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크리스를 안았다.



***



크리스 에반스는 로봇과 같은 사람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세바스찬은 그 말 이외에 어떻게 그를 표현해야할지 몰랐다. 눈은 늘 항상 죽은것처럼 내려앉아있고 입은 꾹 다물어져 있었으며 하얀 피부에는 생기조차 없어 보였다. 늘 지루한듯, 무(無)표정으로 지내고 있으며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나 슬픔 심지어는 화 조차 없어보였다. 겨울에는 차가워 보이고 봄에는 나른해보이는 듯한 그 표정은 지금처럼 누군가가 "남창새끼." 라고 키득키득 비웃으며 어깨를 치고 지나갈때도 다름 없었다.


화도 나지 않는건가?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그러지도 않았다. 관찰기간이 길어지면서 크리스 에반스에게 그런 행동들은 '평범한 일상' 이었고 대응하지 않는것도 '그' 다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대놓고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 어깨를 밀쳐 캐비넷에 밀치고, 아무도 안보이는 틈에 주먹으로 명치를 세게 박는 일은 일상이었으며 그런 일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훌훌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어기적 걷는 것이 그의 평범한 행동이었다. 종종 그것이 보기 불편한 것인지 몇몇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기는 했었지만 다들 그 뿐, 도움의 손길을 건내거나 괜찮냐며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도 그렇지만.


나이는 세바스찬보다 한 살 많았다. 유급인가, 학교를 늦게 들어온 것인가. 알길은 없었다. 말수가 적어 입도 열지 않는데 궁금하다고 묻는 이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자세히 보면은 브루넷 머리의 깔끔한 미남이었지만 후줄근한 티셔츠와 체크남방에 가려져 그의 진면목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학교에 공인되어있는 '남창'이라는 소문때문에 다들 모른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바스찬은 같은 클래스가 된 이후로 크리스를 줄곧 관찰해왔다. 스스로에게 왜? 라고 자문해봤자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맞고다니는 것이 불쌍해서 보는거같다 싶었는데 이제와서는 무슨 오기가 생긴 것 같다. 뭐랄까. 저 사람은 언제 쯤 웃을까? 이렇게 쳐다보는데 언제쯤은 그런 모습 한 번은 보지 않을까. 뭐, 그런 오기. 그렇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들었다.


따사로운 봄이었다. 창문을 열어두니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구름 사이로 보이는 태양이 알맞게 빛을 내리고 있었다. 창가 옆, 크리스 에반스는 그저 고개에 턱을 괴고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리깔은 풍성한 속눈썹이 팔랑 거리는 것 같았다. 


***


"괜찮으면 이거 먹어."


세바스찬이 처음으로 크리스에게 건낸 말이 었다. 같은 클래스가 된지 3개월, 관찰한지 2개월 반이 될 무렵이었다. 크리스는 세바스찬이 건낸 카스테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덥석 집었다. 도대체 이 현대사회에서 어느누가 이런 식으로 주린 배를 채울까했는데 그게 크리스 에반스라니. 학교의 수돗가에서 물로 빈 배를 채우는 광경은 영화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 


"너 내이름은 알아?"


꾸역꾸역 조용히 먹성있게 빵을 한 입 베어문 크리스에게 물었다. 그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분명 귀여운 행동인데 경직된 얼굴때문인가 무서워보이기까지 했다. 


"세바스찬 스탠이야."

"...크리스 에반스."


너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어. 그렇게 말을 하려다가 혼자 일방적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겸연쩍어 입을 다물었다. 크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말한 것이 하고싶은 말의 전부였는지 마저 빵을 먹기 시작했다. 나름 고심끝에 다가간것이었는지 이정도로 심플하니 허무할 정도였다. 


지금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관찰한 적이 있던가. 옆에 앉아 높은 콧대를 바라보며 세바스찬이 멍하게 생각했다. 딱히 그에게서 '왜 갑자기 친한척 다가오냐.' 라던가 '이 빵은 뭐냐. 동정이냐?' 라는 날 선 반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무심한 반응이 나올줄은 몰랐다. 굶고있는 길고양이한테 먹이를 줘도 이것보다는 더 한 반응이었을터였다. 고요함은 곧 어색함이었다. 날도 화창했고 저 멀리서는 미식축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띤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학교 뒷 건물 인적없는 수돗가. 이 흔한 날이 세바스찬이 처음으로 크리스의 세계에 다가간 날이었다. 


***


예전부터 크리스에게 말은 걸고 싶었다. 학교생활의 반,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수업시간의 전부를 그에게 할애하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존재자체도 모른다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싶었고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이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어보이는 그가 먼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리 없으니까. 가진다해도 그것이 자신일 확률은 극히 낮으니까. 


갑자기 말을 건 것에 대해 무슨 이유를 말해야 할까 등등에 신경을 썼던 처음이 힘들었지 두번부터는 간단했다. 그가 이토록 허무맹랑한 반응만 보일 뿐 그다지 쳐내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나서부터는 세바스찬은 그에게 끈덕지게 말을 걸었다. "오늘 뭐해?" "이거 먹을래?" "내가 도와줄까?" 한 번에 들어도 호의일정도의 말을 크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것도." "응." "고마워." 라는 짧은 답변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크리스에게 "세바스찬." 이라고 불렸을 때, 드디어 그의 세계에 더 한 발자국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불려졌을때 저도모르게 느껴지는 기쁨과 긴장감에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는 것을 꾹 참느라 힘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당번일을 하고 있는 그를 도와주며 생긴 일이었다. 세바스찬은 이제 어느정도 크리스에게 자신이 인지되었다고 느꼈고 그의 세계에 더 한 발자국 가기 위해서는 대담한 행동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크리스,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뭔데?"


방과 후의 도서관은 운동장과 반대로 서늘하고 조용했다. 지하에 만들어져서일까 여름에 에어컨조차 틀지 않아도 이 곳은 늘 서늘했다. 창문이 없어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전구로만 운행이 되고 있기에 낮에도 어두컴컴했으며 이용하는 사람 수에 비해 지독히도 넓었다. 점심시간에만 잠깐 소란스러울 뿐, 이렇게 방과 후가 조금 지나면. 노을이 질 저녁시간이 될 무렵이면 늘 조용했다.


덥지도 않은데 땀은 왜 흐르는지. 세바스찬이 바짓단에 손바닥을 몇 번 비벼 땀을 닦은 후, 침을 꿀꺽 한번 삼키고서는 물어봤다. "...너한테 떠도는 소문 진짜야?" 눈을 마주치며 물어야 할까, 아니면 피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아, 멍청이. 이렇게 고민을 하는게 눈을 피하는 거잖아.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 몰랐다. 그러고보니 오늘 크리스는 그를 유독 심하게 괴롭히는 케빈에게 어깨가 밀쳐져 얼굴이 크게 캐비넷에 박혀 푸르덩한 멍이 생겼었다. 최근 세바스찬이 크리스에게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점차 그를 향한 폭력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오늘 마침 눈을 뗀 사이에 그런 일이 발생했었다.  눈을 옆으로 살짝 돌려 크리스의 옆모습을 살펴보았다. 눈썹 아래로 생긴 푸르딩딩한 멍이 하얀 피부에 맞춰 아이러니하게 아름답게 그려져있었다. "가끔." 크리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가끔. 호기심인지 동정인지 다가오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 그러다가 금방 떠나곤 하지만."


그 전과 다름없이, 삼개월 전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와 다름없는 덤덤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크리스가 말했다. 


"...난...난 그런거 아니야."


하지만 그 덤덤한 말과 표정은 세바스찬에게 큰 비수가 되었다. 자신딴에서는 그의 세계에 들어가고자. 오기가 생겨서, 수지에 맞기 위해 들어가고자 노력을 한 것이었는데. 그러니까 자신에게 그가 어느 의미로 특별하게 되었으니 자신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은 그에게 다가오는 이들 중 하나인 뻔한 존재였던 것이었다. 이게 아닌데. 난... 난 그런게 아닌데.


세바스찬의 말에 크리스가 상관없다듯이 어깨를 으쓱 한번 올리고서는 다시 반납된 책을 차례차례 책꽂이에 꽂기 시작했다. 크리스의 말이 망치가 되어 뒷통수를 맞은듯한 세바스찬이 입을 뻐금뻐금 거리면서 땅 아래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다 무산이 된 듯한 허탈한 기분이었다. 그에게 나머지와 다른 사람이 되겠다고 다가간것이었는데 이 노력조차 뻔한 것이었다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자 웬일인지 크리스가 먼저 더 입을 나불거렸다.


"뭐가 궁금해서 온건지, 뭐가 불쌍해서 온건지, 어떤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크리스. 그게아니라."

"아니야. 세바스찬."


크리스가 세바스찬의 말을 끊고 마지막 책을 책꽂이에 꽂으며 말을 했다.


"나 남창 아니라고."


마지막으로 꽂은 책의 이름은 데미안이었다.

그 말에 놀라 고개를 들어 쳐다본 그 아이의 눈동자에는 해바라기가 담겨져 있었다.


***


그 날 밤 하루종일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뛰었다. 운동을 한것도 아닌데, 술을 훔쳐마신것도 아닌데, 대마를 피운것도 아니었는데. 이유모를 쿵쾅거림이었다. 크리스를 이제는 4개월 째, 관찰하긴 했었지만 그를 보면서 이렇게 심장이 뛴 적은 없었다. 애초에 세바스찬은 크리스를 막연히 쳐다보고 관찰한것은 쓸데없는 오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까치집같은 브루넷 머리, 푸른 멍 혹은 붉은 혈흔이 묻어있는 새하얀 피부, 꾹 다물고 있는 통통한 입술. 그 의 것들이 종종 떠올라 머릿속을 뒤덮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학교의 유명인사였고 특이한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뭐 그리 특별하고 큰일인가.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 중 한명, 뻔하고 흔한 인물이 되었다고 느꼈을때 마음속으로 절망했다.

그러다 그에게 고해성사와 같은 고백을 들었을 때에는 나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온 몸이 떨렸다. 


"그런데 왜 그렇게 당하고 사는거야? 케빈에게 말해. 두 눈 똑바로 뜨고. 나는 그런 일 하지 않는다고."

"중요한건 사실이 아니거든."


사실같은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당번의 마지막 활동으로 도서관의 불을 끄자 햇볕하나 들어오지 않은 실내에는 어둠이 잠겼다. 도서관 내의 숙직실에서 들어오는 작은 빛만을 의지하여 걸어 서로의 목소리말고는 닿는 것이 없었다. 못본다해봤자 크리스는 늘 항상 덤덤한 표정이지만.


중요한건 사실이 아니라. 


그 포기하는 듯한 말투가 기분나쁘긴 했지만 세바스찬은 여러의미로 설레고있었다. 자신만 진실을 알고있다는 고양감? 그가 소문과 다른 사람이라는 기쁨? 어둠속이라 표정이 숨겨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지난 도서관의 고백 이후 세바스찬은 더더욱 크리스와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그는 언제나 무덤덤하고 말수가 적고 자신을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비밀을 공유했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세바스찬은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여전히 점심시간에 크리스를 챙겼으며 알게모르게 그를 향한 괴롭힘을 막았다. 딱히 크리스로부터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같은것은 오지 않았지만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 아니면 누가 널 챙겨주겠어."

"응, 고마워."

"말은 잘하지."


벌써 이렇게 점심을 함께한지도 한달이 지나갔다. 슬슬 태양빛도 뜨거워지고 대지에서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본격적인 여름이 오고있는 느낌이었다. 세바스찬이 왼손으로 이마를 훔쳐 땀을 닦았다. 그의 풍성한 앞머리가 땀대문에 이마에 달라붙어 기분나쁜 촉감이 느껴졌다. 슬슬 장소를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할지도.... 인적이 드물어 둘만이 있기는 좋은 곳이었지만 더 이상 이곳에 오래있을 수는 없었다. 


"장소 다른데로 옮겨볼까?"

"...이제 방학인데 뭘."

"그런가."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구나, 벌써 방학이라니. 세바스찬이 땀으로 흥건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 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눈길이 점점 타고올라가 태양으로 그을러진 자신의 구리빛 피부를 보았다. 원래부터 하얀피부는 아니긴 하였지만 그 사이 해를 받았다고 피부가 조금 타고 말았다. 손을 이리뒤집고 저리뒤집어보며 얼마나 탔는지 확인하던 도중, 크리스의 상태가 신경이 쓰였다. 세바스찬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멍하니 있는 크리스의 팔을 쳐다보았다. "너는... 피부가 안타는구나. 빨갛게 익었어." 세바스찬이 신기하다듯 중얼거리자, 크리스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뚝을 내려다 보았다. 


"...어릴때부터 그랬어. 빨갛게 익더라고."  

"흐응."


분명 남자답게 생긴 상인데 어딘가 남자답지 않은 면이 있다. 세바스찬이 신기해 크리스의 팔뚝을 덥썩 만지면서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크리스는 세바스찬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고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었다. 늘 그랬듯이. 


"여기, 벌써 빨갛게 익었어. 쓰라리지는 않아?"

"별로."

"안되겠다. 내일부터 그늘있는 곳을 찾아야겠어. 너무 쉽게 익어버리잖아."

"괜찮은데."


이게 어디가 괜찮은거야! 세바스찬이 볼멘 목소리를 내며 크리스의 하얀 팔뚝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예상외의 가벼운 몸이 세바스찬쪽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아. 탄성을 속으로만 내뱉었다. 안그래도 서로 가까이 있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밀착되어 코와 코가 맞닿았다.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세바스찬이 고민을 하며 이러저리 눈을 돌렸다. 옆눈으로 새어보니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둘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눈이 부셔 다시 눈동자를 크리스 쪽으로 돌리자 꼼짝 않고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짓고있는 얼굴이 보였다. 


"...눈부셔."


햇살과 너는 닮았구나. 

세바스찬이 점점 눈을 내리 깔며 고개를 크리스를 향해 다가갔다. 눈을 천천히 감고 있을때에도 크리스는 미동도 하지 않은 체,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체, 가만히 세바스찬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피하지 않는 다는 것을 허락으로 알아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는 이미 입술이 맞닿았을때였다. 생각한것보다 더 보드라운 입술이 느껴졌다. 왜 나는 그를 그렇게 관찰했을까. 그건 그가 궁금해서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크리스 에반스가 궁금했을까.


따뜻한 숨결이 콧잔등을 간지럽혔다. 


***


"언제까지 그 남창놈 뒤를 봐줄꺼야."

"...뭐라고?"


세바스찬을 부른것은 케빈이었다. 그는 학기 초부터 크리스를 괴롭히는데 주동적인 인물이었고 지금 이렇게 세바스찬이 버티고 있는 시기에도 유일하게 괴롭히는 인물이었다. 남창의 소문의 근원지가 그인지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토록 학교내에 넓게 퍼지게 된 원인은 그라고 해도 다름 없었다. 결코 작지 않은 세바스찬보다 한 뼘 큰 키에 럭비운동으로 다져진 우락부락한 몸통. 딱봐도 나 하이스쿨에서 좀 놀아요. 라는 인상을 가진 놈이었다. 


"왜? 그새끼가 너한테 뒤라도 공짜로 대줬어? 그래서 그래?"

"헛소리하지마. 케빈."

"뭐, 가난한 남창새끼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것 뿐이겠지."

"그 입 닥치는게 좋을텐데?"


친구사이는 아니다. 그저 학교의 큰 주축인 둘이었기에 서로를 인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라이벌이라는 거창한 관계는 아니고. 뭐라고 해야할까. 자신과 비슷한 놈이면 맞부딪칠만한데 둘은 서로를 인정하는 편이었다. 인사도 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심지어 서로 소개를 하지도 않았지만. 하지만 평화로웠던 관계도 크리스를 통해 유리에 금이 간 듯 깨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티도 안났던 금이 이제는 쩌저적 소리를 내면서 갈라지고 있었고 몇 초만있으면 부숴질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의 입에서 원흉인 주제가 입 밖으로 나왔다.


"안그래도 너랑 이 이야기로 한 번 말하려고 했어. 이제 크리스에게 손 떼."

"뭐라고?"

"유치하게 애들처럼 굴지말라고. 건드리지 말라고."

"허, 참. 왜 그렇게 크리스 에반스한테 관심이 많지? 뭐야? 진짜 뒤라도 대줬어? 거기에 넘어간거야? 그렇다면 좀 실망인데?"


케빈이 어이가 없다듯이 웃으며 비스듬이 자신의 몸을 캐비넷에 기대었다. 


"그건 내가 할 소리지. 너야말로 크리스 에반스한테 왜이렇게 관심이 많지? 좋아해? 좋아해서 괴롭히고 싶어하는 뭐 그런 심리야? 동성애자인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애꿎게 좋아하는 애를 괴롭히는 10대 미국 드라마 청소년 같은 심리야?"

"잠깐, 내가 왜 크리스 에반스한테 관심이 많은게 되는거지? 난 그저 학교에 남창새끼가 있어서 거스릴 뿐이었고 그래서 교육시키는건데?"

"아니거든."

"뭐가?"

"크리스는 남창이 아니라고. 믿진 않겠지만."


세바스찬이 또박또박 말에 힘을 주면서 말했다. 진작에 처리해야 할 문제였는데 너무 늦어졌을 뿐이다. 그래, 크리스는 남창이 아니다.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만. 그 동안엔 그에게 관심이 집중되어있어서 그와 자신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어서 바깥이야기를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더이상은 그가 학교에 이런 불명예스러운 주목을 받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되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사람이니까. 


"그래, 안 믿지."


케빈이 실실 쪼개듯이 웃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어찌 할 수 없다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 불량스러운 자태가 보기 싫어 세바스찬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차피 말로 통하는 놈이었다면 지금까지 그런 고생을하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세바스찬이 두 주먹을 꾹 쥐고서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케빈을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그가 웃음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내가 직접 봤으니까. 남창짓 하는걸."


-


3월에 쓴 글을 재업한겁니다.

미완의 글인데 이러다가 평생 완결 안날 것 같아서 일단 반 잘라서 (上)으로 올렸습니다.

당시 빨리 여름이 오길 바라면서 꿉꿉한 느낌으로 쓴 글이었는데...

지금도 바랍니다. 빨리 여름이 와주세요. 겨울은 싫어요...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실패



인기있는 테마였는데 역시나 입니다.


이건 재미가 없을 수 없는 방탈출입니다. 정말로. 엄격 근엄 진지하게...

일단 막 방탈출 입구에 들어갔는데 어맛...! 여긴 아마존이야...!!! 밀림!! 뭐 이런느낌이 들었다는데

사실 막 그렇게까지~ 리얼리티가 있다 그런건 없었지만 

확실히 타 방탈출에 비해 퀄리티가 웅장하긴 했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장치의 비중이 높은것 + 활동성 있는걸 좋아합니다.

그런면에서 월등히 만족도가 높은 테마였습니다. 

정말 왜 다들 운동화+편한옷들 입으라는지 알것같네요. 

꼭 운동화!!와 바지!!를 입고가세요.


정말 퀄리티가 웅장하고 재미있습니다.


근데 퀴즈 푸는 방식이.............

호불호가 갈린다고 들었는데 저는 확실히 불호였습니다.

어렵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퀴즈의 목표? 가이드? 가 확고해요.

그런데 푸는 과정이 참으로 귀찮단말이죠............

저는 확실히 불호였습니다...문제방식이 불호고 활동들이 극호였다고해야하나요...

여튼 그렇습니다.


아마존은 적어도 4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저는 친구와 둘이서 갔습니다...

결과만 말하자면 마지막 방에서 몇 문제 남기고 탈출에 실패했습니다.

확실히 문제 스타일이 귀찮아서 인원수가 필요한 것 같아요. 참 재미있는 테마인데 장치를 다 못즐겨서 아쉽네요.



그런데 서이룸은 홍대 2호점은 음.........이렇게 친절하나요?

저희가 딱히 힌트를 원하지 않았는데도 힌트를 원하면 춤을 춰주세요~ 라고 말하고

힌트를 원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딩~ 하고 힌트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있었습니다.


저희가 2명이어서 막힐것 같으면 그냥 주는거였는지...배려심인것같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싶었는데...ㅠㅠ;; 란 느낌이었습니다.


좀 불편하게있다면 힌트를 주고나서 바로 타임을 알려줘야하는데

계속 힌트영상을 띄워주더라구요 타임을 안 알려주고ㅠㅠㅠ 중간에 CCTV보면서 타임을 알려달라는 뜻으로

손목을 툭툭 쳐서야 타임을 보여주시더라구요..........

이걸 직원분에게 말씀드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는데 결국 그냥 나왔습니다. 음, 일종의 배려셨겠죠...



그래도 방탈출을 하면서 이 정도의 활동성을 보장하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꿀잼입니다.






점수

●●◐○○

인원

3명

성공여부

실패


공포테마이기에 기대는 하고 갔으나...

그렇게 공포다! 싶은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정말 두번정도 깜짝놀라 비명을 지르긴 했네요.

나머진 쏘쏘했습니다.

장치의 비중보다는 자물쇠의 비중이 강해서 그다지 큰 인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건대 엑스케이프 같은 경우는 건대에서 놀게 되었을 때 심심해서 가게 된 경우였는데 

재미없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방탈출을 하게 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강남/홍대 지점을 추천하고 싶군요.



점수

●●◐○○

인원

4명

성공여부

성공(?)



공포도가 2개정도 있지만 공포도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블랙워와 야간자율학습은 한지 오래되었는데 크게 기억나는게 없는 걸 보아 큰 재미를 느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뭔가 A-B-C 이렇게 풀어야하는데 A-C 이렇게 푼 기억이 있습니다...(B를넘어가고)

뒤에 타임이 없어서 시간을 조금 더 줘서 탈출했습니다.

1시간기준이면 실패고...그 더 준 시간으로 하면 성공이어서 애매합니다.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성공



유명 19금 테마이죠. 친구랑 처음 간 19금 테마였습니다.

저는 방탈출을 좋아해서 자주갔지만 이 친구는 거의 처음? 갔을것입니다. 아마도. 두번째인가?

하지만 방탈출이 많이 쉬운편이어서 친구와 끝까지 갈 수 잇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래된 친한친구와 갔는데...그러길 잘햇습니다.

조금 어색한 친구랑 갔으면 민망한 상황이 펼쳐졌을꺼같네요. 이건 정말 친한사람이랑 가야합니다.

친한 사람이랑 가면은 그냥 아하하하 이게뭐야 하고 웃으면서 끝나지만

어색한 사람이랑 가면은 답을 알아도 탈출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여튼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무언가를 만지고 어른들의 장난감도 보고! 이런 테마가 또 있다면 무조건 하고싶네요!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실패


소녀의 꿈을 하고 건대 큐 방탈출에 호감도가 잔뜩 적립된 상태로 갔습니다.

그 때처럼 꿀방탈출 할 수 있겠지! 싶어서 사실 무슨 테마를 할지 고르지 않고 가서 예약가능한걸로 봤습니다.

같이 갔던 친구는 방탈출을 처음하는 친구였었는데...음...난이도를 조금 더 낮은걸 했어야했나 싶었습니다.


방탈출은 거의 초반부분에서 실패했습니다.

그때당시 제가 미숙한것도 있었지만 제 기준으로는 뭐야? 이게 왜 이렇게 풀어야 돼? 누구 이유 아는 사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음...제가 지금까지 한 방탈출 중 가장 재미가 없었습니다....


약간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이후로 건대 큐 방탈출은 가지 않습니다만...

근데 같이 간 친구는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네요...저는 신기했습니다...


글쎄요...저는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점수

●●◐○○

인원

3명

성공여부

실패



방탈출이 처음인 두 친구와 함께 간 곳입니다.

홍대에는 방탈출이 많았는데 재미있는데 초보자가 하기 쉬운 방탈출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이스케이프룸의 홍대점을 가볼까 했는데...

CCTV를 향해 춤을추고 소통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하자 친구 한명이 싫다고했습니다.

(저도 이 방식이 너무 불편합니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을 질문할 수도 없고...)


그래서 고르고 골라서 추천을 받은 곳이 메종드 시크릿.

힌트가 무제한이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뭐 상관없는게...타 방탈출도 실패로 처리해주셔도 되니까 힌트 더 주시면 안되나요? 라고 물으면 더 주시더라구요...

거절한 방탈출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뭐 어쨌든  

지금까지 자본주의성이 넘쳐나는 유명테마들만 갔는데 약간 생소했습니다.

올해에 열렸다고는 하더라구요. 


추천을 많이 받은것은 크레이지 베어라는 곳이어서 가고싶었는데

저희가 가능한 시간에는 코리안 살롱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코리안 살롱을 갔습니다.


음...

저는 누누히 말했다시피 장치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코리안 살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장치가 하나인가 두개정도 있었나?

그래서 저는 약간 지루했습니다. 당시 잠을 3시간밖에 못자고 논 거여서 머리가 돌아가지도 않았고.


그리고 스토리가


으음...?

마지막 부분에서 엥? 엥? 왜? 라는 약간 의아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 재미없어!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평범~ 이 정도입니다.

처음 한 두 친구는 아주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한 친구는 방탈출을 할까말까 별로 하고싶지 않은데 둘이 그렇게 하고싶다면 뭐... 란 느낌으로 했는데

방탈출에 영업당해서 또 하고싶어! 라고 말했습니다. 좀 흐뭇하더라구요. 


다음에는 크레이지 베어에 가보고싶습니다.


그리고 방탈출을 다니면서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 밖에 없었는데

(강남 코드케이때...저는 친구랑 수다가 떨고싶어서 방탈출 시간 40분전에 도착했는데 지금 들어가게 준비하라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일부러 대화하고 싶어서 40분전에 도착한거였는데....그래서 싫다는 의사를 보이자 인상을 찌푸리시더라구요.)


이렇게 친절한 방탈출 카페는 처음이었습니다. 직원분이 정말 친절했습니다. 정말 밝으시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의 서비스는 없었지만 기분 좋았습니다.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성공



추천을 많이 받은 시간 여행자의 실험실입니다.

서울이스케이프룸은 정말 추천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만큼 유잼 방탈출이 많다는 의미겠죠.

추천을 많이 받아서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갔는데....

음...

재미는 있습니다! 참신하구요! 

하지만 활동성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어서 그런가 저는 크게 우와! 정말 재미있다! 란 느낌을 받지 않았습니다.

문제 난이도는 적당한 편입니다.

저와 제 친구의 경우는 방탈출은 3~4번 했었지만 숙련자 정도는 아니었지만

둘이서 10여분 정도 남기고 나왔습니다. 


연출이 참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약간 이과식 문제같은게 있어서 문과생인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성공



약 3분정도 남기고 탈출했습니다.

탈출하라 1988 방도 괜찮았고 연출도 괜찮았어요.

시간여행자의 실험실일아 탈출하라 1988는 하루의 텀을 두고했었는데

서이룸의 문제 방식을 좀 익힌 느낌입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래도 시간여행자의 방보다 활동성이 있어서 아주 조금 더 좋았습니다.

서이룸은 진짜 연출이 정말 좋네요...


근데 탈출하라1988을 여름에 하면 안된다는 글을 봤는데

정말입니다...서이룸은 이걸 고쳐야합니다...

정말 덥습니다...

저는 8월 초반에 햇는데 진짜 너무...그거빼고는 괜찮았어요.

연출도 재미있고 장치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정말 크나 큰 문제때문에 높은 점수를 줄 순 없군요.



사실 두 시리즈는 서이룸의 유명한 작품 아마존의 잃어버린 도시를 하기 위해 했습니다.

그냥 시즌2는 평이 좋아서 시간 순서대로 하고싶었어요.

문제가 있다면 저는 이 시즌2를 늘 친구한명과 (단 둘)이서 했는데

음...언젠가 하게 되면 후기를 쓰겠습니다.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실패



강남 코드케이에서 유명한 충무공 이순신입니다.

방탈출이 처음인 친구에게 방탈출을 영업하고 싶어서 가장 재미있는걸로 유명한 테마를 갔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활동성이 높은 편을 좋아하는데 장치의 비중과 퀴즈의 비중이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이순신이라는 테마에 알맞는 문제와 활동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감기에 걸린 사람은 자제해댈라고 했는데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정말 내가 이순신 장군의 부하가 되어서 싸우고있는 기분이 듭니다. 진짜 재미있습니다. 정말로!!!

연출이라든가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친구가 초보였기에 후반부의 활동을 못하여 조금 아쉽긴 하였지만 

그래도 체험하고 나왔으니 괜찮습니다. 


초보자 3명이서 하면 좋은 것 같습니다. 숙련자는 2명?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성공


마찬가지로 강남 코드케이에서 유명한 저주받은 산장입니다.

무서움을 정말 잘 느끼고 잔인한것도 잘 못보는 제가 하고싶었지만 하기 싫어했던 테마였습니다.

하지만 같이 간 친구가 정말 하고싶다고 졸랐고...

저는 후기를 검색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습니다.


후기에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무서워서 구석에만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중도포기 하고 싶었다. 

현존하는 방탈출중 가장 무섭다! 

라고 하여서 정말 겁을 많이 내고 갔는데........


....

어...음...

저는 말했다시피 무서움을 정말 잘탑니다.

근데 별로 안무서웠습니다.

초반에 한 3분정도는 무서웠는데 퀴즈를 풀다보니 그닥...

으스스한 노래가 나오는데 나중엔 좀 에이 정신사나워 란 기분이었습니다....


음...

별로 안무섭습니다. 친구말로는 유명하지 않은 타 방탈출의 공포테마가 10배는 무섭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타 방탈출 업체는 벽 안의 구멍에 손을 넣어야하는데 머리카락이 느껴지는 미션을 해야한다. 뭐 이런게 있었는데

(듣기만 해도 무섭네요.)

딱히...여기는 저의 담력을 테스트하는게 없었습니다. 좀 깜놀! 하는건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긴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쉬웠구요. 초보가 3명이서 하기 적당한 것 같습니다. 






점수

★★★☆☆

인원

2명

성공여부

성공/실패




강남 코드케이 유명세는 들었지만 강남쪽에서 놀지 않아서 가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래는 좀비 90일후를 하려고 했었지만 친구가 졸려서 집에가고싶다고 더 빠른 방탈출을 해야한다고 하여서 친절한 직원분의 추천으로 

감옥탈출로 방을 바꿨다.



처음에 수갑을 차고 활동을 해야해서 조금 불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의 난이도는 쉬운편이었으나 실수와 친구의 부적응으로(친구는 방탈출 초보) 인하여 많은 퀴즈를 못풀었던 것 같다.

공포 방탈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놀라는 부분이 있어서 비명을 자주 질렀다.

코드케이 특유의 딱빡꽝 이라고 하던데...진짜 놀랐다. 공포도도 없는데

다른 방까지 넘어가는 걸 했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우리는 방을 탈출하지 못했다.

아니 거의 초반부부에서 틀렸던 것 같다. 


다른 방 탈출에 비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평범한...쏘쏘? 






제임스.T. 커크의 이름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늘 항상 실습이다 공부다 자신의 건물에 찌들어서 나오지도 않는 의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으니 증명은 다한셈이다. 소위 말하는 유명인사라는 것이다. 


유명인사라는 것에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수 백, 아니 어쩌면 수 천명의 사람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인물이었기에 뒤따르는 소문도 많았고 내용은 긍정적이기도 하며 부정적이기도 했다.대학 내의 회장선거에 출마하여 학생회장으로 뽑히긴 하였지만 그 과정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짜고 쳤다는 소문도 있는가하면은 어느 봉사단체에 몇 백만원을 기부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무엇하나 검증된 내용은 없었고 귀와 입들이 상호작용하여 널리 퍼진 것 뿐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맞다고 말할 수 있는것도 있다. 제임스 커크가 대학 내 들어가기 어려운 사교클럽의 일원이라는 점. 그리고 그 사교클럽에서 행하는 행동들은 객관적으로 정말 추잡하다는 점. 오로지 그것만이 모든 이야기들의 진실이었다. 


레너드 맥코이도 제임스 커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 대화도 한 적이 있었다. 그 대화라는 것은 정말 짧고 시시한것이긴 하였지만. 레너드는 그 날도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빌어먹을 의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끝이 없는 양에 정신이 혼미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러다가 책 속에 깔려 죽을 것 같아 산책할 겸 나간것이 실수였다. 자판기에 차가운 음료를 하나 뽑아놓고서는 여름밤을 즐기며 도서관 주변의 연못을 돌고있던 도중, 구석진 곳에서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은것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했겠거늘, 그 날은 왜 신경쓰였는지 몰랐다. 연못앞에 서서 음료를 마시며 눈살을 찌푸리고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무리들을 바라보았다.


"어?"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학생회장이자 유명인사인 제임스 커크가 그 무리중에 정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인물인데? 하면서 깊게 쳐다본것이 두 번째 실수였다. 레너드는 그 짧은 순간에 제임스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아뿔싸 하고 고개를 저을까했지만, 이미 마주친 것 꼴사납게 도망치고 싶지는 않아서 가만히 바라봐주었다.


"너도 할래?"


그러자 들리는 소리가 저 말이었다. 너도 할래? 술에 매우 취한 사람처럼 혀꼬인 발음이 들려왔다. 술에 취한건가 싶어서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그들의 주변에는 술병하나도 없었다. 대신 있는것이라고는 담배같은 것들 뿐이었다. 코카인. 그걸 피우고 있구나. 레너드가 단숨에 알아차리고서는 혐오를 숨기지 않은 표정으로는 그들을 잠시 노려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서는 쭈욱 음료는 끝까지 마시고서는 단숨에 뒤를 돌았다. 자신들을 상대도 하지 않겠다는 레너드의 태도가 뭐가 웃긴것인지 그들이 갑자기 폭소를 하기 시작했다. 얼빠진 놈들. 레너드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도서관으로 걸음을 향했다.


그래, 그것이 제임스 커크와의 첫 만남. 첫 대화. 첫 인상. 


그런 부류는 딱 싫다. 행실이 방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사고나 치고다니는 거만하고 시끄러운 놈들. 바보들의 선망을 받으면서 자신들이 왕인양 허세를 부르면서 크게 웃으며 좋지 않은 분위기를 만드는 놈들. 레너드는 커크가 속한 사교클럽 자체를 싫어했으며 단연 일원인 제임스 커크도 경멸했다. 남자와 여자 따지지 않고 침대로 불러일으킨다는 제임스 커크,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와 도서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행위를 벌였다는 제임스 커크, 그 외에 양다리가 아닌 세다리, 네다리를 걸쳤다는 소문, 마약을 입에 달고다니다는 소문. 어찌되었든 이야기는 많았다. 도대체 그런 이를 왜 경멸하며 선망하는지 몰랐지만 어찌되었든 레너드 맥코이는 제임스 커크를 싫어했으며 또한 그 많은 루머들이 거진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제임스 커크를 싫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레너드가 그에게 무슨 위협을 가한것은 아닌었다. 그저 어떠냐고 물으면 그런 인간은 싫다고만 잘라 대답할 뿐. 마주칠 일도 없거니와 상대방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모를테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없었다. 


그렇게 언급되지 않으면 마음속에 숨어있는 경멸도 꺼내지 않고 살았을 무렵, 레너드는 또 한번 우연치 않은 기회로 커크를 만나게되었다. 


"미래에 의사가 될 사람들이잖아."

"...우리는 사람 전문이야. 애초에 상식적으로 동물을 외과생에게 데려오는게 말이 돼?"

"그렇지. 사실 나도 살짝 이건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가벼워 보이는 상처니까 되지 않을까 싶었지. 어찌되었든 '치료'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가벼운 것 정도는 봐줄 수 있을 줄 알았지."


커크가 그렇게 말하며 레너드에게 빙긋 미소를 짓고서는 자신의 품안에 있는 고양이를 꼬옥 안았다. 야옹. 고양이가 연약한 울음 소리를 내뱉으며 레너드를 올려다보았다. 댐잇. 레너드가 미간을 찌푸리고서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실습실에는 자신과 커크 밖에 없었다. 고요한 실습실에는 무거운 침묵과 어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학교에서 서식하고있는 들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준다고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먹이를 주기 위해 공원에 들렀고 고양이들은 어미새마냥 커크를 향해 야옹 울며 다가왔고 그리고 커크는 고양이들 중 가장 작은 고양이의 발에 상처가 난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꼬옥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발을 만지자 애옹애옹 소리를 내면서 울었다고 한다. 낮이라면 동물병원이라도 데려가겠거늘, 밤이어서 문도 닫아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들린곳이 바로 이 곳. 의과대학. 아무리 가벼운 상처라도 그렇지. 인간과 고양이는 뼈의 골절부터 피부까지 전부 다른데.... 어디부터 지적해야할지, 아니 지적을 해도 되는지 몰라 한숨만이 밀려왔다. 그의 가벼운 발상에 무어라 하기에는 근본이 너무 선했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바보같은정도로 순진했다. 


애옹. 두 사람 사이에 고양이 만이 울뿐이었다. 커크는 어떻게 하지...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고양이를 만질 뿐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조금 멀지만. 동물 응급센터도 있어. 24시간으로 하는 곳. 정 걱정되면 거기로 가보던가"

"아, 정말? 어디에있는데?"

"택시타고가면 30분쯤. 주소는 내가 적어줄게."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않을게."


커크가 레너드의 말에 빙긋 웃으면서 다행이야, 그치. 하면서 고양이를 안았다. 사내 치고는 눈웃음이 가늘고 길다라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의 머리에 코를 부비고 있는 커크를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찜찜한 기분. 어쩌면 좋지 않다고 여겼던 인물이 갑작스레 들이닥쳐 도움을 요청하여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아, 그런데. 나 지금 돈이 없어." 커크가 다시 고개를 올려 레너드를 쳐다보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시선에 자신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들킬까, 레너드가 깜짝 놀라 얼굴을 굳혔다. 다행히도 눈치채지 못한것인지 커크는 똘망똘망 레너드를 쳐다볼 뿐이었다.


"...지갑이 왜 없는데."

"기숙사에 놓고 왔어. 핸드폰도. 다시 갔다왔는데 고양이가 어미곁으로 가면 어떻게 해."

"...젠장."


원래라면은 상관하지 않았을 거늘, 그것이 제임스 커크라면 더더욱 그랬을 거늘. 커크가 고양이를 들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무언가 레너드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고 그 작용덕분에 단칼에 거절하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딱히 제임스 커크로부터 돈을 빌려달라거나식의 부탁을 듣지는 않았다. 그런데 자신을 쳐다보는 파란 눈이, 안쓰럽게 올려진 짙은 눈썹이, 묘하게 기가죽은 표정들이 레너드를 압박하고 있엇다.


"...따라와."


레너드는 무엇이 자신에게 이런 복잡한 마음을 주는지 몰랐다. 


***


시간은 빠르게 흘러 그날밤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레너드는 커크와 함께 택시를 타고 동물 응급센터에 들렸다. 사이좋은 친구인냥 고양이의 진료를 기다리고 같이 새벽에 학교로 돌아왔다. 원래부터 알던 사이도 아니었고 레너드는 커크에 대한 호감도가 거의 마니너스 였기에 두 사람간에 많은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그 정적이 묘하게 레너드를 불편하게 하였지만 정작 커크는 신경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원래부터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단적인 성격인것인지. 그렇다고 대화가 아예 오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커크는 혼잣말처럼 레너드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간간히 했다. 우리 학교에 몇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있으며 자신이 어떻게 밥을 주는지. 이번 시험때 공부하려고 힘이 들었다는지. 학교 축제때 무엇을 했으면 좋겠냐든지 등등. 레너드는 처음에는 어, 그러냐, 그래, 모르겠는데. 등의 짧은 대답만을 하다가 점차 말이 길어졌다. 그러다 결국 진짜 마약을 하는 것인지, 몇 명과 동시에 사귀는 것이 사실인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제임스 커크는 풉. 하고 웃으면서 진짜라고 생각해? 라고 물었다. 그리고 레너드는 솔직한 사람이었기에 행실이 방정하지 못해보인다라고 대답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좋은 이야기든 싫은 이야기든. 뭘 믿든 상관 안해. 내가 아니라고 하면 내 말 바로 믿을꺼야?"

"...아니."

"그런데 무슨 대답을 들으려고. 그냥 니가 보고싶은 것, 믿고싶은 걸 믿어. 하지만 하나만 말해줄게. 나는 몇 다리를 걸친적도 다수와 침대에 뒹군적도 내 여자친구와의 섹스 비디오를 올린적도 없어."


믿는것도, 안 믿는것도 너의 자유지만. 아, 약은 좀 했어. 커크가 키득 거리면서 뒷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그 말은 레너드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다.

그 모든것을. 레너드가 듣고 믿었던 모든것을.

자신의 심정을 복잡한게 한 이유를 깨달았다. 레너드는 커크의 첫 인상만을 보고 선입견을 씌우고 모든 것을 저 혼자 멋대로 판단한 것이었다. 편견으로 가득찬 레너드의 눈에는 커크는 정말 좋지 못한 학생이었는데 선한 이유로 실습실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 당황했던 것이었다. "아, 그래." 겉으로는 커크에게 짧은 단답식으로만 대꾸를 하였지만 속으로는 부끄러움에 몸둘바를 몰랐다.


돈은 주지 않아도 돼. 라고 말을 하였지만 한산코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면 계좌번호로 이체해달라 했지만 정없게 그게 무엇이냐 웃었다. 대신 이걸 받아갈게. 커크는 그렇게 말을 하고서는 레너드의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을 뺏고서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연락할게. 이 번호로."


그렇게 빙긋 웃고서는 다시 총총 고양이를 들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후, 레너드는 일주일이 흐른 지금까지 매일같이 커크를 만나 같이 식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냥 돈만 받고 나와야지, 거절해야지. 속으로 수십번은 되뇌였지만 생각처럼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제임스 커크를 향한 불편한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선입견으로 그를 멋대로 보고 판단하고 생각했던. 그것이 설사 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하더라도 어느정도 레너드에게 찜찜함을 주었다. 


그렇다면 제임스 커크는 왜 이렇게 자신과 만나는 것일까? 레녀드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이기에 만난 지 이틀째가 되던 날 물어보았다. 너는 생각보다 재밌어, 알아? 커크는 케이크의 딸기를 포크로 콕 찝으며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재밌다라. 무엇이 재밌는 걸까. 이해할 수 없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 와 종종 어울리게 되는것이 레너드에게는 일종의 속죄라고 생각했다. 너무 거창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 단어말고는 딱히 이 행동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레너드는 그토록 경멸했던 제임스 커크와 어울려 다니게 되었고 그는 레너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밝은 사람이었고, 외로운 사람이었고, 친절한 사람이었고 그리고 착한 사람이었다. 왜 이런 그에게 그런 나쁜 루머들이 돌았을까. 그런 의문은 잠시였다. 그는 유명인사고 악독한 사교클럽의 리더이기도 했다. 그가 그 사교클럽의 행동들을 제지하는 편이라는 것은 대중들이 궁금하지도 않는 내용들이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체 입만 열었던 것이다. 알면 알수록 괜찮은 사람. 가벼워 보이는 행동에는 자신을 진지하게 대할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였고.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듯 터는 어깨에는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이 보였다. 


"댐잇."


그리고 그런 그를 알면 알수록 아무것도 모르는 체 욕을 했던 과거의 자신이 생각나 부끄러웠다.


***


한달이 지나자 이제는 그와 어울려 노는것이 속죄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같이 어울리며 친밀함도 생겼고 정도 들었으며 서로 익숙해져갔다. 레너드는 어떻게 이런 사이가 되었지? 하고 종종 고민을 해보았으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옆에있는 이 병아리 같은 놈이 괜찮았을 뿐이다.


짙은 눈썹, 바다를 담은 듯한 파란 눈, 항상 빙긋빙긋 올라가있는 입꼬리.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겠다. 멍하니 자신의 방 안에 누워서 제임스 커크를 떠올렸다. 요즘 들어 종종 이랬다. 그와 함께 있을때 멍하니 그를 쳐다보기도 했고 혼자 있을때도 종종 이렇게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다. 나...얼빠인가. 연인을 고를 때 얼굴보다는 이성과 지성을 중시한다고 여겼는데. 아니야. 그렇다고 커크에게 이성과 지성이 부족한건 아니지. 아니, 이게 아닌데.


꼬리를 물고 물고 물어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위이이잉 하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 밤에 누구지? 하고 들어보자 [제임스 커크]라는 이름이 띄워져있었다. 너도 양반은 못되는 구나. "여보세요." 레너드가 살짝 웃으며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레너드 맥코이씨" 안녕하세요. 제임스 커크 친구 피터예요."

"...? 아, 네. 안녕하세요. 근데 무슨 일로..."

"그게...커크가 지금 너무 많이 취해서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자꾸만 레너드 맥코이 씨만 찾아요. 데려오라고. 정말 죄송해요."

"그 빌어먹을 놈이 그래요? 나 참."


분명 귀찮은 상황인데 미간은 찌푸려진 상태인데 왜 입꼬리가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거기 어디예요." 레너드가 늘 변함없이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


인사불성이라는 말은 이럴때 어울리지. 레너드가 커크를 어깨동무 형태로 안고 질질 끌고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 별로 안취했어. 진짜 별로 안취했는데? 휘청휘청 제 몸도 못가리는 주제에 말은 번지르르 하다. 젠장! 알겠으니까 좀 가만히 있어! 레너드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제 좀 조용히 있겠지 싶었는데 커크가 아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욧! 우리 지미가 술 좀 마실 수 있지! 에헤헿. 우리 지미래. 에헤헿 하고서는 혼자 말을 던지고 혼자 웃으며 더 요란스럽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레너드가 커크를 데리러 간 곳은 사교클럽의 회식자리 비슷한 곳이었다. 북적거리는 인파 속, 커크는 정 한가운데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고. 다들 그런 커크가 신경쓰이지도 않은지 서로 얼싸안으며 술을 마시며 마약을 피기 바빴다. 그 더러운 곳에서 커크를 들어올리고, 그 옆에 피터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데려간다는 말만 하고 바로 도망치듯이 나왔다. 떠들썩하기 짝이 없는 그곳에 그를 데리고 나와 밤공기를 들이마쉬어야 더러운 것이 가시는 기분이었다. 


"잠깐, 잠간만. 레너드."

"젠장. 또 뭐야! 가만히 좀 있어! 그래야!"

"나 토할꺼같아."

"뭐?!"


레너드가 화들짝 놀래며 커크를 쳐다보았다. 우욱. 하면서 볼을 잔뜩 부풀린 커크가 레너드를 보며 도리질을 쳤다. 안돼, 안돼! 급해진 레너드가 급하게 주위를 살펴보자 구석진 골목이 보였다. "토할려면 저기가서 토해!" 이 사람 많은 곳에서 토를 해, 사진을 찍혀,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질질질 어둡고 후미진 골목으로 끌고가자 커크가 바로 벽에 손을 짚고서는 웨에엑 하는 소리를 냈다. 토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긴 실타래와 같은 위액이나 침이 흘러 나왔다. 이 웬수덩어리야. 레너드가 툭툭 하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이상하네... 나올 것 같은데 안 나와. 침을 몇 번 퉤퉤하고 뱉어내고서는 커크가 그대로 벽에 주저 앉으며 말했다. 


"조금만 쉬고가자. 못 걷겠어."

"지금까지는 걸어왔냐? 내가 업어왔지."

"아, 몰라. 조금만 쉬자."

"가지가지 한다. 진짜."


너때문에 내가 다 삭는다, 삭아. 뼈만 남겠어. 레너드가 꿍얼꿍얼 불평을 하며 커크의 옆에 같이 주저 앉았다.


"그러면 본즈는 어때."

"뭐?"

"뼈만 남겠다며. 그러니까 본즈."

"아니, 뼈만 안 남게 해줄래? 그딴 발상 집어치우고."


이게 진짜 날 삭게 만들려고 그러나. 레너드가 콩 하고 머리를 벽에 기댔다. 불량 사교클럽의 회장, 인사불성으로 취한 친구, 더러운 골목길에서의 대화. 지금까지 레너드가 한번도 겪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너랑 있으면 사건사고만 겪는 것 같아. 레너드가 불평어린 소리를 또 내뱉었지만 옆에서 들리는 대답이 없었다. 술에 취해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대답을 못하나보지. 하며 눈을 감고있자 잠시 뒤 기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즈는 내가 싫어?"

"...그러면 좋겠냐."

"정말로 내가 싫어...?"


목소리가 뭔가 이상해 눈을 뜨고 돌아보자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준 적 없어보이는 표정을 한 커크가 있었다.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강아지가 눈물을 흘리기 직전 같아 보이는 표정이라고 해야하나. 진한 눈썹은 살짝 내리깔고있고, 눈물은 없지만 눈망울이 촉촉한 것이. 단순히 말하자면 울기 직전의 표정인데 뭔가 더 심오하고 복잡한 것이 있어 보였다. 뭐야. 왜 그래. 레너드가 무관심한 척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니, 그냥. 내가 너무 귀찮지 않나."

"...귀찮은게 한 두번이야? 됐어. 신경쓰지마."

"...그래서 싫어하는게 아닐까."


나는 본즈 많이 좋아하는데. 

마지막 말에 레너드의 심장이 단숨에 쿵 하고 내려 앉았다. 뭐지? 취한건가? 아니, 취했지. 취해서 이런건가? 얘는 취하면 아무한테 고백을 하나? 보이지 않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레너드가 인상을 찌푸리고 커크를 쳐다보았다. 멍해보이는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이 가벼워 보이는 듯한,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아 나중에 그냥 친구로서 좋아했다고 변명할 수 있는 말에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쿵쿵뛰는 심장과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레너드가 최선을 다해 생각했다.


그리고서는 바로 커크의 뒷통수를 끌어당겨 입맞춤을 했다. 어떤 의미로 좋아하는데? 라는 형편없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나도. 라는 애매한 대답도 하지 않고. 내가 너를 어떤식으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답해주었다. 끌려오는 몸에는 저항은 없었다. 말캉한 커크의 입술이 바로 느껴졌고 작은 성문은 쉽게 열렸다. 혀를 비집고 침입하자 뜨거운 숨김만이 반겨주었다. 그대로 고개를 약간 꺾은 뒤, 레너드가 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한번도 입맞춤을 해본 적 없는 것처럼 열성적으로 탐했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혀를 얽히고, 입천장을 쓸고. 흡 이라는 살짝 야릇한 소리가 나오고 나서야 입을 떼어내었다.


허억허억, 쉬지 못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나서야 붉은 얼굴을 한 레너드가 마찬가지로 붉은 얼굴을 한 커크를 쳐다보았다. 어찌보면 레너드 다운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의사를 지망하는 자 치고서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었으니까. 무언가 부끄러운 상황에 레너드가 고개를 한번 숙이다가 멋적은 듯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서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 꺼 같아 고개를 들고 커크를 쳐다보자, 실실실 웃고 있는 커크의 얼굴이 보였다. 


"...본즈."

"...왜?"

"너, 나 정말 좋아하는 구나?"

"뭐?"


실실실 웃고 있는 제임스 커크의 얼굴. 방금 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 듯 돌린 고백을 짓는 것과는 다른 표정. 뭐지? 싶어 멍해있는 순간 어디서 '찰칵'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찰칵? 커크의 뒷편에서 나오는 소리에 레너드가 그의 어깨 너머를 살펴보았다.


"서프라이즈, 본즈."


왜 그곳에 서너명의 사람들이 비웃는 듯이 서있는 걸까.

본즈커크 신간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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