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반요소있음



"조금만 더 잘래" 크리스가 옹알 거리며 더욱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톰이 그의 부드러운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었다. 그 손길이 좋은 것인지 크리스가 으응 하면서 머리를 톰의 가슴에 부비었다. 서로 옷가지 하나 없이 피부와 피부가 맞닿아 기분이 좋았다. 부드러운 살결과 따뜻한 몸의 체온이 자꾸만 크리스를 잠의 세계로 빠트렸다. 어린아이와 같이 투정을 부리는 크리스를 내버려둬야할지, 아니면 너무 늦었다고 일으켜세워야할지 톰이 살며시 고민을 하였다. 어떤 선택이든 행복한 고민이었다. 톰이 자신의 안으로 파고드는 크리스를 바라보며, 몸을 살며시 굽혔다.그러고서는 그의 오똑한 이마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간지러워.." 크리스가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톰이 멈추지 않고 계속 그의 이마에 쪽-쪽-쪽- 하고 버드키스를 남겼다. "푸흐흐, 하지마" 그제서야 크리스가 무거운 눈을 살며시 떴다.아직 졸음끼가 있어 눈꺼풀이 반 정도 덮인 눈이 톰을 올려다보았다. "크리스, 착하지. 일어나야 입에도 해주지" 크리스의 뒷머리에 머물었던 손을 내려 그의 뒷목을 쓰다듬었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어제 정사의 흔적으로빨간 자국이 남아있었다. 질투도 심하고 크리스에 대한 독점욕도 심한 톰은 항상 시간을 들여 크리스의 온 몸에 자신의 자국을 남기곤 하였다. 쇄골 근처에 자국을 남겨 크리스가 언제 한번 회사에 크게 곤란함에 처한적이 있었다. 그 뒤로 항상 자국을 남기지 말라며 화를 내기는 하였지만 늘 어른스러운 톰이 유일하게 고집을 부리는 부분이었기에 타협은 불가능 했다. 크리스의 몸을 덮은 시트를 걷어내자 새하얀 나신과 함께 자신이 남긴 자국들이 가득 보였다. 이미 볼장 다 봤으면서도 여전히 맨 몸을 보여주는것이 부끄러운 크리스가"하지마" 하면서 투정을 부렸다. "입에다 받기 싫어?" 톰이 크리스의 불평을 묵살하며 뒷목을 쓰다듬던 손을 점점 아래로내렸다. 등줄기를 쓰다듬는 손길이 오싹오싹했다. "해줘, 이마말고 입에다 아니 입 안에다 해줘" 크리스가 도발하듯이 톰을 향해 낼름 하고 혀를 내밀었다."그런 못된건 어디서 배웠어, 응?" 발칙한 자신의 연인의 도발에 톰이 단숨에 크리스의 몸에 올라탔다. 그러고서는 단숨에 고개를 숙여 크리스의 입술을 물었다. 입술을 살짝 핥고, 벌려진 입 안에 혀를 집어넣고 입천장을 훑었다. "흐읏" 웃음섞인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번 크리스의 입 안을 맛보고 입술을 떼었다.자신의 입술을 혀로 할짝 거리며 웃고있는 크리스가 보였다. 


"잠 다깼지?"

"설마 이대로 아침 먹자고 하는건 아니지?"

"그러면"

"나부터 먼저 먹어야지"


부끄러워서 몸을 베베 꼬고있는 주제에 하는 말은 당돌하다. 크리스가 다리를 올려 톰의 허리를 감쌌다. 톰도 지지 않고 크리스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쪽 소리를 내면서 입을 맞췄다. "프흐흐, 간지러워. 아 진짜 간지러워..하앗..하크.." 웃음소리가 점점 들뜬 소리로 바뀌었다.톰이 신경을 쓰지 않고 계속 크리스의 어깨왜 쇄골 주변을 물고 핥고 빨았다. "하아..톰.." 이제 완전히 여유를 잃은 크리스가 자유로운 두 손으로 톰의 머리를 정신없이 매만졌다. "그냥..그냥 넣어줘.." 톰의 가벼운 애무에도 금방 뒤가 젖어 애액이 나오는 크리스가 톰을 재촉하였다. 크리스의 얘기에 톰이 마지막으로 목 주위에 쪼옥 하고 깊게 입을 맞추고 몸을 떼었다. 씨근덕 거리면서 들뜬숨을 내뱉고 있는 크리스가 보였다. 


"어디서 배운거야, 그런말. 혼나야지" 

"응..톰한테 혼날래. 빨리 혼내줘. 응? 혼내주세요"


톰이 급하게 크리스의 다리를 살짝 들어 자신의 것 삽입 하였다. 빠르게 채워지는 안에 만족하며 크리스가 톰의 몸에 손을 걸었다. 크리스의 안으로 다 들어간 톰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크리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점점 내려와 눈, 코, 볼, 입 쪽쪽쪽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하아..사랑해 크리스" 톰이 계속 크리스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중얼 거렸다. "나도..나도 사랑해, 톰" 톰의 입맞춤을 정신없이 받고 있는 크리스가 몸을 떨며 대답하였다. 나도, 나도 사랑해.






벌떡, 크리스가 단번에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이게 무슨..무슨 꿈이지. 꿈이라고 하기엔 부적절한 말일지 모른다. 상상속의 일이 아니라 실제 겪었던 일이 잠을 자면서 리플레이 된 것이었으니까. 크리스가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다시 털썩 하고 침대에 누웠다. 내가 개꿈을 꾼거다. 개꿈을 꾼거야. 눈을 감으니 꿈속에서 보았던, 과거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조금만 생각해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톰의 손길, 체취, 목소리.그동안 애써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단번에 불러져왔다. 이게 다 어제 멋대로 톰이 자신을 찾아온 탓이다. 사랑해. 그 얼마나 서로가 서로를 향해 속삭였던 말인가. 얼마나 진심을 담아 말했던 말인가. 겨우 잊고있었던 일이 한번의 만남으로 단번에 생각나다니이처럼 허무한 일은 없었다. 크리스는 침대위에서 혼자 몸부림을 치면서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몸을 뒤척이는데 뭔가 축축한것이 느껴졌다. 아닐꺼야, 아니어야해. 크리스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바지안에 넣었다.    


애액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결혼하긴 싫었다, 더 일을 하고 싶었으니까. 나에게는 아직 야망이 있으니까, 꿈이 있으니까. 더 많이 성공하고 더 성취하고 싶었으니까. 그걸 가로막히기 싫었으니까. 오메가의 행복은 결혼이라고? 높은 자리는 알파밖에 못올라간다고? 엿먹으라 그래라. 크리스는 전형적인 워커홀릭 계열의 야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톰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헤어지기 직전까지도 사랑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그를 못 잃어 밤에 눈물을 흘리는 일이있었으니, 어쩌면 헤어지고 나서도 그를 사랑했었을지도 몰랐다. 이 사람이 마지막의 상대라고 제 짝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왜 헤어지자고 말했을까. 톰에게 소리를 지르며 헤어지자고 했던 밤을 떠올렸다. 그 날은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 밖에 하지 않아 대화가 되지도 않았고,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한 크리스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있었고 화가 날 수록 냉정해지는 톰은 그런 크리스를 엄하게 대하기만 했다..그 때 좀 더 서로 차분히 대화를 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헤어지자고 말한 밤 이후 크리스는 회사 내에서 톰을 무시로 일관하였다. 톰이 자신보다 상사이기에 대화를 섞지 않는것은 불가능 하였지만 어느정도 피하는 것은 가능했다. 톰도 굳이 크리스에게 말을 걸려고 하거나 화해를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톰이 왜 그래는지는 몰랐지만 딱히 크리스를 붙잡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톰과 헤어졌다는 소문이 사내에서 돌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그때 쯤 크리스도 회사를 그만 둘 결심을 한 상태였다. 크리스가 샤워기를 돌려 물줄기를 멈추었다. 


그 때, 만약 둘이 차분하게 대화를 하였어도 정말로 '어른'스럽게 앉아서 대화를 하였어도 크리스가 회사를 나온다는 선택지는 변함이 없었을것이었다. 꿈때문에 계속 왓이프를 생각하고 혼란스럽긴 하였지만 냉수마찰로 머리를 식히고 나서 차분해진 머리로 생각을 한 결과였다. 그리고 또 확신하는게 있다면 아마도 톰과의 관계도 계속 이어나가지 않았을 것이었다. 크리스가 톰과 헤어짐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결혼'이 아니라 '다른 이유'때문이었으니까.



수건으로 머리를 털털 털면서 크리스가 탁자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열었다. 총 4건의 메세지가 와있었다. 크리스는 세 회사에 입사지망서를 작성하였다. 합격문자가 와있지 않을까 싶은 크리스가 메세지 내용을 빠르게 확인하였다.[안타깝지만..] 으로 시작하는 메세지가 세개 와있었다. 이번에는 좀 자신있었는데 설마 서류면접에서 다 탈락이라니...어제는 두 남자한테 휘둘려, 오늘 밤에는 개꿈을 꿔, 그리고 지금에서는 세 회사에 탈락을 해. 최악이 따로 없었다.어떻게 이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가며 최악의 날을 갱신하는 걸까? 그 날이 최악일 줄 알았으면, 그 보다 더 최악의 날이 생기고. 그 날이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하면 또 가장 최악의 날이 생기고. 우울하기만 한 생각에 빠져있던 크리스가 자신의 한 손으로 자신의 뺨을 찰싹 하고 한대쳤다.이렇게 절망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 벌써 반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백기간은 길어지고 그러면 면접에 불리해질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톰의 앞에서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직장을 얻었어야했다. 그래서 톰에게 보여줘야한다.


그러고보니 아직 미확인 메세지가 하나 있었다. 멜리사...? 멜리사의 메세지였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크리스가 메세지를 읽을까, 그냥 삭제할까 고민하였다.하지만 읽지도 않고 삭제하는것도 너무 정없어보이는 행동이고 설마 무슨일 있겠어? 라는 안도감이 메세지를 읽게 하였다. 꾸욱 확인버튼을 누르자 [크리스 오늘 점심에 뭐해요? 저 오늘 월차냈어요~ 같이 점심이라도 먹어요] 라는 글이 보였다. 역시 너무 과한 걱정이었던것 같다.



"오랜만이예요 크리스! 잘 지냈죠? 저는 잘 지냈어요. 그보다 면도 다시 하셨네요? 전에는 안하셨는데! 그때도 나름 분위기 있으셨어요. 그래도 면도하니까 잘생긴 얼굴이 확 살아서 좋네요!  대부분의 사람도 그렇지만 크리스는 유독 면도를 하면 더 젊어보이는거같아요! 아참,여기는 파스타가 맛있어요. 저는 크림 파스타 먹을꺼예요. 크리스는 뭘 드실래요?"

"아..저도 그냥 크림 파스타요"


멜리사는 만나자마자 그녀 답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메세지를 읽고 만날까 말까를 망설였지만 혼자 먹기도 적적하였기에 만나기로 결정을 하였다. 입이 아플정도로 입을 여는 그녀가 가끔은 시끄럽기도 하였지만 지금과 같이 우울한 상황에서 만나자니 오히려 비타민과 같이 활력을 주는 인물로 변모하였다. 크리스는 어느새 멜리사가 열어놓은 이야기에 푹 빠졌고 오늘 아침까지만 했던 고민들에 대해서 새까맣게 잊기 시작했다. 주로 하는 이야기는 그냥 일상적인, 소모적인 단적으로 말하면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엿지만 그렇기에 크리스는 더더욱 멜리사와의 대화가 좋았다. 이렇게 점심식사를 하며 아무걱정없는 이야기를 하니 정말로 일상을 즐기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멜리사 남자친구의 고약한 술버릇의 이야기가 방금 전 막이 내렸다. 이제 막 새로운 주제로 넘어가려는 타이밍에 멜리사가 "크리스도 갈꺼죠?" 라고 대뜸 물어왔다.


"네? 어딜요?"

"어디라뇨. 마리아과장님의 결혼식 말이예요!"

"네?! 마리아 과장님 결혼하세요?"

"어머어머. 크리스 몰랐어요? 이상하네? 마리아 과장님이 얘기안하셨어요?"


마리아는 크리스의 윗 선배였다. 오메가 여성이었지만 알파 여성과 남성 못지 않게 당찬 인물로 회사내에서는 흔히 말하는 '기센 오메가' 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마리아와 크리스는 꽤 절친한 사이로 마리아가 아직 아무것도 몰랐던 햇병아리였던 크리스를 도와주었던 적이 자주 있었다. "꿈이 있는 오메가 동지끼리 열심히 해봅시다" 그것이 언젠가 마리아가 크리스를 향해 내뱉었던 말이었다. 마리아는 크리스를 마음에 들어했고 크리스 또한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마리아를 마리아 선배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이 알파중심사회에서 그리고 스스로가 한수 접는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오메가사이에서 둘은 꽤나 쿵짝이 잘 맞는 콤비였다. 마리아는 언제 크리스에게 자신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오메가가 회사에서 살아남기 어려운데, 결혼을 한 오메가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렇기에 크리스는 마리아의 결혼 안해 선언에 대해서 별로 놀랍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 답다라는 생각까지 하였다.그런데 그런 그녀가 결혼이라니.놀란 크리스가 토끼눈을 하자 멜리사가 더 놀랍다듯이 입을 벌렸다. "마리아과장님이랑 크리스랑 친하지 않았어요? 저는 당연히 크리스한테 얘기했을 줄 알았는데. 어머어머. 왜 안했지?" 


아마도 마리아가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크리스를 배려해서였을 것이다. 나쁜 소문에 휩싸여 쫓기듯 회사를 나간 크리스는 아직 한번도 스스로가 먼저 마리아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가 크리스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먼저 선뜻 연락하기 힘들다라는 점을 말을 하지않아도 그녀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힘든시기를 보내고 있을지모르는 아끼는 후배에게 자신의 결혼식에 와달라고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마도 마리아는 크리스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멜리사는 마리아와 달리 생각이 깊은 타입이 아니라 무심코 말해버렸지만. 


"제가 마리아과장님한테 얘기해줄게요! 결혼하는거 크리스한테 알려줬다고! 아마도 마리아가 결혼준비하느라 까먹고있었나봐요!"

"하하..네.."


마리아가 무슨 의도로 자신을 초대하지 않았는지 말하지 알아도 안 크리스가 애매하게 멜리사에게 웃어보였다. 아마 마리아의 성격이라면 멜리사에게 왜 크리스에게 말했냐고 화를 낼지도 몰랐다. 초대를 받지 못한것이 섭섭한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리아의 배려에 대한 감사와 마리아의 결혼에 대한 기쁨이 컸다. 그 마리아가 결혼을 하다니, 상대방은 누구일까. 크리스가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후룩 마시며 곰곰히 생각을 했다. 어쩌면 멜리사가 알고있는게 아닐까 멜리사를 떠보았다.


"마리아의 예비배우자는 어떤사람이예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과장님이 워낙 사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매일매일 졸라도 얘기도 안해주고 액자같은것도 안 놓으니까요. 제가 듣기로는 여성 알파라고 했던거 같아요! 신부가 둘이니까 결혼식은 분명 이쁘겠죠. 아아. 빨리 가보고싶어요. 뭐 삼일뒤면은 갈 수 있지만"

"삼일뒤요?!"

"네! 그렇다니까요! 크리스도 꼭 오세요! 저는 블랙미니드레스를 입고 갈꺼예요! 크리스는 뭐 입고올꺼예요? 아아아! 세바스찬 씨랑 같이 오면 어때요? 다들 제 말 안믿는거있죠? 제가 크리스의 잘생긴 남자친구를 봤다고 했는데, 다들 너무 과장하는거아니야? 이러는거예요. 아니잖아요? 그쵸? 세바스찬씨 진짜 잘생겼잖아요!"

"아..아..네..근데 삼일 뒤면 너무 갑작스러워서"

"안돼요! 크리스! 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꼭 데리고 와주세요!"


이 후 크리스는 멜리사와의 대화에서 세바스찬과 벗어난 화제로 돌려보려고 하였지만 무리였다. 멜리사는 회사동료들에게 세바스찬의 외모에 대해서 어찌나 미사여구를 붙여서 설명하였는지 다들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하였다. 멜리사가 비유한 세바스찬의 외모에 대한 것은...솔직히, 정말 객관적으로! 정말정말 객관적으로 사심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생각해서 틀린것이 없었다. 멜리사가 설명한 것 처럼 세바스찬은 잘생겼으면서 사랑스러웠고, 남자다우면서 모성애를 자극하였고, 큰 키에 완벽한 바디라인을 가졌으니까. 솔직히 외모로는 원탑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크리스가 세바스찬에게 물어보고 가능한 데려갈게요. 라는 말을 내뱉어서야 멜리사가 꼭이예요! 라는 말을 덧붙이고서야 화제를 돌렸다. 다음 화제는 마리아의 결혼식에 크리스가 어떤 복장을 하고 올지였다.


멜리사와의 폭풍과 같은 시간을 마치고 크리스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하였다. 원래 점심만을 먹기로 했던 약속이었던지라, 비교적 이른 시간안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보다 마리아가 결혼을 한단 말이지, 축하한다는 메세지라도 보내야하나? 크리스가 길을 걸으면서 핸드폰을 두드렸다. 마리아, 오늘 멜리사에게 들었어요. 결혼하신다면서요? 축하해요. 결혼식장에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저도 직접 축하해주고 싶어요. 마리아의 결혼 스토리도 들어보고 싶고:D  자주 쓰지도 않은 이모디콘까지 붙여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답신은 빠르게 왔다. 오, 맙소사. 멜리사 그것이 또 입방정을 떨었군. 크리스 내가 초대하지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지? 크리스가 많이 바쁠까봐 말하지 못했어. 온다면 나야 환영이지. 장소와 시간은 자세히 보내줄게. 혹시 부담스러우면 안와도 괜찮아, 물론 와주면 나야 기쁘겠지만. 나도 오랜만에 둘만의 회포를 풀고싶어!! 그녀다운 화통한 답변이었다. 크리스가 큭큭 웃고 알겠으니 그날 보자며 답장을 보냈다. 



오피스텔에 도착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걷는데, 자신의 집 옆에 그림자가 보였다. 누구지? 싶어서 걸음을 빨리하자 익숙한 인물이 복도에서 서있었다. "세바스찬, 여기서 뭐해요?" 자신의 이웃사촌인 세바스찬이 자신과 그의 집 사이인 복도의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크리스!" 세바스찬이 크리스를 보고 믿기지 않지만 반갑다듯이 웃으며 이름을 불렀다. 뭐야, 불안하게. 밝은 세바스찬의 태도에 이 인간이 또 뭐 사고를 쳤나, 아니면 어머니라도 집에 방문해서 내가 필요한건가 싶어 크리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걸어갔다. 


"어디 나가요? 왜 여기서 서있어요"

"인상 좀 펴요 크리스. 이쁜 얼굴 망가지잖아요"


..이쁜..얼굴..? 뭐지..? 시비거는건가? 새로운 류의 시비인가? 크리스가 극혐하는 듯한 표정으로 세바스찬을 쳐다보았지만 세바스찬은 그 답지 않게 계속 너털웃음을 보였다. 난 이새끼가 웃으면 불안하더라...


"갑자기 왜이래요. 닭살돋게"

"닭살돋게라뇨. 전 항상 이래왔는걸요"

"...아니 그보다 어디 나가세요? 왜 때빼고광내고 복도에 서있어요? 복장 보니까 클럽이라도 가세요?"


세바스찬의 복장은 그 어느때보다 화려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금발의 머리는 왁스칠까지 칠해져있었고 그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 생기가 넘쳤으며, 옷은 패션에 무지한 크리스가 보아도 잘 입었다라는것을 알 수 있을정도로 멋있었다. "아..아뇨..어디 가는건 아니고. 그냥 집에있을건데요" 세바스찬이 자신의 뒷목을 긁으며 우물쭈물 거렸다. "...집에서 그렇게 입고있어요..?" 크리스가 못믿겠다는 눈치로 그를 훑어보았다. 이거 아무래도, 그동안 잠잠했던 떡방아집을 돌릴려는거같은데, 아 그래서 지금 내 눈치를 보는건가?


"오늘 오메가 만나러가요?"

"네?! 아니예요!! 그럴리가요!! 오늘 하루종일 집에있을 예정이예요! 저 만나는 오메가 없어요!"

"근데 왜이렇게 제 눈치를 봐요. 그리고 복장이 집에있을 복장이 아닌데요"

"무슨소리예요. 저는 항상 이렇게 입고있어요 집에서. 아 그보다 크리스 점심 먹었어요? 아직이면"

"방금 먹고왔는데요"

"..아...방금 먹고왔구나"


싱글벙글 웃고있던 세바스찬이 갑작스레 표정을 죽였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바짝 들고 눈동자를 빛내더니 "디저트는요! 점심먹고 디저트 먹어야 하잖아요!" 라고 말을했다. "아..아니..디저트도 먹고왔는데, 왜그래요" 사태파악이 되지 않은 크리스가 불안함을 느끼며 뒷걸음질을 쳤다. "디..디저트도 먹고왔어요? 아니..그냥 크리스랑 같이 점심이라도 먹으려고했죠.." 혼난 강아지 처럼 세바스찬이 시무룩하게 눈동자를 울망거렸다. 귀..귀여워. 아냐 속지말자 크리스 에반스. 저거 자유자재로 변하는거잖아. 너도 알잖아. "저랑 점심을..요..? 왜요?" 그보다 더 놀라운것은 자신과 점심을 함께하려는 그의 태도였다. 이제 서로 갚을것도 없어 '아무관계'가 아닌 둘이 점심을 같이 할 이유는 없었다.


"네? 왜라뇨. 크리스랑 점심먹고싶어서죠"

"왜 저랑 점심을 먹고싶어하는데요"

"..그..음...저번에 저 아프다고 스프도 끓여주시고..."

"아...그거요?"


그래도 은혜를 모르는건 아닌것 같다. 그런것까지 신경을 쓰다니.


"아뇨, 신경쓰지 마요. 어차피"

"아뇨. 매우매우 신경쓰이는데요. 그래서 저는 매우매우 크리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싶은데요. 그러니까 저는 매우매우 크리스와 점심을 함께하고싶은데요"


열정이라는 단어가 보일정도로 세바스찬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크리스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저랑 같이 있으면 속이 울렁거린다면서 역겹다고 돌려 말하던 이가 이제는 같이 점심을 함께하고 싶다며 달려들고있다니. "무슨 꿍꿍잉예요" 의심스러운 눈빛을 띄우며 크리스가 물었다. "꿍꿍이라뇨..전 진짜 그냥 같이 점심먹고 싶은것뿐인데" 세바스찬이 자신의 두 손을 만지작 거리면서 수줍게 대답하였다. 아니, 왜. 왜 나랑 점심을 먹고싶어하는 건데. 더이상 그의 손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다짐한 크리스였다. 크리스는 세바스찬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그러고서는 자신의 집 문을 열고 "나중예요. 나중에. 나중에 먹어요" 라고 말을 하고서는 홱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쾅 하고 문을 닫고 바로 문을 잠가버렸다. 밖에서 크리스!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한번 났지만 못들은척하였다. 도대체 뭐냐고요. 나한테 왜이러냐고요. 크리스가 당황스러워 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아..저 얼굴에 속지말자. 저인간은 서큐버스다. 



또 몇개의 자기소개서를 쓰고나자 시간이 저녁시간을 가리켰다. 대충 오늘 분은 끝났다. 오늘도 당황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이성을 되찾고 잘 할 수 있었다. 크리스가 기지개를 쭈욱 피고 "끄으으읕" 이라고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오늘 저녁은 뭘로 먹지, 인스턴트 식품이라도 데울까? 의자에 일어나 크리스가 자신의 뭉친 어깨를 주무르며 냉장고를 열었다. 그 때


"크리스! 크리스!"


문을 두드리며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말을 하면 입이 아픈 세바스찬이었다. 크리스가 또 인상을 팍 구겼다. "왜요! 왜!" 문을 열어주지도 않은 체 크리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저녁 같이먹어요!" 또 밥타령이었다. 


"네? 저녁이요? 왜요!"

"아까 나중에 먹자고 했잖아요! 지금이 '나중'아닌가요!"

"더..더 나중이요! 더어어어어 나중이요!"

"그러지 말고 같이 저녁 먹어요!"

"아 싫어요!"

"싫다고만 하지말구요! 저 오늘 멜리사씨한테 메세지도 왔는데!"


...멜리사?! 이름만 듣고 당황한 크리스가 자신의 방 문을 활짝 열었다. 문을 여니 그 곳에 낮의 상태와 다르지 않은, 때빼고광낸 세바스찬이 입을 쫘악 벌리고 웃으며 서있었다. "드디어 열어줬네요" 저렇게 웃으니 아기사자가 웃는거 같다. 항상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던것과는 전혀다른 웃음이었다. 


"멜리사가 뭐라고 했는데요?"

"치- 정없게 그 얘기만 묻기예요? 같이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얘기해요"


세바스찬이 어울리지도 않은 애교를 부렸다. 치- 라니......항상 연상을 상대로만 했던 크리스에게 연하인 세바스찬의 애교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였다. 크리스가 저도 모르게 으웩- 이라고 말하였다. "으웩이라니..너무해요.." 세바스찬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불평을 토했지만 크리스에게서는 한계가 초과된 모습일뿐이었다. 세바스찬과 옥신각신 싸울때는 그저 옆집의 섹스킹이었을뿐이었기에 나이를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세바스찬 또한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은 꽤 어른스러운 모습이었고. 지금의 이 연하라는것을 어필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저 크리스 방안에 들어가도 되요? 아, 크리스 방안에서 저녁 먹을까요? 아 너무 부담되시려나? 그러면 저희 나가서 먹을래요? 제가 살게요. 뭐 좋아하세요?"

"아..아니...뭐 컨셉 바꾸셨어요?"

"네? 컨셉이라뇨?"

"아니..가..갑자기 저한테 왜이렇게 친절하게 구세요"


갑작스러운 세바스찬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크리스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원래부터 좋은 감정이라고는 없이 시작한, 그러니까 악감정으로 시작된 사이였다. 사건도 많았고 사연도 많았고 우역곡절도 많았던 둘이 몇개월간에 걸쳐 드디어 '평범한' 이웃관계로 돌아온 지금 크리스는 세바스찬이 우리의 관계에 또 일을 저지를까봐 두려웠다. "저..저 원래 친절했어요" 저도 그 말이 거짓말인지 아는지 세바스찬이 답지 않게 여유를 잃고 말을 버벅거렸다. 이제와서 다시 우리 둘이 싸우게 된 이유, 섹스킹의 신화에 대해서 말을 하여 그를 나무랄까 싶었지만 이렇게 져주면서 들어오는 그가 밉지는 않기에 크리도 입을 꾸욱 다물었다.


"멜리사 얘기는 뭐예요? 걔는 왜 연락했데요?"

"와- 진짜 너무 섭섭하다. 멜리사씨 얘기 때문에 문열어준건 알았지만, 바로 본론부터 넘어가요? 같이 저녁먹어요 크리스. 제가 근처에 맛집을 알아냈는데.."

"쓰읍. 사람을 협박해놓고 어딜"

"협박이라뇨. 저는 그저 크리스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조미료로 멜리사씨 이야기를 했을뿐이예요"

"아니 저랑 왜 저녁을 먹고싶은데요?"

"네? 크리스랑 저녁 먹고싶으니까요"


말을 해봤자 입만 아픈 싸움이었다. 그래도 과거를 되짚어보았을때 이렇게까지 말이 통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었던거같은데... 크리스는 세바스찬이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물론 개새끼소새끼뇌가아랫도리에달린새끼라며 속으로 욕하던 시절도 있었고 이웃으로서 매너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지도 않았지만 가족을 대하는 그의 태도나 몇번 크리스를 위로해주는 그의 모습과 그리고 어제 아무이유없이 톰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경우로 인해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 뭐, 내가 이렇게 좋게 평가해봤자 그에게있어서는 가까이 가면 구역질 나는 사람이겠지만.


"저 역겹다면서요"

"네?!!? 누가요?! 제가요?! 언제요?!"

"저번에 아프다고 하셔서 스프 끓여줬을때요. 가까이 다가가니까 구역질 난다면서요"

"아니예요. 그건 너무 좋아서 심장이 빨리 뛰어서 그런거였어요. 역겹다니요"


크리스는 마지막 말이 매우 이상하게 들렸지만 이내 뇌 속에서 소거해버렸다. 못들은 말로해야지. 무슨 꿍꿍이가 있으니 좋은말만 내뱉는게 틀림 없었다. 잊지마 크리스 에반스. 저인간은 서큐버스야.


"제 방에서 먹기는 그렇고. 나가서 먹어요. 다행히 오늘 점심 약속이 있어서 깔끔한 상태네요. 나가요, 어디서 먹을건데요"

"이 근처에 있어요. 그런데 크리스 계속 면도할꺼예요?"

"네? 아...요즘 공부하느라 통 신경을 안썼는데. 그래도 면도는 하고 다닐까봐요"

"에이. 하지마요. 그러다 다른사람들이 크리스만 쳐다보면 어떻게해요"


세바스찬의 얼굴에 주먹질을 하는것을 크리스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꾸욱 참았다는것을 세바스찬은 아마 모를것이다.






둘이 이동한 장소는 오피스텔 가까운 피자집이었다. 무엇이 먹고싶냐는 세바스찬의 질문에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었으니 그 외의 음식은 아무거나 좋다고 하자 세바스찬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데려온 곳이었다. 그냥 체인점이겠거니 싶었지만 막상 가보니 꽤나 '수제'와 '이탈리아'를 강조하는 값비싸보이는 가게였다. 이거 내가 얻어먹는거 맞나? 좀 부담스러운데. 싶어 크리스가 주춤 거리긴 했지만 "제가 원래 입이 좀 비싸서 이런거밖에 못먹어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라며 세바스찬이 크리스를 설득하였기 때문에 에라이 싶은 마음으로 그냥 들어섰다. 도대체 돈이 어디서 샘솟는지 모를 남자였다. 저번에 집을 방문하였을때 그렇게 상류층으로 보이지만은 않았는데. 직업이 없다 들었지만 제비나 호스트같은건가? 싶기도 하였다. 그의 얼굴이면 그런 직업을 삼는다면 아주 돈을 쓸어다 모을것 같았다. 그러다 이런 추리는 매우 실례되는 생각이라는것을 깨닫고 머릿속에 뭉개뭉개 떠오르는 상상을 접었다. 아니- 세바스찬이 이야기 해준 멜리사의 이야기로 강제적으로 접어야했다.


"멜리사가.....멜리사 그것이..!!그것이!!!"

"쉬- 진정해요. 크리스. 그렇게 화낼 필요는 없잖아요"

"화낼필요가 왜 없어요!! 그놈의 입방정 아주 그냥!"


그러니까, 멜리사가 크리스와 헤어진 뒤로. 꼭 남자친구를 마리아의 결혼식에 데려오라는 말을 당부한 뒤, 멜리사가 세바스찬에게도 메세지를 보냈다 이거였다. 크리스의 친한 선배인 마리아의 결혼식이 3일뒤에 있으니 세바스찬씨도 같이 참석해 줄 수 있냐는 말이었다. "아니 지가 마리아 선배도 아니고 왜 남의 결혼식장에 사람을 막 초대하고 그래!" 화가 머리 끝까지 난 크리스가 포크로 피자를 푹푹 찌르면서 없는 멜리사에게 화를 냈다. 한참 혼자 분이 안풀려 씩씩 거리며 피자를 찌르고 있는데 앞의 세바스찬이 헤실헤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고있었다. 


"남이 화내는데 왜 웃어요? 제 고통이 그쪽 기쁨이예요?"

"네? 아뇨. 그게아니라. 화내는것도 이뻐서요"

"엄마야"


크리스가 저도 모르게 엄마를 찾아대었다. 멜리사는 멜리사대로 사고를 치고 이쪽은 이쪽대로 왜 저지랄인지 모르겠다. 어제 그렇게 나를 흔들어대놓고도 그것만으로 성이 안차는 건가? 우리의 타임라임은 이제 고작 하루밖에 안 지났거든? 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른느 크리스가 다시 세바스찬의 마지막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꼭 안가셔도 되요. 제가 그냥 가서 사정이 있어서 못왔다고 하면.."

"네? 왜요. 저는 같이 가주려고 했는데"

"네..?"

"크리스도 저희집 가서 제 남자친구 역할 해주셨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해드릴게요. 마리아씨 결혼식 가서 크리스의 남자친구 행사"

"아니 근데 제가 먼저 멜리사한테 세바스찬을 남자친구라고 거짓말해서 그렇게된거고...안그러셔도되는데"

"A/S는 확실히해야죠. 다들 안 믿는 눈치라면서요. 그러면 크리스가 저한테 남자친구 행사해준거 말짱꽝 아니예요? 가서 확인도장 꽝꽝 찍어줘야죠"


이건 또 이거대로 혹하는 이야기다. 사실상 멜리사에게 거짓말을 친 이유도 아직 회사에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백수 크리스가 아닌 잘생긴 알파랑 사귀고있는 크리스로 꾸미기 위해서. 근데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냥 세바스찬의 남자친구 역할을 봉사활동으로 한거나 다름 없었다. 크리스가 혹하는 이야기에 고민을 하자 세바스찬이 결정타를 날렸다.


"거기에 그 사람도 오잖아요. 팀장님이요"

"...톰이요? 확실히...마리아 부장님이랑 사이가 나쁜편은 아니었으니까 오겠네요"

"그러니까 더더욱 제가 가야죠. 생각해봐야, 크리스. 제가 가지 않으면 크리스는 또 거기서 그 사람이랑 단 둘이 마주쳐야되요. 저번에 보니까 그새끼 아주 막무가내인 놈이던데, 막 크리스씨 손목잡고. 거기서도 사람 없는 틈에 크리스씨한테 그럴수도있잖아요"

"막무가내하면 세바스찬도 만만치 않은데.."

"그리고 크리스씨는 그새끼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잖아요? 그새끼 때문에 회사 나간거니까. 그런데 어제 그새끼 태도 봤어요? 절대 안믿는다는 태도. 제가 와 어이없네 크리스 씨 남자친구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믿는 태도"

"..맞아요. 그건 좀 화가나요. 제가 지 아니면 남자친구 못사귈줄아나!"

"그래요! 그러니까 제가 더더욱 마리아씨의 결혼식에 가야죠. 그런 공식적인 행사에 따라가서 당당히 보여주는거예요. 제가 당신 남자친구라고. 크리스씨 남자친구는 저라고. 크리스 에반스의 남자친구는 세바스찬 스탠이라고!"


뭔가 같은말을 세번이나 한 기분이 들었지만 세바스찬의 논리에 완전히 현혹이 된 크리스는 연신 고개만을 끄덕이기 바빴다. 그새끼-그새끼- 라고 톰을 칭하는 어조를 보면 어쩐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바스찬도 톰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눈치였다. 크리스가 "그런거같아요.." 하며 고개를 숙여 피자를 노려보며 웅얼거렸다. 세바스찬은 작게 흔들리는 크리스의 말에, 그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랑 같이가요. 마리아씨 결혼식에"



멜리사의 마리아씨 결혼식의 이야기를 들은 세바스찬은 생각했다. 그 결혼식에 크리스를 절대 혼자 두면 안된다고. 그 톰인지 제리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놈과 크리스를 단 둘이 두게 해서는 안된다고. 크리스에게 완전히 반했고 그것을 인정한 세바스찬은 머리를 최대한 굴린결과가 그 생각이었다. 일단 저놈부터 떼어내야한다.




세바스찬은 톰으로부터 크리스를 빼앗기지않기위해 크리스는 톰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 한번 서로가 서로의 목적을 위해서 팀업을 하게되는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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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간에 한번 다 날려서 포기할까 싶었는데...() 어찌저찌 썼습니다. 

찾는 분이 있으셔서 끝까지 완결은 낼게요! 사실 완결을 못내는 병이 있어서... 그 병을 고치기 위해 이번 연성만큼은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전부 날아갔을때의 멘탈은 진짜...제가 세즈반스 - 로코물은 한편당 길게 쓰는편이거든요. 근데 그게 다 날아간 그 슬픔은..정말..

평소 연성은 출퇴근 이동시간에 하는 편입니다. 따로 연성을 하는 시간을 두지는 않아요. 그러기엔 일상이 너무나도 치열해서... 그래서 평소 연성은 카카오톡으로 스스로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한다음에 집에와서 붙복해서 컴퓨터로 퇴고를 하는 형식인데. 7편은 왜인지 새벽에 삘이 팍 와서 우다다다 썼는데 저장도 안했는데 픽 하고 날아가 버렸지뭐예요. 진짜 모든것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아 사담이 길었네요. 어디서 연성이야기라든가 연성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라든가 할 곳이 없어서.... 저도모르게...(트위터 왕따의 슬픔)


이전 다른 연성의 사담에도 썼지만 지금 저희 집 컴퓨터의 키보드가 맛이가서 오타가 많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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