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로우스팁



"지금 몇시인가?"


스티브가 럼로우의 팔을 베개삼아 누워있는 상태로 물었다. 아직 한쪽손이 자유로운 럼로우가 탁자 위에있는 핸드폰을 열었다. [AM : 12: 02] "12시 조금 넘었네요" 다시 탁자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시간은 왜? 럼로우가 궁금증을 담아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금발의 청년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냥 살짝 웃으며, 바로 대답해주지 않고 럼로우의 맨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얽혔다. 둘은 행위가 끝난 뒤에도 바로 잠에 빠지지 않고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군인출신과 슈퍼솔져가 섹스 한두번으로 체력이 방전 될 리는 없었고 그렇다고 방전될때까지 섹스만 하는것은 뭔가 정이 없다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후희라는 개념으로 둘은 이렇게 서로의 몸을 가까이 밀착시켜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것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뭔가 보통 연인과 같은 행동에 럼로우는 처음에 닭살이 돋아 조금 꺼려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섹스 보다 이 편안하고 안락한 후희가 기대되는 날이 많아졌다.  "그거아나? 오늘은 만우절이라네" 대답해주지 않을것처럼 굴던 스티브가 눈을 감으며 이야기를 했다. 두 박자 정도 느린 대답에 럼로우가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의외네요. 이런 건 잘 모를줄알았는데.. 아니 그보다 70년전에도 만우절이 있었습니까?"

"있었네. 내가 태어나기전부터 있었을껄?"

"그렇게 오래된건줄 몰랐습니다"


스티브가 내린 눈을 뜨지 않고 럼로우의 두꺼운 팔뚝에 얼굴을 묻었다. 감겨있는 얼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무언가 좋은것을 떠올리는 듯 했다. "나는 거짓말을 잘 못했지만 버키는 잘했지" 럼로우는 몸을 옆으로 돌려 스티브와 좀 더 밀착했다. 럼로우가 몸을 옆으로 기울이자, 스티브는 이제 그의 가슴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말을 계속 이었다.  "가장 웃기게 속았던 것은 버키가 아침에 내 침대 위에 올라왔을때였어" "잠깐, 침대위에 올라오다니 그런 사이였습니까?" 럼로우가 당황스러운 어조로 스티브의 말을 잘랐다. 그 말에 스티브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계속 듣겠나, 인내심 없기는" 자기가 말을 이상하게 해놓고.... 럼로우가 속으로 살짝 꽁한 마음을 갖고 스티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얇고 부드러운 금발이 손에 스르륵 잡혀왔다. 그 행위가 좋은것인지 스티브의 입꼬리가 살짝 더 올라간것 같았다.


"눈을 뜨니까 버키가 있는거야. 꼭두새벽부터 우리집에 왔던거지, 버키는 우리집 열쇠위치를 알고 있었거든. 근데 버키가 긴 머리인데다가 원피스까지 입고 있는거야. 깜짝 놀랐지. 잠에 덜깨서 혼란스러운 머리로 버키의 이름을 부르니까 버키가 스티브 어떻게하지, 나 갑자기 여자가 되었어. 하면서 울상을 짓는게 아닌가" 

"...그걸 믿었습니까?"

"웃기지만 믿어버렸지. 자다 일어난 상태여서 멍한 상태였고"


스티브가 그때의 모습을 회상하는듯 이번엔 정말로 쿡쿡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평소 쉴드에 있을때 엄숙한 표정을 짓고 미션을 지휘하고 있던 인물과는 달라보이는 미소였다. 정말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햇병아리 20대의 스티브 로저스와 같은 표정. 그는 항상 70년전의 과거이야기, 특히 그의 절친한 친구인 버키의 이야기를 할때 이런 표정을 지었다. 질투가 나는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를 평범한 꼬맹이로 만드는 것은 70년전 뿐이구나 싶어 어딘가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이번엔 럼로우가 두 템포 정도 느리게 말했다. "그래서요?" 럼로우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스티브가 말을 이었다.


"나는 당황했었지. 어떻게 해야하냐고. 병원에 가야하는거 아니냐고...버키를 진정시켜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가장 당황했었지. 그렇게 말을 더듬으면서 버키를 위로하고있는데 버키가 갑자기 한번 가슴 만져볼래? 이렇게 말을 하는게 아닌가. 무슨소리냐고 화를 내려는 순간, 내 손을 가져가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지. 뭔가 굉장히 딱딱한게 잡혔어. 당시 나는 여자와 전현 인연이 없는 사람이어서 멍청하게 버키한테 이런말을 했지. 여..여자의 가슴은 딱딱하구나. 하고"


푸흡. 럼로우가 스티브의 말에 답지 않게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스티브도 부끄러운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웃지말게! 하며 나무랐다. 하지만 강압적인 어투는 아니였다. "그게 끝일세. 뭐 그렇게 하고 가슴에 사과가 나오고 웃고있는 버키에게 4월의 바보씨 라고 말을 들었지" 럼로우가 "그렇습니까" 하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스티브를 쳐다보았다. 그는 아직도 눈을 감은채 럼로우의 품에 안겨있는 상태였다. 스티브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것은 항상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볼 수 없었던 그의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 없었던 자신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자네는 어떤가?" 스티브가 뜬금없이 물어왔다.


"저 말입니까? 글쎄요...저도 이런 이벤트랑은 거리가 멀어서요"


어린시절 고아로 자라 험악한 길거리를 누볐고, 조금 머리가 커서는 계속 전쟁터에 굴려졌던 몸이었다. 그런 한가한 이벤트 같은것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나이를 조금 먹어 조금 주위를 둘러 볼 수 있을때쯤에는 이미 무뚝뚝한 성격이 자리잡혀 상황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멀리했다. 가끔 철없는 부하들이 4월의 장난을 치긴 하였지만 럼로우에게 직접적으로 행하는 자는 없었다. "그래? 조금 아쉽군. 자네의 거짓말을 들어보고싶었는데" 스티브가 럼로우에게 물어본 이유는 그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싶어였던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크게 아쉬운것은 아닌 모양이다. 둘의 대화가 끊겼다. 이제 방안에는 침묵에서 흘러나오는 평온함과 안락함만이 섞여 있었다. 럼로우는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 않았고, 스티브는 그것을 계속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캡틴,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응 뭔가?"


둘 다 잠들기미는 없었고, 스티브는 이 상황을 어느정도 즐기고 있었다. 럼로우가 하고 싶다는 말도 그렇게 대단한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평온한 얼굴로 눈이 감겨있는것은 방금과 마찬가지였다. 럼로우는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였다. 지금의 분위기로 그가 말을 늦게 한다해도 재촉하지 않을 것이었다. 결심을 선 그는 쓰다듬는 손길을 멈추고 스티브의 뒷 머리를 끌어안아 더욱 자신의 품으로 그를 당겼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사실 하이드라입니다. 이미 10년이 넘게 그들의 밑에서 일했습니다. 지금 쉴드밑에서 일하고 있는것은 첩자 노릇때문입니다."


방금 전의 노곤노곤한 분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생겼다. 럼로우는 목 울대가 움직일 만큼 침을 크게 꿀꺽 삼켰다. 그를 가슴에 품고 있어서 표정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표정을 살피는것이 무서워 이러하였다. 그러나... 큭큭. 긴장감 이라는 것은 럼로우 혼자만이 느꼈던것 같았다. 가슴에 살짝 간지러움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스티브가 웃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살짝 흔들려생긴 진동이 그의 가슴을 간지럽힌것이었다.


"럼로우. 거짓말이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말게, 사실 방금전껀 최악의 거짓말이었어"


스티브가 드디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럼로우를 올려다보았다. 살짝 내려간 눈꼬리가 지금의 웃음이 거짓말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럼로우는 스티브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였다.사랑스럽기 짝이없는 그는 "그렇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몰려들었다. 럼로우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스티브의 입술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서는 그에게 베개로 내어준 손을 빼고난 뒤 급하게  그의 위를 올라탔다. 깨문 입술은 놓지 않은 상태였다. 스티브가 갑작스레 다시 행위를 시작하려는 럼로우에 당황하지 않고 그의 목을 팔로 감쌌다. 허락의 의미로 본 럼로우는 이미 맨 몸이어서 만질 수 있는 스티브의 가슴을 매만졌다. 스티브의 들뜬 숨이 느껴졌다. 럼로우는 이제 입술을 뗀 다음에, 스티브의 왼쪽 귀에 얼굴을 바싹 가져갔다. 그의 작은 귓등을 혀로 훑은 다음, 귓볼을 살짝 깨물었다. 그런 다음 이렇게 작게 속삭였다.



"April fool(4월의 바보)"





-----------


사실 스티브라면은 럼로우가 저 하이드라입니다 라고 말을 하는 순간 그게 진실이든 거짓말이든 죽빵날릴꺼같지만...

애정의 힘으로 그정도의 장난은 용서해줬다고 칩시다(웃음)

만우절어서 갑작스럽게 생각나서 짧게 써봤습니다. 


'MCU > 스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키스팁 - Your Master (1)  (0) 2016.04.19
로키스팁 - 창조 *  (0) 2016.04.07
로키스팁 - 숨막혀  (2) 2016.03.28
럼로우 스팁 - N과 M *  (0) 2016.03.26
버키스팁 - 연습 *  (2) 2016.03.18



스티브 로저스의 얼굴에 새파란 멍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 소식은 쉴드 직원 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임무수행을 나가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빠르게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쉴드의 미션을 수행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얼굴에 멍이 생긴게 뭐 어때서? 라는 반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최근 스티브는 전투는 커녕미션을 수행하러 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스티브의 얼굴에 상처가 있다는 것은, 미션 밖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추리를 조금 더 보태보자. 그는 특별한 능력을가진 몸이다. 남들보다 무엇이든 4배이상을 해내어, 상처를 회복하는는 속도도 남달랐다. 즉, 이 상처는 아주 가까운 시일내, 길어봤자 이틀내에 생긴것이라는 뜻이다. 최종적으로 말하자면 저 멍은 근래에 들어서 스티브의 사적인, 개인적인 이유로 생긴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누가 캡틴 아메리카를 때렸는가. 이제 쉴드의 온 직원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주제만이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캡틴 아메리카를 존경하는 곳이다. 그를 우상화 하며, 숭배하는 이들이 없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영웅이 멍을 달고 왔으니 흥분하여 동료들과의 이야기속에 화제거리로 삼는것은 당연했다.그들의 입에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였지만, 뭐하나 논리적인것이 하나 없었다. 길거리 취객에게 맞았다? 슈퍼솔져가 그것하나 못피할까. 사적인 원한으로 생긴  싸움이다? 바른생활청년, 미국인들의 우상 캡틴 아메리카가? 말도안된다. 빌런의 습격이 있었다? 빌런의 습격이라면 스티브가 먼저 입을 열었을 것이다. 빌런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그렇다면 무엇인가? 다들 테이블에 둘러앉아 골머리를 썩어가며 이런저런 논쟁을 하였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스티브에게 직접 묻는 방법도 있었다. 그 멍은 누가 만든것이냐고. 감히 어떤 놈이...그런거냐고! 하지만 그러기엔 그들은 아기 사슴과 같은 팬들이었고 자신의 영웅에게 쉽게 말을 걸 용기가 부족했다. 그리고 스티브의 태도 또한 문제였다. 멍을 전혀 가리지 않고 전과 다르지 않는 변함 없는 모습으로 쉴드내를 활보하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얼굴에 상처가 생기면 숨긴다든가, "이런일이 있었다" 라며 누군가에게 털어 놓기 마련인데 스티브는 그냥 전과 같이 행동하기만 하였다. 마치 이 멍따위는 아무것도 아닌거라고. 신경쓰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듯이.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묘한 아우라를 느낀 직원들은 결국 탁상공론만을 하게 되었다.

테이블 위, 커피가 담긴 종이컵의 수는 늘어갔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어느 누구하나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도대체 누구냔 말인가, 우리의 캡틴의 얼굴에 멍자국을 새긴 놈은.




"캡시클, 그게 뭐야? 누구한테 맞았어?"



저번 회의에서 보충할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만나기로 한 토니가 스티브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튼튼하기로는 과장 조금 보태서 데미갓 저리가라할 정도의 자가 얼굴에 시퍼런 멍이 새겨서 있다니, 그 토니 스타크여도 놀라울 일이었다.토니가 가까이 살펴보기 위해 손을 들어 스티브의 눈주변을 매만졌다. "아프니까 만지지 말게, 아 거참. 괜찮네" 나이는 비록 스티브보다 적지만, 그래도 연륜은 스티브보다 많은 토니가 아이를 다루는 듯이 스티브의 얼굴을 연신 매만졌다. 의견충돌이 잦아 언성을 높여가며 싸운적은 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스티브를 아끼는 토니의 입장에서는 속이 썩을 일이었다. 그나마 저 꼬장꼬장한 성격을 버티게 해줄 수 있는 요소가 이 얼굴이었는데, 그걸 망쳐놓다니. 토니가 마음속으로 또 한번 욕을 했다. 자신을 걱정스레 살펴보는 토니의 모습이 어딘가 웃겨, 스티브가 조금 웃음을 터뜨렸다.


"맞은건 아니라네"

"그러면 어디서 굴러서 이렇게 되었나? 뻔하지 뭐. 사슴뿔 양반짓이겠지"

"로키 때문에 생기긴했지만, 로키에게 맞은건 아니라네"


스티브가 토니의 오해를 막기 위해 변명을 하였다. 그제서야 토니가 스티브의 얼굴에 가져다 놓은 손을 떼고서는 인상을 찌푸리고 팔장을 끼었다. 사슴뿔양반 때문에 생긴건데맞은건 아니라니 그게 무슨소리인지. 아무리 봐도 얻어맞아서 생긴것인데. "감히 미국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때리다니, 사슴뿔양반의 베짱이 두둑하군" 지금 스티브의 얼굴에 생긴 멍때문에이를 갈고 있는 사람이 한두명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특징 상, 캡틴 아메리카의 사생활을 내가 물어도 되는걸까? 라는 생각으로 아무도 묻지 않고 탁상공론만 펼치고 있겠지만 말이다. 토니가 이 멍자국의 주인이 로키의 짓이다 라는 것을 플랜카드를 걸어 알려버릴까, 아니면 그냥 쌈빡하게 쉴드내 방송으로 말해버릴까 혼자 고민에 빠져있자, 스티브가 난처해하며 토니를 불렀다.


"토니, 오해하지말게. 정말이네. 로키가 난동을 좀 부리긴 했지만, 때리지는 않았네. 이건 로키를 말리다가 실수로 맞아서 생긴거라네"

"그게 왜 오해야? 어쨌거나 그 데미갓에게 맞아서 생긴건 맞잖아. 난동이라니? 지가 뭐 잘한게 있다고 난동을 부려?"

"너무 그러지말게. 우리 두 사람만의 문제라서 자세히 이야기 해줄 수 없으니"


스티브가 자애로워 보이는 미소까지 지으면서 토니를 달랬다. 사실상 토니를 달래면서 로키를 보호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눈치가 빠른 토니도 스티브의 그런 속내를 알았다.걱정해줘서 하는 말인데 그 말 마저 로키를 보호하기 위해 막혔으니 섭섭하기도 하였으나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니 제 삼자의 입장에서 더이상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하였으면, 피해자의 용서여부이고뭐고 당장 가해자를 패러 달려갔겠지만 그렇게 소동을 부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앞에 있는 스티브의 앞에서 미간을 찌푸리는 일 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 사슴뿔양반이 어디가 좋아서 그렇게 달고 사는지 모르겠단말야" 토니가 비아냥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래뵈도 로키도 좋은 점이 있다네"

"좋은 점이 있다고? 뭐? 데미갓이라는 점? 아 데미갓도 아니지 서리거인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생각할 땐 좋은 점 보다 나쁜 점을 찾는게 더 빠른것 같은데?"

"음..."


스티브가 토니의 말에 고민을 하듯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토니의 말에 동의를 하듯이 고개를 끄덕 거렸다.


"확실히 그렇지. 로키는 예민하고, 의심이 많고, 쉽게 화를 잘 내고, 입맛도 까다롭고, 오만하고, 물건을 자주 던지지. 아마도 성격이 꽤 나쁜편이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자기중심적이어서 그다지 내 기분을 생각해주는 경우도 드물고. 어쩔때는 자네보다 나를 더 폄하하기도 하지. 그리고 모욕적인 언사도 꽤 많이 던지고. 어제 난동을 부렸을때는 최근에 내가 푹 빠져있는 LP판을 전부 부숴버렸지."


예상외로 스티브의 입에서 나온 것은 로키의 험담이었다. 그것도 너무나도 빠르게 줄줄히,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분명 로키를 두둔하는 말만 나올것이라고 생각했던토니의 생각과 다른 말이 스티브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내 동의를 하듯이 손가락을 딱 튕기더니 "그래! 그렇다고!" 하며 스티브의 말에 강하게 동의를 하였다. 그저 사람의 좋은 모습만 보고 살아서, 사슴양반의 나쁜점 하나 못보고 살고있는 줄 알았는데. 쌓인게 폭발하듯이 말하는 스티브에게 토니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고있었네. 그런데 왜 같이 사는거야? 아니면 같이 살면서 쌓인게 폭발한건가? 이참에 그냥 갈라서버려. 정 원한다면 스타크 타워 한층정도는 내줄 수 있어"

"확실히, 로키는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 하지만 그 단점을 모두 상쇄시켜줄만한 좋은점이 한가지 있네"


스티브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수줍어 보이는 것이, 첫사랑을 떠올리는 소년을 연상시켰다. "뭐? 그게뭔데? 정력이 좋아?" 토니가 말도 안된다는 투로 농담을 던졌다. 모든 단점을 상쇄시키는 로키의 장점은... 스티브가 궁금해 하는 토니를 향해, 답을 알려주는 선생님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집에 들어오니 어제의 난장판이었던 상황과 다르게 모든것이 깔끔하게 정리 되어있었다. 화를 참지 못해 로키가 얼려버린 가구도, 새 가구인것 처럼 깨끗했고. 던져진 물건들 덕분에 곳곳에 유리조각이 흩어져있던 어제의 바닥과 다르게 걸레질을 한 것처럼 깨끗하였다. 아마도 로키가 정리한것 같았다. 깨끗해진 집 안을 둘러보자 스스로가 더럽힌 집안을 스스로가 험담을 하며 청소하고 있는 로키의 모습이 떠올랐다.분명 이래저래 불평을 하면서 잘 사용하지도 못하는 도구로 방을 정리했겠지. 너무나도 잘 떠오르는 로키의 모습에 스티브가 쿡쿡 하고 작게 웃었다. 


"누굴 생각하면서 그렇게 웃나"


혼자 거실에 서있어 웃고있자, 어디서 나온것인지 로키가 등 뒤로 다가왔다. "로키" 그의 이름을 부르며 뒤를 돌아보려 하였지만, 로키가 돌아보려는 스티브의 어깨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그대로 있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인. 나에게 무슨 할말 없나"

"...글쎄, 딱히 없는데. 무슨일이 있었나?"


스티브의 물음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집안의 청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것일까. 란 생각이 들었지만 로키는 왜인지 그 일을 언급하기 싫어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무슨 이야기일까. 스티브는 갑작스러운 로키의 질문에 감도 잡기 힘들었는데 설상가상으로 표정을 살필 수 없어 로키가 어떤 감정으로 물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자신이 둔한 것도 있긴 하였지만, 예민한 로키는 가끔스럽게 스티브가 이해할 수 없는것 행동을 자주 하였다. 뜬금없이 화를 내고, 스티브를 의심하였다. 로키의 짜증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만족시켜주고 싶었다. 번번히 실패하곤 하였지만. 표정도 살필 수 없는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아상황은 더욱 난감하게만 흘러갔다. 로키가 원했던 대답이 무엇이었을까. 스티브가 작은 머리를 굴러가며 해답을 찾아나섰다. 이대로라면은 영영 둘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그냥 서있기만 할 것 같았다.스티브의 머릿속으로 1부터 10가지의 생각을 했을때 쯤,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내가 집안을 얼린것은 기억나나?"

"당연한거 아닌가"

"그래, 그정도의 머리는 갖고있었군. 그리고 니가 아끼는 것도 다 부숴놓았지"

"로키, 지금 자네 "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어제 내가 너를 때리기까지했지"


정확히 말하자면 스티브가 뒤에 서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로키가 팔을 휘두르다 팔꿈치로 스티브의 얼굴을 찍은 것이었다. "고의가 아니지 않았나" 스티브는 그것이 딱히로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로키가 명백하게 자신을 다치게 하기 위해 그런것이었다면 문제였겠지만, 그것은 그냥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 대화를 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설마 로키가 어제의 일을 마음에 담고 있는것인가. 스티브가 로키를 살펴보기 위해 다시 몸을 돌릴려고 하자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라는 큰소리가 들려왔다. 


"로키 얼굴좀 보여주.."

"나한테 이제 질려버리지 않았나? 어제 내가 너한테 화낸건 솔직히 아무런 이유가 없었어. 그냥 생트집을 잡았던거라고. 니가 화낼꺼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일부러 그러라고 아끼는 물건도 다 부숴버린거고. 그래, 그랬었지. 그리고 너한테 시대가 지나버린 실험용 쥐새끼라고도 말했지. 말리는 너를 때리기까지 했지. 그리고 "


로키가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무엇이 그리 화났는지 악에 받치는 듯한 목소리였다. 허나 내용때문에 어딘가 고해성사로 들리기까지 했다. 마치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사람처럼.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로키를 스티브는 말릴 수 없었다. 그리고,그리고,그리고. 로키가 접속사를 계속 붙여가면서 자신이 스티브에게 했던 잘못들을 줄줄히 읊었다. 그것이 너무 많아, 로키가 입을 다물게 되는 순간은 시계바늘이 정확하게 5분을 지나고여서였다. 다 토해낸 로키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스티브를 고정 시키기위해 어깨를 붙잡은 두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있었다. 로키의 손톱이 스티브의 살을 파묻어 살짝 아프기까지했다.


"이런데도 나에게 할말이 없나. 군인?"


로키는 어쩌면 울고있는게 아닐까 스티브가 살짝 그런 생각을 했다. 로키의 목소리가 너무 힘이 없고 불안해 보여서였다. 할말, 할말이라. 로키의 고해성사를 듣는 것 까지는 별 상관이 없었다. 말을 듣는것으로 스티브가 파악하지 못한 로키의 분노가 사라지기를 빌었다. 근데 무언가를 요구하다니. 할말이라.. 스티브가 로키에게 딱히 해주고 싶은 말은 없었다.


"자네를 달래주고싶군"


스티브가 결국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말하였다. 천성이 둔하여 로키의 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스티브는 아직까지도 로키가 자신에게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 원하는게 무엇인지 몰랐다. 로키는 스티브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스티브 또한 할 말이 없어졌다. 고요한 방 안에서 두 남자가 또다시 서로 같은 방향을 보면서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방안에 째깍째깍 하는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군인, 도대체 나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거야"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티브는 로키가 왜 이렇게 애처로운 목소리로, 무엇을 물어보는지 몰랐다.


"..나는 가끔 자네가 울고있는 어린아이처럼 보일때가 있네. 그래서인지 항상 달래주고싶고, 위로해주고싶고, 쓰다듬어 주고싶 그리고 자네의 숨이 막힐때까지 꽉 끌어안아주고 싶고, 등을 토닥여주고싶네. 로키 자네가 싫어할지 모르지만 머리도 쓰다듬어주고싶네, 그냥"


"니가 그래서 얻는게 뭐지?"

"......딱히 없네.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자네를 사랑해주고싶은걸지도 몰라"


스티브가 저도 모르게 고백이 튀어나왔다. 의도치 않은 말이었다. 그냥 로키와 대화를 하며, 자신의 머릿속 의식의 흐름을 따르다 보니 고백이 튀어나왔다. 말하기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말이 어떤 내포하고있는것인지 뒤늦게 안 스티브 또한 당황하고 말았다. 로키를 향한 저 말 중 틀린 말은 없었지만  설마 스스로가 로키를 향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줄이야. 토니가 연인이니 뭐니 가끔식 장난을 치며 둘을 엮기는 하였지만 스스로가 그런 생각을 해본적 없었다.  스티브는 자신이 바보같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 말은 로키에게 있어 신호탄이 되었다. 로키는 스티브의 어깨를 잡아돌려 자신을 쳐다보게 하였다. 그 뒤, 바로 어깨를 세게 밀쳐 스티브를 뒤로 밀었다. 바닥에 밀쳐진 스티브는 이것이 로키의 거부인가 싶었다. "..너의 사랑은 너무 무거워" 그러나 그것은 스티브의 착각이었던것 같다. 로키가 마지막 말을 마치면서, 바닥에 누워 있는 스티브를 향해 다가가 허겁지겁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행위에 당황한 스티브가 로키를 제지하기 위해 이름을 불렀지만,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스티브의 옷을 찢는다시피 벗겼다. 


한없이 무겁고 다정한 애정. 그렇기때문에 의심스럽고 무서운 애정. 로키는 스티브가 자신에게 왜 이런 애정을 퍼붓는지 몰랐다.그에게 딱히 잘해준 적도 없었고, 둘만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근데 스티브는 로키가 미드가르드로 유배된 이후부터 한결같이 꾸준한 애정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너무 달콤한 사랑은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조금 좋았지만, 지금에서야 되자 이 변덕스러운 애정이 언제 떠날까 무서웠다. 로키의 손에 의해 상의가 벗겨져, 스티브의 맨 가슴이 드러났다. 로키는 스티브의 어깨죽지를 향해 달려든다음에 이를 세웠다. 


"그래서 너무 숨이막혀. 질식해 죽을거같아"


로키는 이제 스티브를 억지로 범할 생각이었다. 싫다고 하면 무력을 동원할것이었고 운다하여도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도 너는 나에게 사랑을 말할까. 로키는 이제 스스로가 스티브를 시험하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그의 사랑에 어리광을 부리는 것인지 몰랐다.














"그 좋은점이란게 뭔가?"


"로키는 말일세"



매우 귀엽다네.




-----------------------------------


스티브의 무한한 애정에 질식해 죽을것 같은 로키가 보고 싶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티브에게는 이미 로키깍지가 끼어져있습니다. 로키가 너무 귀여워서 죽을것같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로키에게 애정을 퍼주게 되는것입니다. 애정결핍인 로키는 스티브의 무한한 애정을 받으면서 좋기도 하지만 얘가 왜이럴까? 하면서 두려움 반 의심스러움반을 갖고 있는 뭐 그런것입니다. 그런 연성이 쓰고싶었습니다!!(고백)


로키는 스티브의 사랑을 받아도 끊임없이 의심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유'없는 사랑 부분에 엄청난 혼란을 겪을것 같아요. 스른전력때 신뢰라는 주제로 로키스팁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쓰면서 생각한거지만 로키에게는 기본적으로 신뢰라는것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내가 매우 사랑해 로키야)


여러번 짱구를 돌려보았지만 표현하고 싶은것이 뭔가 잘 표현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_.)

좀 더 실력이 좋아진다면, 다시 쓰고싶네요.

 

'MCU > 스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키스팁 - 창조 *  (0) 2016.04.07
럼로우스팁 - 4월의 바보  (0) 2016.04.01
럼로우 스팁 - N과 M *  (0) 2016.03.26
버키스팁 - 연습 *  (2) 2016.03.18
버키스팁 스마타 *  (0) 2016.03.18

주인이 없는 텅 빈 집안, 로키는 불도 켜지지 않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심기가 많이 언짢아 보였다.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집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것에 대한 불편함등으로 유발된 짜증은 아니었다. 애초에 주인의 허락 유무 같은것은 로키의 신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로키가 지금 화가난 이유는 기껏 미드가르드로 내려왔는데 스티브 로저스가 자신을 마중 나오지 않고, 심지어 기다리지도 않은것 때문이었다. 조용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시계가 째깍째깍 소리를 내면서 달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오전 12시가 지나있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미드가르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것인지는 자세히는 몰랐지만, 스티브가 자신의 잃어버린 친구를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0년전 스티브가 자신의 시대를 살고 있을 무렵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스티브의 목소리는 그 답지 않게 떨고있어 연약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로키는 스티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사실상 스티브가 하고있는 그 친구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스티브의 친구이얼정 로키와는 아무사이도 아니없고 아무런 흥미도 끌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둘은 연인사이다. 로키는 스티브를 사랑했고, 스티브에게 저 나름의 지극정성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티브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스티브 로저스 이외에 것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스티브에게 영향을 주든, 안주든. 로키에게 중요한 것은 스티브였지, 스티브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잃어버린 친구를 찾으러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도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스티브가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군. 보통의 연인이었다면 내가 찾는것을 도와주겠다든가, 힘들면 말을 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겠지만 로키는 보통의 연인이라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그 상관없는 일이 이런 불혹을 갖고 올지는 몰랐다. 미드가르드에서만 사용하는 핸드폰을 열었다. 아무런 메세지도 전화도 오지 않았다. 로키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을 수 없었다. 못오면 못온다고,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하지, 저가 오늘 내려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연락 한 통 없었다. 신경질 난 로키가 핸드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던졌다. 빠직 하는 부숴지는 소리에 조금 만족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분풀이가 되지 않았다. 저 하찮은 개미가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자신을 기다리게 하는것이 너무 짜증났고 또 기다리고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이 화가났다. 로키에게 있어 '애정'이라는 것은 서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브와 주위 사람들은 로키의 애정을 잘 몰랐지만, 적어도 로키에게 있어서 항상 먼저는 스티브였다. 그리고 당연히 스티브 또한 자신을 최우선순위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 행동을 보라. 버키인지 키키인지를 하는 놈을 찾겠다고 자기를 내팽겨 치는 모습을. 지금까지 자신을 대하는 스티브의 모습에 애정이 있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는데 - 사실 가끔 의심했다 - 이쯤 되자니 스티브의 애정이 의심되었다. 아니, 그 버키라는 놈은 사실 친구가 아닐지도 몰랐다.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겨우 친구면서 왜 이렇게 발버둥을 치면서 찾는것인가? 고작 친구를 생각하면서 왜 그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건가? 상상력을 포함한 의심이 굴러가는 돌맹이 처럼 빠른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 버키란 놈은 친구가 아니라 스티브의 70년전 연인이었던게 분명하다. 그래서 스티브가 자신을 내팽겨치고 필사적으로 그를 찾는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기분 나쁜 추측 - 거의 확신으로 이어졌다- 에 화가 난 로키가 소파에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신뢰를, 믿음을 저버린 발칙한 연인에게는 응당한 벌이 필요했다.


손목시계를 보니 시계는 오전 2시를 지나고 있었다. 애가탄 스티브가 언제쯤 도착하냐고 묻자, 샘이 거의 다 도착했으니 걱정말라며 웃었다. 거의 도착했다는 말에 안심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재차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나있었다. 연락이라도 미리 남겼으면 좋았을껄, 정신없이 버키의 뒷모습을 쫓다 그 마저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미안한 마음을 담아 메세지를 보내보았지만 메세지를 읽지 않은 것인지 로키에게는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았다. 아마 로키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을 것이었다. 화가 나 자신의 집에서 씩씩 거리며 나갔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거라면 그나마 양반이었다. 어리광쟁이에 약간 제멋대로인 로키는 분풀이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난 다음에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이래나 저래나 잘못은 자기자신에게 있었다. 애정결핍이 있는 그에게있어서 자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일이라는것을 알았다. 한숨을 푹 쉬자 샘이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 라며 걱정스레 물었다. 고민이라도 털어 놓으면은 괜찮을까 싶었지만, 로키의 입장이 지구에 있는 이들에게 쉽게 말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스티브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 말았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스티브는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쉴드에서 내려진 수 많은 미션 보다 떨리는 순간이었다. 서리거인인 로키의 분노가 집 밖으로 표출된 것인지 한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집으로 가까이 할수록 점점 싸늘해졌다. 잡은 문고리가 얼음으로 만들어진것처럼 차가웠다. 천천히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로키..집에 있어?"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연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역시 화가나서 가버렸구나. 자신의 잘못때문인것을 알면서도 가버려 로키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한숨을 쉬면서 거실로 진입하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집에 누군가 있었다. 로키인가 싶었지만 로키의 모습이 아니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자신의 기척을 모르는 것인지,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앉아있었다. 하이드라의 습격인가 싶어 스티브는 자신에 손에 들려있던 방패를 천천히 들었다. 천천히 들고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뒷 모습이 너무나도 친숙한 모습이었다. 너무 친숙한데 익숙치 않은 모습. 오늘 보았지만 오늘의 모습과 다른 모습.

그러니까 아주 옛날에 봐왔던 그리운 모습. 삐뚤어진 군모와 단정하게 정리된 브루넷과 든든한 어깨.


"...버키?"


이름을 부르자 가만히 앉아있던 버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70년전 브루클린의 멋쟁이, 버키반즈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자신의 부름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머리와 쿵쿵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티브는 저의 가슴을 손으로 몇번 내리쳤다. 아니다. 저건 버키일리가 없다. 현재의 버키는 과거의 버키와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럼 누구지? 하이드라에서 만든 클론인가?

오랜 친구의 모습을 만나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놀려보았다. 버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자,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버키의 입고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 순간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자기가 알고있는 사람중 이런식으로 차갑게 웃는 사람은 딱 한명 뿐이었다.


"..로키 뭐하는거야"


아마도 로키는 화가나 자신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그래도..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자신이 애타게 찾는 친구를 상대로 이런 장난이라니.


"재미없어 로키. 그만둬"


로키의 장난에 화가난 스티브가 방금까지 미안한 마음은 어디가고 쌀쌀맞은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것에 심사가 더욱 뒤틀린 로키가 소파에서 일어나 천천히 스티브에게 다가갔다. 스티브는 로키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응시했고, 로키 또한 피하지 않은 스티브의 눈을 노려보았다. 천천히 걸어서 아주 가까이 스티브의 앞에서 섰다. 서로의 코가 닿을 거리였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이런 장난을 치는건 아니지" 자신이 그렇게 애절하게 찼던 친구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있었지만 스티브는 흔들림 없이 계속 로키를 다그쳤다. 스티브에게 있어 이 앞에있는 자는 버키가 아니고 로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로키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코 앞 거리에 버키 -의 얼굴을 한 자신이었지만 - 가 있는데 당황하지 않고 담담한것이 예전에도 이정도의 거리에서 둘이 신체적 접촉을 한 것 같았다. 보통 어느 친구가 이정도의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겠는가? 이미 자신의 추측이 확신이라고 생각한 로키는 스티브의 애정에 대해서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로키는 스티브를 시험할 수 밖에없었다. 로키는 스티브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했다. 이 모습으로 입을 맞출 생각이었다. 

스티브는 로키의 행동에 잠시 당황하였지만, 짐짓 그가 무슨 계획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스티브는 로키를 말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도망치지도 않고 버키의 모습을 한 로키와 입맞춤을 했다. 서로의 입술이 닿고 잠시 유지되어있다 금방 떨어졌다. 입맞춤을 끝낸 버키의 모습을 한 로키가 고개를 들고 자신을 쳐다보았다.눈이 촉촉한 것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모습이 살짝 흐려지더니, 버키의 모습에서 로키의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


"..왜 입맞춤을 했어?"

"자네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니 친구 얼굴이었잖아. 친구랑 입맞춤도 하나? 나도 당장 토르에게 달려가서 입맞춤이라도 해야겠군"

"로키, 너인걸 알았어"

"거짓말치지마 스티브 로저스. 찾겠다고 하는게 친구가 아니라 사실은 애인이었던거지?"

로키의 목소리는 화가 나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상처받은 아이와 흡사했다. 못된 장난을 친 연인에 대한 스티브의 체벌이 어느정도 먹혀들어간 것 같았다. 화가난 로키는 그 하얀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스티브의 험담을 했다. 믿을 수 없다느니 발정났다느니, 입에도 담기 힘든 말이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로키의 성격을 알았고, 이런 로키에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로키는 노발대발 화를 내며 욕하고 있는 로키를 잡고 덥썩 안았다. 저리 꺼지라고 로키는 외쳤지만, 스티브의 몸을 밀치지 않았다. 스티브는 천천히 로키의 등을 아이 달래듯이 토닥여주었다. "내가 아무하고 입을 맞출정도로 가벼워 보였나?" 자신의 말에 로키가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고들었다.

연인의 어리광에 스티브가 웃음을 참고 계속 등을 쓰다듬어줬다. "나에게는 자네밖에 없네. 정말일세. 로키 자네인걸 알아서 입을 맞춘거라네" 어깨에 얼굴을 파묻어서 뭉개진 "거짓말 치지마"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너무 가녀리고 연약해서 스티브는 하마터면 참던 웃음이 나올뻔했다. "이제 슬슬 나를 신뢰해주었으면 좋겠네"

스티브의 말에 로키가 잠시 가만히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체 움직여 스티브의 어깨가 간지러웠다. "신뢰라는것은 어려워" 로키가 중얼 거렸다. 작은소리임에도 스티브의 귀에 잘 들어왔다. 스티브는 아무말도 않고 그의 등을 계속 토닥여주었다. 천천히 배워도 괜찮았다. 계속 그의 옆에 자신이 있을것이니까. 


--------


첫 전력 참가입니다. 어리광쟁이 로키가 다소 어리숙한 사랑을 스티브에게 주는것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어리숙한 로키의 사랑을 미숙하게 받고 돌려주는 스티브도 좋습니다. 부랴부랴 준비하느라 한시간도 조금 넘어간..것..같은데...올려도 괜찮을려나 모르겠네요 ㅠㅠㅠ..! 퇴고를 못해서 오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MCU > 스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키스팁 - 연습 *  (2) 2016.03.18
버키스팁 스마타 *  (0) 2016.03.18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3)  (0) 2016.03.12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2)  (0) 2016.03.11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  (0) 2016.02.25


*로키스팁 요소있음


로키는 도대체 이렇게 조잡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며 툴툴 거리고 있었고, 버키는 짜증을 내는 로키에게 더 짜증이나 뭐라 말을 하려다가 입만 아플것 같아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내리 찍으며 침묵을 지켰다. 스튜에 넣을 야채들을 받으러간 스팁없이 딱 둘만 있는 지금의 상황은 버키에게 있어 적과의 동침 상태였다. 

매년 여름방학 직전에 학교에서는 임간합숙을 하곤 했다. "숲속 생태계 조사"라는 것은 그럴듯한 명목이었고, 사실상 임간합숙은 한 학기 동안 고생한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놀라는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 이었다. 학생들 또한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임간합숙을 친구들과 다같이 가는 여행 정도로 인식하였다. 기본적으로 2~3명씩 조를 짜, 숲속에서 1박 2일 자유롭게 합숙을 하는것이었는데 2~3명씩의 그룹이 뭉쳐서 열댓명의 단체를 만들기도 하였고 정말로 딱 2~3명이 조를 만들어서 저들끼리만 놀기도 하였다. 버키와 스티브는 매년 임간합숙에서 같은 조를 이루었으며 떠들썩하게 노는 그룹이 아니라 조용히 저들끼리 노는 쪽이었다. 

단 둘이 숲속에 들어가, 같이 텐트를 치고, 같이 요리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숲속조사라는 명목으로 같이 강물에서 장난을 치고, 낮에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밤이 되면은 들판에 누워서 별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그러다가 조금 추워지기 시작하면 좁은 텐트에 들어가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드는 합숙. 버키가 이 임간합숙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파이널 테스트가 끝나자 교사는 임간합숙에 대한 정보가 담긴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중요한 사항은 칠판에다가 적기 시작했다. 버키는 당연히 스티브와 페어를 짜서 이번년도에도 즐겁게 지낼 생각에 싱글벙글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은 항상 가장 방심하고있을때 행복할때 찾아오는 것이었다.


"로키랑..같이..참가하자고..?"

"..응"


스티브의 어투는 담담했으나, 묘하게 기가 죽은 듯 해보였다. 매년 임간합숙을 단 둘이 참가하자는 것은 둘만의 암묵된 규칙이었응니, 그 규칙을 깬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을 것이었다. 난감해진 버키가 고개를 숙인 스티브를 쳐다보았지만, 스티브는 그저 아무말 없이 버키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내가..로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알잖아. 난 로키의 이름랑 얼굴도 알지. 거의 모르는 사람이야'

"응..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근데 로키가..너도 알다시피 친한사람이 많이 없어서.."

"매년 걔 형이랑 페어짜고 그 무리들이랑 놀지 않았나?"

"그러기 싫어서 나한테 말한거 같은데.."

"걘 내이름 알긴알아? 나랑 같이 페어 짜도 괜찮데?"

"응..자긴 상관 없다는대"


괜찮다고 말한 로키가 정말 뜻밖이었다. 그 까칠이가 말이지......난감해진 버키가 마른 세수를 해보였다. 다른 클래스메이트들이면 몰라도 로키 오딘슨이라니. 모르는 사람이라 어색한것도 어색한거였지만, 평소 스티브를 빼앗아간다고 꽁해있는 상대방이었다. 그런 상대방과 느닷없이 1박2일 같이 합숙이라니. 스티브가 미안해 하는 모습에 다른 경우처럼 괜찮다면서 쿨하게 웃어넘기고 싶었지만 상대방도 상대방인지라 버키는 그 괜찮다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복도에서 둘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뻘쭘하게 서있자, 커다란 그림자가 스티브를 덮쳤다.


"저런, 반즈는 나랑 페어를 짜는것이 영 못마땅한가보군"

"로키!!"

언제부터, 어디에서, 어디서부터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로키가 빙글빙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멀리서 몇번 보았을때 무표정이거나 찌푸린 얼굴만 보여줬던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자 무언가 께름칙했다.


"못마땅한게 아니라..넌 나랑 같이 짜도 괜찮아?"

"사실 나도 썩 내키지는 않는데, 우리 '스티비'가 원래 너랑 하기로 약속되었다길래"


스티비???

로키 오딘슨의 입에서 나온 애칭에 버키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스티비? 지금 쟤 스티브를 스티비라고 부른거야? 당황한 버키가 입을 정말로 떠-억 벌리고 로키를 쳐다보았다. 스티브 또한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안절부절하면서 버키의 얼굴과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로키의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살펴보았다. 이 세명중 가장 여유로운것은 로키였다. 뭐가 웃긴지 피식피식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임간합숙으로 인해 학생들의 텐션이 올라가,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다행이지. 모여있는 학생들 가운데 오묘한 기운을 내뿜고있는 저희들은, 평소와 같았다면 분명 여러 구경꾼들이 주의를 에워쌓았을것이 분명했다. 버키의 머릿속에서는 자체적으로 '위기에 빠진 사랑' 이라는 드라마의 OST가 흘러나왔다.


"맞아. 우린 매년 같이 '둘'이서만 페어를 짜서, 그러니까 다른 짝을 찾아보는게 어때?"

"오- 그러고싶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친우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스티비 밖에 없어서. 우리 브루클린의 멋쟁이는 나와 다르게 친구들이 많잖아? 불쌍한 나를 위해서 양보를 해주는게 어때?"


허- 버키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느 누가 자기 친구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는, 그런것에 대해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자 뿐이었다. 이제는 아예 적대감을 내뱉으며 버키는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로키 얼굴을 노려보았다. 로키도 지지 않겠다듯이 버키의 눈길에 눈하나 꿈쩍 안하고 내려다보았다. 둘의 눈과 눈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었다. 

"로키!!"

두 사람의 신경전을 끝낸 것은 저 멀리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우를 부르는 토르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버키와 여유롭게 눈싸움을 벌였던 로키가 표정을 순식간에 일그러트렸다. 그러고서는 성가신것이 왔다면서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그럼 잘 생각해봐 반즈. 잘있어 스티브" 스티브에게 인사를 건내는것을 까먹지 않고 로키가 짧게 인사를 건내고 토르가 다가오는 방향 정 반대방향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뒤에서 걸어오던 토르가 "왜 도망가느냐! 로키!" 라며, 복도를 울릴정도의 쩌렁쩌렁 소리를 내면서 로키가 지나간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버키와 스티브는 자신의 사이로 지나가는 토르를 한번 보고서는, 서로 동시에 얼굴을 맞대었다.


"집에 갈까..?"

"응.."


집에 가는길 둘은 평소와 다르게 서로 대화 한마디 없이 묵묵히 걸었다. 여름이어서 더운것도 더운거였지만 둘의 분위기가 여름의 날씨보다 더 숨막혔다. 어색한 공기속을 참고 걸어, 둘의 집 앞에 도착하자 버키는 문득 먼저 반하는 사람이 진다는 이야기를 누가 만든걸까, 참 잘 만들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스티브. 그냥 셋이서 가자. 뭐.. 싸움이야 나겠어"

패배한 듯한 기분으로 버키가 읊조렸다.



스티브가 선생님들의 야영지에서 스튜에 넣을 야채들을 갖고 와서야 이 영겁과 같은 시간이 끝이났다. 돌아온 스티브가 스튜에 야채를 넣자, 퐁퐁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상태로 국자를 몇번 휘젓자 이제 모양이 그럴듯한 스튜가 되었다.

"제법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지?"

"그게 괜찮다니, 평소에 뭘 먹고 사는지"

말 하나하나에 시비거는조로 불평불만하는 로키가 짜증이나 훽 노려보았다. 로키는 버키가 노려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만히 스튜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키가 널 싫어해서 그런게아니라, 그냥 늘 저래." 화가나서 이 판을 뒤집어 엎고 싶었지만, 마치 부처로 빙의한듯한 스티브의 말에 결국 마음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리며 참았다.

그러면 넌 쳐먹질 말던가.

그냥 임간합숙을 신청하지 말던가.

등등의 악의저인 말이 버키 마음속에 가득 쌓이긴 했지만 말이다.



버키가 이마에 짜증과 질투로 힘줄이 돋은것도 모르고, 로키와 스티브는 스튜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고 있었다. 이전에 둘이 함께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버키는 둘은 죽은 잘 맞을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정말 친하긴 친할까? 라는 질투심 섞인 의심을 하였는데, 막상 둘이 함께있는 모습을 보니 둘은 정말 허울없는 친한친구 처럼 친해보였다. 그리고 정말 의외지만 짜증을 내는 로키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스티브는 죽이 잘 맞아보였다. 친한 둘의 모습에 심사가 뒤틀린 버키는 일부러 표정을 굳히고 아무말도 안하며 '나 삐졌소' 라는 티를 팍팍 냈지만, 스티브는 조리를 하느라 눈치를 못 챈 느낌이었고 로키는 나의 모습에 더 신이 난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스티브 야채만 받아오고 물을 안받아왔네"

"어, 그러네"

"물은 좀 무거울테니까 나랑 스티브가 같이 가서 물좀 받아올게. 반즈 넌 니가 좋아하는 스튜의 상태라도 보고있어"


끝까지 버키를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에 빠직 하고서 또 짜증이 났지만 둘이 하하호호 웃으며 숲속에서 물길을 걸어온다는 생각에 버키가 순간 안돼! 라고 외칠뻔했다. 둘이 같이 숲속을 걸어다니면서..그런 좋은 짓(?)을 로키한테 시켜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를 하자고 하니 딱히 마땅히 반대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로 물은 필요 했고, 로키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둘이 떠오기보다는 스티브와 둘이 가는것이 더 당연했다. 자신이 먼저 눈치를 채고 로키에게 스티브와 둘이 물을 떠온다고 말을 했다면 모를까 이미 로키가 먼저 말한 상태에서, 니가 스튜봐 내가 스티브랑 물가져올꺼야 라고 하는건 너무 유치해보였다. 그나마 반대할 이유라고는 "스티브보다 내가 힘이 더 세니까 나랑 같이 가" 라는 말이었는데, 이 말은 스티브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남길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결국 짧은 시간안에 이래저래 머리를 돌려가며 반대할 이유를 찾아보려했지만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 다녀와" 버키는 결국 마지못해 승낙을 해버렸다.

"금방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려"

둘은 그렇게 숲길로 가버렸고, 텐트진영안에는 버키 홀로 남게 되었다. 보글보글 끓어가는 스튜의 온도가 높을까, 내 빡침 온도가 높을까. 국자를 이용해 스튜를 크게 젓는것만이 버키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화풀이였다.


물을 떠온다고 하던 둘은 약 20분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스튜는 이제 완성이 되어, 약한 불로 온도만 적절하게 유지되면서 끓여지고 있었다. 이제 그냥 퍼다 날라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왕복 10분이면 갔다올 거리를 둘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설마 나 왕따당하는건가. 충격적인 가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티브와 함께하면서 외로움 이라는것을 느껴보는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친구들과 있어도 항상 서로가 먼저였던 둘이었는데....

애초에 로키 오딘슨은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소문으로만 들었을때도 좋지 않은 인상이었지만, 만나고 나니 좋지 않았던 인상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사실 처음으로 버키에게 질투라는 감정을 알려준 사내이기도 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버키는 스티브의 제일 친한 친구였기에 항상 스티브의 우선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가 없었던 스티브에게 버키는 늘 우선순위였다. 물론 버키 또한 늘 우선순위를 스티브로 세워두긴했지만. 근데 로키와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스티브가 로키를 택하기 위해 자신을 2등이 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이런적은 처음이었기에 버키는 처음에는 약간 화가났다.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다가 이 '화'의 정체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이것이 질투라는 것을 깨달았다. 으, 아무튼 로키는 버키에게 있어서 나쁜놈이었다.

속으로 이렇게저렇게 로키를 씹어대고 있자, 시간이 흘러 어느새 로키와 스티브가 출발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있었다 이정도가 되자 버키는 슬슬 불안해졌다. 설마 길이라도 잃었나? 로키와 스티브의 조합이 길을 잃기 쉬운 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키는 걱정이 들었다. 이 숲에 곰이라든가 위험한 야생동물은 없었고, 길도 쉬운편이었지만 그래도 숲이었다.

결국 버키는 스튜를 끓이고 있는 불을 끄고나서 자리에 일어나 텐트 진영을 벗어나 둘을 찾기 시작했다. 10분이면은 다녀올 거리를 20분이나 넘게 돌아오지 않는것은 분명 이상했다. 장소도 장소인 만큼, 위험한 일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아직 한 낮이었지만 나무의 우거진 잎으로 햇빛이 가려져 숲은 묘하게 어두웠다. 잎들 사이에 뚫린 구멍만이 유일하게 빛이 나오는 방법이었다. 숲속에는 매미도 없는것인지 아주 조용하여 저벅저벅 버키가 걷는 소리만이 유일했다.


"스티브- 어디있어"


주어진 길을 멀리 벗어나지 않게 버키가 조심스레 이동하면서 스티브의 이름을 불렀다. 이 부근은 다른 학생들이 텐트를 치지 않았는데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스티브를 찾는 목소리만 숲에 울렸다. 그렇게 텐트진영과 물을 받아오는 진영의 반쯤 걷자 저 멀리서 사람의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풀숲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큰 키의 남자와 작은 키의 남자가 보였다. 스티브와 로키인것 같았다. 스티브를 발견한 기쁨 반,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 반으로 버키가 둘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찾아다녔잖아! 뭐하고 있었던거야! 다가가면서 불만을 내뱉으려는 순간, 버키는 둘의 이상한 낌새에 입을 다물었다. 서있는 둘이, 너무나도 밀착되어 있었다. 버키는 걷는 속도를 멈추고 저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었다. 알면 안되는 비밀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보아서는 안되는 것을 마주한 그런 기분. 쿵쿵 뛰는 심장 덕에 가빠진 숨을 내뱉으면서 버키는 두 눈을 뜨고 똑바로 둘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본것이 잘못본것이 아닌지. 두 눈을 비벼보고 다시 한번 보았다.

놀랍게도 둘은 입을 맞추고 있었다.

키 차이가 30cm정도 차이가 나서였을까, 스티브는 까치발을 들고 있었고 로키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기에는 로키는 스티브의 양 볼을 자신의 큰 솝으로 살포시 잡고 있었고, 스티브는 로키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두르고 있었다. 잘못본거라고, 이럴리 없다면서 두 눈을 껌뻑껌뻑 해보았지만 둘의 모습은 버키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조용한 숲속에서 나뭇잎 사이의 햇살을 받으면서 입을 맞추고 있는 둘의 모습은 그림과 같았다.

버키는 그 모습을 멍하니 서있다가, 뒤를 돌아서 달음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하여 쫓기는 것처럼. 급하게 달리던 버키는 결국 한번 나무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괴물에 쫓기는 것처럼 헐레벌떡 일어나 필사적으로 다시 뛰었다. 너무 뛰어서 일까,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쿵 가슴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뭘본거지? 뭘본걸까? 쉴새없이 달리던 버키는 금방 텐트치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식처를 찾은 버키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헉헉 거리며 숨을 골랐다.


내가 뭔 볼걸까


로키와 스티브가 텐트진영으로 다시 돌아온것은 그로부터 5분 뒤였다. "너무 늦었지, 잠깐 길좀 헤매서" 방금 전 서로 입을 마충첬던 둘이 그런 일은 전혀 모른다듯이 시치미를 뚝떼며 왔다. 방금전의 충격으로 혼란스러웠던 버키였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무엇을 말할까? 나 방금 너네둘이 키스하는거봤다. 너네둘이 사귀냐? 뭐 이런말? 심란한 마음속과 다르게 버키는 "응, 좀 늦었다했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스튜를 먹고, 강가에 놀러나가고, 밤이 되어 텐트에 들어갈 때 까지 버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두운 표정응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버키의 모습에 스티브가 걱정스레 몇번 괜찬햔고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버키는 넋이 나간 기계처럼 "괜찮아" 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중얼 거렸다. 스티브는 버키가 어디 아프다고 생각한것인지 아프면 쉬라며 등을 몇번 두드려주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아프기는 아팠으니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버키는 좁은 텐트안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 끔찍한 장면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버키의 머릿속에 아예 자리를 잡은것인지 떠나가지질 않았다. 내가 뭘 본걸까. 내가 뭘 본걸까.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것 밖에 없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뱉자, 말소리가 들렸다.

"봤어?"

로키의 목소리였다. 일정한 숨소리가 들리길래 스티브도 로키도 둘다 잠이 든 줄 알았는데 그런것이 아니었나보다. 로키의 말에는 주어가 빠져있었다. 봤다니? 뭘? 무슨말이냐고 버키는 묻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로키의 입에서 "우리둘이 키스하는거" 라는 대답을 듣고싶지 않았으니까. 17살, 몇년동안 짝사랑했던 스티브를 뺏긴 날이었다.

 

--


아예 다 갈아서 백업함

'MCU > 스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키스팁 스마타 *  (0) 2016.03.18
스른전력 - 신뢰 (로키스팁)  (0) 2016.03.12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2)  (0) 2016.03.11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  (0) 2016.02.25
로키스팁 스티브 베어  (0) 2016.02.13


*15세 이상만 보세오...


"오늘도 먼저 가라고?"


"미안해"


스티브가 미안함에 미간을 좁히며 사과를 전하자 버키는 할말이 없어졌다. 미안하다고 까지 할건 없는 일이었지만, 최근 들어서 스티브가 이런식으로 버키의 약속을 깨는 일이 많아지자 둘 사이에 미안하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게 되었다. 최근에 들어 스티브는 버키 이외의 다른 친구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그의 친구가 버키 한사람 뿐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전부 버키와 교집합을 이루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스티브가 노는 자리에 버키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근래에 들어서 스티브가 자주 어울리는, 버키와는 아무련 연관이 없는 자의 이름은 로키 오딘슨이었다. 토르 오딘슨의 동생으로 키만 멀대같이 큰 녀석, 이라고 버키는 생각했다. 


금빛 사자갈기와 같은 황금빛 머리에 굵은 선으로 이루어진 신화속에서 당장 튀어나올것같은 헤라클레스 처럼 생긴 토르 오딘슨은 성격도 자신의 얼굴과도 비슷하게도 호전적이고 활발한 성격 이었다. 토르 오딘슨과는 이렇다할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만으로 대체적으로 그의 성격도 짐작할 수 있으니 그가 학교에서 유명인사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잘생긴 얼굴도 얼굴이었지만, 성격도 어찌나 대범하고 쾌활한지 여학생들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에게도 일종의 추앙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토르와 같은 성씨를 가진, 즉 말하자면 동생인 로키 오딘슨의 학교입학 소식은 모든 이를 주목하게 하였다. 연예인들의 동생이 어떻게 생겼는지와 같은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로키 오딘슨이 학교의 모습을 드러내자, 가벼운 호기심은 다소 무거워졌고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돌아보게할 정도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로키 오딘슨은 금발머리도 아니었고, 토르처럼 선이 굵은 모습도 아니었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가지런한 검은 머리에 키는 컸지만 선이 얇아 어딘가 왜소해 보이기도 했다. 토르의 정 반대 모습이라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정도의 외관이었다. 게다가 성격은 어찌나 얌전한것인지, 친구들과 큰소리로 어울리는 토르와 다르게 다른 이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얌전하다는 것은 그가 입을 열기전의 학생들의 착각이었다. 수 많은 관심과 눈길이 그의 성격을 건들였는지 로키 오딘슨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어떤 이가 토르의 이야기를 거들먹 걸이면서 로키에게 말을 걸어왔는데. 그 때 로키의 입에서 그 고결한 얼굴로는 예상도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그의 얼굴과 어울리는 독설이 마구잡이로 튀어 나왔다. 마치 독설이라는 학문을 배운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희생당한 학생은 로키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입을 뻐끔뻐끔 거리다가, 주저 앉아버렸다. 로키의 독설은 남학생이 아니라 여학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예민하게 발톱을 세우던 로키에게는 다른 의미의 시선이 쏟아지기는 하였지만, 로키 그 자체가 원하는듯한 조용함이라는 평화를 얻는 듯 했다. 아무도 로키에게 말을 걸지 않자, 로키는 자연스레 학교에서 입을 여는 순간이 적어졌다. 로키는 타인과의 교류를 원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런 로키가 스티브와 교류를 한다는 것이 놀라운 따름 이었다. 버키는 둘이 어떻게 친해졌는지, 무슨 접점이 있는지 몰라 스티브에게 어떻게 친해졌냐 물어본적이 있었다. 스티브는 "그냥, 책읽다가" 라는 짧은 대답만을 들려주었다.


책읽다가?


스티브의 취미 중 하나는 독서 인것은 버키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로키를 동경하는 여자 무리들에게 '로키는 도서관에 가면 볼 수 있다' 라는 것을 우연히 들은적이 있었다. 둘이 책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친해졌다고 이상한것이 없었지만 무언가가 걸렸다. 그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버키는 스티브를 보내고 한참을 혼자 교실에 앉아 멍하니 로키와 스티브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것을 깨닫고서는 조용히 가방을 들어 하교를 했다. 스티브가 아닌 다른 친구와 어울려 놀거나 그럴수도 있지만, 놀 기분이 아니었다. 스티브가 자신의 여자친구는 아니었지만, 여자친구가 자신을 바람 맞히고 다른 이에게 간 기분이었다. 학교건물을 나오니 운동장은 축구를 하는 아이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덕에 버키는 운동장의 가장자리로 돌아서 지나가야했다. 멀리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자리에는 으레 나무들이 심어져있는데, 나무에 매미들이 숨어있는 것인지 맴맴- 하는 울음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왔다. 태양 아래에서 버키는 학교의 여름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남색셔츠를 손으로 펄럭였다.


버키는 바로 자신의 집으로 향하지 않고, 옆집인 스티브의 집으로 들어갔다. 매번 조심성 없게 벽도로 집 키를 보관한 스티브 덕에 버키는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은 고요하기만 했다. 둘은 서로의 허락이 없어도 집을 드나들정도의 사이였지만, 그래도 스티브 없이 자신 혼자 그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찔려 버키는 아무도 없는 집을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매일 오후면 머물렀던 스티브의 방문을 열었다. 당연하지만 어제와 다름 없는 모습에, 변하지 않은 스티브의 방 모습에 안정감을 찾은 버키가 미소를 지었다. 늘 우리가 함께 해왔던 다르지 않은 공간이다.


방 안에 들어가 편안히 숨을 내쉬고 침대에 누웠다. 막상 들어오기는 들어왔지만 버키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게임기를 만지기에는 주인 없는 물건을 함부로 손대는 것이 그랬고 - 정작 주인 허락없이 방에 들어오긴 했지만 - 책을 읽기에는 스티브의 책취향은 버키와 달랐다. 스티브 처럼 그림을 그려볼까 물감쪽을 힐끔 보았지만, 한다고 해도 즐겁지도 않았을것 같아 포기했다. 역시 이렇게 할 일이 없는 날에는 그냥 낮잠을 자는것이 최고인것 같았다. 잠을 자고 시간이 지나면, 눈을 뜨면 스티브가 집에 돌아올지도 몰랐다. 버키는 본격적으로 잠을 자기 위해 스티브의 베개를 끌어오고, 가지런히 접혀있던 이불을 펼쳤다. 이불을 펼치던 순간, 버키의 코에 익숙한 냄새가 맡아졌다. 스티브의 냄새였다. 이불을 펼치고, 베개에 눕자 스티브의 냄새가 진하게 났다. 마치 스티브에게 안겨있는 기분이었다. 스티브의 어깨에 코를 박고 있다면 이런 진한 냄새가 느껴질까? 향기라고 표현하기에 어려운 사내 특유의 텁텁한 냄새였지만, 사랑하는 이의 냄새가 향기롭지 않을수는 없었다. 버키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고, 몸을 돌려 베개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뭐하고있을까, 로키랑은 뭘하면서 놀까


그의 냄새를 맡자 더더욱 그리워졌다. 겨우 하루, 아니 최근에는 빈도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같이 못있는 것 뿐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애틋해졌다. 자신은 중증인게 확실했다. 코를 박소 스티브의 냄새를 맡으면서, 스티브의 상상을 했다. 스티브, 가녀린 스티브, 스티브의 하얀목, 자주 입는 하얀색 셔츠, 스티브의...


"아...젠장"


스티브의 냄새에 정신없이 취해있던 버키의 몸이 서서히 다른쪽 방향으로 열을 띠기 시작했다. 순수한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너무 쉽게 열띤 반응을 하는 자신의 몸이 미웠다. 혈기왕성한 17살의 그에게 좋아하는 이의 체취는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누군가가 지켜보는것도 아니었지만,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버키는 자신의 머리를 사납게 긁어댔다. 이런 상태로 부모님과 동생이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는것도 그랬고, 스티브의 체취가 잔뜩 묻어있는 그의 집에서 그냥 식히는것도 어려워 보였다. 어쩌지 하면서 걱정되는 머리와는 다르게 몸은 계속적으로 스티브의 체취를 탐했다. 결국 버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불을 걷고서는 자신의 지퍼를 내렸다. 지이이익 하는 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려 크게 들렸다. 천천히 자신의 것을 꺼내고 익숙하게 만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스티브에게 "대딸"을 이야기한것이 생각났다. 스티브는 그답지 않게 차별적인 발언까지 하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싫어하며 거부하는것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버키는 그 모습에 크게 낙담을 하고 말았다. 스티브의 냄새가 잔뜩 묻어난 침대에서 버키는 이제 자신의 기둥을 잡고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만약 이야기가 성립되어서 스티브가 내것을 만졌으면 기분이 어땠을까.


스티브는 왜소한 덩치만큼 손도 무척이나 잡았다. 길쭉하지 않고 짧뚱한 손은 어떨때는 애기손같아 보였다. 앙상한 몸과 다르지 않게 앙상한 손에는 살집이 전혀 없어 거의 뼈와 같았다. 눈을 감고 스티브가 자신의 것을 잡는것을 상상해보았다. 앙상하고 작은 손은 한손이 아니라, 두 손으로 잡을 것이며.  서툰 손짓으로 가끔 손톱을 세워 인상을 찌푸릴 일도 발생할 것이었다. 살집이 없는 그의 손은 딱딱할 것이고, 열기가 없는 몸은 차가워 시원할 것 같았다. 자신으 스티브의 길고 풍성한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부끄러움에 홍조를 띄고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이 스티브의 것을 만지면 어떨까. 스티브가 어떻게 반응할까?

스티브도 평소에 자위를 할까?


17살의 건장한 남성이라면, 자위를 하는것은 당연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스티브라면은 하지 않을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것을 공유하는 형제와 같은 사이였지만, 스티브는 성적인 이야기를 단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버키는 종종 다른 친구들과는 음담패설을 하며 놀기도 하였지만, 스티브는 누군가와 그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또한 금욕적인 모습이 바로 티가 난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스티브에게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브가 이런 종류의 일과 엮이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버키는 여자친구를 사귀어 성경험도 있었지만, 스티브는 아직까지 여자친구를 한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스티브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것이 한몫하였다. 미안하지만, 버키에게는 다행인 이야기였다.


한번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스티브의 몸, 새하얀 살결과 도드라진 갈비 뼈. 


버키는 결국 그 첫눈과 같은 몸을 자신이 더럽히는 상상을 하며 파정하고 말았다. 묽은 정액이 자신의 손에 묻어 있었다. 다행히 침대 시트 주변으로 튀지 않았다. 옆에있는 티슈를 뽑아 대충 자신의 손을 휙휙 닦았다. 멍하니 앉아있자, 인터넷에서 말하는 현자 타임이라는것이 몰려왔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친구의 침대 위에서 친구를 생각하면서 자위를 하다니. 자신이 너무 한심했고 비참했다. 


열려있는 스티브의 창문에서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는 매미가 우는 이유는 교미를 위한 암컷을 찾기 위해서, 교미!섹스! 하고 우는것과 다름 없다 들었다. 같이 들었던 친구는 로맨티스트여서 "교미를 위한 암컷이 아니라,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서 그런게 아닐까?" 라고 말해 한바탕 주변에서 마구 비웃었다. 맴맴- 하고 우는 매미들의 웃음소리를 듣자, 버키는 뭔가 기분이 나빠졌다. 님을 찾아 애타게, 목이 나가라 우는 매미의 모습이 자신과 비슷하게 보여서였다. '스티브' '스티브' 하면서 마음속에서 애타게 외치는 자신의 모습과.


---


수정만 하려고했는데 너무 구려서 그냥 다시 쓰고 백업


'MCU > 스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른전력 - 신뢰 (로키스팁)  (0) 2016.03.12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3)  (0) 2016.03.12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  (0) 2016.02.25
로키스팁 스티브 베어  (0) 2016.02.13
버키스팁 - 방뇨플  (1) 2015.11.19

미술실은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건물 안쪽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미술실 앞 복도는 햇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낮인데도 불구하고 늘 어두컴컴했다.덤으로 그 복도에는 머리만 있는 조각상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버키는 그 복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있었다. 얼핏보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같은 그곳에서 태연하게 혼자 잘도 있는구나 라고 누군가 버키에게 감탄하듯이 이야기했다.버키의 입장에서는 음산하기보다는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서늘한것이 스티브를 기다리는 것에 제격인 장소였다. 아이스크림으로 열이 가시지 않는지, 땀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한 손으로 자신의 셔츠를 잡고 펄럭였다.


스티브는 언제 끝나려나. 아직 멀었나? 이참에 나도 미술부에 가입할까.


늘 항상 복도에 쭈그려 앉아 기다리는 버키에게 미안해서 스티브는 항상 먼저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키에게 이런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스티브 없이 혼자 하교하는것이 더 싫었다."괜찮아, 이 다비드 조각상이랑도 꽤 친해졌고" 서글서글 하게 웃으며 다비드 조각상의 코를 톡톡 치는 버키에게 스티브는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배려심 많은 자신의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서클활동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나오는것 뿐이었다.


스티브와 버키는 같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이상한 콤비 였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이목구비, 서글서글한 성격을 가져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브루클린의 멋쟁이, 버키반즈와 왜소한 체격에 올곧은 성격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여 몇몇 학생과 트러블을 일으키기 쉽상인 고집불통 스티브 로저스. 둘이 단짝친구로 붙어다니는 것만으로 학교 초반에는 무수한 소문들이 돌았다.버키 반즈가 스티브 로저스를 따까리로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는 애교로 시작해서 알고보니 스티브 로저스가 어마어마한 갑부이고 버키반즈는 고용된 보디가드다 라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까지 있었다.그러나 둘이 한번 같이 있는 장면을 본 이들은 그 여러 소문들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지각색의 이상한 루머들이 사실이기에 버키 반즈가 스티브 로저스를 보는 눈은 너무나도 상냥했고, 버키 반즈를 대하는 스티브 로저스의 태도는 그 어느때보다 편해보였다.둘은 어릴때부터 소꿉친구라고 하였다. 재미없는 소문은 금방 가라앉았고, 둘이 소꿉친구라는 팩트는 대부분의 학생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몰랐다. 소문의 덕으로 두 사람은 지명도만이 올랐고, 그 지명도 사이에 붙은 이름은 '이상한 콤비' '어울리지 않는다' 였다.



"버키, 지금 끝났어.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허겁지겁 나오는듯한 스티브의 모습에 오랜시간 쭈구려 앉아있던 버키가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쭉, 하고 고양이처럼 날렵한 기지개를 펼치고 나서야 몸이 좀 풀렸다.혼자 서클활동을 먼저 끝나고 나온것인지, 스티브 말고 부실을 나오는 미술부원들은 없었다. 복도를 나란히 걷자 두 명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아이스크림 먹었네?"

"응. 너도 한입 먹을래?"

"아니, 됐어.

 

반 쯤 먹은 아이스크림을 내밀자, 스티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버키가 이거 니가 제일 좋아하는 맛인데도? 하고 재차 묻자, "침 묻었잖아. 싫어" 라는 섭섭한 말이 들려왔다.언제부터 스티브가 이렇게 깔끔 떠는 성격이었는지. "나중에 후회하지마라" 라고 하며 버키가 내밀었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자신의 입안으로 넣었다. 내 침 묻은게 그렇게 싫은가.




둘은 주로 스티브의 방에서 놀았다. 군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를 둔 스티브는 집에 혼자 있을때가 많았다. 가정주부인 어머니와 여러동생이 있어 시끌벅적한 자신의 집과 달리 조용한 스티브의 집은어딘가 버키로 하여금 쓸쓸한 기분을 들게 하였다. 그 외로운 공간에 스티브를 혼자 두는것이 싫어 버키가 항상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며 끈덕지게 권유를 하였지만 폐를 끼치는것이 싫다며 스티브는 늘 거절하였다.버키가 스티브를 혼자 두지 않는 방법은, 스티브의 집에 놀러가는 것이었다. 그 결과, 버키는 거의 스티브의 집에서 상주하게 되었다. 있는 시간과 빈도를 따지면 거의 스티브의 집, 아니 스티브의 방에서 사는것과 다름 없었다.


"죽었다"


"기다랴봐. 조금 있으면 부활 아이템 나오니까"


"아... 넌 은근 게임을 잘한다니까"


둘은 주로 방 안에서 놀았다. 밖에서 뛰노는 활동은 스티브의 체력상 할 수 없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티브가 그림을 그리면 버키가 모델이 되기도 하였고, 버키가 만화책을 읽으면 스티브가 옆에서 책을 읽기도 하였다.이제는 자주 하지는 않지만, 음악을 틀고 둘이 춤을 추며 놀았던 적도 있었다. 최근 둘 사이에 열풍하고 있는것은 2인용 어드벤처 게임이었다.군인 아버지를 닮아서 인가, 스티브는 게임을 전략적으로 잘해 웬만하면 죽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캐릭터가 죽어 기다리는것은 버키의 몫이었다. 부활 아이템을 획득하는것을 기다리며 버키가 발라당 하고 뒤로 누웠다.깍지를 끼워 머리를 받치고 누워있자, 게임에 열중하고있는 스티브의 뒷모습이 보였다. 정갈한 금발머리에 창백한 피부, 하얀 셔츠에 둘러쌓인 좁은 어깨와 얇은 등.스티브가 즐겨 있는 흰색 셔츠는 그를 더욱 병약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품이 딱 맞는 셔츠를 입고 있는 스티브의 등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은은한 살색이 흰색셔츠 너머로 보였다. 버키는 그냥 맨살보다 저 은은하게 비춰지는 살색이 더 야하다고 자주 생각 하였다.

며칠전부터 스티브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언제 말을 해야할까, 어느 타이밍이 괜찮을까 간만보다 번번히 실패했던 '권유'가 있었다. 항상 말할 분위기를 찾지 못해 꺼내지도 못한 이야기였는데, 지금 이 분위기 라면은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았다.그냥 단순한 버키의 직감 이었다. 막상 말을 하려고 다짐 하자 긴장이 되어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몇번 혀로 입술을 문지르고 버키가 이내 "스티브" 하고 이름을 불렀다.


"저번에, 데인드 한테 들었던건데"

"데인드? 그 데인드? 너 데인드랑 친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스티브가 게임설정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뿔싸. 너무 긴장한 탓에 스티브가 데인드를 좋게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까먹고 말았다.


"전에 하급생들 돈을 뺏고 다녔던 애잖아"


"아, 응응. 근데 이제 걔도 안 그러고 다닌다니까? 알잖아"


데인드가 하급생 문제로 자주 스티브와 다투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던 자신이었는데 왜 그걸 까먹고 데인드를 언급했는지. 긴장한 탓에 시작부터 꼬인 버키는 역시 직감이라는 것은 믿으면 안된다고 짧게 후회했다.그러나 다행히도 스티브는 이제 그러지도 않는 다는 버키의 말에 화가 누구러졌는지, 잔뜩 찌푸리던 얼굴을 조금 풀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긴데?"


"아니, 어 그게. 데인드 말로는 요즘 애들 사이에 유행하는 놀이가 있다네? 여자애들 말고 남자애들 사이에서. 데인드 무리도 꽤 자주 하고있고.. 그래서 너랑 나도 같이 해볼까 싶어서"


버키의 말이 변명을 하는것처럼 길어졌다. 아니 사실 변명이 맞았다. 스티브가 혹여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말을 덧붙이며 길게 늘어뜨린 꼴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그게 뭔데?"


다행히 버키의 말에 일말의 의심도 가지지 않은 스티브가 컨트롤러를 내리고 누워있는 버키를 바라보며 뒷 이야기를 재촉했다. 순진무구하게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스티브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긴장되어있던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태연함을 가장하기 위해 한껏 느슨한 표정을 지었지만, 언제 들킬지 모르는 미숙한 솜씨였다.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던 버키가 숨을 한번 작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자위를 말이야. 같이 하는거야"


"..뭐?"


"아니 그러니까. 니가 내껄 만져주고, 내가 니껄 만져구고 뭐 그러는거지, 남자끼린데 뭐 어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직설적이고 추잡스러운 표현은 스티브의 거부감만을 살 게 뻔했다. 데인드한테 들었던 이야기로는 남의 손을 빌려 대딸을 하면은 더 흥분된다- 라는 천박한 내용이었다. 너도 같이 할래? 라고 권유하는 데인드에게는 그게 뭐냐면서 손사래를 쳤던 버키였지만, 상대방이 데인드가 아닌 스티브라면은 사정이 달라졌다. 

여자친구가 없는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꽤 자주 볼 수 있는 행위라고 하였다. 듣다보니 데인드 말고 몇몇 무리들도 그런짓을 하고 다닌다고 하였다.이 놀이는 기회 였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고, 스티브를 만질 수 있는 정당한 기회. 평소의 스티브의 청교도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그게 뭐냐며 거절당할 확률이 높았지만남자들 사이에 뒤처지지 않고 싶어하는 스티브의 열등감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낮은 확률의 일이었지만 버키에게서는 꽤나 절실한 일이었다.



"그게 뭐야, 싫어"

"어? 응? 어 싫어? 왜?"


조금은 고민할 줄 알았는데 바로 즉답으로 싫다고 말하는 스티브에게 버키가 놀라 멍청하게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게이 같잖아"


스티브가 말을 툭 내뱉고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자신이 말한 발언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점점 새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방금 말은 너무 그답지 않은 차별적인 발언이었다.


"아니, 내말은. 게이가 나쁜건 아닌데..그러니까"

"알아. 무슨 이야기인지 괜찮아. 그냥 나도 갑자기 생각나서 꺼내본 말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스티브의 말을 막자, 그제서야 스티브가 다시 TV화면으로 고개를 돌리고 컨트롤러를 잡았다. 자신의 차별적인 발언이 아직도 부끄러웠는지 스티브의 귀 끝은 새빨갛게 물들여져있었다.


거절당한 버키는 실망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태연한 표정을 만들었다. 버키의 캐릭터는 '윈터솔져'라는 캐릭터였는데, 낮은 체력의 높은 공격력을 가진 암살자 역할이었다.버키는 암살자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앞으로 돌진해서 싸워서 먼저 죽기 일수 였다. 화면속 윈터솔져는 풀밭에 누워서 해골모양의 영혼을 띄우고 있었다.

캐릭터 아래에는 "죽었습니다" 라는 살벌한 문구가 띄워져있었다. 지금 버기가 딱 그랬다.


---

수정해서 백업


'MCU > 스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른전력 - 신뢰 (로키스팁)  (0) 2016.03.12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3)  (0) 2016.03.12
버키스팁 17살의 스티브와 버키(2)  (0) 2016.03.11
로키스팁 스티브 베어  (0) 2016.02.13
버키스팁 - 방뇨플  (1) 2015.11.19


*취향타는 소재 주의


로키에게는 아끼는 인형이 하나 있었다. 어린 시절 프리가가 선물로 준것으로 금발머리에 파랑눈의 사람 모양의 인형 이었다. 프리가에게 인형을 받은 것은 로키 뿐만이 아니었다.토르 또한 같은 날 로키와 함께 프리가 로부터 검은 머리의 사람 인형을 받았었다. 툭하면 싸우는 형제에게 서로 비슷한 인형을 줌으로써 우애를 다져보라는 뜻이었다. 토르는 여자애도 아니고 인형이 뭐냐면서 - 더군다나 남동생인 로키와 똑같이 생긴 인형이어서 기분이 묘했다 -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로키라고 생각하고 잘 대해주렴. 이라는 프리가의 말은 금방 잊고, 토르는 자신의 인형을 방 구석 어딘가에다가 던져 놓았다. 그에 비해 로키는 프리가가 준 인형을 매우 좋아했다.잠을 잘때 안고 자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딜 가나 품에 안고 다녔다. 원래도 토르와 비교하여 다소 비실비실 샌님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 로키가 인형 까지 달고 다니니 그를 향한 수준 낮은 무리들은 더더욱 손가락질을 하며 그를 비웃었다. 그중에는 로키가 양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깎아내리기에 바쁜 사람도 존재했다. 토르는 자신의 동생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싫어, 로키에게 그 인형좀 그만 갖고 다니라며 걱정어린 짜증을 냈었지만, 로키는 토르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았다. 

로키가 인형에게 지어준 이름은 '스티브' 였다. 로키가 '얘'의 이름은 스티브야. 라고 토르에게 '소개'까지 해주었다. 인형에게 인칭을 붙이는것도, 그리고 소개를 하는것도 토르는 이상하게 생각했다.그 이야기를 자신의 부모님에게 전하자, 그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커녕 로키가 아직 어려서 그런거라며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어린시절, 맹목적으로 따르는 부모님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 토르도 조금은 수긍이 되었다. 

그래, 로키가 내가 생각한것보다 순수하구나. 

하지만 안심도 잠시, 로키의 인형에 대한 집착은 날이 갈 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더더욱 심해졌다. 어머니, 프리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더더욱이. 이제 갓 성인이 된 로키는 예전처럼 인형을 끌어안고 다니지는 않았었지만, 자신의 방 안에서 신줏단지를 모시는 것 마냥 인형을 대하는 것을 토르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이상했다. 이제 아이가 아닌 어른이, 어린 시절의 인형에 이름을 붙여 끌어 안고자는것은. 토르의 주변에는 믿을 만한 친우들이 많았지만, 어느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상담하기에 고민의 내용은 너무나도 이상했으며, 혹시라도 누군가 로키를 이상하게 볼 까 걱정이 되어서였다.그렇다고 가볍게 소비가 되는, 흥미위주로 떠들어대는 인터넷과 같은 곳에다가도 고민을 적어놓을수도 없었다. 그렇게 남몰래 속으로 끙끙 앓고있던 토르는 결국 로키에게 진지하게 권유를 해보았다.

"로키, 이제 그 인형은 가만히 두는게 어때"

"인형? 스티브를 얘기하는거야?"

"..그래 스티브 말이다. 내가 너를 낮추려고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란걸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그 인형에 너무 과하게 집착을 하는 것 같아.

그리고 그건....정상으로 보이지 않구나"

힘겹게 꺼낸 진심을 담은 조언에, 어찌보면은 동생을 위한 형의 부탁에 로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토르의 시선을 마주하는것 뿐이었다. 이 차가운 침묵에 답답한 토르가 로키. 하고 다시한번 이름을 불러 세웠다. 그제서야 로키가 표정을 풀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야, 형."

"나도 안다..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가 처음으로 주신 선물이야. 그래서 조금 더 눈이 가고, 애정을 쏟는것 뿐이야. 뭘 걱정하는건지는 알겠는데. 괜찮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키는 몸을 돌려 대화를 끝내겠다고 표현을 하였다. 괜찮다고,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말이, 그저 어머니가 처음으로 주신 선물이기에 아낀다는 말이 어쩌면 거짓말일지 모른다고 토르는 생각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동생과 지내며, 깨닫고 얻은 경험과 감으로 이루어낸 느낌 이었다. 불안함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토르는 고개를 젓고서는 생각을 고쳤다. 그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더 심해졌지.필히, 어머니가 그립고 생각나서 그런걸거야. 로키는 어머니를 무척이나 따랐으니까. 토르는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라며, 너무 과민반응 했다며 되뇌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자신이 아끼는 동생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될테니까.


몇 달 전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로키는 인형을 향한 관심이 무척이나 줄어 들었다. 평소 라면은 로키의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깨끗하게 존재해야할 인형이 지금은 장식 마냥 탁장 위에 올려져만 있었다. 항상 인형을 손질 하여,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던 인형은 이제서야 조금 얼룩덜룩 먼지가 묻어있었다. 이 몇달 간 로키 또한 어머니의 죽음을 천천히 받아 들이던게 아닌가 싶었다. 로키에게 있어 그 인형은 프리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으니까. 대신 다른 몰두하는것이 생겼는지, 로키는 자주 창고를 들락달락 거렸다. 오딘슨 저택에는 본가와 떨어진 작은 집이 있었는데, 몇십년전만해도 정원사가 그곳에서 생활하였다고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집안에서 일을 도와주는 직원들은 자신의 집에서 출퇴근 하는 형식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 결과 정원사의 집은 창고가 되었지만, 딱히 본가와 떨어져있는 곳에서까지 보관해야할 물건이 없었기에 이름만 창고였지 정원사가 살던 때와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던 창고는 이제 로키의 취미방이 되었다. 무엇에 그렇게 열중 하냐고 묻자, 로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비밀 이라고 말했다. 장난스러운 동생의 대답에, 오랜만에 완전한 평화를 느낀 토르는 나중에 알려줘야 한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데 로키, 최근에는 '스티브'랑 놀지 않는 구나"

"아아..그 인형? 내가 몇살인데 인형이랑 놀아"

"그래, 예전에는 항상 스티브 라고 부르라면서 화를 내지 않았느냐"

"그랬나? 그냥 인형인데"

드디어 나온 동생의 정상적인 반응에 토르는 입이 귀에 걸릴것과 같이 웃었다. "그래, 그렇지. 인형을 사람처럼 대한건 이상하지" 갑자기 싱글벙글 웃는 토르에 로키가 이상하듯이 눈썹을 한번 올렸다.결국 토르는 오랜만에 느낀 안정과 평화에 로키가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말을 듣지 못했다. 



"진짜가 있으면 인형은 필요 없지"



모두가 잠든것을 확인한 로키는 손전등을 키고 문 밖으로 향했 걸었다. 오늘은 보름달이 밝게 떠, 정원이 많이 어둡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자, 나무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기 시작했다.달 뿐만 아니라, 오늘은 하늘이 맑아 별빛도 보이는것이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로키는 이 순간을 좋아했다.아무도 없는 정원 안 속, 인형의 집으로 향하는 지금을.언제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정말로 나무로 된 집은 무척이나 작고 낡았다. 누구의 관심도 없이, 관리도 없이, 인적도 없는 이곳은 로키와 그의 비밀의 집이었다. 주머니속에 있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고 낡은 나무들이 우는 소리를 냈다.집으로 들어가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기분나쁜 쇠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스티브, 나왔어"


불이 없어 어두컴컴한 방안에는 잘 보이지 않은 인영이 눕혀져 있었다. 방문을 닫고 불을 키자, 수갑으로 손과 발이 묶기고, 입에 청테이프가 붙여진 금발의 남성이 보였다. 로키의 방문에 늘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묶여있는 남성은 웁웁- 이라며 막힌 비명을 내뱉었다.


"응, 역시 스티브를 안고 자지 않으면은 잠이 안오더라"


청테이프로 막혀져, 제대로 들리지 않는 소음을 로키는 제 멋대로 달콤한 속삭임으로 해석하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설사, 묶여있는 그의 목소리가 "풀어줘" 라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었다해도 로키는 제 멋대로 듣고싶은 말로 바꿨을 것이다. 낡은 매트리스 바닥에 누워져있는 그를 향해 다가가, 옆자리에 누웠다. 자신이 다가오자, 지렁이 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려는 그를 자신의 품안에 가두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로키의 입술을 간지럽다. 로키는 그의 정수리에 입술을 부비었다.로키는 원래 금발을 매우 싫어하였다. 자연스럽게 형이 떠올라 버려서였다. 하지만 스티브 만큼은 예외였다. 금발임에도 전혀 자신의 형이 떠오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어둠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것같아 그의 머리색이 마음에 들었다. 만족과 행복, 모든 기쁨을 로키는 이 순간, 스티브를 안고있는 이 순간에서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벗어나기 위해 온 몸을 미친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겨우 하루를 참아, 행복을 느끼고 있는 로키는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스티브가 못마땅하였다. 주먹에 힘을 주어 움직이고있는 스티브의 아랫배를 가격하였다.

읍---

스티브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아랫배로 느껴온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서서히 퍼져오는 통증에 힘이 빠져 결국 로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얌전해진 스티브의 반응에 로키는 만족해하며 자신의 손으로 스티브의 둥그런 귓 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빨갛게 달아오른 귓볼에서 새하얀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성적의 의도가 다분하게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스티브 집을 옮겨야 할꺼같아. 우리 바보같은 형은 머리는 멍청해도 이상하게 감이 좋거든. 짐승처럼"


대답 없는 스티브를 향해 로키가 계속 쓰다듬으면서 중얼 거렸다.


"좀 더 아무도 없는, 큰 집으로 옮겨줄게. 거기엔 지금 처럼 누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같은건 하나도없어. 그냥 너와 나 단둘 뿐만인 공간일꺼야"


로키의 말에 공포감에 질린 스티브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싫어, 도와줘. 무서워. 도망가고싶어. 풀어줘. 그의 눈에서 천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품속에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스티브의 행동을 보고서 로키가 웃음을 지었다.


"스티브도 많이 기뻐? 나도 많이 기뻐"


자기 좋을대로의, 제멋대로의 말에 스티브는 경악을 넘어 공포까지 느꼈다. 스티브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그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로키와의 만남은 공원에서 조깅을 하던 도중이었다. 커브를 돌던중, 미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한 스티브는 앞에있었던 로키와 힘껏 부딪쳐 둘다 넘어지고 말았다. 뛰고 있었던 것은 자신 이었으므로, 스티브는 충돌의 책임을 자신이라고 생각하였다. 벌떡 일어난 스티브는 자신과 부딪쳐 넘어진,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 앉아있는 남자에게 손을 건내며 괜찮냐고 물었다. 남자는 충격을 먹은 것인지,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 표정은 놀라워 하는 것 같기도하고, 기뻐하는것같기도 하고, 말도안되지만 감동하고 있는것처럼도 보였다. "스티브?" 아무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던 남자가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 보는 남성이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이 놀라워, 당황한 마음에 스티브는 어떻게 제 이름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남자는 아직까지도 일어서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 앉은 상태로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작은 혼잣말이었기에 스티브가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진짜" 와 "어머니", 단 두개 뿐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많이 아픈 사람인가 싶어 걱정스러웠다. 

설마 그 모르는 낯선 남성이 자신을 납치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납치해, 자신의 손 발을 수갑으로 묶어 가둔 남자를 향해 왜 이러는 것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남자는 한번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항상 너를 만나는 것을 기대 하고 있었다. 나는 언젠가 '진짜' 스티브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어린 시절 부터 너만을 생각해 왔다 등의 어처구니 없는 말만을 들려 주었다. 두렵고 억울하였다. 처음에는 부잣집 아들의 질 나쁜 장난인줄 알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도망칠 수 있을거라고, 풀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정신병자는 날이 갈 수록 자신을 놓아줄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더 나아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 자신을 숨긴다는 이야기까지 하였다. 두려움과 공포에 스티브가 결국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너와 나의 집에 가서는 우리둘이 마음껏 사랑하자. 사랑해줄게, 나의 스티브"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를 여기서 벗어나게 해줘.



몇 시간에 걸쳐서 방안을 뒤진 결과 토르는 어릴 적 받은 인형, 로키와 닮은 인형을 찾을 수 있었다. 방안을 구르고 구른 로키 인형은 새까맣게 더러워져 있었다.


"이런....그래도 어머니가 주신 선물인데 제대로 보관좀 해놓을껄"


때가 묻은 동생과 닮은 인형을 닦기 위해 물티슈를 꺼냈다. 섬세한 작업과는 거리가 먼 토르는 있는 힘껏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 된 것인지 인형의 얼룩은 지워지지 않고, 더욱 더럽혀 지기 시작했다. 물이 묻어 그런것이라고 생각을 못한 토르는 이상하다며 물티슈를 더 꺼내 닦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한 결과 결국 토르의 인형, '로키'인형은 새까만 얼룩투성이가 되었다. 검게 물들은 얼룩 투성이의 인형을 보고 토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미안하구나 로키야. 너무 새까맣게 물들어 버렸구나"


인형을 깨끗하게 만들 방법을 몰랐던 토르는 그저 망연자실 까맣게 물드어버린 '로키'인형만을 쳐다보았다.


---


원래는 피규어 성애자 로키와 피규어 모습과 똑같은 사람 스티브 사이에서 피규어냐 사람이냐 고민하는 개그물로 쓰려고했는데

왜이렇게 되었는지 모룸.. 왜쓴거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