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로우스팁



"지금 몇시인가?"


스티브가 럼로우의 팔을 베개삼아 누워있는 상태로 물었다. 아직 한쪽손이 자유로운 럼로우가 탁자 위에있는 핸드폰을 열었다. [AM : 12: 02] "12시 조금 넘었네요" 다시 탁자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시간은 왜? 럼로우가 궁금증을 담아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금발의 청년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냥 살짝 웃으며, 바로 대답해주지 않고 럼로우의 맨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얽혔다. 둘은 행위가 끝난 뒤에도 바로 잠에 빠지지 않고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군인출신과 슈퍼솔져가 섹스 한두번으로 체력이 방전 될 리는 없었고 그렇다고 방전될때까지 섹스만 하는것은 뭔가 정이 없다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후희라는 개념으로 둘은 이렇게 서로의 몸을 가까이 밀착시켜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것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뭔가 보통 연인과 같은 행동에 럼로우는 처음에 닭살이 돋아 조금 꺼려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섹스 보다 이 편안하고 안락한 후희가 기대되는 날이 많아졌다.  "그거아나? 오늘은 만우절이라네" 대답해주지 않을것처럼 굴던 스티브가 눈을 감으며 이야기를 했다. 두 박자 정도 느린 대답에 럼로우가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의외네요. 이런 건 잘 모를줄알았는데.. 아니 그보다 70년전에도 만우절이 있었습니까?"

"있었네. 내가 태어나기전부터 있었을껄?"

"그렇게 오래된건줄 몰랐습니다"


스티브가 내린 눈을 뜨지 않고 럼로우의 두꺼운 팔뚝에 얼굴을 묻었다. 감겨있는 얼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무언가 좋은것을 떠올리는 듯 했다. "나는 거짓말을 잘 못했지만 버키는 잘했지" 럼로우는 몸을 옆으로 돌려 스티브와 좀 더 밀착했다. 럼로우가 몸을 옆으로 기울이자, 스티브는 이제 그의 가슴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말을 계속 이었다.  "가장 웃기게 속았던 것은 버키가 아침에 내 침대 위에 올라왔을때였어" "잠깐, 침대위에 올라오다니 그런 사이였습니까?" 럼로우가 당황스러운 어조로 스티브의 말을 잘랐다. 그 말에 스티브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계속 듣겠나, 인내심 없기는" 자기가 말을 이상하게 해놓고.... 럼로우가 속으로 살짝 꽁한 마음을 갖고 스티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얇고 부드러운 금발이 손에 스르륵 잡혀왔다. 그 행위가 좋은것인지 스티브의 입꼬리가 살짝 더 올라간것 같았다.


"눈을 뜨니까 버키가 있는거야. 꼭두새벽부터 우리집에 왔던거지, 버키는 우리집 열쇠위치를 알고 있었거든. 근데 버키가 긴 머리인데다가 원피스까지 입고 있는거야. 깜짝 놀랐지. 잠에 덜깨서 혼란스러운 머리로 버키의 이름을 부르니까 버키가 스티브 어떻게하지, 나 갑자기 여자가 되었어. 하면서 울상을 짓는게 아닌가" 

"...그걸 믿었습니까?"

"웃기지만 믿어버렸지. 자다 일어난 상태여서 멍한 상태였고"


스티브가 그때의 모습을 회상하는듯 이번엔 정말로 쿡쿡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평소 쉴드에 있을때 엄숙한 표정을 짓고 미션을 지휘하고 있던 인물과는 달라보이는 미소였다. 정말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햇병아리 20대의 스티브 로저스와 같은 표정. 그는 항상 70년전의 과거이야기, 특히 그의 절친한 친구인 버키의 이야기를 할때 이런 표정을 지었다. 질투가 나는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를 평범한 꼬맹이로 만드는 것은 70년전 뿐이구나 싶어 어딘가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이번엔 럼로우가 두 템포 정도 느리게 말했다. "그래서요?" 럼로우의 손길을 느끼고 있던 스티브가 말을 이었다.


"나는 당황했었지. 어떻게 해야하냐고. 병원에 가야하는거 아니냐고...버키를 진정시켜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가장 당황했었지. 그렇게 말을 더듬으면서 버키를 위로하고있는데 버키가 갑자기 한번 가슴 만져볼래? 이렇게 말을 하는게 아닌가. 무슨소리냐고 화를 내려는 순간, 내 손을 가져가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지. 뭔가 굉장히 딱딱한게 잡혔어. 당시 나는 여자와 전현 인연이 없는 사람이어서 멍청하게 버키한테 이런말을 했지. 여..여자의 가슴은 딱딱하구나. 하고"


푸흡. 럼로우가 스티브의 말에 답지 않게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스티브도 부끄러운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웃지말게! 하며 나무랐다. 하지만 강압적인 어투는 아니였다. "그게 끝일세. 뭐 그렇게 하고 가슴에 사과가 나오고 웃고있는 버키에게 4월의 바보씨 라고 말을 들었지" 럼로우가 "그렇습니까" 하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스티브를 쳐다보았다. 그는 아직도 눈을 감은채 럼로우의 품에 안겨있는 상태였다. 스티브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것은 항상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볼 수 없었던 그의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 없었던 자신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자네는 어떤가?" 스티브가 뜬금없이 물어왔다.


"저 말입니까? 글쎄요...저도 이런 이벤트랑은 거리가 멀어서요"


어린시절 고아로 자라 험악한 길거리를 누볐고, 조금 머리가 커서는 계속 전쟁터에 굴려졌던 몸이었다. 그런 한가한 이벤트 같은것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나이를 조금 먹어 조금 주위를 둘러 볼 수 있을때쯤에는 이미 무뚝뚝한 성격이 자리잡혀 상황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멀리했다. 가끔 철없는 부하들이 4월의 장난을 치긴 하였지만 럼로우에게 직접적으로 행하는 자는 없었다. "그래? 조금 아쉽군. 자네의 거짓말을 들어보고싶었는데" 스티브가 럼로우에게 물어본 이유는 그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싶어였던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크게 아쉬운것은 아닌 모양이다. 둘의 대화가 끊겼다. 이제 방안에는 침묵에서 흘러나오는 평온함과 안락함만이 섞여 있었다. 럼로우는 쓰다듬는 손을 멈추지 않았고, 스티브는 그것을 계속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캡틴,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응 뭔가?"


둘 다 잠들기미는 없었고, 스티브는 이 상황을 어느정도 즐기고 있었다. 럼로우가 하고 싶다는 말도 그렇게 대단한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평온한 얼굴로 눈이 감겨있는것은 방금과 마찬가지였다. 럼로우는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였다. 지금의 분위기로 그가 말을 늦게 한다해도 재촉하지 않을 것이었다. 결심을 선 그는 쓰다듬는 손길을 멈추고 스티브의 뒷 머리를 끌어안아 더욱 자신의 품으로 그를 당겼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사실 하이드라입니다. 이미 10년이 넘게 그들의 밑에서 일했습니다. 지금 쉴드밑에서 일하고 있는것은 첩자 노릇때문입니다."


방금 전의 노곤노곤한 분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생겼다. 럼로우는 목 울대가 움직일 만큼 침을 크게 꿀꺽 삼켰다. 그를 가슴에 품고 있어서 표정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표정을 살피는것이 무서워 이러하였다. 그러나... 큭큭. 긴장감 이라는 것은 럼로우 혼자만이 느꼈던것 같았다. 가슴에 살짝 간지러움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스티브가 웃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살짝 흔들려생긴 진동이 그의 가슴을 간지럽힌것이었다.


"럼로우. 거짓말이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말게, 사실 방금전껀 최악의 거짓말이었어"


스티브가 드디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럼로우를 올려다보았다. 살짝 내려간 눈꼬리가 지금의 웃음이 거짓말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럼로우는 스티브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였다.사랑스럽기 짝이없는 그는 "그렇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몰려들었다. 럼로우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스티브의 입술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서는 그에게 베개로 내어준 손을 빼고난 뒤 급하게  그의 위를 올라탔다. 깨문 입술은 놓지 않은 상태였다. 스티브가 갑작스레 다시 행위를 시작하려는 럼로우에 당황하지 않고 그의 목을 팔로 감쌌다. 허락의 의미로 본 럼로우는 이미 맨 몸이어서 만질 수 있는 스티브의 가슴을 매만졌다. 스티브의 들뜬 숨이 느껴졌다. 럼로우는 이제 입술을 뗀 다음에, 스티브의 왼쪽 귀에 얼굴을 바싹 가져갔다. 그의 작은 귓등을 혀로 훑은 다음, 귓볼을 살짝 깨물었다. 그런 다음 이렇게 작게 속삭였다.



"April fool(4월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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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티브라면은 럼로우가 저 하이드라입니다 라고 말을 하는 순간 그게 진실이든 거짓말이든 죽빵날릴꺼같지만...

애정의 힘으로 그정도의 장난은 용서해줬다고 칩시다(웃음)

만우절어서 갑작스럽게 생각나서 짧게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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