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스팁 요소있음
로키는 도대체 이렇게 조잡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며 툴툴 거리고 있었고, 버키는 짜증을 내는 로키에게 더 짜증이나 뭐라 말을 하려다가 입만 아플것 같아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내리 찍으며 침묵을 지켰다. 스튜에 넣을 야채들을 받으러간 스팁없이 딱 둘만 있는 지금의 상황은 버키에게 있어 적과의 동침 상태였다.
매년 여름방학 직전에 학교에서는 임간합숙을 하곤 했다. "숲속 생태계 조사"라는 것은 그럴듯한 명목이었고, 사실상 임간합숙은 한 학기 동안 고생한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놀라는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 이었다. 학생들 또한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임간합숙을 친구들과 다같이 가는 여행 정도로 인식하였다. 기본적으로 2~3명씩 조를 짜, 숲속에서 1박 2일 자유롭게 합숙을 하는것이었는데 2~3명씩의 그룹이 뭉쳐서 열댓명의 단체를 만들기도 하였고 정말로 딱 2~3명이 조를 만들어서 저들끼리만 놀기도 하였다. 버키와 스티브는 매년 임간합숙에서 같은 조를 이루었으며 떠들썩하게 노는 그룹이 아니라 조용히 저들끼리 노는 쪽이었다.
단 둘이 숲속에 들어가, 같이 텐트를 치고, 같이 요리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숲속조사라는 명목으로 같이 강물에서 장난을 치고, 낮에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밤이 되면은 들판에 누워서 별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그러다가 조금 추워지기 시작하면 좁은 텐트에 들어가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드는 합숙. 버키가 이 임간합숙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파이널 테스트가 끝나자 교사는 임간합숙에 대한 정보가 담긴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중요한 사항은 칠판에다가 적기 시작했다. 버키는 당연히 스티브와 페어를 짜서 이번년도에도 즐겁게 지낼 생각에 싱글벙글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은 항상 가장 방심하고있을때 행복할때 찾아오는 것이었다.
"로키랑..같이..참가하자고..?"
"..응"
스티브의 어투는 담담했으나, 묘하게 기가 죽은 듯 해보였다. 매년 임간합숙을 단 둘이 참가하자는 것은 둘만의 암묵된 규칙이었응니, 그 규칙을 깬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을 것이었다. 난감해진 버키가 고개를 숙인 스티브를 쳐다보았지만, 스티브는 그저 아무말 없이 버키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내가..로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알잖아. 난 로키의 이름랑 얼굴도 알지. 거의 모르는 사람이야'
"응..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근데 로키가..너도 알다시피 친한사람이 많이 없어서.."
"매년 걔 형이랑 페어짜고 그 무리들이랑 놀지 않았나?"
"그러기 싫어서 나한테 말한거 같은데.."
"걘 내이름 알긴알아? 나랑 같이 페어 짜도 괜찮데?"
"응..자긴 상관 없다는대"
괜찮다고 말한 로키가 정말 뜻밖이었다. 그 까칠이가 말이지......난감해진 버키가 마른 세수를 해보였다. 다른 클래스메이트들이면 몰라도 로키 오딘슨이라니. 모르는 사람이라 어색한것도 어색한거였지만, 평소 스티브를 빼앗아간다고 꽁해있는 상대방이었다. 그런 상대방과 느닷없이 1박2일 같이 합숙이라니. 스티브가 미안해 하는 모습에 다른 경우처럼 괜찮다면서 쿨하게 웃어넘기고 싶었지만 상대방도 상대방인지라 버키는 그 괜찮다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복도에서 둘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뻘쭘하게 서있자, 커다란 그림자가 스티브를 덮쳤다.
"저런, 반즈는 나랑 페어를 짜는것이 영 못마땅한가보군"
"로키!!"
언제부터, 어디에서, 어디서부터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로키가 빙글빙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멀리서 몇번 보았을때 무표정이거나 찌푸린 얼굴만 보여줬던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자 무언가 께름칙했다.
"못마땅한게 아니라..넌 나랑 같이 짜도 괜찮아?"
"사실 나도 썩 내키지는 않는데, 우리 '스티비'가 원래 너랑 하기로 약속되었다길래"
스티비???
로키 오딘슨의 입에서 나온 애칭에 버키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스티비? 지금 쟤 스티브를 스티비라고 부른거야? 당황한 버키가 입을 정말로 떠-억 벌리고 로키를 쳐다보았다. 스티브 또한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안절부절하면서 버키의 얼굴과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로키의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살펴보았다. 이 세명중 가장 여유로운것은 로키였다. 뭐가 웃긴지 피식피식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임간합숙으로 인해 학생들의 텐션이 올라가,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다행이지. 모여있는 학생들 가운데 오묘한 기운을 내뿜고있는 저희들은, 평소와 같았다면 분명 여러 구경꾼들이 주의를 에워쌓았을것이 분명했다. 버키의 머릿속에서는 자체적으로 '위기에 빠진 사랑' 이라는 드라마의 OST가 흘러나왔다.
"맞아. 우린 매년 같이 '둘'이서만 페어를 짜서, 그러니까 다른 짝을 찾아보는게 어때?"
"오- 그러고싶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친우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스티비 밖에 없어서. 우리 브루클린의 멋쟁이는 나와 다르게 친구들이 많잖아? 불쌍한 나를 위해서 양보를 해주는게 어때?"
허- 버키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느 누가 자기 친구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는, 그런것에 대해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자 뿐이었다. 이제는 아예 적대감을 내뱉으며 버키는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로키 얼굴을 노려보았다. 로키도 지지 않겠다듯이 버키의 눈길에 눈하나 꿈쩍 안하고 내려다보았다. 둘의 눈과 눈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었다.
"로키!!"
두 사람의 신경전을 끝낸 것은 저 멀리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우를 부르는 토르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버키와 여유롭게 눈싸움을 벌였던 로키가 표정을 순식간에 일그러트렸다. 그러고서는 성가신것이 왔다면서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그럼 잘 생각해봐 반즈. 잘있어 스티브" 스티브에게 인사를 건내는것을 까먹지 않고 로키가 짧게 인사를 건내고 토르가 다가오는 방향 정 반대방향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뒤에서 걸어오던 토르가 "왜 도망가느냐! 로키!" 라며, 복도를 울릴정도의 쩌렁쩌렁 소리를 내면서 로키가 지나간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버키와 스티브는 자신의 사이로 지나가는 토르를 한번 보고서는, 서로 동시에 얼굴을 맞대었다.
"집에 갈까..?"
"응.."
집에 가는길 둘은 평소와 다르게 서로 대화 한마디 없이 묵묵히 걸었다. 여름이어서 더운것도 더운거였지만 둘의 분위기가 여름의 날씨보다 더 숨막혔다. 어색한 공기속을 참고 걸어, 둘의 집 앞에 도착하자 버키는 문득 먼저 반하는 사람이 진다는 이야기를 누가 만든걸까, 참 잘 만들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스티브. 그냥 셋이서 가자. 뭐.. 싸움이야 나겠어"
패배한 듯한 기분으로 버키가 읊조렸다.
스티브가 선생님들의 야영지에서 스튜에 넣을 야채들을 갖고 와서야 이 영겁과 같은 시간이 끝이났다. 돌아온 스티브가 스튜에 야채를 넣자, 퐁퐁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상태로 국자를 몇번 휘젓자 이제 모양이 그럴듯한 스튜가 되었다.
"제법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지?"
"그게 괜찮다니, 평소에 뭘 먹고 사는지"
말 하나하나에 시비거는조로 불평불만하는 로키가 짜증이나 훽 노려보았다. 로키는 버키가 노려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만히 스튜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키가 널 싫어해서 그런게아니라, 그냥 늘 저래." 화가나서 이 판을 뒤집어 엎고 싶었지만, 마치 부처로 빙의한듯한 스티브의 말에 결국 마음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리며 참았다.
그러면 넌 쳐먹질 말던가.
그냥 임간합숙을 신청하지 말던가.
등등의 악의저인 말이 버키 마음속에 가득 쌓이긴 했지만 말이다.
버키가 이마에 짜증과 질투로 힘줄이 돋은것도 모르고, 로키와 스티브는 스튜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고 있었다. 이전에 둘이 함께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버키는 둘은 죽은 잘 맞을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정말 친하긴 친할까? 라는 질투심 섞인 의심을 하였는데, 막상 둘이 함께있는 모습을 보니 둘은 정말 허울없는 친한친구 처럼 친해보였다. 그리고 정말 의외지만 짜증을 내는 로키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스티브는 죽이 잘 맞아보였다. 친한 둘의 모습에 심사가 뒤틀린 버키는 일부러 표정을 굳히고 아무말도 안하며 '나 삐졌소' 라는 티를 팍팍 냈지만, 스티브는 조리를 하느라 눈치를 못 챈 느낌이었고 로키는 나의 모습에 더 신이 난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스티브 야채만 받아오고 물을 안받아왔네"
"어, 그러네"
"물은 좀 무거울테니까 나랑 스티브가 같이 가서 물좀 받아올게. 반즈 넌 니가 좋아하는 스튜의 상태라도 보고있어"
끝까지 버키를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에 빠직 하고서 또 짜증이 났지만 둘이 하하호호 웃으며 숲속에서 물길을 걸어온다는 생각에 버키가 순간 안돼! 라고 외칠뻔했다. 둘이 같이 숲속을 걸어다니면서..그런 좋은 짓(?)을 로키한테 시켜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를 하자고 하니 딱히 마땅히 반대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로 물은 필요 했고, 로키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둘이 떠오기보다는 스티브와 둘이 가는것이 더 당연했다. 자신이 먼저 눈치를 채고 로키에게 스티브와 둘이 물을 떠온다고 말을 했다면 모를까 이미 로키가 먼저 말한 상태에서, 니가 스튜봐 내가 스티브랑 물가져올꺼야 라고 하는건 너무 유치해보였다. 그나마 반대할 이유라고는 "스티브보다 내가 힘이 더 세니까 나랑 같이 가" 라는 말이었는데, 이 말은 스티브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남길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결국 짧은 시간안에 이래저래 머리를 돌려가며 반대할 이유를 찾아보려했지만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 다녀와" 버키는 결국 마지못해 승낙을 해버렸다.
"금방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려"
둘은 그렇게 숲길로 가버렸고, 텐트진영안에는 버키 홀로 남게 되었다. 보글보글 끓어가는 스튜의 온도가 높을까, 내 빡침 온도가 높을까. 국자를 이용해 스튜를 크게 젓는것만이 버키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화풀이였다.
물을 떠온다고 하던 둘은 약 20분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스튜는 이제 완성이 되어, 약한 불로 온도만 적절하게 유지되면서 끓여지고 있었다. 이제 그냥 퍼다 날라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왕복 10분이면 갔다올 거리를 둘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설마 나 왕따당하는건가. 충격적인 가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티브와 함께하면서 외로움 이라는것을 느껴보는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친구들과 있어도 항상 서로가 먼저였던 둘이었는데....
애초에 로키 오딘슨은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소문으로만 들었을때도 좋지 않은 인상이었지만, 만나고 나니 좋지 않았던 인상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사실 처음으로 버키에게 질투라는 감정을 알려준 사내이기도 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버키는 스티브의 제일 친한 친구였기에 항상 스티브의 우선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가 없었던 스티브에게 버키는 늘 우선순위였다. 물론 버키 또한 늘 우선순위를 스티브로 세워두긴했지만. 근데 로키와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스티브가 로키를 택하기 위해 자신을 2등이 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이런적은 처음이었기에 버키는 처음에는 약간 화가났다.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다가 이 '화'의 정체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이것이 질투라는 것을 깨달았다. 으, 아무튼 로키는 버키에게 있어서 나쁜놈이었다.
속으로 이렇게저렇게 로키를 씹어대고 있자, 시간이 흘러 어느새 로키와 스티브가 출발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있었다 이정도가 되자 버키는 슬슬 불안해졌다. 설마 길이라도 잃었나? 로키와 스티브의 조합이 길을 잃기 쉬운 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키는 걱정이 들었다. 이 숲에 곰이라든가 위험한 야생동물은 없었고, 길도 쉬운편이었지만 그래도 숲이었다.
결국 버키는 스튜를 끓이고 있는 불을 끄고나서 자리에 일어나 텐트 진영을 벗어나 둘을 찾기 시작했다. 10분이면은 다녀올 거리를 20분이나 넘게 돌아오지 않는것은 분명 이상했다. 장소도 장소인 만큼, 위험한 일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아직 한 낮이었지만 나무의 우거진 잎으로 햇빛이 가려져 숲은 묘하게 어두웠다. 잎들 사이에 뚫린 구멍만이 유일하게 빛이 나오는 방법이었다. 숲속에는 매미도 없는것인지 아주 조용하여 저벅저벅 버키가 걷는 소리만이 유일했다.
"스티브- 어디있어"
주어진 길을 멀리 벗어나지 않게 버키가 조심스레 이동하면서 스티브의 이름을 불렀다. 이 부근은 다른 학생들이 텐트를 치지 않았는데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스티브를 찾는 목소리만 숲에 울렸다. 그렇게 텐트진영과 물을 받아오는 진영의 반쯤 걷자 저 멀리서 사람의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풀숲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큰 키의 남자와 작은 키의 남자가 보였다. 스티브와 로키인것 같았다. 스티브를 발견한 기쁨 반,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 반으로 버키가 둘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찾아다녔잖아! 뭐하고 있었던거야! 다가가면서 불만을 내뱉으려는 순간, 버키는 둘의 이상한 낌새에 입을 다물었다. 서있는 둘이, 너무나도 밀착되어 있었다. 버키는 걷는 속도를 멈추고 저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었다. 알면 안되는 비밀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보아서는 안되는 것을 마주한 그런 기분. 쿵쿵 뛰는 심장 덕에 가빠진 숨을 내뱉으면서 버키는 두 눈을 뜨고 똑바로 둘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본것이 잘못본것이 아닌지. 두 눈을 비벼보고 다시 한번 보았다.
놀랍게도 둘은 입을 맞추고 있었다.
키 차이가 30cm정도 차이가 나서였을까, 스티브는 까치발을 들고 있었고 로키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기에는 로키는 스티브의 양 볼을 자신의 큰 솝으로 살포시 잡고 있었고, 스티브는 로키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두르고 있었다. 잘못본거라고, 이럴리 없다면서 두 눈을 껌뻑껌뻑 해보았지만 둘의 모습은 버키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조용한 숲속에서 나뭇잎 사이의 햇살을 받으면서 입을 맞추고 있는 둘의 모습은 그림과 같았다.
버키는 그 모습을 멍하니 서있다가, 뒤를 돌아서 달음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하여 쫓기는 것처럼. 급하게 달리던 버키는 결국 한번 나무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괴물에 쫓기는 것처럼 헐레벌떡 일어나 필사적으로 다시 뛰었다. 너무 뛰어서 일까,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쿵 가슴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뭘본거지? 뭘본걸까? 쉴새없이 달리던 버키는 금방 텐트치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식처를 찾은 버키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헉헉 거리며 숨을 골랐다.
내가 뭔 볼걸까
로키와 스티브가 텐트진영으로 다시 돌아온것은 그로부터 5분 뒤였다. "너무 늦었지, 잠깐 길좀 헤매서" 방금 전 서로 입을 마충첬던 둘이 그런 일은 전혀 모른다듯이 시치미를 뚝떼며 왔다. 방금전의 충격으로 혼란스러웠던 버키였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무엇을 말할까? 나 방금 너네둘이 키스하는거봤다. 너네둘이 사귀냐? 뭐 이런말? 심란한 마음속과 다르게 버키는 "응, 좀 늦었다했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스튜를 먹고, 강가에 놀러나가고, 밤이 되어 텐트에 들어갈 때 까지 버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두운 표정응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버키의 모습에 스티브가 걱정스레 몇번 괜찬햔고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버키는 넋이 나간 기계처럼 "괜찮아" 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중얼 거렸다. 스티브는 버키가 어디 아프다고 생각한것인지 아프면 쉬라며 등을 몇번 두드려주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아프기는 아팠으니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버키는 좁은 텐트안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 끔찍한 장면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버키의 머릿속에 아예 자리를 잡은것인지 떠나가지질 않았다. 내가 뭘 본걸까. 내가 뭘 본걸까.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것 밖에 없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뱉자, 말소리가 들렸다.
"봤어?"
로키의 목소리였다. 일정한 숨소리가 들리길래 스티브도 로키도 둘다 잠이 든 줄 알았는데 그런것이 아니었나보다. 로키의 말에는 주어가 빠져있었다. 봤다니? 뭘? 무슨말이냐고 버키는 묻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로키의 입에서 "우리둘이 키스하는거" 라는 대답을 듣고싶지 않았으니까. 17살, 몇년동안 짝사랑했던 스티브를 뺏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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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다 갈아서 백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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