돌렸다.


"...어?"

"...어."


순간 너무 놀라 약봉투를 강에 떨어트렸다. 


***


그 해에는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버키는 이제 청년의 티가 나는 소년이었고 스티브는 아직 말라깽이 모습에서 벗어나지못했지만 학교에 몇 없는 알파였다. 스티브가 알파로 성질이 발현된 것은 15살이었지만 눈에 띄게 된 것은 17살이었던 올해부터였다. 그 이전까지는 모두들 알파니, 베타이니, 오메가이니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외관상 힘있어 보이는 이들이 우세였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기준이 달라졌다. 


버키에게 스티브는 늘 스티브였다. 늘 빛나는 자신만의 빛. 하지만 다른이들에게는 스티브는 여전히 같은 스티브가 아니었던거 같다. 입학 후, 스티브는 인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성질이 뭐가 중요하다고? 버키의 딴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했지만 고등학교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성질이라는 것이 사람을 판단하는데 꽤 중요한 역할인 것 같았다. 버키는 그것이 세상이 알파중심사회 - 아무리 공평하다고 그들이 우겨봤자 - 덕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을 더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비실비실하여 매일 맞고 살던 브루클린의 꼬맹이는 이제 학교에서 최고권력층이 되었다. 스티브는 여전히 스티브로 늘 변함이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다르게 보았고. 그로 인해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모이면서 자신과 스티브의 관계에 불균형이 생기고 말았다. 자신에게 스티브는 아직 넘버원이었지만 스티브에게 자신이 온리원이 아니게 된 것이었다.


초조하고 불안했다. 스티브에게 그들은 니가 알파여서 좋아하는거야. 발현하지 않았으면 좋아하지 않았을껄? 라고 말하고 그를 상처주어 다시 자신만의 옆자리에 앉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가 새로운 친구덕분에 행복해하는것도 있었지만 그 스스로도 자신의 성질이 인간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되는 것에 시작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그 이후지. 그들이 후에도 내가 알파인것만으로 친구를 하고 있는 거라면 거절이겠지만 그것만이 아니게 된다면 거절할 필요는 없지."


담담히 그런식으로 말하던 스티브에게는 정말로 그가 '알파'여서만이 아니라 '스티브'여서 다가오는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알파라는 형질은 전광판이되어서 스티브 라는 빛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였지 스티브 자체를 '알파남성'으로 만들진 못했다. 결국 저 혼자 꼭꼭 숨겨두었던 빛이 발견되었구나. 모두들 알아버렸구나. 버키는 외로워졌고 비참했다. 스티브와 함께한지 꽤 오랜시간이 되어 짝사랑을 하며 괴로웠던적도 많았지만 그 중 오늘날이 가장 힘들었다. 


그의 주변에는 점차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베타 여성과 오메가들에게도 구애를 받기 시작했다. 자신은 속이 끓지만 그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어린 버키는 연기를 잘하지 못해 감정표현을 숨길 수 없었다. 늘 항상 그 잘생긴 얼굴을 꾸기고다녔고 그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버키의 심정변화를 놓칠리 없는 스티브가 무슨 일이냐며 달래주기는 했지만 버키는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스티브는 많은 모임에 초대를 받았고 버키도 당연스레 같이 초대를 받았다. 스티브는 늘 버키와 함께이길 원하였기에 버키는 싫은 자리에도 꾹꾹 참가를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져 몇 번은 그냥 도망치기도 했다.  


럼로우와 인연이 닿은 것은 도망쳤던 날 중 하루였다. 입학 후, 점차 건강해지는 몸 덕분에 나날히 인기가 상승하고 있던 스티브의 주변에는 늘 오메가들이 있었고 그를 유혹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 꼴을 보고있으면 위장이 뒤틀릴 것 같아 도망을 쳤는데 뜬금없는 사람이 버키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오늘은 로저스랑 안있나?"

"...럼로우 선생님."


브룩 럼로우. 건장한 체격과 날카로운 인상때문에 체육선생님으로 보이지만 국어를 담당하는 교사였다. 가르칠때 시를 특히나 좋아해서 몇 몇 학생들 사이에서는 로맨틱 가이라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 네. 저희도 따로다닐때가 있어요. 아직 첫만남이었을 때다. 교사와 학생이었으니 존댓말을 쓰는게 당연했을 때. 


"그래? 늘 로저스랑 붙어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예요. 걔친구가 제 친구가 아닌경우도 있으니까요."

"난 너무 붙어다녀서 둘이 친구사이가 아닌 줄 알았어."


갑자기 너무 사적인 말을 하는거 아니야? 당황한 버키가 숨을 헉 하고 몰아쉬고 고개를 돌려 럼로우를 쳐다보았다.가벼운 농담인가 싶었는데 그의 눈이 너무 진지해서 버키의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그냥. 힘들어보인다고. 럼로우는 뭐가 힘들어보인다고 말을 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버키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서는 자리를 떠났다. 




저의 뭐가 힘들어보이는데요? 나중에 버키가 도서관 구석탱이에서 몰래 담배를 피는 럼로우에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찾았냐. 내 비밀기지인데. 금연인 학교, 그것도 도서관에서 담배를 피다걸린 이 치고서는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 그냥... 어디있냐고 물었는데 다들 도서관에 있을꺼라고해서. 근데 다 뒤져봤는데 없어서. 마지막으로 찾은곳이 여기예요. 버키가 슬쩍 몸을 뒤로 빼 코너의 이름을 읽었다. [종교 철학] 인적이 드물만 하기도 했다. 럼로우가 담배를 입에 물고서는 몸을 돌려 버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창틀에 몸을 기대고서는 팔짱을 끼고 울망한 눈망울로 자신을 쳐다보는 버키를 바라보았다. 


힘들어보여서 실수로 그런 말을 내뱉은 자신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뭐가 힘들어보이냐고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캐물어 대답을 들으면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자기 자신일텐데. 뭐라 대답해야할지 몰라 럼로우가 담배만을 들이키며 버키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학생은 종교카테고리에 알맞게 어린 양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자였다. 이 길을 잃고 헤매이는 어린양을 어찌합니까. 신도 믿지 않는 럼로우가 스스로에게 농담을 던지듯이 생각했다. 


"무슨 대답이 듣고싶은데?"

"선생님의 생각이요."

"뭐라고 대답할지 예상은 하고 묻는거냐?"


역으로 질문하자 버키의 눈에 습기가 뭉치는 것 같았다. 점점 빨개지더니 이윽고 눈가에 눈물 비슷한것이 맺히기 시작했다. 아, 얘는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알고있구나. 알고 있는데 묻는거구나. 단번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왜 자신에게 확인을 하려고 온 것일까. 나에게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가. 나이를 학생들보다 조금 더 먹었다고 그들의 행동패턴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젊고 혈기왕성한 이들은 종종 자신들이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니까. 


"로저스를 좋아하는데 계속 말도 못하고 친한친구 행세를 하는게 위태로워 보였어. 그리고 힘들어보였지. 내 딴에는."

"...동정하시는거예요?"

"동정도 하고 뭐. 이해도 하고..."

"선생님이 절 어떻게 이해해요?"


저흰... 지금까지 대화 한마디도 나눈 적 없잖아요. 아니, 제가 선생님 질문에 대답한적은 있겠네요. 출석부른적도 있고. 근데 그거말곤 없잖아요. 근데 어떻게 이해해요?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그렇게 많이 티났어요? 스티브를 좋아하는게? 걔도 알았으면 어떻게해요? 걔도 알았는데...알았는데 무시한걸까요? 속사포처럼 우다다 말을 내뱉었다. 숨을 쉬지도 않고 말을 내뱉는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던 럼로우가 당황해 반즈? 하고 불렀다. 


"걔도...걔도 알았는데 계속 무시한거면 어떻게하죠?"


결국 그 말을 끝으로 버키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젠장. 울릴생각은 없었는데. 당황한 럼로우가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창가에 던지고서는 몸을 움직여 버키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아 자신보다 작은 브루넷 머리의 소년이 엉엉 울며 팔목으로 눈가를 문지르고 있었다. 럼로우는 바로 버키의 앞으로 다가와 등을 쓸어다 주며 달래주었다. 


"아니야, 반즈. 티가 많이 난게 아니라 내가 그냥 발견한거야."

"어떻게...어떻게 발견해요. 선생님이랑 흑...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 근데...흑...그런 사람이 발견한거면...흑...분명 티가 많이 난게 분명해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젠장. 반즈, 그만 울어."


펑펑펑, 큰 눈물이 버키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럼로우가 결국 참지못해 손으로 반즈의 뺨을 잡고 올렸다. 강아지를 연상시키는 고양이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울고 있었다. 니가 티를 낸건아니야. 넌 잘 참았어. 럼로우가 엄지 손가락으로 버키의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촉촉하며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졌다. 


"그냥... 내가 예쁜애를 잘 보거든." 


이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예쁜애를 잘 보다니. 누군가가 듣는다면 그냥 쇼타콤 - 어린소년을 좋아하는 남자 - 로 보일게 분명했다. 또 한번의 말실수에 럼로우가 자신의 혀를 깨물었다. 


"...선생님 저 좋아해요?"


버키가 목멘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그 말은 선생님이라는 자의 도덕적인 규칙을 와르르 깨트릴만한 대사였지만 한편으로는 남자 럼로우의 감정을 타오르게할만한 대사였다. 제자한테 뭐하는 짓이야와 의혹으로만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진실인 로맨틱가이의 본능. 럼우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삼초정도 고민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한테 이렇게 관심 안가졌지."


삼초정도면 충분히 고민을 한 것이었다.




버키와 입을 맞춘것은 도서관의 [종교 철학] 책장사이였다. 금기시되는 짓들을 성전비슷한곳에서 하다니. 반즈가 배덕감이라는 것을 알고 그런것인가. 눈을 꽉 감고 까치발을 들고서는 자신의 입술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버키를 보며 럼로우가 생각했다. 그러다 자신의 눈에 7대 죄 라는 제목의 책이 밟혀 자신도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곳에는 두사람의 숨결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버키는 그 뒤로 스티브의 옆에서 참을 수 없게되면은 럼로우의 곁으로 갔고 럼로우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신을 안식처라고 생각하는것인지 그의 대리인 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럼로우는 자신의 사람에게 워낙 무른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다짜고짜 입을 들이밀어 서툴게 입을 맞추고 떠나가더니 요새는 그래도 조금 럼로우의 곁에 머물기도했다. 럼로우는 바로 도망가지 않은 작은 소년을 그대로 품에 안고 그래, 이쁘다. 이뻐. 하며 등을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럼로우, 날 사랑해줘. 좋아한다고 말해줘. 나에게 매달려 줘. 안그러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 이제 서슴없이 럼로우라고 말하는 버키를 안으며 그래, 예쁜아. 라고 럼로우가 대답했다. 


"난 건장한 베타 남자라고. 예쁜이라니 그런 닭살돋는 별명 붙이지마."

"에쁘게 생긴걸 어떻게 해."

"럼로우... 너 정말 로맨티시스트구나."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 뿐이야."


아, 그래. 버키가 피식 웃고서는 자신의 몸을 완전히 럼로우에게 기대었다. 또래보다 건장한 체격이긴 해도 아직 럼로우보다는 작았다. 원래부터 딱 들어맞는 것 같은 모형처럼 둘은 편안했다. 졸린 것 같아. 버키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자. 늦기전에 깨워줄 게. 럼로우가 버키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아직 젖살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통통한것이 럼로우에게 작은 죄책감을 심어주었다.




둘의 아슬아슬하고 편안하고 위험하고 복잡하고 잔잔한 시간이 약 삼개월 정도 흘렀다. 버키의 형편없는 입맞춤은 이제 그럴싸해졌고 둘은 더더욱 대담하게 도서관에서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냥 꼬마의 장난으로 넘길 수 없는 입맞춤에 럼로우도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했다. 작은 공간에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렸고 서로 넘기지 못하는 타액들이 입 주위에 흘러내렸으며 가끔식 둘의 움직임에 책장의 책이 한두권 떨어지기도 시작했다.


럼...럼로우. 숨을 거칠게 몰아내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어린 소년을 자신을 어떻게 해야하는건가. 갈피를 잃은 손은 그저 버키의 뒷목만을 주물럭 거리고 가끔 아쉬운지 쇄골을 지나 어깨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너무 자극시키지마. 제임스. 럼로우는 버키를 예쁜아,반즈,제임스 라고 불렀지 단한번도 버키라고 부른적이 없었다. 참아주는거예요? 선생님? 버키가 입꼬리를 올리며 어설프게 유혹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애송아."

"안 참아도 되는데."


버키가 대범하게 자신의 몸을 더욱 럼로우의 앞으로 밀착시켰다. 자신보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키고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꼬옥 자신에게 매달렸다. 단단한 두 남성의 것이 닿았고 서로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는 뻔히 알 수 있었다. 럼로우. 버키가 다시한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럼로우는 그런 버키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아무대답도 할 수 없었다. 윤리라든가 도덕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버키는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반즈, 이제 로저스는 괜찮은거야? 


묻지 못할 질문때문이었다.





어쩌면 럼로우를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버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들어 스티브와 있으면 괴롭고 슬펐지만 럼로우와 있으면 편안하고 안락했다. 오히려 스티브의 옆에 있을때 짓는 미소가 가짜가 되어갔고 럼로우 옆에 있을때의 미소가 진짜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나, 스티브가 아니라 럼로우를 더 좋아하게된걸지도 몰라. 버키는 삼개월동안 럼로우와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예쁜아. 럼로우는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정말 닭살돋기 짝이 없는 호칭이어서 싫었지만 자꾸 듣다보니 익숙해져갔다. 버키가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럼로우에게 저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냐고 캐물은적이 있었다. 고양이 같이 생긴게 강아지 인상이어서 그게 신기해서 좀 보다가 이뻐보이더라고. 럼로우는 늘 항상 무심하듯이 말하지만 내용은 부끄러운 것 뿐이었다. 


"날 좀더 사랑해줘."


버키가 럼로우에게 더욱 대담하게 다음 진도를 요구했을 때, 그렇게 얘기했다. 럼로우는 망설이는가 싶더니 결국 이리저리 자신의 얼굴과 귓가와 목에 입을 맞추며 "...다음에." 라고 속삭였다. 그것만으로 온 몸에 전율이 돋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대로 스티브를 잊고 살 수 있을지 몰라. 그러면 모든게 해피엔딩인거야. 스티브는 친한 친구를 잃지 않을 수 있고, 나는 나대로 더이상 괴로워지지않을 수 있고. 


17살의 아직 낙천적이기만한 버키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윽고 그 버키는 날벼락을 맞듯이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스티브가 드물게 자신과 둘이서만 할 이야기가 있다며 방과 후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이제 저번보다 키가 자라고 몸에 살이 붙은 스티브는 건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마르다고 표현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그래도 저 진지한 눈은 똑같아. 버키가 속으로 키득 거리며 알겠다며 순순히 승낙을 했다. 그것이 끝을 향한 길인지도 모르고.


"럼로우 선생님이랑 무슨관계야?"


대뜸 방에 들어오자마자 던진 말은 그것이었다. 버키는 스티브의 침대위에 편히 앉다 자신도 모르게 딸꾹 하고 소리를 내버렸다. 무슨소리야? 우리 국어선생님이잖아. 버키가 시치미를 잘 떼어냈다. 그러자 스티브가 삼초 정도 강렬한 눈빛으로 버키를 쳐다보더니 탁자 위의 책 한권을 올렸다. [신의 부름]. 지루해보이는 그 책이 어디에 꽂혀있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스티브는 책 한권만 들 뿐이지 따로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오로지 침묵을 하고서는 앉아있는 버키를 내려다보았다. 


"...봤어?"


결국 버키가 침을 꿀꺽 한번 삼키고 물었다. 뭐? 둘이 입맞추는 거? 스티브가 이제 책을 내려놓고서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명백히 분노가 묻어나있었다.


딱히 스티브에게 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버키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봤구나. 스티브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하는 버키의 목소리는 떨려있었다. 버키. 스티브가 다시한번 낮은 어조로 불렀다. 오랜만에 둘이서 방에서 놀자고 하길래 마냥 신났는데 이런 함정일줄은 몰랐다. 


버키가 스티브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두근두근,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 땀이 나는 것인지, 비죽비죽 땀이 흘러넘쳤고. 손에 자꾸 땀이 차 버키가 바짓단에 자신의 손을 비볐다. 버키. 스티브가 자신의 눈길을 비하는 버키의 이름을 다시한번 불렀다. 버키는 또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내 눈 봐바."


결국 스티브가 걸어서 버키의 앞에섰다. 그리고서는 두 손으로 버키의 뺨을 잡은 뒤, 천천히 위로 올렸다. 힘을 주면 피할 수 있는 것을, 그가 아무리 건강해졌다고 한들 아직은 자신이 우위이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키는 꼼짝없이 스티브의 손길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스티브는 버키를 붙잡아두는 힘을 갖고 있었다. 시선이 올려지자 버키의 눈에는 딱딱하게 굳응 스티브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까지 화가 많이 난 스티브는 수도 없이 보았지만 이정도로 얼굴을 굳힌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두려움인지 긴장인지 알 수 없는 심리에 버키가 침을 다시 한번 꼴깍 삼켰다. 


"스티브...그러니까. 혹시 오해할까봐 말하는건데 강제로 그런건 아니야. 나랑 럼로우랑 상호합의하에...."

"럼로우라고 불러?"

"어? 어, 응. 그러니까. 스티브 니가 걱정하는 그런게 아니야."


버키가 스티브의 손길에 의해 올려진 상태로 최대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더듬더듬 떨리는 말투와 어색한 표정에도 스티브의 표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계속 버키의 얼굴을 잡고만 있을 뿐이었다. 버키는 이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버키."


스티브가 드디어 입을 떼었다. 응. 스티브. 버키는 이제 선고를 받는 죄인처럼 대답했다.


"내가 화난 건 니가 럼로우 선생님이랑 입을 맞춰서가 아니야. 나도 오해할까봐 덧붙이면 니가 베타남성임에도 알파남성과 입을 맞춰서 놀란것도 아니야. 그것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 그러면..."

"내가 화난 건, 아직 미성년자인 너에게 성인인 그것도 교사의 신분인 그가 손을 댄거야."


그건 엄연히 법률적으로 위반되기도 한 거고 도덕과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아. 버키. 내가 걱정하고 있는건, 내가 화가 난 건 그 것 때문이야. 스티브가 적당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담담한 어투로 말을 하며 버키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버키? 난 정말 너를 걱정하고 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한 스티브의 눈에는 정말 진심어린 걱정이 담겨져있었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리고 그 때 깨닫고 말았다. 자신은 아직도 스티브를 좋아하고 있다고. 지금까지 럼로우에게 도망쳐 기대었지만 결국은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왜냐하면 자신은 지금 스티브가 자신에게 질투때문에 화내주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미안해요."


버키가 럼로우의 품속에 안겨 울고있었다. 앞뒤없는 사과였지만 럼로우는 그 한마디에 모든것을 알 수 있었다. 연륜과 경험이라는 것이 이래서 슬픈 것 같다. 무슨소리냐고 화를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이 작은 소년이 담고있는 감정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크기인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기지못할 상대방이라는 것도 알았고 반즈에게 확신을 갖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럼로우는 그저, 늘 항상 그답게.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갔을 뿐이었다.


입고있던 검은셔츠의 가슴언저리가 축축히 젖어가고있었다. 입을 꽉 물고있는것인지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그가 얼마나 많이 울고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의 뺨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쳐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을 마주치면, 그 큰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것을 본다면. 참지 못하고 또 한번 입을 맞출 것 같았다.


"괜찮아."


럼로우가 버키에게 다시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그 뒤로 럼로우와의 관계는 끝이났다. 표면적으로는 다시 보통의 선생님과 학생으로 돌아왔지만 복도를 지나갈 때, 수업을 할때 눈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 서로가 아직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졸업할때까지 계속 이대로인 것일까. 그런 고민을 했던 것도 잠시, 곧 럼로우가 전근을 가게되었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이유는 금연구역인 학교내에서 그것도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도서관에서 담배를 핀 것.


겨우 그걸로 선생을 전근시키다니. 은근히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던 그였기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나름 뉴욕에서 엄격한 사립학교였기에 가능한 처사였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럼로우에게 작은 선물을 주기도했고 편지를 주기도 했다. 버키의 반에서도 전근을 가는 럼로우를 위해 롤링페이퍼를 썼다. 아이들 한명한명이 큰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그를 향해 짧은 메세지를 쓰는 형식이었다. 자신의 차례가 왔을때 버키는 그 커다란 종이에 어떤 말을 써야할 지 몰랐다. 그저 입안이 까끌했고 속이 뒤틀렸을 뿐이었다. 


잊지못할꺼예요. 버키는 자신의 이름도 쓰지않고 일곱글자만 쓰고 난 뒤, 다른 친구에게 종이를 넘겼다. 자신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비겁한 자신은 사과를 해 죄책감을 덜어서도 안되었다.


럼로우의 전근이 확정된 날, 학교에는 소문이 돌았다. 신고자는 스티브 로저스 라는 소문이. 그리고 버키는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몇 안되는 자였다.


***


"다시는 못만날줄 알았어."

"난 이렇게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지."


더 이뻐졌어, 제임스. 다리의 중간 사이, 럼로우가 버키를 향해 걸어오며 말했다.



--



드물게 버키가 아픈 날이었다. 늘 스티브가 아파 버키가 그의 침대에 맴돌았던 적은 있었지만 버키가 아파 스티브가 서성이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유행하고 있던 독감이라는 것에 걸렸다. 얼굴도 새빨개지고 눈은 퉁퉁 붓고 목에서는 걸걸한 소리가 났다. 이불을 목끝까지 덮고 이마에 찬 수건을 올리고서 쿨럭이고 있는 버키를 스티브가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옮아. 집에 가."

"니가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집에 가. 그리고 너도 맨날 내가 아팠을때 가라고 해도 안갔으면서."

"...난 동생들이 있잖아."

"우리집엔 간호사 어머니가 있었어. 그리고 니 동생들 놀이터갔어."


배신자들. 지 오빠,형이 아프다는데. 놀이터가서 놀기나하고.... 코를 훌쩍이며 속으로 불만을 토해내자 스티브가 대야에서 수건을 짜내고서는 버키 이마에있는 수건을 바꿔주었다. 


"병간호를 자주 당해서그런가 하는것도 어렵지 않네."


시덥잖은 이야기가 들려오면서 이마에 다시 기분좋은 차가움이 느껴졌다. 버키가 다시 한번 코를 훌쩍이고서는 눈을 또르륵 굴려 옆의 스티브를 쳐다보았다. 스티브는 손으로 턱을 괴고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었다.그것이 괜시리 부끄러워져 버키가 고개를 벽쪽으로 돌려버렸다. 


"그러다가 물수건 떨어져."

"내 이마는 넓어서 안 떨어져, 바보야. 빨리 집에 가. 넌 감기도 자주 걸리는 애가 겁도 없이..."


이 때는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고 있을 때였다. 평소에 잘생긴 모습 - 버키는 스스로가 잘생긴 것을 알고있다 - 만 보여주다가 이렇게 못난 얼굴을 보여줘야하다니...그것도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16살의 어린 소년의 마음으로는 싫을만도 했다. 그걸 아는지모르는지 스티브는 이제 한쪽 무릎을 침대에 꿇고서는 마른 손으로 버키의 어깨를 당기며 똑바로 누우라며 성화였다. 


"이런건 좀 환자 마음대로 있게 냅둬!"


자신의 어깨를 미는 스티브의 손을 탁 치고서는 버키가 소리를 질렀다. 걸걸한 목소리때문에 삑사리같은 음이 나 조금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했으니 스티브가 조용히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 몸을 옆으로 돌리고 벽을 쳐다보며 씩씩 거리고 조금 있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설마 화난건가 싶어 살짝 불안하기도 하였고 차라리 화를 내고 오늘은 돌아가줬으면 하기도 싶었다. 좋아하는 이에게는 항상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고싶다. 남녀노소 만국공통인의 심정일 것이다. 민망하게도 코를 몇 번 쿨쩍 거리자 버키의 등쪽 시트가 푹 하고 꺼지는 느낌이 났다. 뭐지? 싶어서 뒤를 돌아보려 했을때 딱딱한 살의 감촉이 느껴졌다.


"뭐, 뭐하는거야! 스티브! 너,너,너, 지금!"


돌아가라고 소리를 꽥 질렀것만 오히려 스티브는 반대로 버키의 옆으로 더욱 침범했다. 그러니까 그 작고 메마른 몸을 침대 안으로 들이민 것이었다. 당황해 몸을 한번 펄떡거리자 이마에 있던 수건이 주르륵 밀려 시트로 떨어졌다. 감기의 열때문이 아닌 다른 열로 버키의 얼굴이 달아오는 것도 모르고 스티브는 자신의 몸을 조금 더 당겨 버키의 곁으로 다가왔다. 


"감기는 누구한테 옮겨야 낫는거래."

"바,바,바보냐? 그래서 너한테 옮기라고? 몸도 허약한 애가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있어!"

"왜 말도안돼. 내가 너보다 자주 아팠으니까 익숙하니까 괜찮아. 넌 간호를 자주해줬으니까 간호를 하는 편이 나은것 같아."


스티브식의 막무가내 이론이었다. 늘 바른말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는 때때로 이렇게 자기멋대로 굴기도했다. 버키는 이것이 스티브의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버키가 스티브를 걱정하는건 지나친 보호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버키를 걱정하는건 당연한 옳은 일이라고 여겼다. 


"버키, 이쪽 좀 봐바. 그렇게 등을 돌리고 있으면 이마의 열을 잴 수가 없잖아."


만약 스티브가 아파서 버키가 이렇게 침대에 기어들어갔다면 무슨 짓이냐며 정색을 하곤 화를 냈을 것이다. 해본적 없지만 바로 예상이 갔다. 그런 주제에 자신은 스스로 성큼 들어오고 마음대로 한다. 버키는 스티브식의 막무가내가 억울해 불평을 쏫고 싶었지만 반한 사람이 지는 거라고 이 스킨십이 나쁘지 않아 아무말도 내뱉지 못했다. 서로 가끔 장난치다가 몸이 부딪친적은 있지만 이런식으로 근접에서,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건 처음이었다. 


스티브의 말과 이론에 순응하는 척, 버키가 몸을 천천히 돌려 스티브와 마주했다. 코닿을거리에 바로 스티브의 얼굴이 보였다. 아니, 코닿을거리가 아니라 코가닿은거리였다. 실제로 가깝게 밀착되어 둘의 코가 가끔식 타이밍에 엇갈려 마주쳤으니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스티브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스티브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이게 꿈인가 싶어 버키는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숨을 들이켜도 스티브의 체취와 따스한 숨소리가 느껴졌다. 자신의 표정이 얼간이 같지 않은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버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찌르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스티브 눈 진짜 파랗다. 뜬금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 작은 손이 이마로 다가왔다.


"...열이 더 높아진 것 같아. 많이 아파?"

"으,응? 아니야. 별로 안 아파."


스티브한테 감기를 옮기면 안되는데, 이렇게 있으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 이유가 수 십가지는 떠올랐지만 그저 이렇게 있는것이 기분 좋아서 버키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스티브는 버키의 괜찮다는 말에도 안심을 하지 못한것인지 걱정스레 눈썹을 올리며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의 얼굴을 살폈다. 아까보다 얼굴이 더 시뻘개진것 같아... 내일은 어머니에게 출근하기 전에 상태를 봐달라고 해볼게. 스티브가 버키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친구끼리의 스킨십중에 이정도는 허용치인 것 일까. 빙글빙글 돌아가는 머릿속으로 버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버키, 일단 푹 자자."


스티브가 그 말을 하고서는 몸을 조금 위로 움직인 다음에 양 손을 벌려 버키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어깨죽지에 그의 머리를 당겼다. 스티브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생각 없는 행동이었지만 당하는 버키는 그런식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의 열때문에 환상을 보고있는 것가 싶을정도의 상황이었고 오랜 짝사랑에 대한 신의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스티브의 키는 자신보다 작다. 그런 스티브가 어깨로 자신의 얼굴을 안았으니 그의 발은 버키의 무릎언저리 근처에 있었다. 어찌보면 한심할만한 몸인데도불구하고 버키는 그저 설렐뿐이었다. 살가죽이 없어 딱딱한 쇄골도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는 그의 어깨도 좋았다. 비실비실한 몸이지만 그래도 알파라서 그런가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의 품은 가녀렸지만 버키에게는 어떤 이보다 넓었고 바로 느껴지는 살내음에 여기저기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제가 어깨동무라도 하면은 치우라고 말했던 주제에 오늘은 이런식으로 침대에 기어들어와 자신을 안아준다. 정말 비겁한데 너무 좋다. 버키가 눈을 올려 스티브의 얼굴을 살폈다. 그 가녀린 턱선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날렵하게 보이는지. 이미 스티브는 눈을 감고 있었다.


스티브는 정말 진짜로 엄청 멋있어질꺼야. 


아무에게도 뱉지 못할 말을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버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오메가였으면 그의 체취를 맡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작은 아쉬움을 생각했다. 


*** 


어린시절이 꿈에 나왔다.  그때는 그게 참 행복하고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고문인가 싶다. 좋아하는 상대방이 성적의도없이 그냥 안아주다니....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고 가라앉는 것이 몸살의 전조인 것 같았다. 식음땀으로 등 뒤는 축축히 젖어있었고 이마에서도 송글송글이 땀이 맺혀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축축한 등 뒤로 공기가 스쳐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구역질을 하더니 기어코 오늘 몸이 망가졌구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시작된 여름 덕분에 강한 햇볓이 버키를 감싸 안았다. 여름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던데... 킁 하고 코를 훌쩍이고 이불로 몸을 더더욱 감싸안았다. 생명으로 가득 찬 여름 혼자서만 죽어가고 있구나.


땀으로 젖은 몸이 기분 나쁘다, 씻어야 한다. 병원에 가야한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버키가 아직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있는 학생이라는 점이었다. 회사에 전화해 아프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자신은 어제 막 십년된 비참한 짝사랑을 고백한번 못해보고 끝낸 참이었다. 그래도 생각했던것보다 충격이 덜하다고 느꼈는데 착각이었나보다. 버키는 그대로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제 꿈에서 처럼 스티브가 자신을 간호하러 와줄까. 그 철 없던 어린시절 처럼 침대에 들어와 자신을 안아줄까. 


아무래도 아니겠지. 


전날 밤, 토악질을 하여 속이 텅텅비어 힘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몸살기운도 가진 버키의 머리는 멍해져있었고 버키는 차라리 정신이 아니라 몸이 아파서 다행이라는 자학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멍청한 버키 반즈. 고백한번 못하더니 이제 꼼짝없이 스티브의 결혼식에 불려가 베스트맨이 되겠구나. 친구로서 기뻐해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를 사랑한 사람으로 울며 슬퍼해줄 수도 없는 반푼이.... 버키가 탁자 옆에 올려놓은 스티브와 자신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같은 대학에 입학했을때 찍었던 걸로 두 사람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고있었다. 이것도 이제 치워야 할까. 버키가 그런 생각을 하며 도로 침대에 누웠다. 오늘 아프지 않았다면 울어 탈진했을지도 모른다. 고여오려는 눈물에 눈이 축축히 젖었다. 버키는 눈물이 아까워 떨어지지 않았으면 싶어서 눈을 감았다. 




언제 잠에 들었던 걸까. 눈을 뜨니 어수푸름한것이 벌써 해가 진 상태였다. 등이 꺼진 방은 달빛만이 유일했고 버키가 천천히 눈을 껌뻑일때는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은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문제인것인가. 흐릿한 시야속에 물건이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져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손가락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낮에 버키의 몸을 감싸돌고있던 열이 그를 묶고있는 밧줄처럼 강해졌다. 


"흐으..."


기분이 이상했다. 뜨거운 열이 분명 기분나빠야할터였는데, 나쁘기는 커녕 어딘가 그를 들뜨게 만들었다. 너무 아프고 어지러우면 기분이 좋다던데 그런건가. 버키가 일어나기 위해 팔로 몸을 지탱했으나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으,으으." 이상한 소리만이 자신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게 무슨 소린가 말인가. 


몸을 둘러메고있는 이불을 살짝 걷었다. 공기가 상대적으로 뜨거운 버키의 몸을 식혀주고 있었다. 그대로 몸을 움직여 다리로 시트를 긁었다. 차가운 시트가 기분이 좋아 버키가 몸을 살짝 떨었다. 이런 느낌 버키는 한번도 알지 못했다. 다리와 다리 사이로 주르륵 뭔가 흘러내렸다. 어차피 땀범벆이였던 몸이었지만 농밀함이 달라 단번에 알아차렸다. 내 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젠장. 어제는 실연, 오늘은 몸살이냐.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면서 천장을 살폈다. 이상하리만큼 뱃속 아래가 뜨겁고 민망하게도 성기가 자꾸 발기했다.아직도 시야는 흐릿했고 입에서는 뜨거운 숨만 내뱉어졌다. 손끝으로 시트를 움켜쥐고 아...! 하는 이상한 탄성을 내뱉고나자 그나마 잡혀있던 이성의 끝이 툭 하고 끊어졌다. 자신의 몸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버키, 버키! 정신차려 봐! 이게 무슨일이야!"

"...스티브...? 스티브야?"


들뜬 열에 잠식 되어 얼마동안 정신을 잃었을 까. 누군가 자신을 흔들어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 스티브가 있었다. 꿈인가? 갑자기 스티브가 왜 우리집에...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차가운 손이 버키의 양 볼을 감싸안았다. 버키, 어디 아픈거야? 그래서 이렇게 열이나는거야? 걱정스레 묻는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느껴졌다.


"으으으응."


얼른 스티브에게 말을 해야하는데, 갑자기 열이 났다고.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그래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그의 손길과 체온이 너무 좋아서 내뱉을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얼굴을 감싸안는 손에 어린아이가 응석부리듯이 비비면서 달콤한 콧소리를 내었다. 버키...?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스티브가 좀 더 가까이와 버키의 모습을 살폈다. 


시원한 냄새. 그가 다가오자 달콤하면서 시원한 향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향일까. 민트향? 스티브랑 어울린다. 멍하니 그런생각을 하자 다시한번 울컥하고 다리 사이에 질척이는 것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흐으응.읏. 그리고 아까보다 더 간질간질한 느낌이 다리사이로부터 느껴졌다. 뜨겁고, 간지럽고, 안달나게하는... 무언가 쑤셔서 넣어줬으면 하는 기분. 스스로가 미쳤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외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스티, 스티브. 흐읏. 응. 나, 이상한 것 같아."


버키가 울먹이며 스티브의 손목을 잡고서는 더더욱 그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자신의 행동이 이상해 낯뜨거웠지만 이렇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었다. 더더욱 스티브의 몸에 닿고 싶었고 스티브를 느끼고 싶었다. 그를 좋아하여 늘 항상 비슷한 기분을 갖고 있긴 하였지만 오늘밤은 그것과는 달랐다. 좀더 정열적이고 뜨거운 느낌. 몽롱한 눈을 열고 버키가 스티브를 쳐다보았다. 당황하여 멍청한 얼굴이 보여졌다. 


"버키, 너 설마. 발현 되고있는거야?"


발현? 내가? 이제와서? 스물세살까지 베타로 살아온 내가? 그건 아닐꺼야 라고 말하려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이 흘러나왔다. 뱃속 아래가 짜릿했다. 더더욱 참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버키가 크게 숨을 헐떡거리고면서 마지막 동아줄인것마냥 스티브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런 것 같아, 흐으. 스티브. 나, 나좀 어떻게 해줘. 버키가 다리를 베베꼬면서 허리를 음란하게 살짝 들고서는 말했다. 이때 만큼은 스티브가 누군가의 연인이라는 점이라는 등의 도덕적인 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눈 앞에 있는것이 자신의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알파이며 자신이 십년을 그리워한 스티브라는 것만을 알았다.


남몰래 자신이 베타이기때문에 스티브와 이어지지 못한거라고 생각을 했던 버키였다. 스티브가 베타와 오메가 등으로 차별을 하는 편협한 인간이라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콤플렉스 같은거였다. 물론 그 콤플렉스는 스티브가 알파로서 오로지 오메가와 사귀는 전형의 인간이라는 점에서 생겨났지만 말이다. 내가 오메가라면 조금 달라졌을꺼야 라는 기대가 지금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한 없이 도덕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스티브라고해서 이 상황에 그냥 침착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것은 어려웠다. 눈 앞에있는 버키 반즈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면서 이제 막 발현을 시작하여 히트사이클이 터진 오메가이기도 했다. 친구 사이에 성적매력을 평가하는 일은 없었지만 지금에서 말하자면 버키는 아주 매력적인 오메가다. 베타일때와 외모와 성격같은것은 똑같아도 오메가로 발현됨으로써 풍기는 분위기와 체향덕분에 그의 성적매력을 아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스티브가 침을 꿀꺽 하고 크게 삼켰다. 버키는 수치심도 도덕도 잃고서는 이제는 몸을 들어 스티브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면서 쪽쪽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풍성한 브루넷이 자신의 목을 간질일때마다 아랫도리가 단단해지는것이 느껴졌다. 이미 알파향은 개방이 되어서 버키의 방을 진하게 가득 채운지 오래였다. 


"하아, 스티브. 흐, 제발. 응? 미칠...미칠 것 같아. 흐으응."


대담하게 앙 소리까지 내면서 몸을 부비는 버키의 몸에서는 달콤한 향이 났다. 바닐라 향. 나도 꼭 자기같은것만 난다. 스티브가 다시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서는 버키의 등을 쓰다듬었다. 불타는 것처럼 뜨거운 온도가 손으로 느껴졌다. 이 옫도는 자신에게서 나는 것일까 버키에게서 나는 것일까.  


스티브가 몇번 씩이나 버키의 등을 문질러주었다. 그 작은 손길에도 민감하고 예민한 버키는 아...!아...! 소리를 내면서 허덕였다. 그 등을 쓰는 손길에 얼마나 많은 기분과 감정이 담겨져있는지 버키는 모를 것이었다. 농밀하고 질척하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버키의 등을 어루만져주었던 스티브가 이내 다짐하듯이 등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서는 양 손으로 버키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뒤, 바로 강하게 밀어 그를 침대에 넘어트렸다.


"흐으, 스. 스티브...흐응."


눈물을 머금고 허덕이는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버키. 어제까지만 해도 단순히 친한 친구로 보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만큼의 뜨거운 눈빛을 갖고 스티브가 깔려있는 버키를 내려다 보았다. 버키. 그리고는 낮은 음성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응, 응. 스티브."


경건한 신의 말씀을 듣는 어린 양인 척, 버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버키를 내려다보며 스티브가 짙은 한숨을 내뱉고서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 계속 내가 있으면 안좋을 것 같아. 이러다가 정말 큰일이 벌어질꺼야. 그러니까... 히트사이클 억제제를 사놓고 돌아갈게. 물론, 발현하면서 일어나는 히트사이클은 어쩔 수 없이 막을 수 없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흐으, 스티브. 가지마, 응...!"

"안돼, 버키. 넌 지금 히트사이클 중인 그러니까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야. 그러니까 알파인 나에게 그러는 걸꺼야. 어쩔 수 없는 몸의 순리니까. 미안해, 버키. 빨리 떠났어야 했는데... 내가... 내가 너무 우물쭈물 거렸어."


그냥 돌아간다니, 스티브. 그게 무슨소리야. 예상치 못한 그의 판단에 버키가 절망적인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왜 난 오메가인데. 넌 지금 알파인데. 내 체취에 취하지도 않는거야? 버키의 속마음을 알지도 못한 스티브가 계속 사과를 하며 옷을 정비하였다. 그는 버키가 자신에게 이러는 것이 오로지 발현때문에 히트사이클에 취해서 그런것이라 생각을 하였고 이대로 자신이 이곳에 있는다면 엄청난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가지마, 가지마. 스티브. 이제 신음에 막혀 소리도 나지 않게 되었고 버키가 울것같은 눈으로 계속 스티브를 쳐다보았다.


"정말... 너와 페기한테도 내가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미안해."


페기.

결국 또 그 이름이야?


마지막 스티브의 사과와 함께 쾅 하고 문이 닫혔다. 


안돼, 스티브. 무서워. 이런 날 두고 가지마. 제발. 


뜨거운 열기 속 버키는 결국 그날 밤 혼자 침대 시트를 긁으며 울며 밤을 지새웠다.

그 와중에 터지는 눈물이 열기때문이 아닌 비참함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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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버키 정말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스티브를 짝사랑했던 버키(현대AU)


웅성거리는 식당 안, 유일하게 홀로 테이블에 앉아있는 버키가 괜스레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고 있었다. 잘생긴 젊은 남자가 홀로 앉아있으니 여기저기서 권유가 끊이지 않았다. 수줍게 미소를 건내며 혼자 왔냐고 웃는 여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미소로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회답을 몇 번이나 건내고 나서야 버키는 완전히 혼자가 될 수 있었다. 어깨를 돌려 뻣뻣하게 굳어진 몸을 조금에서야 풀고 난 뒤, 버키가 메마른 목을 축내기 위해 물이 담긴 유리컵을 들었다.  


물로 입안을 몇번 헹구고 있을 때 쯤,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던 이가 보였다. 자신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는 모습이 골든 리트리버를 연상시키는 저의 친구가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찰랑찰랑 흔들면서 다가왔다.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않고 손을 번쩍 들고서는 살며시 흔들어주었다. 그와의 약속은 늘 항상 버키를 설레게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의 뒤에 보이는 다른 이의 모습에 얼굴이 점차 굳어지고 말았다.


"오래 기다렸어?"

"...응? 아니. 그보다 페기도 같이 올 줄 몰랐네?"

"아, 응. 너한테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해준다고 하니까 같이 오고 싶다고 해서."

"오랜만이야, 반즈."


아, 그래? 페기도 같이 오는 걸 알았으면 좀 더 꾸미고 오는건데. 버키가 멋쩍게 너스레를 떨었다. 수 년간 스티브의 옆에 서서 감정을 숨기느라 연기가 능숙해진 버키였다. 그의 거짓말이 통했는지 페기와 스티브가 동시에 그게 뭐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이다, 지금 나 자연스럽구나. 혹여나 얼굴이 굳어지지는 않았을까, 지금 억지로 웃는것이 들키지 않을까. 페가의 등장은 버키에게 있어 늘 항상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 연기를 할 수 있냐, 없냐의 오디션이었다.


"...난 너 혼자 오는 줄 알았지. 음, 전할 소식이라는게 뭔데?"


늘 그랬듯이 버키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의 스티브 로저스의 절친한 친구 버키 반즈 인 척 물었다. 스티브는 버키의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페기의 방향으로 돌렸다. 페기 또한 고개를 돌려 스티브와 시선을 마주하고서는 그녀다운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너한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어. 아직 버키를 쳐다보지도 않은 체, 스티브가 말했다. 


"나랑 페기. 약혼하기로 했어."


늘 자신에게 상냥하기만 했던 스티브가 잔인해진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아니, 스티브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자신이었지. 


***


버키의 짝사랑이 시작된 지, 올해가 꼬박 10년이었다. 십주년을 맞이해서 축하한다는 말은 당연히 필요 없었지만 설마 이런 최악의 선물을 줄지는 몰랐다. 아니 어찌보면 십주년을 맞이했다는 말도 틀릴지 몰랐다. 버키가 자각하고 햇수를 센 것이 십년인거지 어린 시절 꼬꼬마일때부터 좋아한다는것도 모르고 좋아했을지도 몰랐다. 그런것을 따져서 뭐하겠냐만은.... 어릴때부터 스티브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다른사람의 눈에서는 아닐지 몰라도 버키의 눈에서는 그랬다. 얇아서 늘 휘날리는 금발머리때문인가 아니면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때문인가. 스티브는 빛이 났고 그 빛은 늘 항상 버키의 시선을 빼앗았다. 


골목길에서 맞고 있는 스티브를 구해준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작은 체구때문에 저보다 몇 살이나 어린 동생으로 보였던 그는 사실 저보다 한살밖에 어리지 않았으며 심지어 학교를 일찍가 버키와 같은 학년이었다. 우연이 더해져 알고보니 같은 학교에 재학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계속 어울려다녔다. 사람의 인연은 년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지만 어릴때는 더더욱 그랬다. 짝궁이서, 같은 동네에 살아서 등등. 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짧은시간안에 금방 친구가 되기 마련이었다. 



"너는 왜 그런 애랑 다니냐?"


스티브와 어울리고 나서부터 버키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니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애랑 다니냐, 같이 다니지 마라 수준 떨어진다. 그런 애랑 놀지말고 우리랑 놀자. 처음에는 짜증이 났다. 스티브가 뭐가 어때서? 그런 애 라는게 뭔데?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스티브와의 있는 날이 길어지면서 비겁하게도 안심을 했다. 아직은 아무도 스티브의 '빛'을 발견하지 못했구나 라고. 늘 주위에게 환영을 받고 사람이 끊어지지 않는 것은 버키였지만 버키는 늘 항상 누군가에게 스티브를 뺏길 것 같아 불안했다. 다른 친한 친구가 버키의 이런 고민을 듣고 코웃음을 친적이 있었다. 걔가 하나뿐인 친구를 뺏기는걸 걱정해야하는거 아니야? 버키는 친구의 말에 굳이 토를 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스티브에게는 빛이 나는 걸."


하나뿐인 친구를 뺏길까 걱정이라. 스티브에게 자신은 '유일한' 존재다. 버키도 그걸 알았다. 하지만 버키에게 스티브는 '특별한' 존재였다. 자신이 스티브의 세계속 '유일한' 사람이라면 스티브는 자신의 세계속 많은 이들중에 '특별'했다. 그러니까 '온리원'과 '넘버원'의 차이인것이다. 그렇다면 스티브의 세계속에 자신말고 다른 이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온리원이 아니게 될 때가 온다면, 누군가 자신처럼 스티브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면... 자신이 스티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버키는 그게 항상 걱정이었고 고민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쭈욱.


***


"잠깐만 차 좀 갖고올게. 기다리고 있어."

"아냐. 난 그냥 지하철 타고 갈게."

"아니야, 버키. 바로 근처에 주차했어. 조금만 페기랑 기다리고 있어."


자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티브가 웃으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방금 전, 식사로 인해 속이 망가진 버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더부룩한 상태로 억지로 웃으며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밀어넣어 생긴 결과였다. 페기와 스티브는 버키의 상태가 왜 나빠졌는지도 모르고서는 계속 정답게 버키의 걱정을 했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베스트맨은 역시 버키지. 이런 소리를 하는데 어떻게 내가 태연할 수 있겠어. 뱉고싶은 말도 뱉지 못하고 삼키고 싶지 않은 것들을 삼킨 버키의 위장은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후 하고 한숨을 뱉자, 옆에서 페기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즈. 괜찮아? 오늘 몸상태가 안좋은데 억지로 온거야?"

"응? 아니야. 괜찮아. 그보다 약혼이라니... 축하해. 제대로 축하를 못해준 것 같네."

"괜찮아. 몸이 안좋은데 어쩔 수 없지."

"응..."


둘 사이에 별다른 친분은 없었다. 페기는 스티브의 오랜 여자친구, 자신은 그의 어린시절부터의 단짝친구였지만 드라마처럼 셋이서 어울리고 다니는 그런 활동은 없었다. 몇 번의 권유가 있긴 하였지만 페기가 있는 자리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버키는 자잘한 이유를 대면서 거절하고 도망치기 바빴다. 그들은 거절하는 버키를 이런 상황에 끼기 어색하니까... 정도로 해석한 것 같았다. 


어색한 자리속 침묵만이 감돌았다. 평소라면 억지로 농담이라도 지어냈을텐데 오늘은 그것마저도 할 수 없었다. 울렁거리는 속을 다잡고 식은땀을 흘리며 페기의 눈치를 보던 버키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꺼냈다.


"...스티브의 어떤 점이 좋았어?"


이런걸 알아서 뭐하려고. 뒤늦게 자책을 했지만 이미 말이 떠나간 뒤였다. 


"글쎄... 꼭 이유가 있어서 좋은건 아니지만."


뭐랄까, 스티브는 빛나잖아. 그렇게 말한 페기의 얼굴에는 낯뜨거운 애인자랑으로 인한 홍조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답게 당당하게 그리고 태연하게 빨간 입술을 호선으로 만들고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은 뒤틀림밖에 없었다. 너도 발견했구나. 근데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내가 10년도 전에 발견했는데. 내가 더 먼저 발견했는데.


그런데 왜 너야.


스티브의 아기를 낳아줄 수 있는 오메가여서? 나는 베타여서 안되었던거야? 왜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니가 차지한거야? 도대체 왜? 넌 스티브를 만난지 겨우 3년밖에 안되었잖아. 왜 벌써 약혼까지 하는거야? 왜? 도대체 왜? 도대체. 도대체.도대체.도대체.도대체.도대체.


"스티브를 잘 부탁해."


버키는 그 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달려가 속을 몇 번씩이나 게워냈다.  



--


분량 길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짧네요. 1,2편 괜히 나눈건가 싶을정도로(웃음)



우주, 그것은 파이널 프론티어. 인간이 아무리 미지의 우주를 탐구하고 이해하려고 애를 써도 결국 끝까지 알 수 없을 세계. 본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딱히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서두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시작한거다. 댐잇. 댐잇. 댐잇!!! 평소라면 여기에 '짐'이라는 이름 한글자를 붙였겠지만 오늘만큼은 아니다. 오늘은 그 징글징글한 함장놈이 평소처럼 드럽게 말을 듣지 않아 사건이 생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대체...이걸 어떻게..."


사건은 간단했다. 짐과 본즈는 미지의 행성을 탐험했다. 조용히 살피고만 가려고 했던 그들은 길을 걷다 어느 구역에 들어왔고, 그 구역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펑 하고 가루입자들이 땅에서 솟아났다. 쿨럭이며 입을 손으로 가리고 빠르게 장소를 벗어났지만 이미 입자들이 입과 코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지는 오래였다. 둘다 크게 기침을 하고 땅에 쓰러졌고 까무룩 하고 정신을 잃고 깨어나보니 이상태였다. 


"그러니까 짐과 나의 몸이 바뀌었단 말이지."

"이 xx행성의 특유 식물의 세포입자로서..."


스팍이 이래저래 설명을 해주긴 하였지만 패닉 상태에 빠진 본즈는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짐의 몸을 갖게 된거고, 짐은 나의 몸을 갖게된거잖아...! 도대체 이 우주에는 얼마나 기상천외한것들이 있는거야! 이래서 우주는 싫다. 위험한것들 천지야. 거울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진지한 표정의 짐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제 말 다 들었습니까. 닥터 맥코이?"

"응. 들었어."


듣긴 들었지. 한쪽 귀로 흘려보내긴 했지만. 젠장. 이 한없이 파란 아름다운 눈을 가까이에서 보고싶다는 소원을 이런식으로 풀게 될 줄이야. 당황하면서도 자신의 욕구를 채울줄 아는 본즈가 이리저리 거울로 얼굴을 살폈다. "짐은 지금 뭐하고있어?" 맙소사. 짐이 자기입으로 짐이 어디있냐고 말하다니. 삼인칭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빌어먹게도 귀엽다. 아니, 지금은 내가 말한거긴 하지만.


"서로의 모습으로 달라진 서로를 보는것은 정신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아 다른방에 격리시켰습니다."

"뭐? 격리까지야...."

"본즈의 모습으로 하고싶은것이 많아! 라고 말을 하셨기에 격리시켰습니다."

"좋은 선택이야."


뾰족귀의 - 인종차별적 발언입니다. - 훌륭한 조치에 만족한 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뭘 하려고그런건지 감도 안오지만... 본즈가 다시 거울을 내리고서는 끙 하고 고민을 했다. 그래도 스팍의 말을 들어보면 하루가 지나면 돌아온다고 했다. 정말 논리적이지 않지만 몸만 바뀌었을 뿐 몸에도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외관만 바뀌어서 문제가 된거지 결과적으로 말하면 큰 소동은 아닌 것 같았다. 


"좋아. 그러면 나는 내 자리에 돌아가서 일을 해도 되는거겠지?"

"그건 불가능 합니다. 닥터 맥코이."

"왜? 모습은 짐이어도"

"그게 문제인겁니다. 모르시겠습니까 닥터 맥코이?"


함장님의 모습으로 진찰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함장님의 외적추종자들이 온갖 꾀병을 만들고 진찰을 받으러 올 것입니다. 진지하게 의료진찰을 하는 함장님 모습과 의료진찰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함장님과의 스킨십이 그들의 잠재적 외적탐미 욕구를 크게 상승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당신의 모습이 그저 함장님의 외관인 닥터 맥코이란 것을 알겠지만 상관없을 것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함장님의 얼굴이니까요.


"...얼빠들."

"혐오가 담긴 비속적인 단어입니다. 닥터 맥코이. 그리고 객관적으로 함장님의 외모는 출중한 편입니다."

"일로지컬."

"로지컬."


젠장. 쓸데없이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잘생기고 외모가 출중해서는. 욕 아닌 욕을 하며 본즈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면 오늘 하루는 평안히 쉬길 바랍니다. 닥터 맥코이. 그 말을 끝으로 스팍이 방에서 조용히 나갔다. 평안히 쉬라니...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평안히 쉬라는거야!




그렇게 지금은 이상태다. 아직 나는 짐의 모습이고 앞으로 15시간 정도 지속될 예정이고 모두와 격리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우면서 지루할지도 모르는 모순적인 시간들을 보내고 있던 나는 결국 깨닫고 만 것이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어떤 짐의 모습이든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를 남몰래 짝사랑 하고 있던 CMO 레너드 맥코이는 엄청난 기회를 잡았지만 한 것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간단했다. 그건 바로 거울로 커크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기.... 본즈는 스스로 커크의 외모추종자들 - 그러니까 얼빠들 - 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반정도는 그들과 비슷했다. 커크의 외모만을 보고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외모를 심하게 앓지않은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본즈는 그들과 비슷, 혹은 더 커크의 외모를 핥았다. 


"젠장. 이 눈좀봐."


그렇게 남몰래 가까이에서, 아주 가까이에서 오랜시간을 들여 보고싶다던 눈을 본즈는 실컷 보고있었다. 진짜 봐도봐도 질리지 않은 눈이다. 사람 눈이 어떻게 이렇게 생길 수가 있지? 정말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눈을 보고있자니 짙은 눈썹도 눈에 띄었다. 손가락으로 쓰윽 만져보자 풍성한 눈썹이 만져졌다. 와, 진짜. 강한 눈썹으로 강인함을 덧붙이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연약함이 합쳐지다니. 진짜, 완벽하다 완벽해. 말만 좀 더 잘들었으면 더 완벽했을텐데.


그렇게 결국 약 6시간 정도를 외모감상에 사용한 본즈가 뒤늦게 남은 시간이 9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젠장! 이럴때가 아닌데! 기껏 짐의 몸이 되었는데 얼굴보느라 6시간을 쓰다니! 그렇다. 본즈에게는 할일이 많았다. 짐의 몸을 자기 멋대로 이것저것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해야하는 것은 뻔하지 않은가.


"스팍. 의료실에 가서 짐이 받아야 할 예방접종이나 하이포나 진료 그런거 전부 갖고와줘!"


이 말이라고는 드럽게 안 먹는 함장놈의 치료를 할 수 있어!

본즈,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이기전에 누군가를 돌보는 것에 더 익숙해진 슬픈 사람이었다.

정말정말 슬프게도....



스스로의 진료...라고 해야할지 짐의 진료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치료를 하고나니 약 한시간 정도가 남아있었다. 이게 정확하게 바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건지 아닌지는 불분명하지만 대략 그정도의 시간일 것이다. 그래 한시간. 나머지 이 한시간으로 뭘 한담? 본즈가 다시한번 거울로 커크의 얼굴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얼굴 감상은 충분히 했...다고 하기엔 해도해도 모자라고. 그렇다고 이것만을 하기엔 뭔가 아깝고. 젠장. 내가 왜 이런 자식을 좋아해서. 어차피 고백도 못할텐데. 


씁쓸함을 감추면서 그런 생각을 하니 슬퍼졌다. 레너드 맥코이가 커크를 좋아한지 어언 5년 정도가 흘렀다. 짝사랑만 5년이라니, 말도 안돼. 라고 누군가는 얘기할 수 있지만 본즈는 놀랍게도 말도안되게 5년동안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의 가장 친한친구와 믿음직한 CMO라는 포지션으로. 다들 본즈를 커크의 엄마나 아빠같다고 왜 그렇게 돌봐주냐고. 그런 성격이냐고. 아니면 프렌드쉽이냐고 묻기 바빴다. 젠장. 이게 친구사이로 보이냐? 내가 친구한테 전부 이러면 난 짐말고 친구가 전부 없는거야! 아니라고 내뱉지는 못하니 속으로만 꿍얼거리며 본즈가 매일매일 쓴속을 달랬다. 그렇다면 이 5년의 짝사랑, 왜 고백을 하지 못하는건가? 당연하지 않은가. 짐은 젊은 훌륭한 함장이고 자신은 나이많은 이혼남이었다. 게다가 커크의 그 화려한 연애전적을 보면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고백이 성사되기는 커녕 둘의 사이만 어색하기짝이 없어질게 분명했다.


본즈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거울을 봤다. 그래, 한시간 남았고. 이런 기회는 드물 것이다. 그러니 지금밖에 할 수 있는걸 하자.



"좋아해. 본즈."



본즈가 짐의 얼굴로 짐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좀 비참하군. 스스로 좋아한다고 말하다니. 하지만 그래도 얼굴과 목소리는 짐이었다. 마냥 처량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들으니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 이런 상황은 현실이 아닌 꿈에서만 봤으니까.


"...나랑 연애할래? 본즈?"


하지만 짐의 방식으로 좀 더 리얼리티를 살려서 말해야한다. 이런식...인가? 좀 더 이렇게 가벼운 느낌으로... 아냐. 짐은 가볍기만 한 사람이 아니야. "사랑해. 본즈." "본즈, 나랑 사귈래?" "나 본즈를 좋아하는 것 같아." 몇 마디로 짐의 얼굴로 고백을 들은 본즈의 얼굴이 -커크의 모습으로 - 새빨개지고 말았다. 혼자만 있는 공간이지만 부끄럽고 민망하기 짝이없었으며 또 그의 모습으로 인위적으로라도 이런말을 들을 수 있어 기뻤다. 


"댐잇, 난 레너드 맥코이지 제임스 커크가 아냐."


결국 민망함에 혼자 그런 소리를 내뱉으며 본즈가 푸시식 하고 열이 오른 얼굴을 책상위에 엎드렸다. 이제 그만하자. 기다리고 있자. 나중에 충분히 되새길만큼 봤으니까. 이제 시간은 약 5분정도 남았고 본즈의 몸이 뭔가 점차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빨개진 얼굴도 나쁘진 않군." 이라는 스팍이 들었으면 일-로-지-컬 이라는 소리를 했을만한 생각을 했다. 


***


"돌아왔습니까? 닥터 맥코이."

"으으음. 음. 아아- 아-. 목소리가 돌아온걸 보니 확실하 군."

"다행이군요. 진료결과가 틀리지 않아서. 이대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미스터 술루가 함선을 정복했을 것입니다."


부함장인 니가 있는데 술루가 어떻게... 라는 작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함장석에 앉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술루를 떠올리고서는 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뾰족귀도 만만치 않은데 - 일로지컬! 인종차별적 발언입니다! - 대단해. 마침 앞에 거울이 있기에 본즈가 들어 살펴보았다. 이리저리 살펴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우주에서 떠돌아다니는데 이런 헤프닝도 있을 수 있지. 당황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좋은 경험도 했고 짐의 진료도 했고.... 


그보다 짐은 나의 몸이었을때 뭘 했을까?


그런 의문을 갖고 있자 갑자기 머릿속으로 플래시백처럼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습을 가진 남자가 놀라고 있는 것, 거울을 보면서 "내가 본즈 라고?" 라며 놀라고 있는 것, "나 한번 진료해봐도 되나?" 라며 자신답지 않게 웃고있는 것. 그러니까... 그러니까...응?


"...스팍. 도대체 왜 짐이 내 몸이었을때의 모습을 내가 알고있는거지?"

"아직 뇌와 영혼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닥터 맥코이가 가장 잘 아실꺼라고 생각됩니다만. 기본적으로 '기억'을 하는 것은 '뇌'입니다. 비록 둘의 모습은 바뀌었어도 신체, 그러니까 뇌는 그대로 였을테니. 닥터 맥코이의 모습으로 함장님이 한 행동들을 닥터 맥코이가 닥터 맥코이로 돌아와서 안다해도 이상하지 않죠. 뇌는 그대로니까요."

"...그렇지. 기본적으로 뇌가 기억을 하는거지. 그러면..."


내가 한 짓거리도 말도 다 짐의 뇌속에 기억된단말이야...?


소름이 돋아 등줄기가 오싹하고 식은땀이 줄줄줄 흘러나왔다. 손이 덜덜 떨려 들고있던 거울이 밑으로 떨어졌고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팍이 닥터 맥코이? 무슨 문제라도? 라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은 혼돈의 도가니탕이었다. 댐잇! 댐잇! 댐잇!!!! 댐잇 레너드!!! 설마 댐잇 다음에 짐 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될 날이 올줄이야. 이건 정말 고백도 아닌 고백이지 않은가! 


"닥터 맥코이 무슨 일 있습니까?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아아아...!!!"


그렇게 스팍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은 혼자 작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때. 쾅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드리는 이가 누구인지는 명백했다.



"본즈!!!!!!!!!!!!!!!!!!!!!!!!본즈!!!!!!!!!!!!!!!!!"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몸이 바뀌지 않는 한 그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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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그냥 Chage로 쓸까 내용을 함축하는걸 쓸까 하다가 넘 식상한 제목이어서 그냥 함축시킨걸 썼습니다.

제목좀 잘 짓고싶네요



"거기서 뭐해."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커크에게 레너드가 물었다. 대답 대신 커크는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고서는 하품을 쩍 하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으그그 한심한 소리를 내뱉으며 날렵한 팔을 쭉 피는 것이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웬일로 위스키? 싸구려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은 체 커크가 낼름 본즈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봉투를 낚아채고는 물었다. 그리고서는 당연하듯이 자신의 오른손목에 봉투를 걸치고서는 레너드의 집 대문앞에 섰다.


"뭐해? 열어. 빨리 들어가자, 춥다."


어이가 없고 기가막혀 뭐라 한소리를 하려다 눈에 빨간 커크의 코끝이 밟혔다. 댐잇, 짐. 자주 내뱉던 욕을 속으로 혼자 내뱉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물러터질 것인지.


*** 


날씨가 너무 추웠어. 얼어죽을 뻔 했다니까? 위스키가 담긴 봉투를 책상 근처에 팽개치듯이 놓고서는 커크가 바로 본즈의 안락한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자신의 집마냥 움직이는 커크를 본즈는 그저 현관앞에서 목도리를 풀면서 지켜볼 뿐 이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동사할뻔 했어. 도대체 왜 디지털 잠금장치를 설치하지 않는거야? 요즘시대에 열쇠를 돌려서 문을 열다니. 블라블라블라, 툴툴툴툴. 불만을 한 껏 쏟으며 커크가 본즈의 이불로 몸을 감쌌다.


"... 도대체 여기에 왜 온거야?"


레너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만났을 때 부터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나 추워, 본즈. 위스키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것 같아."


하지만 또 동문서답인 대답이 왔다. 필시 이건 고의일게 분명했다.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본즈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냉정한 표정을 짓고서는 고했다. 몸을 데우고 바로 나가라고. 다른 이에게 이정도의 말을 하는건 어렵지 않았겠지만 커크에게 하는 것은 어려웠다. 레너드는 이것이 자신의 고질병이 아니라 저 빌어먹을 놈의 사슴과 같은 눈망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눈을 향해 어떻게 모진 말을 하겠는가.


"오는길에 눈이 왔어. 그래서 바지가 다 젖었어."


레너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도 모르는지 커크가 태평한 소리를 말했다. 오는길에 눈이 왔다니. 젠장. 다섯시간도 전의 일이잖아. 도대체 몇 시간을 거기서 앉아 기다린거야. 그를 쫓아내야한다는 마음과 동시에 의사로서 - 어디까지나 의사로서! - 자연스레 걱정이 들었다. 몸이 튼튼한 그는 갑작스레 뜬금없이 몸살감기에 걸리곤 하였으니까. 늘 튼튼한 몸하나 믿고 난리치지말라고 잔소리를 매일 달고다녔다.


커크의 말에 본즈가 끙 소리를 내며 다시 입을 닫았다. 노리고 말한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커크가 한방 먹인거다. 걱정 하나는 으뜸인 본즈는 자신이 아픈것에 늘 예민했으까. 


"그래서 말인데, 본즈. 남은 바지 있어?"


단순히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 사이에 바지를 벗었나보다. 커크가 이불 밖으로 자신의 맨 다리를 살며시 꺼내보였다. 이불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몸은 얄쌍하고 흰 다리만을 내놓은 상태였다. 마치 어린시절 보았던 포르노 잡지의 표지같은 장면이었다. 진짜야, 젖은거 맞아. 확인해볼래? 뭐가 젖었다는 것인지 주어는 빼놓고 의도적인 중의적인 말을 내뱉으며 커크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지미."


레너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작정하고 노리고 날린 펀치였다. 커크가 속으로 다 이겼다. 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자,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너한테 좀 클지도 모르지만 남은 바지 있으니까 그거 입고 얼른 나가."


남자 레너드 맥코이. 자신의 사랑을 위해 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


커크에게 이별을 고한것은 어젯밤이었다. 이제 그만 만나자고,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반응은 간단했다. 그래? 딱 한마디. 어찌보면 갑작스럽다고 할 만한 본즈의 이별선언에 왜그러냐는 화도 없었고 이유가 뭐냐는 질문도 없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눈물도 없었다. 그저 순응했다. 헤어지자고 말한 것이 본인이어서 그의 담담한 반응에 투정을 부릴 순 없었지만 이정도로 조용하니 모순적이지만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가 곧 그래, 커크에게는 난 이정도였구나. 오히려 잘됐어.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었던 어젯 밤, 커크는 자신의 집 문 앞에 있었다. 헤어지자고 말할때 군소리 없이 그래? 라고 말했던 그가 이 추운 날 다섯시간동안 몸을 덜덜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 늘 항상 그는 예상치못한 행동을 하곤 했지만 어젯밤의 일은 예상치 못한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지미, 너를 보면 노란 공이 떠올라. 이전에 레너드가 커크에게 그런말을 했었다. 노란색은 커크를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색이었고, 공인 이유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였다. 작고 둥그런 공은 딱 보면 이것은 공이다. 라고 단순히 알 수 있었지만 막상 던지면 왼쪽으로 튈지, 오른쪽으로 튈지, 역으로 자신에게 날아올지 몰랐다. 그래서 그를 보면 늘 항상 노란 공이 떠올랐다. 분명 단순한 성격인데 예상치 못하는 것. 


이 공이 설마 이런식으로 튈 줄은 몰랐다. 헤어지자고 말할땐 이유도 묻지 않더니 다음 날 자연스럽게 찾아와 훌렁훌렁 옷을 벗는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인걸까.


오늘은 소개팅이 있는 날이었다. 이름이 소개팅이지 결혼을 염두하고 만나는 장소이니 맞선이라고 불리는 편이 더 옳았다. 커크와 헤어진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고 심정이 이래저래 많이 복잡했지만 그렇기에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부랴부랴 준비한 자리이지만 진심을 다해야하늘 자리이거늘.


도대체 저 자식은 여기에 왜있는거야.


본즈의 테이블에서 멀지 않은 대각선 자리에 커크가 혼자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마시지 말라고 했던 커피를 세 잔째 시키고서는 이쪽을 부리부리 노려보며 후르륵 커피를 마시는데 당장 가서 커피를 뺏고서는 뭐하는 짓이냐고 묻고 싶었다. 


여긴 어떻게 안거야. 누가 알려줬나? 아니, 아무한테도 안 말했는데...?


진정하자.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잖아. 우연히 커피를 마시기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렸는데 우연히 전 남자친구...비스무리한 사람이 여자랑 앉아있으니 기분나쁠만도하지. 레너드가 최대한 머리를 굴려가며 커크의 존재를 이해하고 납득을 했다.


"저기, 맥코이씨는 그러면 휴일에 뭐하세요?"

"네? 아, 그냥 뭐... 영화라도."

"아, 저도 좋아하는데. 다음 휴일에 같이 보라갈래요?"

"그럴까요?"


최대한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하자 커크의 하! 하는 탄식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젠장, 이거 우연아니다. 분명 노리고 온거다. 저자식 엿듣고 있잖아! 그래도 뭐 별일이야 있겠냐 싶어 레너드가 커크를 무시한 상태로 앞의 여자를 신경썼다. 아무리 돌진형 인간이라고는 해도 성급하게 이런자리에 끼어들진 않겠......


"영화? 영화 보는걸 좋아한다고? 언제부터?"


그래, 넌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었지.


"...저, 저 누구세요?"

"그 쪽한텐 볼일 없어요. 본즈. 할 말 있어. 따라와."

"에이미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쪽은 제 친군데..."

"친구? 넌 친구랑 키스도 하냐!?"


갑작스러운 커밍아웃과 전애인의 난입으로 인해 패밀리 레스토랑은 흥미진진한 상황이 되었다. 당사자인 레너드만큼은 죽을맛이 되었지만. 당황하기는 에이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자신의 테이블 옆에 서있는 커크를 한번 바로보고서는 바로 고개를 돌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마에 손을 짚은 레너드를 바라보았다. 번갈아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 나중에는 본즈만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당황스럽겠지. 갑자기 드라마 속 악역이 된 기분일텐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 본즈가 끙 소리를 냈다. 초면이지만 일단 내가 바이섹슈얼이라고 설명해야하나. 젠장, 근데 난 지미이외에는 남자 연인을 상대해본적이 없다고! 아니 애초에 우리가 헤어졌다는 것부터 설명해야겠구나. 대화소리로 가득해야 할 레스토랑이 저들의 테이블 덕분에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제 직원들 조차 옹기종기 모여서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지미 넌 어떤의미로든 주목을 받는데 천재야. 


"그러니까, 이건."

"개자식."


설명을 하기 위해 입을 떼자마자 물벼락이 날라왔다. 대박. 바로 옆 테이블의 어린 남자 손님이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고서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아마 이 가게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소리였을 것이다. 잘 먹고 잘살아라. 커크가 그 말을 내뱉고서는 물을 쏟아 텅 빈 유리잔을 테이블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뚝, 뚝. 본즈의 머리카락과 이마에서 물이 한방울씩 떨어졌다.

댐잇.


***


잘근잘근 엄지손가락을 깨물며 커크가 초조한 눈빛으로 탁자 위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째깍,째깍. 초 단위로 움직이는 시계가 작은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올때가 되었는데. 안 오면 진짜. 어후. 몸을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침대위에 벌러둥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던 커크가 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제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왔다.


이 성가시고 답답하기 짝이없는 연인이 드디어 온것이었다. 만만의 준비를 다한 커크가 마지막으로 긴 전신거울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표정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머리는 깔끔한지, 옷은 까리한지. 모든 점검이 끝나면 정면승부일 뿐이었다. 커크는 이제 의기양양하고 당당한 표정을 짓고서는 누구세요? 라고 담담하게 말하고서는 문을 열었다.


"젠장, 지미! 도대체 뭘 한거야!"

"내가 뭘?"


뻔뻔스로운 표정으로 얄밉게 되묻자 본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매사에 늘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던 이 의사에게는 놀랍게도 더 찌푸린 인상이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 이 얼굴. 내심 본즈가 다시 자신을 찾은 것이 기뻐 - 그게 비록 열받아서일지라도 -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므로 그러지 못했다. 


"비켜. 나 클럽갈꺼야."


초조하게 본즈를 기다리고 있던 주제에 그렇지 않은 척, 마치 막 클럽에 나가려고 했던 것처럼 커크가 말을 했다. 클러어어어업? 본즈의 목청이 커졌다. 본즈가 자신의 행동 중 싫어하는 것이 101가지가 넘었지만 그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은 클럽에 가는 것이었다. 딱히 바람을 피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저 춤을 추며 놀러가는 거라고 해도 학을떼며 싫어했고 종종 본즈에게 걸려 클럽안에서 귀를 잡혀 끌려나간적도 있었다. 그래서 커크는 일부러 클럽에 간다고 입을 털었던 거다. 그를 가장 자극시키기 위해.


"내 소개팅은 망쳐놓고 넌 클럽에 가겠다? 젠장,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돼? 우린 헤어졌고 이제 남남이고. 본즈 넌 니 갈길 가. 난 내 갈길 갈게."

"이제 남남인 사람이 남의 소개팅에서 그 꼴을 만들어?"

"열받았으니까.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해놓고 이유도 안알려줬으니까."


들었을때는 너무 멍해서 화가 난줄도 몰랐는데,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니까 화나더라고. 커크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꽤 논리적이어서 본즈는 화로 잠식된 머리로 뭐라 대꾸할 반박을 찾지 못했다. 그래...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헤어지자고 했지... 이유도 말 안하고... 근데 지미가 이유를 안물어봤는데... 아... 너무 당황스러워서 못물어봤다고 했지... 여러모로 진짜 지미말이 맞고 자기혼자 나쁜놈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벗어날 수 없는 본즈가 끙 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자신의 뒷목을 주물럭 거렸다.


그렇게 따지면 본즈의 집 앞에서 훌러덩 바지를 벗은 것이 논리성에서 아주 벗어난 사건일텐데...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본즈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커크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정말 이 팔불출이면서 성가시고 답답하기 짝이없는 연인이. 커크가 그런 본즈를 불퉁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비켜. 나 나갈꺼야. 라며 본즈를 문 앞에서 밀어냈다.


"잠깐. 진짜 클럽가게? 미쳤어?"

"내가 왜 미쳐. 내가 클럽가서 원나잇을 할지, 남자 다섯명이랑 몸을 섞을지. 여자랑 남자랑 섞어서 할지 신경쓰지마."

"뭐, 뭐 몸을 섞어? 젠장 지미!"


본즈가 커크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 그리고 형형하게 눈을 빛내며 앞을 막았다. 벌써부터 흰 커크의 손목에는 본즈의 손자국이 새겨졌다. 커크는 그런 본즈를 그저 무심히 쳐다보았다. 바보같은 본즈. 내가 정말 니가 헤어지자고 말한 이유를 모를 것 같아? 


본즈와는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연애를 했다. 처음에는 우연히 바(bar)의 옆자리에 앉았던 사이로 가볍게 시작되었지만 점차 시간이 갈 수록 두 사람의 관계에는 애정과 신뢰 등의 깊고 농후한것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커크에게 있어서 본즈는 첫 연인은 아니었지만 첫 사랑이었다. 많은 이들을 사귀었지만 본즈와 같은 관계가 된 것은 처음이었고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준 것도 본즈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커크는 신이 났다. 하고싶은것도 많았고 꿈꿀 미래도 길었고 설레이는 이 심장이 낯설면서 좋았다. 하지만 본즈에게 있어 커크는 마지막 사랑이었다. 이미 한번의 이혼경험과 연륜은 마지막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실한 마음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그 사랑이 도달한 결과, 자신은 커크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 커크는 젊다. 혈기왕성하고 사람 자체에 빛이 난다. 누군가를 자신에게 끌리게하는 신비한 매력이 있으며 늘 어디에서나 당당했다. 그런 지미를 자신이 계속 붙잡고 있어도 되는건가. 자신은 이제 성장이 끝난 사람이다. 그 처럼 늘 자극적이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없다. 그가 성장하는 새싹이면 자신은 시들어가는 나뭇잎이다. 그러니까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가게 하기 위해. 고리타분하기 짝이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커크는 본즈의 이런 생각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쫄려서 도망치는 주제에 날 막을생각을 어떻게 해?"

"겁먹은거 아냐."

"웃기지마, 겁쟁이. 내가 니 생각하나 모를 것 같아?"


일년이면 짧지만 긴 시간이야, 본즈. 그리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고. 커크가 자신의 손목을 붙잡는 본즈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히려 이럴땐 어린쪽이 부담스러운 관계가 무섭다고 도망치지 않냐고. 본즈, 넌 너무 예민하고 섬세해. 가끔보면 겁쟁이고. 


"내가 너무 어리고 철없어서 싫어졌어?"

"...그건 아냐."

"내가 병원장 손자라는게 부담스러워서 도망치고 싶었어?"

"놀라긴 했지만 그것도 아냐."

"그러면 그냥 내가 싫어졌어?"

"...아냐."


그럼 뭔데? 커크가 웃으며 본즈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서려있었다. 그 눈망울을 보자 본즈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손목을 잡아 당겨 자신의 품에 커크를 담고서는 온 힘을 다해서 그의 등을 꽉 끌어 안았다. 내가... 내가 너 안놓아주면 어쩌려고 그래. 지미. 커크의 바로 귓가에 낮게 속삭이며 본즈가 더 힘을주어 으스러뜨리듯이 꽉 안았다. 


"놓지마."


안 놓아줘도 돼. 놓지마. 계속 붙잡고 매달려줘. 그리고 사랑해줘. 당돌한 젊은 연인이 안긴상태로 그렇게 말했다. 뭐가 사랑을 위해 포기한다는 거냐. 커크의 그 말에 본즈는 자신이 엄청난 착각을 했고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진짜 너 오늘 큰일저지른거야. 지미. 낮게 읊조리고서는 본즈가 그대로 커크의 귓복을 세게 물고 몸을 집 안으로 밀었다. 다른 손으로 집의 문을 닫는것도 잊지 않았다.



"괜찮아. 이보다 저 큰 일도 저지를 수 있어."



자신의 계획대로 되어 더욱 의기양양해진 커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첫 본즈커크. 너무 어렵네요. 본즈커크 연성은 수백은 본것같은데...
개인적으로 얼른 젠장! 난 의사지 ㅇㅇ이 아냐! 라는 대사가 들어간 연성을 쓰고싶었는데... 제가 AU물 성애자여서 결국 현대AU물이 나왔네요. 
저 이런사이에 약해요. 뭔가 친구사이인데 너네그거친구아냐... 같은 그런사이! 


처음 시작은 당신 때문이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당신이 좋아서, 더 가까워 지고 싶어서, 더 알고 싶어서, 같은 것을 하면 옆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시작한거였다. 지금은 피아노 그 자체에 즐거움과 만족을 얻고있긴하지만 분명 시작은 당신 때문이었다. 


***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였다고 이사장실에 불려가 혼이 났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대회에서 입상을 한걸로 자만에 빠진거냐고 자신을 닦달하는 이사장의 모습에 이제 전처럼 초조해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제 어찌되었든 좋았으니까. 다 끝났으니까. 


고개를 한번 꾸벅이고서는 이사장실에 나와 문을 닫았다. 닫히는 순간에 큰 한숨소리가 들렸지만 그것 또한 아무런 상관 없었다. 이제 다 끝났다. 나는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는것이 아니라, 이제 아예 피아노를 포기했고. 피아노를 치지 않으니 이사장은 날 후원할 이유가 없을테고 그러면 사립학교를 다닐 돈이 없으니 이 학교를 나가야 할 게 분명했다. 그러면 공립으로 전학을 가게 되는걸까. 그 정도의 돈이 우리집에 있을까. 일을 시작해야하는 걸까. 내가 피아노 말고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 우뚝 복도에서 멈춰섰다. 아니, 방금 전 말은 취소. 피아노를 포함해서 할 줄 아는게 뭘까.


세바스찬과의 피아노 연습 후, 크리스는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이제 더이상 대회도중 세바스찬이 한 실수가 일부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세바스찬이 일부러 져준거든, 아니든 어쩌란말인가. 자신은 세바스찬의 발끝도 못따라가는 실력인데. 


세바스찬과의 대결 이후, 그 다음날은 수업도 빠지고 하루종일 피아노만 쳤다. 학교의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수위 아저씨를 관객 삼아 계속 피아노를 쳤다. 미친듯이 치면서 느끼는 감정은 불안감과 공포였다. 아무리쳐도 따라갈 수 없는 실력차와 알기 싫어도 자신의 귀로 들리는 재능차이. 치면칠수록 비교가되었고 연주는 우울함만을 낳았다. 


계속 치다보니 알 수 있었다. 자신은 그의 발끝에도 따라갈 수 없다고. 그와 자신의 재능은 확연하다고. 만약 자신이 그보다 더 노력한다해도 탄생으로 주어진 이 차이는 따라잡을 수 없다고. 재능이 왜 재능(gift)인가, 말 그대로 하늘의 선물이기 때문 아닌가. 하늘의 선물을 고작 인간따위가 어찌 따라가겠는가.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에 매달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포기하면 편하다, 계속 부딪치니 괴롭고 힘든 거다. 잊으면 된다.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다. 




크리스는 오늘도 여러명의 이들과 몸을 섞었다. 원래부터 이렇게 방탕하게 굴었던건 아니다. 피아노에 몰두하고 있을 때는 다른 것에 몰두할 시간이 없어 이러지 않았다. 


다수의 인원과 몸을 섞으면 정신없이 뒤로 몰려오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렇게 하여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어서 좋았다. 아니, 때때로 자신과 몸을 섞는 이들에게 자신을 좀 더 모질게굴어달라고 애원한적도 있으니 자기파괴적인 행위로 이런 일탈을 즐기는 걸지도 몰랐다. 돈으로 자신의 뺨을 쳐달라하고, 창녀라고 욕을 해달라하고, 묶어 놓고 방치해달라고도 했다. 뭐가 되었든 자신을 파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소도 구하기 쉬웠다. 이 연주실은 세바스찬과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바스찬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 자신만의 공간이 된 셈이었다. 


'그래봤자... 얼마 안있으면 나도 없어지지만.'


피아노 위에 납작 엎드려 박힐때는 흔들려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어줄 돈도 없으면서 이대로 피아노가 부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피아노를 치지 않으니 시간은 남아돌았다. 아무리 남자들이랑 몸을 섞는다해도 하루종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럴때면 집에 돌아가 침대에 박혀 하루종일 잠을 자거나, 아니면 영화를 다운 받아 보곤했다. 집중할만한 것이 필요했고 또 시간을 허비할 만한 일도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잠을 자도, 영화를 봐도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무엇을 해도 활기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저 이 무료한 시간이 얼른 흘러가길 바랬다. 


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내일이 되면, 모레가 되면, 일 년이 지나면 뭐가 달라질까. 나는 뭘 원해서 시간이 이렇게 흐르길 원하는 걸까.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를 바라보며 크리스가 멍하니 생각했다. 아무것도 달라지는게 없다. 자신의 삶은 이제 늘 이렇게 무료하게 흘러갈 것이었다. 피아노 하나만 사라졌을 뿐인데 크리스의 세상은 빛을 잃고 허무해졌다. 피아노, 아 피아노. 다시 한번 생각을 떠오리니 울컥 무언가 솟아 올랐다. 


내가 왜 그렇게 피아노에 죽자살자 매달렸을까. 도대체 언제부터 쳤을까. 나는 치면서 즐거웠던 걸까.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 무엇이. 


눈을 감으면 피아노의 소리가 들렸고, 아직 딱딱하게 굳은 손은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분명 즐거웠다. 피아노를 치는거. 어머니가 일하는 카페에서 마감시간에 퇴근을 기다리면서 처음 쳤던게 시작이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니 마음대로 갖고 놀아도 된다는 주인의 말에 처음 생긴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그 때가 다섯살이었을까, 여섯살이었을까. 질리지 않고 계속 치고 있자 아르바이트 누나가 체르니이니 뭐니 교본을 가져다 주고 가볍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처음 시작은 분명 순수했다.


그저 치는것이 즐거워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야만 하는 무료한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게 즐거워서. 저의 손가락에 만들어지는 음악이 아름다워서 가끔 저의 연주를 들으며 박수를 쳐주는 점장님이 좋아서. 즐거우니까 더 치고 싶어서, 더 잘하고 싶어서. 분명 그래서 시작했던 거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재능을 주지 않은 것일까.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까, 재능이라도 주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세바스찬 스탠은 다 가졌는데, 하나도 아쉬울 게 없는 놈인데. 왜 그 개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나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일까. 노력을 해서 따라잡을 수 있다면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저의 수준차이는 그 정도가 아니다.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장벽, 철저한 재능 차이. 그 모든것이 크리스를 괴롭히고 허탈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정말 재능의 차이는 불공평하다. 너무 불공평하다, 어쩔 수 없는 불공평함이다.

어떻게 해서도 센스는, 재능은 따라갈 수 없다.

매달리면 매달릴 수록 무력감과 허탈감 그리고 열등감에 자기 자신만 죽어갈 뿐이다.

자신은 이미 재능 차이 하나만으로 남에게 악담을 퍼붓는 최악의 인간이 되었다. 이제 그만 인정하고, 포기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자꾸 피아노 생각이 나는 것이란말인가.




이사장은 예상 외로 너그러운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아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크리스를 향한 장학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크리스를 불러 피아노를 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데려온 학생이니 끝까지 책임을 질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사장의 마음을 대충 깨달은 크리스는 이대로 퇴학을 기다리는 것보다 자퇴를 하는 것이 더 빠르다 생각하여 학교를 무단결근 하기 시작했다. 다시 이사장의 얼굴을 보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 자퇴서는 우편으로 보냈다. 아무말 없이 처리해줄 것이라 믿었다. 


학교를 나가지 않는 크리스에게 가족이 염려와 분노를 동시에 보냈다. 왜 갑자기 피아노를 관둔거냐는 어머니의 말에 교육비도 안대주면서 무슨 말이냐고 꽥 소리를 질렀다. 그것이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이란것은 알았지만 그리 말하지 않으면 계속 캐물을 것 같아서였다. 차마 가족에게 자신의 추악한 질투와 열등감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그 뒤로 크리스에게 피아노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하라고만 하였다. 어떻게 해야할까, 누군가 정해줬으면 좋겠는데. 삶의 목표도 이유도 잃은 크리스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유가 속박이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리고 있다 라는 표현이 맞을정도로 지내고 있을때, 뜬금없이 세바스찬에게 메세지가 왔다. 만날 수 있냐 라는 말 부터 시작해서 요즘 학교에 왜 안보이냐 등등. 그와 '그날'이후 학교를 다니고 있을 적에도 마주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자신이 '요즘' 학교에 없다는 것을 알고있는 것일까. 답장은 보내지 않고 메세지는 오는족족 지웠다. 꼴도 보기 싫었다. 그만 보면 자신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살리에르가 되었다. 분명 나중에는 미칠것이었다. 


지워도 지워도 오는 메세지에 익숙해질 무렵, 느닷없이 늦은 밤에 전화가 왔다. 한 통을 받지 않고 그냥 보내자, 받지 않으면 집으로 전화를 건다는 메세지에 어쩔 수 없이 다음 전화를 받았다. "...선배예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지금 어디 있어요?"

"집. 왜 전화했어. 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

"...선배 잠깐만 나와요, 할... 할 얘기가 있어요."

"전화로 해. 꼭 만나서 해야하는 이야... 잠깐만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만나서, 만나서 해요. 선배."

"너 울어? 지금?"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는 갈라지고 쇠어있었다. 늘 덤덤한 목소리만을 기억하고 있던 크리스에게는 예상치 못한 소리였다. 침대에 누워서 통화를 받고 있던 크리스는 들리지 않게, 작게 허어 하고 한숨을 내뱉고서는 머리를 긁었다. 도대체 얘는 뭐가 문제여서, 이렇게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 왜 이렇게 자신에게 참견을 하는지. 크리스는 지금까지 줄곧 세바스찬에 대해서 생각은 했어도, 세바스찬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오기...오기 싫으면, 제가 찾아갈게요."

"잠깐만, 찾아온다고? 우리집에? 너 우리집 주소는 어떻게 알아?"

"그냥...그냥 얘기하고싶은게 있어요. 선배. 여기 선배네 동네 근처 공원인데... 귀찮으시면."

"니가 우리집에 오면 뭐라고 설명해!"


그냥 학교의 친한 후배라고 얼버무릴 수 있지만 크리스는 세바스찬을 그런식으로 소개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세바스찬의 존재 자체가 크리스의 열등감이었으니 자신의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강제적으로 치부가 드러나는 느낌일게 분명했다. "내가 갈게.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세바스찬을 다시 보고싶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크리스가 전화를 바로 끊고서는 침대 위에있는 남방을 걸쳤다. 


***


도대체 우리집 주소는 어떻게 알고, 여긴 어떻게 찾아왔는지. 주 타겟이 아이들인 공원은 밤이 되자 텅 비어있었고 세바스찬만이 주인인 것처럼 혼자 있었다. 그네 위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인영은 그 어느때보다 작고 왜소해보였다. 끼익끼익- 들리는 철의 울음소리만이 공원을 채우고 있었다. 크리스는 벌써부터 피곤함이 들었다. "헤이." 그에게 다가가면서 작게 불러보자 숙여있던 고개가 번쩍 하고 들렸다.


"...선배."

"도대체 너 여기서 뭐하냐?"


지금까지 줄곧 세바스찬의 피아노에 대해서는 신경을 써왔지만 정작 그 본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는 세바스찬의 기행들이 모두 이해가 가지 않았고 또 왜 이러는지 추측도 되지 않았다. 그저 그만 보면 좋지않은 것들만 생각이 나니 피하고만 싶었다. 더이상 자신의 열등감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한숨을 깊게 내쉬자하얀김이 모락모락 나왔다. 침대 밖에 나오는게 추워졌다 싶었더니 훌쩍 겨울이 오고있었나 보다. 추워 빨갛게 부은 코로 훌쩍이며 양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대화는 없었다. 할말이 있다고 해서 날 부른건 이새끼인데 정작 친히 납셔줬는데도 아무말도 없었다. 


"...할 얘기 있다면서. 빨리 말해, 아니면 나 그냥 갈꺼..."

"중학교때 선배가 피아노 치는 걸 봤어요."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학교 때? 피아노? 언제 본거지? 근데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왜 해? 그때면 더 못쳤을 땐데? 정말 좆구렸다고 얘기하고싶은건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세바스찬의 말에 크리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네위에 앉아있는 세바스찬을 내려다보았다. 지금은 눈물을 그친 상태였지만 빙금 전 통화를 하고 있었을 때 울어서 그런가 젖어있던 볼과 빨갛게 부어오른 눈이 신경쓰였다.


"처음엔 피아노에 관심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선배가 연주하는 걸 보고 관심을 갖게 된거예요. 진짜예요. 그 때는 아버지때문에 억지로 연주회에 끌려가서... 저 그 때 선배랑 얘기도 했어요. 기억 안나시는 것 같지만. 그 때 모차르트 이야기도 했었어요. 저는 잘 몰라서 알아듣진 못했지만...선배가 연주한거 보고 선배랑 대화해보고 관심이 생겼어요. 피아노에. 그냥 나도 선배처럼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 날 바로 피아노를 시작했어요."


세바스찬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점점 치는 것이 재미있어졌어요. 그리고 점점 치면 칠 수록 선배랑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절 이 세계로 이끌어 준 분이니까. 그 뒤로도 계속 생각났거든요. 그래서 보스턴으로 오게 되었어요. 선배가 여기에 다니고 있으니까. 같은 학교에 다니면 좋을 것 같아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연주도 하고... 그러면 더 좋을 것 같아서. 항상 생각했어요. 연주회도 가고...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지 몰랐지만."

"...말하고 싶다는게 그거였어?"

"아니요, 이게 아니라. 그러니까. 아, 저 그 때 일부러 의도해서 실수한거아니예요. 진짜로 그냥 실수한거였어요. 절대 선배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예요. 제가 왜 그랬겠어요, 선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진짜...!"

"그만! 그만말해! 됐어! 됐다고! 도대체 뭘 얘기하고싶은거야?"


가만히 있던 크리스가 세바스찬의 이야기를 듣다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이야기에 크리스가 어떤 반응을 줄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지만 이런 반응은 범위 밖이었다. 크리스는 세바스찬의 뜬금없는 과거의 이야기에 황당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세바스찬이 얘기하고자 하는게 무엇인가? 그토록 싫어하던 세바스찬이, 존재 자체가 싫은 세바스찬이. 도대체 왜 보스턴까지 와서 나를 위협하냐고 마음속으로 백번 소리를 지르게 만든 세바스찬이. 자기 자신때문에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왔다? 자신을 열등감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던 놈이 자기 자신때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정말 듣자듣자하니 기가 차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니까 그의 말은...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것 아닌가? 


세바스찬이 싫어서, 왜 도대체 너는 여기에 왔냐고. 나를 이런 괴물로 만드냐고 외쳤는데.

그를 만든것 자체가 자신이었다니. 

이런 코미디도 따로 없었다. 그 연주회가 어떤 연주회인지는 몰라도 당장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뒷통수를 세게 때려 못나가게 해주고 싶었다. 


"진짜... 진짜 어이없다. 그게 하고싶은얘기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 참. 진짜..."


이제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너는 왜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거야. 겨우겨우, 다 네탓이라면서 눈을 감고 귀를 막았는데. 그런 너를 탄생한게 과거의 나라니. 그러면 난 누구에게 이 감정을 맡기면 돼? 누구 잘못이라고 떠밀면 돼? 모든게 내가 나쁜거야? 그냥 재능있는 니가 나쁘면 안돼? 왜 재능 없는 내가 또 나빠야해? 넌 다 가졌잖아. 그냥 니가 잘못한거면 안되냐고. 


왜 이렇게 불공평해야해? 


꼴사납게 그의 앞에서 울고싶지는 않았다. 이제 정말 끝이다. 집에 가서 수면제를 찾아보고 한통을 전부 다 먹고 자살하고 싶었다. 아니, 수면제로 자살 안된다고 했던가. 모르겠다. 목 멜 자신은 없으니 미친척 그러고 잊고 싶었다. 아니, 그냥 여기서 벗어나야겠다. 더이상 세바스찬과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크리스가 다시 코를 훌쩍이며 뒤를 돌렸다. 그러자 "선배... 잠깐만요, 제발!" 하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손을 붙잡는 감촉이 느껴졌다. 이게 뭐냐고 놓으라고 신경질을 내려했지만 자신의 손을 잡는 촉감이 이상했다. 크리스가 고개를 아래로 내려보았다.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손은 칭칭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너...이게 뭐..."

"좋아해요. 크리스 선배."


손이 왜이렇게 되었냐고 물으려는 순간 망치로 뒷통수를 때리는 것과 같은 말이 들려왔다. 세바스찬은 다시 울먹이기 시작했다. 


"제가...제가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게... 그게 말하고 싶었어요. 좋아한다고..."


그게 말하고 싶었다. 좋아한다고. 어쩌면 중학교때 그 첫만남에서부터 반했던걸지도 모른다. 첫 만남 이후부터 단 하루도 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모차르트가 좋다던 그의 말이 떠올라 항상 모차르트 곡만을 고집했었다. 같은 학교에 오게 된 이후,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같이 있으면 좋고 이야기 하고 싶고 연습을 하고 싶고. 아직 사랑을 몰랐던 저이기에 이 모든 감정이 '동경' 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그 날'에 알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이 동경이 아님을. 동경이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몸을 섞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을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잠들기 직전에 계속 생각할리 없으니까. 그게 나였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안할테니까. 


감정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크리스는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자체가 싫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에도 둔한 자신은 타인의 감정에도 둔했다.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은 슬프지만 알고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싫어하는 지는 몰랐다. 왜 크리스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왜 자신때문에 피아노를 그만 둔다고 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자신이 싫다기에 그의 앞에 나타날 순 없었지만 보는 것을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몰래몰래 말 없이 그의 반을 창문 너머로 보거나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늘 눈으로 쫓았다. 하지만 고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크리스가 학교에서 종적을 감췄다. 듣자하니 자퇴를 할 생각 인 것 같았다.


피아노 때문이다. 세바스찬은 그제서야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미워하는 이유. 대회와 그의 자존심. 자신때문에 그만두겠다는 말. 그리고 끝내 알아버린 그의 열등감. 


자신이 그를 파괴하고 있었다. 

나의 손이.

나의 연주가.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깊게 고민한 것도 아니었다.

세바스찬에게 우선순위는 늘 피아노가 아니라 크리스였다.


나의 손과 연주가 그를 망치는 거라면 부수면 되었다. 


"다시는...다시는 피아노 안 칠게요. 선배. 이런게... 이런게 선배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진 모르지만. 저... 저 진짜 안쳐도 괜찮아요... 진짜."


"선배... 학교 그만 두지 마요. 선배, 저 때문에 그러는 거면 그러지마요. 제가... 제가 전학 갈게요."


"저 진짜...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선배. 저는 진짜 선배랑 가까워 지려고 그런건데. 그런데. 진짜..."


아직 피가 멈추지 않던 손을 남들 눈에 띌까 대충 붕대로 감고 온 것이었다. 통증 때문인가 감각이 없어 자신이 제대로 크리스의 손을 잡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잡아야 했다. 지금 놓치면 더욱 영영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세바스찬은 감정이라는 것이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감정은 오로지 쌍방향인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일방적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감정이라는 것은 이유도 없이 생기기도 했다. 불공평하게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만 애타고 자신만 매달리고. 그런데...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다. 상대방에게 마음이 생기지 않는데...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것도 아닌데. 불공평하게도 둘 중 우위는 언제나 크리스였다. 세바스찬은 늘 질 수 밖에 없었다.


가끔은 이런 자신만 매달리는 불공평한 상황에 분통이 터질때도 있었다. 그 때가 언제였던가. 크리스가 일방적으로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3시간 정도 바람을 맞을 때였다. 많이 기대하고 있었는데 말도 없이 나타나지 않아 화가 잔뜩 났었지만, 나중에 자신에게 잘 웃지 않던 그 얼굴이 미안함을 잔뜩 묻고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 순간 사르륵 하고 풀렸었다.


이건 진짜 불공평하잖아.


재능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면 감정은 누구의 탓을 하면 좋을까. 오로지 저의 마음에서 태어난 이 산물을 어찌하면 좋을까. 왜 자신에게 저렇게 못되게 구는 사람이 좋아서.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아는데도 그런데도 너무 좋아서. 세바스찬이 다시 한번 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비명을 질렀고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제발... 다른 사람이랑 자지마요. 그러지마요."


결국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을까. 그러면 나 진짜 최악인데.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손을 잡아 당겼다. 말없이 끌리는 그의 손에 자신의 얼굴을 부볐다. 





세바스찬의 예상치 못한 고백에 크리스가 하하, 하고 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마른웃음은 점차 활력을 띄우더니 미치광이처럼 하하하하! 하고 큰 웃음소리로 번졌다. 이건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아까부터 세바스찬의 이야기는 전부 상상도 하지 못했었지만... 자신 때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는 것도 놀랄 노자였는데. 이제는 나를 좋아한다고 절절하게 고백한다. 이건 정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보통 고백을 받을 때 웃는다곤 했지만... 아마 이런 감정때문에 웃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의 손을 잡아당겨 얼굴을 비비고 있던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웃음에 놀랐는지 고개를 올리고서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잘 따른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이유로 따르는 건 줄은 몰랐다. 크리스가 혼자 킥킥 거리며 웃으며 돌린 몸을 다시 바로잡았다. 세바스찬과 마주하고서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듯이 앉았다. 그네에 앉아있어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있던 세바스찬이 이제는 자신보다 높은 시야를 차지했다. "선배...?" 이제 알 수 없다듯이 표정을 짓는 건 세바스찬 쪽이었다. 크리스는 주저앉은 그대로에서 대답하지 않고 세바스찬의 다친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리고서는 살살, 다치지 않게 붕대를 풀어주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것인지, 손에는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손가락을 살짝 건드리자 움찔 하며 세바스찬의 몸이 떨렸다. 아마도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많이 아파?" 크리스가 한번도 세바스찬에게 들려준 적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 얼떨떨한 세바스찬은 그저 크리스만을 부를 뿐이었다. 크리스도 세바스찬의 부름에 답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할 일만을 했다. 자신은 의사가 아니라서 그가 얼마나 다쳤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뼈 자체가 아작이 난 건 아닌 것 같았다. 크리스가 호오- 하고 입으로 불어주었다. 그리고서는 "많이 아파?" 하고 물었다. 세바스찬은 창백하게 얼굴만 굳히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바스찬. 방금 전 말을 듣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네."

"역시 너는 피아노를 계속 쭉 쳐야할 것 같아."

"...네?"


세바스찬이 놀란 눈으로 크리스를 쳐다보았지만 오로지 정수리만 보일 뿐이었다. 크리스는 세바스찬의 손만 보면서 말을 이었다.


"네가 피아노를 계속 치면... 다른 사람이랑 자거나 그러지 않을 게. 원한다면 너랑 자줄 수도 있어. 학교도 다니라면 다닐게. 이사장이 허락할 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무슨..."

"대신 있잖아. 나는 너를 평생 좋아하지 않을꺼야."


그제서야 크리스가 고개를 올려 세바스찬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울음을 멈추지 못했던 세바스찬이 지금에서야 놀라 눈물을 멈췄다. 


"평생 네 옆에 있으면서 너를 싫어할꺼야."


이게 공평하잖아. 나도 내가 갖고싶은 걸 못가지고, 너도 니가 갖고 싶은것 못가지고. 의외로 신은 공정한 것 같아. 이래야 수지가 맞지. 그치? 

크리스의 말도안되는 제안에 세바스찬이 아연실색을 하며 쳐다보았다. 그와의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식의 전개는 더더욱 바라지도 않았다.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크리스는 그러건말건 실실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니가 날 좋아해서 다행이야."


니가 나에게 열등감이라는 불행을 선물한 것 처럼, 나도 너에게 불행을 선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크리스가 그 말과 함께 세바스찬의 피묻은 손에 쪽 하고 입술을 부비었다.




이미 모든게 뒤늦은 상태였다.


***


"...왜 이렇게 저장했어요?"

"뭐가?"


세바스찬이 크리스의 물음에 쥐고있던 스마트폰을 옆으로 건네주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몸은 하얀 시트 위에 겹쳐져 있었다. 크리스는 푹신한 베개에 묻고있던 얼굴을 세바스찬쪽으로 돌렸다. 그리고서는 눈썹을 한 번 까딱 올리고서는 건네 쥔 스마트폰을 보았다. 모차르트. 크리스는 세바스찬을 그렇게 저장해놓았다. 아- 이거? 크리스가 베시시 웃으면서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푹식한 촉감이 마음에 들어 자주 이런짓을 하였다. 세바스찬은 자신의 얼굴을 가린 크리스를 보고 그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쪽으로 좀 더 당겼다. 그리고서는 보채지않고 천천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넌 나에게 있어 천재 모차르트거든. 그래서. 그리고 나는 너를 질투한 살리에르."

"...제가 모차르트고 선배가 살리에르예요?"

"응. 딱 맞지?"


다시 크크큭 하고 자조적인 웃음이 들려왔다. 

세바스찬은 그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거 알아요? 모차르트의 재능에 질투해 미쳐버린 살리에르 이야기는 <아마데우스>에서 만들어진거고 실제로는 오랜시간 동안 평안하게 왕궁에서 궁정음악가로 지냈데요."

"아, 진짜? 영화가 날 속였네."

"네. 그러니까 그런식으로 비유하지마요."


세바스찬이 다시 크리스의 스마트폰을 뺏고서는 꾹꾹 눌러 연락처에 있는 자신의 이름을 바꿨다. 크리스의 제지는 없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실제의 역사를 따지면 두 사람은 아무런 관계도 점접도 시기도 열망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싫다, 그런식으로의 비유는. 결국 자신과 크리스와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 처럼 들려서.


이제 더이상 두사람간의 대화는 없었다. 크리스는 다시 잠이 든 것인지 조용히 숨소리만을 들려주었고 세바스찬은 한쪽 팔로 자신의 머리를 기대고서는 크리스의 뒷통수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심심해서 나머지 한쪽 손을 들고 크리스의 새하얀 등을 만졌다. 오늘은 화창한 일요일 오후였고 날씨는 따뜻했으며 들어오는 햇빛이 둘을 축복하듯이 비춰주고 있었다. 크리스의 등을 만질거리고 있던 세바스찬이 이제는 손을 세워 마치 피아노를 치듯이 크리스의 등을 두드렸다.


솔,솔,레,미,미,도,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연주였고 건반은 당연히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모차르트라. 크리스가 자신을 모차르트라고 비유했다. 세바스찬이 혼자 장난 연주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실제 모차르트가 어땠더라.




어린 나이에 일찍 병을 앓고 죽지 않았던가?



열어놓은 창문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침대까지 들어온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릿결을 간질어주었다.



-


감정과 재능은 정말 불공평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다는 점이 말입니다.







포스타입 만들었습니다.


http://junkfood.postype.com/


티스토리와 포스타입, 두 곳에 동시에 연성 백업할 예정이오니 편하신 곳을 선택해서 이용해주세요.


개인적으로 포스타입은 깔끔하고, 글씨체가 이뻐서 좋고

티스토리에는 연성 이외에 제가 혼자 비밀일기같은 것도 작성하고 있어서 애정을 갖고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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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이용방법  (0) 2015.11.19





[마감]


1.

글을 쓰는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쓰는것도 힘들지 않기 때문에 원고를 하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 표지 커미션에는 100p라고 말했는데~ 더 말할걸 이라고 생각 할 정도로...?


2. 

하지만 힘든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퇴고. 글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퇴고의 과정이 이렇게 힘든지도 몰랐다.


3.

퇴고를 위해 복사하고 붙여넣고 맞춤법 검사기에 돌리고, 검사기에 나온것을 다시 한글로 복사하고 붙여넣고. 의외로 중 노동이다.

재미도 없으면서 집중을 해야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가끔 퇴고로 보는 나의 자잘한 오타들은 그야말로 수치플(웃음)


4.

회지작업을 도와주신 아주 고마우신 타 장르러분의 말씀으로는 "..." 을 중간에 띄워진 "..."으로 바꾸어야 맞춤법에 맞다고 하였다. 당연히 나는 그것을 몰랐고 3편의 책과 세즈반스 소장본을 모두 바꿔야했기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5.

결국 우역곡절 끝에 전부 바꿨고 결국에 책임과 사랑은 늦어져 현대 프린팅으로 당일 인쇄를 하러 갔어야했다.


6.

가장 힘든건 AdultBucky에 신음소리를 바꾸는 거였다..흐읏,흑.흐앗 같은 부끄러운 말을 전부 바꿔야했다. 전부!


7.

원고를 하는 것을 아는 실친이 "힘들지 않아?" 라고 물어본적이 있지만 퇴고과정이 힘든것은 있어도 원고를 하면서 힘든적은 없었다. 사실 Nightmare는 이미 하루만에 완성을 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두 책만을 쓰면 되었다.


8.

첫 행사를 3권으로 나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다 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으음. 행사라고는 전장르 온리전, 마블온, 스른전 이렇게 세번밖에 가보지 않아서 잘 몰랐다. 그런데 시간순으로 따지자면 사실상 내 책은 400p의 세즈반스 소장본이기때문에...


9.

그리고 나중에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에게 들어보니 저 ... 은 이제 그냥 ... 으로 써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쩜오온]


1.

일단 디페스타때 경찰이 왔던 일이 있어 나도 조심을 했다. 밤새서 장르퀴즈를 내고(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안된다) 샘플에 책을 올려두면 안될 것 같아 샘플로 올려둘 표지를 준비했다. 


2.

행사장 도착. 나와 친구는 일찍 가서 줄을 섰기때문에 10시 5분도 안도디서 들어갔다. 들어가면 일찍 책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오산이었다.

왜냐하면 존잘님들이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왜 일찍 갔지? 란 생각이 사아알짝 들었다. 사아아아알짝.


3.

친구가 부스를 차지하면 내가 책을 사러가고. 내가 부스에 자리를 차지하면 친구가 책을 사러가는 방식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부스가 너무 안열려서 나와 친구 두명이서 처음에는 부스를 지켰다.


4.

그때 웬 남성분이 와서 내 옆자리에있는 부스가 열렸는지 안열렸는지 물었다. 마침 내 부스의 옆자리는 비어있었고 오시지 않았다고 하자 그냥 갔다.

아마도 이 남성분은 그때 샘플칸에 19세 표지가 없는 츠무츠무로된 표지때문에 그냥 간 것 같았다.


5.

중간까지는 즐거웠다. 경찰도 오지 않았고 뭐이상한것도 없었고. 회지도 마음껏 사러 다니고. 경찰도 없다 판단하여 책을 샘플칸에 올려놓았다.


6.

내가 자리를 지켰을 때, 우리는 프로필 인증과 장르퀴즈를 해야했고 가능하면 샘플을 보여주지 않는 노선을 취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평소 좋아하던 존잘님도 뵐 수 있었고 본계의 트친도 뵐 수 있었다. 친구 또한 신나게 회지를 사면서 지인분들을 만나러다녔다.


7.

피드백을 주신분이나 뵙고싶었던 몇몇분들이 있었고 좋아하시던 존잘님이 구두예약을 하셨기에 두근두근 거렸다. 

하지만 내가 뵙고싶었던 분과 존잘님은 친구가 부스를 지키고 있었을 때 찾아간듯 했다. 타이밍...


7-1.

과자를 주신 분들이 있었다. 이 계정으로는 아무와도 교류를 하지 않았기에 이런 걸 받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 친구가 과자를 받았을 때도 있고 대부분의 분들이 성함을 얘기하시지 않으시고 주고 가셨다.

친구는 친구가 받아서, 나는 나대로 받을 줄 몰라서 대부분 어버버 거렸던 것 같았다.

다시한번 보잘 것 없는 변방의 연성러에게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친구도 안주고 저 혼자 먹었어요(못됨)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거 나한테 주는거 맞나...? 라는 의문이 든다. 어...나한테 주시는게 아닌거면 어쩌지.



8.

실수로 구두예약분까지 판매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현장판매분의 책은 9권,7권,7권 정도였는데. 현장판매분을 다 팔아버리고 구두예약까지 몇권 팔아버린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일단 현장판매분은 없다고 하며 몇몇분은 돌려보냈다


8-1.

하지만 예상외로 구두예약하신 분이 책을 찾아가시지 않았다. 스벜쪽은 15권정도를 찾아가시지 않았다.

다행히 수요가 많아서 완판을 찍기는 하였지만 수량조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당황) 현장판매분을 만들지 말아야하는 건가?


8-2.

그 외에 벜스의 경우에는 친구가 "앗, 이분 내 지인분이신데...안 찾아가셨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차..찾아가시라구 해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없어보여서 가만히 있었다. 


9.

그러다 결국 사건은 발생했다. 그 남성분이 와서 책을 구입하겠다고 하여 구매를 못하게 하자 몰카를 찍은 것. 스텝분에게 발견되어 지워졌지만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10.

분명 퇴장조치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재 입장을 한것인지 계속 부스주위를 맴돌았고, 결국 다시 신고를 하여 재퇴장을 시켰다.(심지어 따따님의 책을 구매하려고 했었다. 가서 말렸지만.)


11.

여자친구 부스가 있다~ 라는 말로 둘러대었다고 들었으나(스텝분에게 다시 여쭈어보았다) 몰카를 찍다 걸린 사람 + 이미 여러번 걸려 스텝분들이 인상착의를 알고있던 경우라 통하지 않은듯했다.


12.

나와 친구는 바로 기분이 나빠졌고 짐을 싸서 돌아갔다. 

후에 걱정이 되어 통판에 대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통판을 진행하지말아라 라는 조언을 들었다.


13.

특히 친구가 너무나도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 때문에 좋지 않은 경험을 시킨 것 같아 미안했다.


14.

이 친구는 앞으로 나와 행사를 자주 가 줄 것이고(예정), 행사를 참가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판매하러 가줄 것이고(예정)(웃음) 이어서 더더욱 걱정이었다.



[통판]


1. 

통판을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약 30권의 재고가 남게 되었다.(통판분이 30권정도)

그렇게 되면 자리차지하는것이 골치인것도 골치였지만 선입금으로 돈을 미리 받고 이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가 싶어 인증절차를 거쳐 통판을 하게 되었다.


2.

이게 뭐라고 인증을 하나 싶기도하고, 인증절차를 거치면서도 대단히 죄송스러웠다. 몇몇분은 화가나시지 않나 싶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3.

현장판매분과 통판, 둘다 장르퀴즈를 틀려서 책을 구입하시지 못한 분들이있으시다...

굉장히 죄송스러웠다. 내 책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아무것도 아니신것을 구매해주시는 분들이있다. 그런데 나는 상황을 의심해야한다.

우울해지는 이야기다.


4.

장르를 라이트하게 파실 수도 있다. 그러실경우에는 장르퀴즈를 맞추시기 어려우실지도 모른다. 나와같은 경우에도 타 장르는 정말 라이트하게 파기때문에 장르 퀴즈를 맞추라고 하면 분명 틀렸을 것이다. 이분들은 나쁘신게 아니다, 그저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 안타깝다. 정말 죄송스럽다....


5.

통판 인증 시스템을 거치게 되면서 꽤 우울해졌다. 돈은 아무문제도 아니다, 환불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 자체가 우울했다.


6.

처음부터 통판 선입금 같은거 하지 말 걸 이라는 생각과 다음부터는 행사를 나가지 말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다.


7.

결국에는 재고가 꽤 생기고 말았다. 


7-1.

책이 판매되지 않은 것이 슬픈이유는 돈 문제나 자리차지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내 글이 필요로 되지 않는다. 라는 것이 시각적으로 인증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8.

그래도 통판을 통해 인증문제를 거치게 되면서 평소에 호감으로 느끼며 관음하고 있으시던 분과 그리고 좋아하던 존잘님이 책을 구매해주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점 하나만이 그래도 내 멘탈을 치료해주었다... 본계를 숨기기때문에 어떻게 말씀 드릴 수 없었지만 늘...지켜보고있습니다.


13.

그리고 뒤늦게 부랴부랴 외전을 만들랴, 어덜트버키에 추가할 오메가버스떡을 만드랴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데 

어덜트 버키 책에 엄청난 실수를 발견했다...

이것은...돌이킬 수 없는 실수. 정말 죄송합니다. 


14.

멘탈은 가루가 되었고 덕분에 정말 죄송스러울 짓만 저지르고 이제 연성하지 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혼자 아, 이제 그만둘까. 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웃겼다. 아... 내가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이렇게 폼잡고 그만둘까 란 생각을 하는거지.

JunkFood같은 연성 하면서. -닉네임의 뜻-


15.

나 대단히 폼잡게 되었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내 연성의 모토는, 내가 즐거우니까. 누군가가 봐준다면 좋겠지만 아무도 안 읽어도 상관없어. 인데...


16.

앞으로도 마음대로 JunkFood와 같은 연성을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근황]


*스타트렉 커플링 이야기 있음*

*커크른*



1.

최근 본즈커크에 어마어마하게 치여서 엄청나게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2.

저는 연성러 이전에 소비러 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모든 연성을 다 찾아보고 소비합니다. 커크른이 어마어마한 메이저 인것인지 검색하면 계속 쏟아지는 연성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3. 

본즈커크로 연성해보고싶다. 라는 생각은 있지만 일단은 소비가 바쁘기 때문에 무리인 것 같습니다. 친구랑 저는 파는 커플링이 진짜 거짓말 안하고 똑같은데 요즘 본즈커크로 이야기로 불태우지만 둘다 보고싶다만 이야기 합니다.


4.

통합배송이라는 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본즈커크는 심지어 본즈커크 커플링 온리전이 열린다구요? 저 커플링 온리전이 열린거 파는건 처음이예요. 무척 기쁩니다. 최근 무한히 행복해요. 앞에 우울하고 우중충하고 잘못한 이야기만 떠들었는데 금방 행복한 이야기를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근데 너무 행복해요.


5. 

아 회지 사야하는데 돈이 부족해(웃음) 이란 고민 하는거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파는 장르의 회지는 전부 구입해서 전부 소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소비러이기때문에 요즘 정말 큰일 났습니다. 돈 벌어야해요, 돈!


6.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것에서 또 추가로 일을 받았습니다. 돈 벌어야 합니다! 


7.

이전에 출퇴근을 하는 차 안에서 (왕복 출퇴근 시간 3시간) 연성을 한다고 말했는데, 최근들어서는 본즈커크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8.

본즈커크 교류전에 꼭 신청하고 싶어요! 신청해서 모든 회지 다 사버리고 싶어요! 제가 신청할 수 있기를...! 


9.

근황 이야기라면서 스타트렉만 잔뜩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11월에 행사가 두개나 연달아있네요. 버키른이랑 스타트렉 구뉴전.

구뉴전은 위탁 입니다. 사실상 제 책보다는 선입금으로 구매하는 참가자 티켓이 더 중요해요. 아, 또 행사 이야기로...


10.

최근 피드백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딱히 피드백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타입이니 마음대로 소비해주세요. 사실 읽으시는 분들도 있으시면 헉, 있으시구나! 고맙습니다 정도의 변방 연성러이니까. 한 분 이라도 읽으시면 이미 수지 맞았다 란 기분이예요.


10-1

그래서 마음이 안찍히고, 리트윗이 안돌아도 그다지 슬프지는 않습니다. 그게 제 실력이니까요. 안읽혀져도 상관 없습니다. 그게 제 실력이니까요. 

뭐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네요.


제가 웬만하면 트위터에 떠도는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이것만큼은 제 아이덴티티랑 관련된 이야기여서 하고 싶었습니다.


10-2

제가 본계를 숨기고 연성계를 교류 없이 운영하는 이유도 <저와의 친분과 아무런 관련없이> 제 연성을 대해주셨으면 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친분으로 인해 연성을 읽고 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친밀함이 완전히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친한 사람이 있으면 더욱 관심있어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만약 제 친구들이 제가 연성을 하는것이 안다면 저와 같은 장르를 안파는데도 불구하고 리트윗을 하고 마음을 찍겠죠.


11.

방금 말했듯이 돈을 모아야하기때문에 일을 추가적으로 늘려서, 7일에서 7일 일하게 되었습니다. 응? 쉬는 날이 설마 없으신건가요? 네. 없습니다.

7일내내 8시간씩 노동합니다. 벜른전과 구뉴전을 쓸어와야하기때문에...


12.

출퇴근 시간에 연성을 하는 타입이었는데,  >>아주 최근<<에는 직업이 바뀌면서 출퇴근이 사라졌습니다. 네, 제가 최근에 연성을 빨리 올리지 않게 된 이유죠...


13.

그래도 저는 회지를 내는 것 보다 웹연성을 더 좋아하는 타입이기때문에 가능한 웹연성을 하고 싶어요. 쓰고싶은 소재가 많아서 잔뜩 묻히고는 있는데...


14..

포스타입을 만들까 생각중입니다. 모든 연성을 다시 옮겨야하는 귀찮음도 있지만 더 보기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15.

블로그는 제가 연성을 하는 것 외에도 잡소리를 가끔식 하기 때문에 당연히 냅둘 생각이며, 포스타입과 동시 업로드를 할 예정입니다.

근데 포스타입 귀찮아지면 안만들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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