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뭐해."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커크에게 레너드가 물었다. 대답 대신 커크는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고서는 하품을 쩍 하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으그그 한심한 소리를 내뱉으며 날렵한 팔을 쭉 피는 것이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웬일로 위스키? 싸구려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은 체 커크가 낼름 본즈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봉투를 낚아채고는 물었다. 그리고서는 당연하듯이 자신의 오른손목에 봉투를 걸치고서는 레너드의 집 대문앞에 섰다.


"뭐해? 열어. 빨리 들어가자, 춥다."


어이가 없고 기가막혀 뭐라 한소리를 하려다 눈에 빨간 커크의 코끝이 밟혔다. 댐잇, 짐. 자주 내뱉던 욕을 속으로 혼자 내뱉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물러터질 것인지.


*** 


날씨가 너무 추웠어. 얼어죽을 뻔 했다니까? 위스키가 담긴 봉투를 책상 근처에 팽개치듯이 놓고서는 커크가 바로 본즈의 안락한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자신의 집마냥 움직이는 커크를 본즈는 그저 현관앞에서 목도리를 풀면서 지켜볼 뿐 이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동사할뻔 했어. 도대체 왜 디지털 잠금장치를 설치하지 않는거야? 요즘시대에 열쇠를 돌려서 문을 열다니. 블라블라블라, 툴툴툴툴. 불만을 한 껏 쏟으며 커크가 본즈의 이불로 몸을 감쌌다.


"... 도대체 여기에 왜 온거야?"


레너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만났을 때 부터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나 추워, 본즈. 위스키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것 같아."


하지만 또 동문서답인 대답이 왔다. 필시 이건 고의일게 분명했다.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붙잡고 본즈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냉정한 표정을 짓고서는 고했다. 몸을 데우고 바로 나가라고. 다른 이에게 이정도의 말을 하는건 어렵지 않았겠지만 커크에게 하는 것은 어려웠다. 레너드는 이것이 자신의 고질병이 아니라 저 빌어먹을 놈의 사슴과 같은 눈망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눈을 향해 어떻게 모진 말을 하겠는가.


"오는길에 눈이 왔어. 그래서 바지가 다 젖었어."


레너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도 모르는지 커크가 태평한 소리를 말했다. 오는길에 눈이 왔다니. 젠장. 다섯시간도 전의 일이잖아. 도대체 몇 시간을 거기서 앉아 기다린거야. 그를 쫓아내야한다는 마음과 동시에 의사로서 - 어디까지나 의사로서! - 자연스레 걱정이 들었다. 몸이 튼튼한 그는 갑작스레 뜬금없이 몸살감기에 걸리곤 하였으니까. 늘 튼튼한 몸하나 믿고 난리치지말라고 잔소리를 매일 달고다녔다.


커크의 말에 본즈가 끙 소리를 내며 다시 입을 닫았다. 노리고 말한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커크가 한방 먹인거다. 걱정 하나는 으뜸인 본즈는 자신이 아픈것에 늘 예민했으까. 


"그래서 말인데, 본즈. 남은 바지 있어?"


단순히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 사이에 바지를 벗었나보다. 커크가 이불 밖으로 자신의 맨 다리를 살며시 꺼내보였다. 이불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몸은 얄쌍하고 흰 다리만을 내놓은 상태였다. 마치 어린시절 보았던 포르노 잡지의 표지같은 장면이었다. 진짜야, 젖은거 맞아. 확인해볼래? 뭐가 젖었다는 것인지 주어는 빼놓고 의도적인 중의적인 말을 내뱉으며 커크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지미."


레너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작정하고 노리고 날린 펀치였다. 커크가 속으로 다 이겼다. 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자,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너한테 좀 클지도 모르지만 남은 바지 있으니까 그거 입고 얼른 나가."


남자 레너드 맥코이. 자신의 사랑을 위해 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


커크에게 이별을 고한것은 어젯밤이었다. 이제 그만 만나자고,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반응은 간단했다. 그래? 딱 한마디. 어찌보면 갑작스럽다고 할 만한 본즈의 이별선언에 왜그러냐는 화도 없었고 이유가 뭐냐는 질문도 없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눈물도 없었다. 그저 순응했다. 헤어지자고 말한 것이 본인이어서 그의 담담한 반응에 투정을 부릴 순 없었지만 이정도로 조용하니 모순적이지만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가 곧 그래, 커크에게는 난 이정도였구나. 오히려 잘됐어.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었던 어젯 밤, 커크는 자신의 집 문 앞에 있었다. 헤어지자고 말할때 군소리 없이 그래? 라고 말했던 그가 이 추운 날 다섯시간동안 몸을 덜덜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 늘 항상 그는 예상치못한 행동을 하곤 했지만 어젯밤의 일은 예상치 못한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지미, 너를 보면 노란 공이 떠올라. 이전에 레너드가 커크에게 그런말을 했었다. 노란색은 커크를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색이었고, 공인 이유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였다. 작고 둥그런 공은 딱 보면 이것은 공이다. 라고 단순히 알 수 있었지만 막상 던지면 왼쪽으로 튈지, 오른쪽으로 튈지, 역으로 자신에게 날아올지 몰랐다. 그래서 그를 보면 늘 항상 노란 공이 떠올랐다. 분명 단순한 성격인데 예상치 못하는 것. 


이 공이 설마 이런식으로 튈 줄은 몰랐다. 헤어지자고 말할땐 이유도 묻지 않더니 다음 날 자연스럽게 찾아와 훌렁훌렁 옷을 벗는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인걸까.


오늘은 소개팅이 있는 날이었다. 이름이 소개팅이지 결혼을 염두하고 만나는 장소이니 맞선이라고 불리는 편이 더 옳았다. 커크와 헤어진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고 심정이 이래저래 많이 복잡했지만 그렇기에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부랴부랴 준비한 자리이지만 진심을 다해야하늘 자리이거늘.


도대체 저 자식은 여기에 왜있는거야.


본즈의 테이블에서 멀지 않은 대각선 자리에 커크가 혼자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마시지 말라고 했던 커피를 세 잔째 시키고서는 이쪽을 부리부리 노려보며 후르륵 커피를 마시는데 당장 가서 커피를 뺏고서는 뭐하는 짓이냐고 묻고 싶었다. 


여긴 어떻게 안거야. 누가 알려줬나? 아니, 아무한테도 안 말했는데...?


진정하자.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잖아. 우연히 커피를 마시기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렸는데 우연히 전 남자친구...비스무리한 사람이 여자랑 앉아있으니 기분나쁠만도하지. 레너드가 최대한 머리를 굴려가며 커크의 존재를 이해하고 납득을 했다.


"저기, 맥코이씨는 그러면 휴일에 뭐하세요?"

"네? 아, 그냥 뭐... 영화라도."

"아, 저도 좋아하는데. 다음 휴일에 같이 보라갈래요?"

"그럴까요?"


최대한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하자 커크의 하! 하는 탄식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젠장, 이거 우연아니다. 분명 노리고 온거다. 저자식 엿듣고 있잖아! 그래도 뭐 별일이야 있겠냐 싶어 레너드가 커크를 무시한 상태로 앞의 여자를 신경썼다. 아무리 돌진형 인간이라고는 해도 성급하게 이런자리에 끼어들진 않겠......


"영화? 영화 보는걸 좋아한다고? 언제부터?"


그래, 넌 예상할 수 없는 인물이었지.


"...저, 저 누구세요?"

"그 쪽한텐 볼일 없어요. 본즈. 할 말 있어. 따라와."

"에이미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쪽은 제 친군데..."

"친구? 넌 친구랑 키스도 하냐!?"


갑작스러운 커밍아웃과 전애인의 난입으로 인해 패밀리 레스토랑은 흥미진진한 상황이 되었다. 당사자인 레너드만큼은 죽을맛이 되었지만. 당황하기는 에이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자신의 테이블 옆에 서있는 커크를 한번 바로보고서는 바로 고개를 돌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마에 손을 짚은 레너드를 바라보았다. 번갈아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 나중에는 본즈만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당황스럽겠지. 갑자기 드라마 속 악역이 된 기분일텐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라 본즈가 끙 소리를 냈다. 초면이지만 일단 내가 바이섹슈얼이라고 설명해야하나. 젠장, 근데 난 지미이외에는 남자 연인을 상대해본적이 없다고! 아니 애초에 우리가 헤어졌다는 것부터 설명해야겠구나. 대화소리로 가득해야 할 레스토랑이 저들의 테이블 덕분에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제 직원들 조차 옹기종기 모여서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지미 넌 어떤의미로든 주목을 받는데 천재야. 


"그러니까, 이건."

"개자식."


설명을 하기 위해 입을 떼자마자 물벼락이 날라왔다. 대박. 바로 옆 테이블의 어린 남자 손님이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고서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아마 이 가게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소리였을 것이다. 잘 먹고 잘살아라. 커크가 그 말을 내뱉고서는 물을 쏟아 텅 빈 유리잔을 테이블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뚝, 뚝. 본즈의 머리카락과 이마에서 물이 한방울씩 떨어졌다.

댐잇.


***


잘근잘근 엄지손가락을 깨물며 커크가 초조한 눈빛으로 탁자 위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째깍,째깍. 초 단위로 움직이는 시계가 작은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올때가 되었는데. 안 오면 진짜. 어후. 몸을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침대위에 벌러둥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던 커크가 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제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왔다.


이 성가시고 답답하기 짝이없는 연인이 드디어 온것이었다. 만만의 준비를 다한 커크가 마지막으로 긴 전신거울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표정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머리는 깔끔한지, 옷은 까리한지. 모든 점검이 끝나면 정면승부일 뿐이었다. 커크는 이제 의기양양하고 당당한 표정을 짓고서는 누구세요? 라고 담담하게 말하고서는 문을 열었다.


"젠장, 지미! 도대체 뭘 한거야!"

"내가 뭘?"


뻔뻔스로운 표정으로 얄밉게 되묻자 본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매사에 늘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던 이 의사에게는 놀랍게도 더 찌푸린 인상이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 이 얼굴. 내심 본즈가 다시 자신을 찾은 것이 기뻐 - 그게 비록 열받아서일지라도 -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므로 그러지 못했다. 


"비켜. 나 클럽갈꺼야."


초조하게 본즈를 기다리고 있던 주제에 그렇지 않은 척, 마치 막 클럽에 나가려고 했던 것처럼 커크가 말을 했다. 클러어어어업? 본즈의 목청이 커졌다. 본즈가 자신의 행동 중 싫어하는 것이 101가지가 넘었지만 그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은 클럽에 가는 것이었다. 딱히 바람을 피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저 춤을 추며 놀러가는 거라고 해도 학을떼며 싫어했고 종종 본즈에게 걸려 클럽안에서 귀를 잡혀 끌려나간적도 있었다. 그래서 커크는 일부러 클럽에 간다고 입을 털었던 거다. 그를 가장 자극시키기 위해.


"내 소개팅은 망쳐놓고 넌 클럽에 가겠다? 젠장,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돼? 우린 헤어졌고 이제 남남이고. 본즈 넌 니 갈길 가. 난 내 갈길 갈게."

"이제 남남인 사람이 남의 소개팅에서 그 꼴을 만들어?"

"열받았으니까.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해놓고 이유도 안알려줬으니까."


들었을때는 너무 멍해서 화가 난줄도 몰랐는데,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니까 화나더라고. 커크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꽤 논리적이어서 본즈는 화로 잠식된 머리로 뭐라 대꾸할 반박을 찾지 못했다. 그래...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헤어지자고 했지... 이유도 말 안하고... 근데 지미가 이유를 안물어봤는데... 아... 너무 당황스러워서 못물어봤다고 했지... 여러모로 진짜 지미말이 맞고 자기혼자 나쁜놈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벗어날 수 없는 본즈가 끙 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자신의 뒷목을 주물럭 거렸다.


그렇게 따지면 본즈의 집 앞에서 훌러덩 바지를 벗은 것이 논리성에서 아주 벗어난 사건일텐데...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본즈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커크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정말 이 팔불출이면서 성가시고 답답하기 짝이없는 연인이. 커크가 그런 본즈를 불퉁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비켜. 나 나갈꺼야. 라며 본즈를 문 앞에서 밀어냈다.


"잠깐. 진짜 클럽가게? 미쳤어?"

"내가 왜 미쳐. 내가 클럽가서 원나잇을 할지, 남자 다섯명이랑 몸을 섞을지. 여자랑 남자랑 섞어서 할지 신경쓰지마."

"뭐, 뭐 몸을 섞어? 젠장 지미!"


본즈가 커크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 그리고 형형하게 눈을 빛내며 앞을 막았다. 벌써부터 흰 커크의 손목에는 본즈의 손자국이 새겨졌다. 커크는 그런 본즈를 그저 무심히 쳐다보았다. 바보같은 본즈. 내가 정말 니가 헤어지자고 말한 이유를 모를 것 같아? 


본즈와는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연애를 했다. 처음에는 우연히 바(bar)의 옆자리에 앉았던 사이로 가볍게 시작되었지만 점차 시간이 갈 수록 두 사람의 관계에는 애정과 신뢰 등의 깊고 농후한것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커크에게 있어서 본즈는 첫 연인은 아니었지만 첫 사랑이었다. 많은 이들을 사귀었지만 본즈와 같은 관계가 된 것은 처음이었고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준 것도 본즈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커크는 신이 났다. 하고싶은것도 많았고 꿈꿀 미래도 길었고 설레이는 이 심장이 낯설면서 좋았다. 하지만 본즈에게 있어 커크는 마지막 사랑이었다. 이미 한번의 이혼경험과 연륜은 마지막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실한 마음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그 사랑이 도달한 결과, 자신은 커크의 발목을 잡고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 커크는 젊다. 혈기왕성하고 사람 자체에 빛이 난다. 누군가를 자신에게 끌리게하는 신비한 매력이 있으며 늘 어디에서나 당당했다. 그런 지미를 자신이 계속 붙잡고 있어도 되는건가. 자신은 이제 성장이 끝난 사람이다. 그 처럼 늘 자극적이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없다. 그가 성장하는 새싹이면 자신은 시들어가는 나뭇잎이다. 그러니까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가게 하기 위해. 고리타분하기 짝이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커크는 본즈의 이런 생각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쫄려서 도망치는 주제에 날 막을생각을 어떻게 해?"

"겁먹은거 아냐."

"웃기지마, 겁쟁이. 내가 니 생각하나 모를 것 같아?"


일년이면 짧지만 긴 시간이야, 본즈. 그리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이였고. 커크가 자신의 손목을 붙잡는 본즈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히려 이럴땐 어린쪽이 부담스러운 관계가 무섭다고 도망치지 않냐고. 본즈, 넌 너무 예민하고 섬세해. 가끔보면 겁쟁이고. 


"내가 너무 어리고 철없어서 싫어졌어?"

"...그건 아냐."

"내가 병원장 손자라는게 부담스러워서 도망치고 싶었어?"

"놀라긴 했지만 그것도 아냐."

"그러면 그냥 내가 싫어졌어?"

"...아냐."


그럼 뭔데? 커크가 웃으며 본즈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서려있었다. 그 눈망울을 보자 본즈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손목을 잡아 당겨 자신의 품에 커크를 담고서는 온 힘을 다해서 그의 등을 꽉 끌어 안았다. 내가... 내가 너 안놓아주면 어쩌려고 그래. 지미. 커크의 바로 귓가에 낮게 속삭이며 본즈가 더 힘을주어 으스러뜨리듯이 꽉 안았다. 


"놓지마."


안 놓아줘도 돼. 놓지마. 계속 붙잡고 매달려줘. 그리고 사랑해줘. 당돌한 젊은 연인이 안긴상태로 그렇게 말했다. 뭐가 사랑을 위해 포기한다는 거냐. 커크의 그 말에 본즈는 자신이 엄청난 착각을 했고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진짜 너 오늘 큰일저지른거야. 지미. 낮게 읊조리고서는 본즈가 그대로 커크의 귓복을 세게 물고 몸을 집 안으로 밀었다. 다른 손으로 집의 문을 닫는것도 잊지 않았다.



"괜찮아. 이보다 저 큰 일도 저지를 수 있어."



자신의 계획대로 되어 더욱 의기양양해진 커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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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본즈커크. 너무 어렵네요. 본즈커크 연성은 수백은 본것같은데...
개인적으로 얼른 젠장! 난 의사지 ㅇㅇ이 아냐! 라는 대사가 들어간 연성을 쓰고싶었는데... 제가 AU물 성애자여서 결국 현대AU물이 나왔네요. 
저 이런사이에 약해요. 뭔가 친구사이인데 너네그거친구아냐... 같은 그런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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