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크리스를 안았다.



***



크리스 에반스는 로봇과 같은 사람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세바스찬은 그 말 이외에 어떻게 그를 표현해야할지 몰랐다. 눈은 늘 항상 죽은것처럼 내려앉아있고 입은 꾹 다물어져 있었으며 하얀 피부에는 생기조차 없어 보였다. 늘 지루한듯, 무(無)표정으로 지내고 있으며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나 슬픔 심지어는 화 조차 없어보였다. 겨울에는 차가워 보이고 봄에는 나른해보이는 듯한 그 표정은 지금처럼 누군가가 "남창새끼." 라고 키득키득 비웃으며 어깨를 치고 지나갈때도 다름 없었다.


화도 나지 않는건가?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그러지도 않았다. 관찰기간이 길어지면서 크리스 에반스에게 그런 행동들은 '평범한 일상' 이었고 대응하지 않는것도 '그' 다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대놓고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어깨를 밀쳐 캐비넷에 밀치고, 아무도 안보이는 틈에 주먹으로 명치를 세게 박는 일은 일상이었으며 그런 일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어기적 걷는 것이 그의 평범한 행동이었다. 종종 그것이 보기 불편한 것인지 몇몇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기는 했었지만 다들 그 뿐, 도움의 손길을 건내거나 괜찮냐며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도 그렇지만.


나이는 세바스찬보다 한 살 많았다. 유급인가, 학교를 늦게 들어온 것인가. 알길은 없었다. 말수가 적어 입도 열지 않는데 궁금하다고 묻는 이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자세히 보면은 브루넷 머리의 깔끔한 미남이었지만 후줄근한 티셔츠와 체크남방에 가려져 그의 진면목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학교에 공인되어있는 '남창'이라는 소문때문에 다들 모른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바스찬은 같은 클래스가 된 이후로 크리스를 줄곧 관찰해왔다. 스스로에게 왜? 라고 자문해봤자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맞고다니는 것이 불쌍해서 보는거같다 싶었는데 이제와서는 무슨 오기가 생긴 것 같다. 뭐랄까. 저 사람은 언제 쯤 웃을까? 이렇게 쳐다보는데 언제쯤은 그런 모습 한 번은 보지 않을까. 뭐, 그런 오기. 그렇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들었다.


따사로운 봄이었다. 창문을 열어두니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구름 사이로 보이는 태양이 알맞게 빛을 내리고 있었다. 창가 옆, 크리스 에반스는 그저 고개에 턱을 괴고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리깔은 풍성한 속눈썹이 팔랑 거리는 것 같았다. 


***


"괜찮으면 이거 먹어."


세바스찬이 처음으로 크리스에게 건낸 말이 었다. 같은 클래스가 된지 3개월, 관찰한지 2개월 반이 될 무렵이었다. 크리스는 세바스찬이 건낸 카스테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덥석 집었다. 도대체 이 현대사회에서 어느누가 이런 식으로 주린 배를 채울까했는데 그게 크리스 에반스라니. 학교의 수돗가에서 물로 빈 배를 채우는 광경은 영화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 


"너 내이름은 알아?"


꾸역꾸역 조용히 먹성있게 빵을 한 입 베어문 크리스에게 물었다. 그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분명 귀여운 행동인데 경직된 얼굴때문인가 무서워보이기까지 했다. 


"세바스찬 스탠이야."

"...크리스 에반스."


너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어. 그렇게 말을 하려다가 혼자 일방적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겸연쩍어 입을 다물었다. 크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말한 것이 하고싶은 말의 전부였는지 마저 빵을 먹기 시작했다. 나름 고심끝에 다가간것이었는지 이정도로 심플하니 허무할 정도였다. 


지금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관찰한 적이 있던가. 옆에 앉아 높은 콧대를 바라보며 세바스찬이 멍하게 생각했다. 딱히 그에게서 '왜 갑자기 친한척 다가오냐.' 라던가 '이 빵은 뭐냐. 동정이냐?' 라는 날 선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무심한 반응이 나올줄은 몰랐다. 굶고있는 길고양이한테 먹이를 줘도 이것보다는 더 한 반응이었을터였다. 고요함은 곧 어색함이었다. 날도 화창했고 저 멀리서는 미식축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띤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학교 뒷 건물 인적없는 수돗가. 이 흔한 날이 세바스찬이 처음으로 크리스의 세계에 다가간 날이었다. 


***


예전부터 크리스에게 말은 걸고 싶었다. 학교생활의 반,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수업시간의 전부를 그에게 할애하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존재자체도 모른다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싶었고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이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어보이는 그가 먼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리 없으니까. 가진다해도 그것이 자신일 확률은 극히 낮으니까. 


갑자기 말을 건 것에 대해 무슨 이유를 말해야 할까 등등에 신경을 썼던 처음이 힘들었지 두번부터는 간단했다. 그가 이토록 허무맹랑한 반응만 보일 뿐 그다지 쳐내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나서부터는 세바스찬은 그에게 끈덕지게 말을 걸었다. "오늘 뭐해?" "이거 먹을래?" "내가 도와줄까?" 한 번에 들어도 호의일정도의 말을 크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것도." "응." "고마워." 라는 짧은 답변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크리스에게 "세바스찬." 이라고 불렸을 때, 드디어 그의 세계에 더 한 발자국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불려졌을때 저도모르게 느껴지는 기쁨과 긴장감에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는 것을 꾹 참느라 힘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당번일을 하고 있는 그를 도와주며 생긴 일이었다. 세바스찬은 이제 어느정도 크리스에게 자신이 인지되었다고 느꼈고 그의 세계에 더 한 발자국 가기 위해서는 대담한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크리스,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뭔데?"


방과 후의 도서관은 운동장과 반대로 서늘하고 조용했다. 지하에 만들어져서일까 여름에 에어컨조차 틀지 않아도 이 곳은 늘 서늘했다. 창문이 없어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전구로만 운행이 되고 있기에 낮에도 어두컴컴했으며 이용하는 사람 수에 비해 지독히도 넓었다. 점심시간에만 잠깐 소란스러울 뿐, 이렇게 방과 후가 조금 지나면. 노을이 질 저녁시간이 될 무렵이면 늘 조용했다.


덥지도 않은데 땀은 왜 흐르는지. 세바스찬이 바짓단에 손바닥을 몇 번 비벼 땀을 닦은 후, 침을 꿀꺽 한번 삼키고서는 물어봤다. "...너한테 떠도는 소문 진짜야?" 눈을 마주치며 물어야 할까, 아니면 피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아, 멍청이. 이렇게 고민을 하는게 눈을 피하는 거잖아.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 몰랐다. 그러고보니 오늘 크리스는 그를 유독 심하게 괴롭히는 케빈에게 어깨가 밀쳐져 얼굴이 크게 캐비넷에 박혀 푸르덩한 멍이 생겼었다. 최근 세바스찬이 크리스에게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점차 그를 향한 폭력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오늘 마침 눈을 뗀 사이에 그런 일이 발생했었다.  눈을 옆으로 살짝 돌려 크리스의 옆모습을 살펴보았다. 눈썹 아래로 생긴 푸르딩딩한 멍이 하얀 피부에 맞춰 아이러니하게 아름답게 그려져있었다. "가끔." 크리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가끔. 호기심인지 동정인지 다가오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 그러다가 금방 떠나곤 하지만."


그 전과 다름없이, 삼개월 전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와 다름없는 덤덤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크리스가 말했다. 


"...난...난 그런거 아니야."


하지만 그 덤덤한 말과 표정은 세바스찬에게 큰 비수가 되었다. 자신딴에서는 그의 세계에 들어가고자. 오기가 생겨서, 수지에 맞기 위해 들어가고자 노력을 한 것이었는데. 그러니까 자신에게 그가 어느 의미로 특별하게 되었으니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은 그에게 다가오는 이들 중 하나인 뻔한 존재였던 것이었다. 이게 아닌데. 난... 난 그런게 아닌데.


세바스찬의 말에 크리스가 상관없다듯이 어깨를 으쓱 한번 올리고서는 다시 반납된 책을 차례차례 책꽂이에 꽂기 시작했다. 크리스의 말이 망치가 되어 뒷통수를 맞은듯한 세바스찬이 입을 뻐금뻐금 거리면서 땅 아래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다 무산이 된 듯한 허탈한 기분이었다. 그에게 나머지와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다가간것이었는데 이 노력조차 뻔한 것이었다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자 웬일인지 크리스가 먼저 더 입을 나불거렸다.


"뭐가 궁금해서 온건지, 뭐가 불쌍해서 온건지, 어떤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크리스. 그게아니라."

"아니야. 세바스찬."


크리스가 세바스찬의 말을 끊고 마지막 책을 책꽂이에 꽂으며 말을 했다.


"나 남창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꽂은 책의 이름은 데미안이었다.

그 말에 놀라 고개를 들어 쳐다본 그 아이의 눈동자에는 해바라기가 담겨져 있었다.


***


그 날 밤 하루종일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뛰었다. 운동을 한것도 아닌데, 술을 훔쳐마신것도 아닌데, 대마를 피운것도 아니었는데. 이유모를 쿵쾅거림이었다. 크리스를 이제는 4개월 째, 관찰하긴 했었지만 그를 보면서 이렇게 심장이 뛴 적은 없었다. 애초에 세바스찬은 크리스를 막연히 쳐다보고 관찰한것은 쓸데없는 오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까치집같은 브루넷 머리, 푸른 멍 혹은 붉은 혈흔이 묻어있는 새하얀 피부, 꾹 다물고 있는 통통한 입술. 그 의 것들이 종종 떠올라 머릿속을 뒤덮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학교의 유명인사였고 특이한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하고 큰일인가.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 중 한명, 뻔하고 흔한 인물이 되었다고 느꼈을때 마음속으로 절망했다.

그러다 그에게 고해성사와 같은 고백을 들었을 때에는 나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온 몸이 떨렸다. 


"그런데 왜 그렇게 당하고 사는거야? 케빈에게 말해. 두 눈 똑바로 뜨고. 나는 그런 일 하지 않는다고."

"중요한건 사실이 아니거든."


사실같은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당번의 마지막 활동으로 도서관의 불을 끄자 햇볕하나 들어오지 않은 실내에는 어둠이 잠겼다. 도서관 내의 숙직실에서 들어오는 작은 빛만을 의지하여 걸어 서로의 목소리말고는 닿는 것이 없었다. 못본다해봤자 크리스는 늘 항상 덤덤한 표정이지만.


중요한건 사실이 아니라. 


그 포기하는 듯한 말투가 기분나쁘긴 했지만 세바스찬은 여러의미로 설레고있었다. 자신만 진실을 알고있다는 고양감? 그가 소문과 다른 사람이라는 기쁨? 어둠속이라 표정이 숨겨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지난 도서관의 고백 이후 세바스찬은 더더욱 크리스와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는 언제나 무덤덤하고 말수가 적고 자신을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비밀을 공유했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세바스찬은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여전히 점심시간에 크리스를 챙겼으며 알게모르게 그를 향한 괴롭힘을 막았다. 딱히 크리스로부터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같은것은 오지 않았지만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 아니면 누가 널 챙겨주겠어."

"응, 고마워."

"말은 잘하지."


벌써 이렇게 점심을 함께한지도 한달이 지나갔다. 슬슬 태양빛도 뜨거워지고 대지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본격적인 여름이 오고있는 느낌이었다. 세바스찬이 왼손으로 이마를 훔쳐 땀을 닦았다. 그의 풍성한 앞머리가 땀대문에 이마에 달라붙어 기분나쁜 촉감이 느껴졌다. 슬슬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할지도.... 인적이 드물어 둘만이 있기는 좋은 곳이었지만 더 이상 이곳에 오래있을 수는 없었다. 


"장소 다른데로 옮겨볼까?"

"...이제 방학인데 뭘."

"그런가."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구나, 벌써 방학이라니. 세바스찬이 땀으로 흥건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 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눈길이 점점 타고올라가 태양으로 그을러진 자신의 구리빛 피부를 보았다. 원래부터 하얀피부는 아니긴 하였지만 그 사이 해를 받았다고 피부가 조금 타고 말았다. 손을 이리뒤집고 저리뒤집어보며 얼마나 탔는지 확인하던 도중, 크리스의 상태가 신경이 쓰였다. 세바스찬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멍하니 있는 크리스의 팔을 쳐다보았다. "너는... 피부가 안타는구나. 빨갛게 익었어." 세바스찬이 신기하다듯 중얼거리자, 크리스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뚝을 내려다 보았다. 


"...어릴때부터 그랬어. 빨갛게 익더라고."  

"흐응."


분명 남자답게 생긴 상인데 어딘가 남자답지 않은 면이 있다. 세바스찬이 신기해 크리스의 팔뚝을 덥썩 만지면서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크리스는 세바스찬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고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었다. 늘 그랬듯이. 


"여기, 벌써 빨갛게 익었어. 쓰라리지는 않아?"

"별로."

"안되겠다. 내일부터 그늘있는 곳을 찾아야겠어. 너무 쉽게 익어버리잖아."

"괜찮은데."


이게 어디가 괜찮은거야! 세바스찬이 볼멘 목소리를 내며 크리스의 하얀 팔뚝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예상외의 가벼운 몸이 세바스찬쪽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아. 탄성을 속으로만 내뱉었다. 안그래도 서로 가까이 있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밀착되어 코와 코가 맞닿았다.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세바스찬이 고민을 하며 이러저리 눈을 돌렸다. 옆눈으로 새어보니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둘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눈이 부셔 다시 눈동자를 크리스 쪽으로 돌리자 꼼짝 않고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짓고있는 얼굴이 보였다. 


"...눈부셔."


햇살과 너는 닮았구나. 

세바스찬이 점점 눈을 내리 깔며 고개를 크리스를 향해 다가갔다. 눈을 천천히 감고 있을때에도 크리스는 미동도 하지 않은 체,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체, 가만히 세바스찬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피하지 않는 다는 것을 허락으로 알아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는 이미 입술이 맞닿았을때였다. 생각한것보다 더 보드라운 입술이 느껴졌다. 왜 나는 그를 그렇게 관찰했을까. 그건 그가 궁금해서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크리스 에반스가 궁금했을까.


따뜻한 숨결이 콧잔등을 간지럽혔다. 


***


"언제까지 그 남창놈 뒤를 봐줄꺼야."

"...뭐라고?"


세바스찬을 부른것은 케빈이었다. 그는 학기 초부터 크리스를 괴롭히는데 주동적인 인물이었고 지금 이렇게 세바스찬이 버티고 있는 시기에도 유일하게 괴롭히는 인물이었다. 남창의 소문의 근원지가 그인지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토록 학교내에 넓게 퍼지게 된 원인은 그라고 해도 다름 없었다. 결코 작지 않은 세바스찬보다 한 뼘 큰 키에 럭비운동으로 다져진 우락부락한 몸통. 딱봐도 나 하이스쿨에서 좀 놀아요. 라는 인상을 가진 놈이었다. 


"왜? 그새끼가 너한테 뒤라도 공짜로 대줬어? 그래서 그래?"

"헛소리하지마. 케빈."

"뭐, 가난한 남창새끼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것 뿐이겠지."

"그 입 닥치는게 좋을텐데?"


친구사이는 아니다. 그저 학교의 큰 주축인 둘이었기에 서로를 인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라이벌이라는 거창한 관계는 아니고. 뭐라고 해야할까. 자신과 비슷한 놈이면 맞부딪칠만한데 둘은 서로를 인정하는 편이었다. 인사도 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심지어 서로 소개를 하지도 않았지만. 하지만 평화로웠던 관계도 크리스를 통해 유리에 금이 간 듯 깨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티도 안났던 금이 이제는 쩌저적 소리를 내면서 갈라지고 있었고 몇 초만있으면 부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의 입에서 원흉인 주제가 입 밖으로 나왔다.


"안그래도 너랑 이 이야기로 한 번 말하려고 했어. 이제 크리스에게 손 떼."

"뭐라고?"

"유치하게 애들처럼 굴지말라고. 건드리지 말라고."

"허, 참. 왜 그렇게 크리스 에반스한테 관심이 많지? 뭐야? 진짜 뒤라도 대줬어? 거기에 넘어간거야? 그렇다면 좀 실망인데?"


케빈이 어이가 없다듯이 웃으며 비스듬이 자신의 몸을 캐비넷에 기대었다. 


"그건 내가 할 소리지. 너야말로 크리스 에반스한테 왜이렇게 관심이 많지? 좋아해? 좋아해서 괴롭히고 싶어하는 뭐 그런 심리야? 동성애자인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애꿎게 좋아하는 애를 괴롭히는 10대 미국 드라마 청소년 같은 심리야?"

"잠깐, 내가 왜 크리스 에반스한테 관심이 많은게 되는거지? 난 그저 학교에 남창새끼가 있어서 거스릴 뿐이었고 그래서 교육시키는건데?"

"아니거든."

"뭐가?"

"크리스는 남창이 아니라고. 믿진 않겠지만."


세바스찬이 또박또박 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진작에 처리해야 할 문제였는데 너무 늦어졌을 뿐이다. 그래, 크리스는 남창이 아니다.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만. 그 동안엔 그에게 관심이 집중되어있어서 그와 자신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어서 바깥이야기를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더이상은 그가 학교에 이런 불명예스러운 주목을 받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되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사람이니까. 


"그래, 안 믿지."


케빈이 실실 쪼개듯이 웃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어찌 할 수 없다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 불량스러운 자태가 보기 싫어 세바스찬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차피 말로 통하는 놈이었다면 지금까지 그런 고생을하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세바스찬이 두 주먹을 꾹 쥐고서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케빈을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그가 웃음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내가 직접 봤으니까. 남창짓 하는걸."


-


3월에 쓴 글을 재업한겁니다.

미완의 글인데 이러다가 평생 완결 안날 것 같아서 일단 반 잘라서 (上)으로 올렸습니다.

당시 빨리 여름이 오길 바라면서 꿉꿉한 느낌으로 쓴 글이었는데...

지금도 바랍니다. 빨리 여름이 와주세요. 겨울은 싫어요...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실패



인기있는 테마였는데 역시나 입니다.


이건 재미가 없을 수 없는 방탈출입니다. 정말로. 엄격 근엄 진지하게...

일단 막 방탈출 입구에 들어갔는데 어맛...! 여긴 아마존이야...!!! 밀림!! 뭐 이런느낌이 들었다는데

사실 막 그렇게까지~ 리얼리티가 있다 그런건 없었지만 

확실히 타 방탈출에 비해 퀄리티가 웅장하긴 했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장치의 비중이 높은것 + 활동성 있는걸 좋아합니다.

그런면에서 월등히 만족도가 높은 테마였습니다. 

정말 왜 다들 운동화+편한옷들 입으라는지 알것같네요. 

꼭 운동화!!와 바지!!를 입고가세요.


정말 퀄리티가 웅장하고 재미있습니다.


근데 퀴즈 푸는 방식이.............

호불호가 갈린다고 들었는데 저는 확실히 불호였습니다.

어렵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퀴즈의 목표? 가이드? 가 확고해요.

그런데 푸는 과정이 참으로 귀찮단말이죠............

저는 확실히 불호였습니다...문제방식이 불호고 활동들이 극호였다고해야하나요...

여튼 그렇습니다.


아마존은 적어도 4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저는 친구와 둘이서 갔습니다...

결과만 말하자면 마지막 방에서 몇 문제 남기고 탈출에 실패했습니다.

확실히 문제 스타일이 귀찮아서 인원수가 필요한 것 같아요. 참 재미있는 테마인데 장치를 다 못즐겨서 아쉽네요.



그런데 서이룸은 홍대 2호점은 음.........이렇게 친절하나요?

저희가 딱히 힌트를 원하지 않았는데도 힌트를 원하면 춤을 춰주세요~ 라고 말하고

힌트를 원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딩~ 하고 힌트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있었습니다.


저희가 2명이어서 막힐것 같으면 그냥 주는거였는지...배려심인것같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싶었는데...ㅠㅠ;; 란 느낌이었습니다.


좀 불편하게있다면 힌트를 주고나서 바로 타임을 알려줘야하는데

계속 힌트영상을 띄워주더라구요 타임을 안 알려주고ㅠㅠㅠ 중간에 CCTV보면서 타임을 알려달라는 뜻으로

손목을 툭툭 쳐서야 타임을 보여주시더라구요..........

이걸 직원분에게 말씀드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는데 결국 그냥 나왔습니다. 음, 일종의 배려셨겠죠...



그래도 방탈출을 하면서 이 정도의 활동성을 보장하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꿀잼입니다.






점수

●●◐○○

인원

3명

성공여부

실패


공포테마이기에 기대는 하고 갔으나...

그렇게 공포다! 싶은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정말 두번정도 깜짝놀라 비명을 지르긴 했네요.

나머진 쏘쏘했습니다.

장치의 비중보다는 자물쇠의 비중이 강해서 그다지 큰 인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건대 엑스케이프 같은 경우는 건대에서 놀게 되었을 때 심심해서 가게 된 경우였는데 

재미없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방탈출을 하게 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강남/홍대 지점을 추천하고 싶군요.



점수

●●◐○○

인원

4명

성공여부

성공(?)



공포도가 2개정도 있지만 공포도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블랙워와 야간자율학습은 한지 오래되었는데 크게 기억나는게 없는 걸 보아 큰 재미를 느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뭔가 A-B-C 이렇게 풀어야하는데 A-C 이렇게 푼 기억이 있습니다...(B를넘어가고)

뒤에 타임이 없어서 시간을 조금 더 줘서 탈출했습니다.

1시간기준이면 실패고...그 더 준 시간으로 하면 성공이어서 애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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