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스팁 요소있음


로키는 도대체 이렇게 조잡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며 툴툴 거리고 있었고, 버키는 짜증을 내는 로키에게 더 짜증이나 뭐라 말을 하려다가 입만 아플것 같아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내리 찍으며 침묵을 지켰다. 스튜에 넣을 야채들을 받으러간 스팁없이 딱 둘만 있는 지금의 상황은 버키에게 있어 적과의 동침 상태였다. 

매년 여름방학 직전에 학교에서는 임간합숙을 하곤 했다. "숲속 생태계 조사"라는 것은 그럴듯한 명목이었고, 사실상 임간합숙은 한 학기 동안 고생한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놀라는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 이었다. 학생들 또한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임간합숙을 친구들과 다같이 가는 여행 정도로 인식하였다. 기본적으로 2~3명씩 조를 짜, 숲속에서 1박 2일 자유롭게 합숙을 하는것이었는데 2~3명씩의 그룹이 뭉쳐서 열댓명의 단체를 만들기도 하였고 정말로 딱 2~3명이 조를 만들어서 저들끼리만 놀기도 하였다. 버키와 스티브는 매년 임간합숙에서 같은 조를 이루었으며 떠들썩하게 노는 그룹이 아니라 조용히 저들끼리 노는 쪽이었다. 

단 둘이 숲속에 들어가, 같이 텐트를 치고, 같이 요리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숲속조사라는 명목으로 같이 강물에서 장난을 치고, 낮에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밤이 되면은 들판에 누워서 별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그러다가 조금 추워지기 시작하면 좁은 텐트에 들어가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드는 합숙. 버키가 이 임간합숙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파이널 테스트가 끝나자 교사는 임간합숙에 대한 정보가 담긴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중요한 사항은 칠판에다가 적기 시작했다. 버키는 당연히 스티브와 페어를 짜서 이번년도에도 즐겁게 지낼 생각에 싱글벙글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은 항상 가장 방심하고있을때 행복할때 찾아오는 것이었다.


"로키랑..같이..참가하자고..?"

"..응"


스티브의 어투는 담담했으나, 묘하게 기가 죽은 듯 해보였다. 매년 임간합숙을 단 둘이 참가하자는 것은 둘만의 암묵된 규칙이었응니, 그 규칙을 깬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을 것이었다. 난감해진 버키가 고개를 숙인 스티브를 쳐다보았지만, 스티브는 그저 아무말 없이 버키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내가..로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알잖아. 난 로키의 이름랑 얼굴도 알지. 거의 모르는 사람이야'

"응..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근데 로키가..너도 알다시피 친한사람이 많이 없어서.."

"매년 걔 형이랑 페어짜고 그 무리들이랑 놀지 않았나?"

"그러기 싫어서 나한테 말한거 같은데.."

"걘 내이름 알긴알아? 나랑 같이 페어 짜도 괜찮데?"

"응..자긴 상관 없다는대"


괜찮다고 말한 로키가 정말 뜻밖이었다. 그 까칠이가 말이지......난감해진 버키가 마른 세수를 해보였다. 다른 클래스메이트들이면 몰라도 로키 오딘슨이라니. 모르는 사람이라 어색한것도 어색한거였지만, 평소 스티브를 빼앗아간다고 꽁해있는 상대방이었다. 그런 상대방과 느닷없이 1박2일 같이 합숙이라니. 스티브가 미안해 하는 모습에 다른 경우처럼 괜찮다면서 쿨하게 웃어넘기고 싶었지만 상대방도 상대방인지라 버키는 그 괜찮다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복도에서 둘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뻘쭘하게 서있자, 커다란 그림자가 스티브를 덮쳤다.


"저런, 반즈는 나랑 페어를 짜는것이 영 못마땅한가보군"

"로키!!"

언제부터, 어디에서, 어디서부터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로키가 빙글빙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멀리서 몇번 보았을때 무표정이거나 찌푸린 얼굴만 보여줬던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오자 무언가 께름칙했다.


"못마땅한게 아니라..넌 나랑 같이 짜도 괜찮아?"

"사실 나도 썩 내키지는 않는데, 우리 '스티비'가 원래 너랑 하기로 약속되었다길래"


스티비???

로키 오딘슨의 입에서 나온 애칭에 버키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스티비? 지금 쟤 스티브를 스티비라고 부른거야? 당황한 버키가 입을 정말로 떠-억 벌리고 로키를 쳐다보았다. 스티브 또한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안절부절하면서 버키의 얼굴과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로키의 얼굴을 번갈아 가면서 살펴보았다. 이 세명중 가장 여유로운것은 로키였다. 뭐가 웃긴지 피식피식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임간합숙으로 인해 학생들의 텐션이 올라가,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다행이지. 모여있는 학생들 가운데 오묘한 기운을 내뿜고있는 저희들은, 평소와 같았다면 분명 여러 구경꾼들이 주의를 에워쌓았을것이 분명했다. 버키의 머릿속에서는 자체적으로 '위기에 빠진 사랑' 이라는 드라마의 OST가 흘러나왔다.


"맞아. 우린 매년 같이 '둘'이서만 페어를 짜서, 그러니까 다른 짝을 찾아보는게 어때?"

"오- 그러고싶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친우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스티비 밖에 없어서. 우리 브루클린의 멋쟁이는 나와 다르게 친구들이 많잖아? 불쌍한 나를 위해서 양보를 해주는게 어때?"


허- 버키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어느 누가 자기 친구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는, 그런것에 대해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자 뿐이었다. 이제는 아예 적대감을 내뱉으며 버키는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로키 얼굴을 노려보았다. 로키도 지지 않겠다듯이 버키의 눈길에 눈하나 꿈쩍 안하고 내려다보았다. 둘의 눈과 눈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었다. 

"로키!!"

두 사람의 신경전을 끝낸 것은 저 멀리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우를 부르는 토르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버키와 여유롭게 눈싸움을 벌였던 로키가 표정을 순식간에 일그러트렸다. 그러고서는 성가신것이 왔다면서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그럼 잘 생각해봐 반즈. 잘있어 스티브" 스티브에게 인사를 건내는것을 까먹지 않고 로키가 짧게 인사를 건내고 토르가 다가오는 방향 정 반대방향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뒤에서 걸어오던 토르가 "왜 도망가느냐! 로키!" 라며, 복도를 울릴정도의 쩌렁쩌렁 소리를 내면서 로키가 지나간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버키와 스티브는 자신의 사이로 지나가는 토르를 한번 보고서는, 서로 동시에 얼굴을 맞대었다.


"집에 갈까..?"

"응.."


집에 가는길 둘은 평소와 다르게 서로 대화 한마디 없이 묵묵히 걸었다. 여름이어서 더운것도 더운거였지만 둘의 분위기가 여름의 날씨보다 더 숨막혔다. 어색한 공기속을 참고 걸어, 둘의 집 앞에 도착하자 버키는 문득 먼저 반하는 사람이 진다는 이야기를 누가 만든걸까, 참 잘 만들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스티브. 그냥 셋이서 가자. 뭐.. 싸움이야 나겠어"

패배한 듯한 기분으로 버키가 읊조렸다.



스티브가 선생님들의 야영지에서 스튜에 넣을 야채들을 갖고 와서야 이 영겁과 같은 시간이 끝이났다. 돌아온 스티브가 스튜에 야채를 넣자, 퐁퐁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상태로 국자를 몇번 휘젓자 이제 모양이 그럴듯한 스튜가 되었다.

"제법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지?"

"그게 괜찮다니, 평소에 뭘 먹고 사는지"

말 하나하나에 시비거는조로 불평불만하는 로키가 짜증이나 훽 노려보았다. 로키는 버키가 노려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만히 스튜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키가 널 싫어해서 그런게아니라, 그냥 늘 저래." 화가나서 이 판을 뒤집어 엎고 싶었지만, 마치 부처로 빙의한듯한 스티브의 말에 결국 마음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리며 참았다.

그러면 넌 쳐먹질 말던가.

그냥 임간합숙을 신청하지 말던가.

등등의 악의저인 말이 버키 마음속에 가득 쌓이긴 했지만 말이다.



버키가 이마에 짜증과 질투로 힘줄이 돋은것도 모르고, 로키와 스티브는 스튜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하고 있었다. 이전에 둘이 함께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버키는 둘은 죽은 잘 맞을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정말 친하긴 친할까? 라는 질투심 섞인 의심을 하였는데, 막상 둘이 함께있는 모습을 보니 둘은 정말 허울없는 친한친구 처럼 친해보였다. 그리고 정말 의외지만 짜증을 내는 로키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스티브는 죽이 잘 맞아보였다. 친한 둘의 모습에 심사가 뒤틀린 버키는 일부러 표정을 굳히고 아무말도 안하며 '나 삐졌소' 라는 티를 팍팍 냈지만, 스티브는 조리를 하느라 눈치를 못 챈 느낌이었고 로키는 나의 모습에 더 신이 난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스티브 야채만 받아오고 물을 안받아왔네"

"어, 그러네"

"물은 좀 무거울테니까 나랑 스티브가 같이 가서 물좀 받아올게. 반즈 넌 니가 좋아하는 스튜의 상태라도 보고있어"


끝까지 버키를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에 빠직 하고서 또 짜증이 났지만 둘이 하하호호 웃으며 숲속에서 물길을 걸어온다는 생각에 버키가 순간 안돼! 라고 외칠뻔했다. 둘이 같이 숲속을 걸어다니면서..그런 좋은 짓(?)을 로키한테 시켜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를 하자고 하니 딱히 마땅히 반대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로 물은 필요 했고, 로키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둘이 떠오기보다는 스티브와 둘이 가는것이 더 당연했다. 자신이 먼저 눈치를 채고 로키에게 스티브와 둘이 물을 떠온다고 말을 했다면 모를까 이미 로키가 먼저 말한 상태에서, 니가 스튜봐 내가 스티브랑 물가져올꺼야 라고 하는건 너무 유치해보였다. 그나마 반대할 이유라고는 "스티브보다 내가 힘이 더 세니까 나랑 같이 가" 라는 말이었는데, 이 말은 스티브의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를 남길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결국 짧은 시간안에 이래저래 머리를 돌려가며 반대할 이유를 찾아보려했지만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 다녀와" 버키는 결국 마지못해 승낙을 해버렸다.

"금방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려"

둘은 그렇게 숲길로 가버렸고, 텐트진영안에는 버키 홀로 남게 되었다. 보글보글 끓어가는 스튜의 온도가 높을까, 내 빡침 온도가 높을까. 국자를 이용해 스튜를 크게 젓는것만이 버키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화풀이였다.


물을 떠온다고 하던 둘은 약 20분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스튜는 이제 완성이 되어, 약한 불로 온도만 적절하게 유지되면서 끓여지고 있었다. 이제 그냥 퍼다 날라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왕복 10분이면 갔다올 거리를 둘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설마 나 왕따당하는건가. 충격적인 가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티브와 함께하면서 외로움 이라는것을 느껴보는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친구들과 있어도 항상 서로가 먼저였던 둘이었는데....

애초에 로키 오딘슨은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소문으로만 들었을때도 좋지 않은 인상이었지만, 만나고 나니 좋지 않았던 인상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사실 처음으로 버키에게 질투라는 감정을 알려준 사내이기도 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버키는 스티브의 제일 친한 친구였기에 항상 스티브의 우선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가 없었던 스티브에게 버키는 늘 우선순위였다. 물론 버키 또한 늘 우선순위를 스티브로 세워두긴했지만. 근데 로키와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스티브가 로키를 택하기 위해 자신을 2등이 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이런적은 처음이었기에 버키는 처음에는 약간 화가났다.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다가 이 '화'의 정체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이것이 질투라는 것을 깨달았다. 으, 아무튼 로키는 버키에게 있어서 나쁜놈이었다.

속으로 이렇게저렇게 로키를 씹어대고 있자, 시간이 흘러 어느새 로키와 스티브가 출발한 시간보다 30분이 지나있었다 이정도가 되자 버키는 슬슬 불안해졌다. 설마 길이라도 잃었나? 로키와 스티브의 조합이 길을 잃기 쉬운 조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키는 걱정이 들었다. 이 숲에 곰이라든가 위험한 야생동물은 없었고, 길도 쉬운편이었지만 그래도 숲이었다.

결국 버키는 스튜를 끓이고 있는 불을 끄고나서 자리에 일어나 텐트 진영을 벗어나 둘을 찾기 시작했다. 10분이면은 다녀올 거리를 20분이나 넘게 돌아오지 않는것은 분명 이상했다. 장소도 장소인 만큼, 위험한 일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아직 한 낮이었지만 나무의 우거진 잎으로 햇빛이 가려져 숲은 묘하게 어두웠다. 잎들 사이에 뚫린 구멍만이 유일하게 빛이 나오는 방법이었다. 숲속에는 매미도 없는것인지 아주 조용하여 저벅저벅 버키가 걷는 소리만이 유일했다.


"스티브- 어디있어"


주어진 길을 멀리 벗어나지 않게 버키가 조심스레 이동하면서 스티브의 이름을 불렀다. 이 부근은 다른 학생들이 텐트를 치지 않았는데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스티브를 찾는 목소리만 숲에 울렸다. 그렇게 텐트진영과 물을 받아오는 진영의 반쯤 걷자 저 멀리서 사람의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풀숲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큰 키의 남자와 작은 키의 남자가 보였다. 스티브와 로키인것 같았다. 스티브를 발견한 기쁨 반, 무슨일이 생긴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 반으로 버키가 둘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찾아다녔잖아! 뭐하고 있었던거야! 다가가면서 불만을 내뱉으려는 순간, 버키는 둘의 이상한 낌새에 입을 다물었다. 서있는 둘이, 너무나도 밀착되어 있었다. 버키는 걷는 속도를 멈추고 저도 모르게 나무 뒤로 숨었다. 알면 안되는 비밀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보아서는 안되는 것을 마주한 그런 기분. 쿵쿵 뛰는 심장 덕에 가빠진 숨을 내뱉으면서 버키는 두 눈을 뜨고 똑바로 둘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본것이 잘못본것이 아닌지. 두 눈을 비벼보고 다시 한번 보았다.

놀랍게도 둘은 입을 맞추고 있었다.

키 차이가 30cm정도 차이가 나서였을까, 스티브는 까치발을 들고 있었고 로키는 허리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기에는 로키는 스티브의 양 볼을 자신의 큰 솝으로 살포시 잡고 있었고, 스티브는 로키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두르고 있었다. 잘못본거라고, 이럴리 없다면서 두 눈을 껌뻑껌뻑 해보았지만 둘의 모습은 버키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조용한 숲속에서 나뭇잎 사이의 햇살을 받으면서 입을 맞추고 있는 둘의 모습은 그림과 같았다.

버키는 그 모습을 멍하니 서있다가, 뒤를 돌아서 달음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하여 쫓기는 것처럼. 급하게 달리던 버키는 결국 한번 나무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괴물에 쫓기는 것처럼 헐레벌떡 일어나 필사적으로 다시 뛰었다. 너무 뛰어서 일까,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쿵 가슴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뭘본거지? 뭘본걸까? 쉴새없이 달리던 버키는 금방 텐트치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식처를 찾은 버키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헉헉 거리며 숨을 골랐다.


내가 뭔 볼걸까


로키와 스티브가 텐트진영으로 다시 돌아온것은 그로부터 5분 뒤였다. "너무 늦었지, 잠깐 길좀 헤매서" 방금 전 서로 입을 마충첬던 둘이 그런 일은 전혀 모른다듯이 시치미를 뚝떼며 왔다. 방금전의 충격으로 혼란스러웠던 버키였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무엇을 말할까? 나 방금 너네둘이 키스하는거봤다. 너네둘이 사귀냐? 뭐 이런말? 심란한 마음속과 다르게 버키는 "응, 좀 늦었다했어"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스튜를 먹고, 강가에 놀러나가고, 밤이 되어 텐트에 들어갈 때 까지 버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두운 표정응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버키의 모습에 스티브가 걱정스레 몇번 괜찬햔고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버키는 넋이 나간 기계처럼 "괜찮아" 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중얼 거렸다. 스티브는 버키가 어디 아프다고 생각한것인지 아프면 쉬라며 등을 몇번 두드려주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아프기는 아팠으니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버키는 좁은 텐트안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 끔찍한 장면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버키의 머릿속에 아예 자리를 잡은것인지 떠나가지질 않았다. 내가 뭘 본걸까. 내가 뭘 본걸까.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것 밖에 없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뱉자, 말소리가 들렸다.

"봤어?"

로키의 목소리였다. 일정한 숨소리가 들리길래 스티브도 로키도 둘다 잠이 든 줄 알았는데 그런것이 아니었나보다. 로키의 말에는 주어가 빠져있었다. 봤다니? 뭘? 무슨말이냐고 버키는 묻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로키의 입에서 "우리둘이 키스하는거" 라는 대답을 듣고싶지 않았으니까. 17살, 몇년동안 짝사랑했던 스티브를 뺏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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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다 갈아서 백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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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이상만 보세오...


"오늘도 먼저 가라고?"


"미안해"


스티브가 미안함에 미간을 좁히며 사과를 전하자 버키는 할말이 없어졌다. 미안하다고 까지 할건 없는 일이었지만, 최근 들어서 스티브가 이런식으로 버키의 약속을 깨는 일이 많아지자 둘 사이에 미안하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게 되었다. 최근에 들어 스티브는 버키 이외의 다른 친구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그의 친구가 버키 한사람 뿐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전부 버키와 교집합을 이루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스티브가 노는 자리에 버키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근래에 들어서 스티브가 자주 어울리는, 버키와는 아무련 연관이 없는 자의 이름은 로키 오딘슨이었다. 토르 오딘슨의 동생으로 키만 멀대같이 큰 녀석, 이라고 버키는 생각했다. 


금빛 사자갈기와 같은 황금빛 머리에 굵은 선으로 이루어진 신화속에서 당장 튀어나올것같은 헤라클레스 처럼 생긴 토르 오딘슨은 성격도 자신의 얼굴과도 비슷하게도 호전적이고 활발한 성격 이었다. 토르 오딘슨과는 이렇다할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만으로 대체적으로 그의 성격도 짐작할 수 있으니 그가 학교에서 유명인사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잘생긴 얼굴도 얼굴이었지만, 성격도 어찌나 대범하고 쾌활한지 여학생들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에게도 일종의 추앙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토르와 같은 성씨를 가진, 즉 말하자면 동생인 로키 오딘슨의 학교입학 소식은 모든 이를 주목하게 하였다. 연예인들의 동생이 어떻게 생겼는지와 같은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로키 오딘슨이 학교의 모습을 드러내자, 가벼운 호기심은 다소 무거워졌고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돌아보게할 정도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로키 오딘슨은 금발머리도 아니었고, 토르처럼 선이 굵은 모습도 아니었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가지런한 검은 머리에 키는 컸지만 선이 얇아 어딘가 왜소해 보이기도 했다. 토르의 정 반대 모습이라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정도의 외관이었다. 게다가 성격은 어찌나 얌전한것인지, 친구들과 큰소리로 어울리는 토르와 다르게 다른 이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얌전하다는 것은 그가 입을 열기전의 학생들의 착각이었다. 수 많은 관심과 눈길이 그의 성격을 건들였는지 로키 오딘슨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어떤 이가 토르의 이야기를 거들먹 걸이면서 로키에게 말을 걸어왔는데. 그 때 로키의 입에서 그 고결한 얼굴로는 예상도 할 수 없는, 아니 어쩌면 그의 얼굴과 어울리는 독설이 마구잡이로 튀어 나왔다. 마치 독설이라는 학문을 배운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때 희생당한 학생은 로키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입을 뻐끔뻐끔 거리다가, 주저 앉아버렸다. 로키의 독설은 남학생이 아니라 여학생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예민하게 발톱을 세우던 로키에게는 다른 의미의 시선이 쏟아지기는 하였지만, 로키 그 자체가 원하는듯한 조용함이라는 평화를 얻는 듯 했다. 아무도 로키에게 말을 걸지 않자, 로키는 자연스레 학교에서 입을 여는 순간이 적어졌다. 로키는 타인과의 교류를 원하지 않는 듯 했다. 그런 로키가 스티브와 교류를 한다는 것이 놀라운 따름 이었다. 버키는 둘이 어떻게 친해졌는지, 무슨 접점이 있는지 몰라 스티브에게 어떻게 친해졌냐 물어본적이 있었다. 스티브는 "그냥, 책읽다가" 라는 짧은 대답만을 들려주었다.


책읽다가?


스티브의 취미 중 하나는 독서 인것은 버키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전에 로키를 동경하는 여자 무리들에게 '로키는 도서관에 가면 볼 수 있다' 라는 것을 우연히 들은적이 있었다. 둘이 책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친해졌다고 이상한것이 없었지만 무언가가 걸렸다. 그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버키는 스티브를 보내고 한참을 혼자 교실에 앉아 멍하니 로키와 스티브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것을 깨닫고서는 조용히 가방을 들어 하교를 했다. 스티브가 아닌 다른 친구와 어울려 놀거나 그럴수도 있지만, 놀 기분이 아니었다. 스티브가 자신의 여자친구는 아니었지만, 여자친구가 자신을 바람 맞히고 다른 이에게 간 기분이었다. 학교건물을 나오니 운동장은 축구를 하는 아이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 덕에 버키는 운동장의 가장자리로 돌아서 지나가야했다. 멀리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자리에는 으레 나무들이 심어져있는데, 나무에 매미들이 숨어있는 것인지 맴맴- 하는 울음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왔다. 태양 아래에서 버키는 학교의 여름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남색셔츠를 손으로 펄럭였다.


버키는 바로 자신의 집으로 향하지 않고, 옆집인 스티브의 집으로 들어갔다. 매번 조심성 없게 벽도로 집 키를 보관한 스티브 덕에 버키는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은 고요하기만 했다. 둘은 서로의 허락이 없어도 집을 드나들정도의 사이였지만, 그래도 스티브 없이 자신 혼자 그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찔려 버키는 아무도 없는 집을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매일 오후면 머물렀던 스티브의 방문을 열었다. 당연하지만 어제와 다름 없는 모습에, 변하지 않은 스티브의 방 모습에 안정감을 찾은 버키가 미소를 지었다. 늘 우리가 함께 해왔던 다르지 않은 공간이다.


방 안에 들어가 편안히 숨을 내쉬고 침대에 누웠다. 막상 들어오기는 들어왔지만 버키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게임기를 만지기에는 주인 없는 물건을 함부로 손대는 것이 그랬고 - 정작 주인 허락없이 방에 들어오긴 했지만 - 책을 읽기에는 스티브의 책취향은 버키와 달랐다. 스티브 처럼 그림을 그려볼까 물감쪽을 힐끔 보았지만, 한다고 해도 즐겁지도 않았을것 같아 포기했다. 역시 이렇게 할 일이 없는 날에는 그냥 낮잠을 자는것이 최고인것 같았다. 잠을 자고 시간이 지나면, 눈을 뜨면 스티브가 집에 돌아올지도 몰랐다. 버키는 본격적으로 잠을 자기 위해 스티브의 베개를 끌어오고, 가지런히 접혀있던 이불을 펼쳤다. 이불을 펼치던 순간, 버키의 코에 익숙한 냄새가 맡아졌다. 스티브의 냄새였다. 이불을 펼치고, 베개에 눕자 스티브의 냄새가 진하게 났다. 마치 스티브에게 안겨있는 기분이었다. 스티브의 어깨에 코를 박고 있다면 이런 진한 냄새가 느껴질까? 향기라고 표현하기에 어려운 사내 특유의 텁텁한 냄새였지만, 사랑하는 이의 냄새가 향기롭지 않을수는 없었다. 버키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고, 몸을 돌려 베개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뭐하고있을까, 로키랑은 뭘하면서 놀까


그의 냄새를 맡자 더더욱 그리워졌다. 겨우 하루, 아니 최근에는 빈도수가 많아지긴 했지만, 같이 못있는 것 뿐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애틋해졌다. 자신은 중증인게 확실했다. 코를 박소 스티브의 냄새를 맡으면서, 스티브의 상상을 했다. 스티브, 가녀린 스티브, 스티브의 하얀목, 자주 입는 하얀색 셔츠, 스티브의...


"아...젠장"


스티브의 냄새에 정신없이 취해있던 버키의 몸이 서서히 다른쪽 방향으로 열을 띠기 시작했다. 순수한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너무 쉽게 열띤 반응을 하는 자신의 몸이 미웠다. 혈기왕성한 17살의 그에게 좋아하는 이의 체취는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누군가가 지켜보는것도 아니었지만,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버키는 자신의 머리를 사납게 긁어댔다. 이런 상태로 부모님과 동생이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는것도 그랬고, 스티브의 체취가 잔뜩 묻어있는 그의 집에서 그냥 식히는것도 어려워 보였다. 어쩌지 하면서 걱정되는 머리와는 다르게 몸은 계속적으로 스티브의 체취를 탐했다. 결국 버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불을 걷고서는 자신의 지퍼를 내렸다. 지이이익 하는 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려 크게 들렸다. 천천히 자신의 것을 꺼내고 익숙하게 만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스티브에게 "대딸"을 이야기한것이 생각났다. 스티브는 그답지 않게 차별적인 발언까지 하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싫어하며 거부하는것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버키는 그 모습에 크게 낙담을 하고 말았다. 스티브의 냄새가 잔뜩 묻어난 침대에서 버키는 이제 자신의 기둥을 잡고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만약 이야기가 성립되어서 스티브가 내것을 만졌으면 기분이 어땠을까.


스티브는 왜소한 덩치만큼 손도 무척이나 잡았다. 길쭉하지 않고 짧뚱한 손은 어떨때는 애기손같아 보였다. 앙상한 몸과 다르지 않게 앙상한 손에는 살집이 전혀 없어 거의 뼈와 같았다. 눈을 감고 스티브가 자신의 것을 잡는것을 상상해보았다. 앙상하고 작은 손은 한손이 아니라, 두 손으로 잡을 것이며.  서툰 손짓으로 가끔 손톱을 세워 인상을 찌푸릴 일도 발생할 것이었다. 살집이 없는 그의 손은 딱딱할 것이고, 열기가 없는 몸은 차가워 시원할 것 같았다. 자신으 스티브의 길고 풍성한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부끄러움에 홍조를 띄고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이 스티브의 것을 만지면 어떨까. 스티브가 어떻게 반응할까?

스티브도 평소에 자위를 할까?


17살의 건장한 남성이라면, 자위를 하는것은 당연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스티브라면은 하지 않을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것을 공유하는 형제와 같은 사이였지만, 스티브는 성적인 이야기를 단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버키는 종종 다른 친구들과는 음담패설을 하며 놀기도 하였지만, 스티브는 누군가와 그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또한 금욕적인 모습이 바로 티가 난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스티브에게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브가 이런 종류의 일과 엮이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버키는 여자친구를 사귀어 성경험도 있었지만, 스티브는 아직까지 여자친구를 한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스티브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것이 한몫하였다. 미안하지만, 버키에게는 다행인 이야기였다.


한번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스티브의 몸, 새하얀 살결과 도드라진 갈비 뼈. 


버키는 결국 그 첫눈과 같은 몸을 자신이 더럽히는 상상을 하며 파정하고 말았다. 묽은 정액이 자신의 손에 묻어 있었다. 다행히 침대 시트 주변으로 튀지 않았다. 옆에있는 티슈를 뽑아 대충 자신의 손을 휙휙 닦았다. 멍하니 앉아있자, 인터넷에서 말하는 현자 타임이라는것이 몰려왔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친구의 침대 위에서 친구를 생각하면서 자위를 하다니. 자신이 너무 한심했고 비참했다. 


열려있는 스티브의 창문에서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는 매미가 우는 이유는 교미를 위한 암컷을 찾기 위해서, 교미!섹스! 하고 우는것과 다름 없다 들었다. 같이 들었던 친구는 로맨티스트여서 "교미를 위한 암컷이 아니라,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서 그런게 아닐까?" 라고 말해 한바탕 주변에서 마구 비웃었다. 맴맴- 하고 우는 매미들의 웃음소리를 듣자, 버키는 뭔가 기분이 나빠졌다. 님을 찾아 애타게, 목이 나가라 우는 매미의 모습이 자신과 비슷하게 보여서였다. '스티브' '스티브' 하면서 마음속에서 애타게 외치는 자신의 모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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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만 하려고했는데 너무 구려서 그냥 다시 쓰고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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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실은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 건물 안쪽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미술실 앞 복도는 햇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낮인데도 불구하고 늘 어두컴컴했다.덤으로 그 복도에는 머리만 있는 조각상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버키는 그 복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있었다. 얼핏보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같은 그곳에서 태연하게 혼자 잘도 있는구나 라고 누군가 버키에게 감탄하듯이 이야기했다.버키의 입장에서는 음산하기보다는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서늘한것이 스티브를 기다리는 것에 제격인 장소였다. 아이스크림으로 열이 가시지 않는지, 땀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한 손으로 자신의 셔츠를 잡고 펄럭였다.


스티브는 언제 끝나려나. 아직 멀었나? 이참에 나도 미술부에 가입할까.


늘 항상 복도에 쭈그려 앉아 기다리는 버키에게 미안해서 스티브는 항상 먼저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키에게 이런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스티브 없이 혼자 하교하는것이 더 싫었다."괜찮아, 이 다비드 조각상이랑도 꽤 친해졌고" 서글서글 하게 웃으며 다비드 조각상의 코를 톡톡 치는 버키에게 스티브는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배려심 많은 자신의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서클활동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나오는것 뿐이었다.


스티브와 버키는 같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이상한 콤비 였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이목구비, 서글서글한 성격을 가져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브루클린의 멋쟁이, 버키반즈와 왜소한 체격에 올곧은 성격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여 몇몇 학생과 트러블을 일으키기 쉽상인 고집불통 스티브 로저스. 둘이 단짝친구로 붙어다니는 것만으로 학교 초반에는 무수한 소문들이 돌았다.버키 반즈가 스티브 로저스를 따까리로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는 애교로 시작해서 알고보니 스티브 로저스가 어마어마한 갑부이고 버키반즈는 고용된 보디가드다 라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까지 있었다.그러나 둘이 한번 같이 있는 장면을 본 이들은 그 여러 소문들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지각색의 이상한 루머들이 사실이기에 버키 반즈가 스티브 로저스를 보는 눈은 너무나도 상냥했고, 버키 반즈를 대하는 스티브 로저스의 태도는 그 어느때보다 편해보였다.둘은 어릴때부터 소꿉친구라고 하였다. 재미없는 소문은 금방 가라앉았고, 둘이 소꿉친구라는 팩트는 대부분의 학생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몰랐다. 소문의 덕으로 두 사람은 지명도만이 올랐고, 그 지명도 사이에 붙은 이름은 '이상한 콤비' '어울리지 않는다' 였다.



"버키, 지금 끝났어.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허겁지겁 나오는듯한 스티브의 모습에 오랜시간 쭈구려 앉아있던 버키가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쭉, 하고 고양이처럼 날렵한 기지개를 펼치고 나서야 몸이 좀 풀렸다.혼자 서클활동을 먼저 끝나고 나온것인지, 스티브 말고 부실을 나오는 미술부원들은 없었다. 복도를 나란히 걷자 두 명의 발소리만이 들렸다.


"아이스크림 먹었네?"

"응. 너도 한입 먹을래?"

"아니, 됐어.

 

반 쯤 먹은 아이스크림을 내밀자, 스티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버키가 이거 니가 제일 좋아하는 맛인데도? 하고 재차 묻자, "침 묻었잖아. 싫어" 라는 섭섭한 말이 들려왔다.언제부터 스티브가 이렇게 깔끔 떠는 성격이었는지. "나중에 후회하지마라" 라고 하며 버키가 내밀었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자신의 입안으로 넣었다. 내 침 묻은게 그렇게 싫은가.




둘은 주로 스티브의 방에서 놀았다. 군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를 둔 스티브는 집에 혼자 있을때가 많았다. 가정주부인 어머니와 여러동생이 있어 시끌벅적한 자신의 집과 달리 조용한 스티브의 집은어딘가 버키로 하여금 쓸쓸한 기분을 들게 하였다. 그 외로운 공간에 스티브를 혼자 두는것이 싫어 버키가 항상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며 끈덕지게 권유를 하였지만 폐를 끼치는것이 싫다며 스티브는 늘 거절하였다.버키가 스티브를 혼자 두지 않는 방법은, 스티브의 집에 놀러가는 것이었다. 그 결과, 버키는 거의 스티브의 집에서 상주하게 되었다. 있는 시간과 빈도를 따지면 거의 스티브의 집, 아니 스티브의 방에서 사는것과 다름 없었다.


"죽었다"


"기다랴봐. 조금 있으면 부활 아이템 나오니까"


"아... 넌 은근 게임을 잘한다니까"


둘은 주로 방 안에서 놀았다. 밖에서 뛰노는 활동은 스티브의 체력상 할 수 없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티브가 그림을 그리면 버키가 모델이 되기도 하였고, 버키가 만화책을 읽으면 스티브가 옆에서 책을 읽기도 하였다.이제는 자주 하지는 않지만, 음악을 틀고 둘이 춤을 추며 놀았던 적도 있었다. 최근 둘 사이에 열풍하고 있는것은 2인용 어드벤처 게임이었다.군인 아버지를 닮아서 인가, 스티브는 게임을 전략적으로 잘해 웬만하면 죽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캐릭터가 죽어 기다리는것은 버키의 몫이었다. 부활 아이템을 획득하는것을 기다리며 버키가 발라당 하고 뒤로 누웠다.깍지를 끼워 머리를 받치고 누워있자, 게임에 열중하고있는 스티브의 뒷모습이 보였다. 정갈한 금발머리에 창백한 피부, 하얀 셔츠에 둘러쌓인 좁은 어깨와 얇은 등.스티브가 즐겨 있는 흰색 셔츠는 그를 더욱 병약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품이 딱 맞는 셔츠를 입고 있는 스티브의 등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은은한 살색이 흰색셔츠 너머로 보였다. 버키는 그냥 맨살보다 저 은은하게 비춰지는 살색이 더 야하다고 자주 생각 하였다.

며칠전부터 스티브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언제 말을 해야할까, 어느 타이밍이 괜찮을까 간만보다 번번히 실패했던 '권유'가 있었다. 항상 말할 분위기를 찾지 못해 꺼내지도 못한 이야기였는데, 지금 이 분위기 라면은 이야기할 수 있을것 같았다.그냥 단순한 버키의 직감 이었다. 막상 말을 하려고 다짐 하자 긴장이 되어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몇번 혀로 입술을 문지르고 버키가 이내 "스티브" 하고 이름을 불렀다.


"저번에, 데인드 한테 들었던건데"

"데인드? 그 데인드? 너 데인드랑 친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스티브가 게임설정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뿔싸. 너무 긴장한 탓에 스티브가 데인드를 좋게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까먹고 말았다.


"전에 하급생들 돈을 뺏고 다녔던 애잖아"


"아, 응응. 근데 이제 걔도 안 그러고 다닌다니까? 알잖아"


데인드가 하급생 문제로 자주 스티브와 다투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고 있었던 자신이었는데 왜 그걸 까먹고 데인드를 언급했는지. 긴장한 탓에 시작부터 꼬인 버키는 역시 직감이라는 것은 믿으면 안된다고 짧게 후회했다.그러나 다행히도 스티브는 이제 그러지도 않는 다는 버키의 말에 화가 누구러졌는지, 잔뜩 찌푸리던 얼굴을 조금 풀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긴데?"


"아니, 어 그게. 데인드 말로는 요즘 애들 사이에 유행하는 놀이가 있다네? 여자애들 말고 남자애들 사이에서. 데인드 무리도 꽤 자주 하고있고.. 그래서 너랑 나도 같이 해볼까 싶어서"


버키의 말이 변명을 하는것처럼 길어졌다. 아니 사실 변명이 맞았다. 스티브가 혹여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말을 덧붙이며 길게 늘어뜨린 꼴이었기 때문이다.


"흐음. 그게 뭔데?"


다행히 버키의 말에 일말의 의심도 가지지 않은 스티브가 컨트롤러를 내리고 누워있는 버키를 바라보며 뒷 이야기를 재촉했다. 순진무구하게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스티브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긴장되어있던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태연함을 가장하기 위해 한껏 느슨한 표정을 지었지만, 언제 들킬지 모르는 미숙한 솜씨였다.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던 버키가 숨을 한번 작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자위를 말이야. 같이 하는거야"


"..뭐?"


"아니 그러니까. 니가 내껄 만져주고, 내가 니껄 만져구고 뭐 그러는거지, 남자끼린데 뭐 어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직설적이고 추잡스러운 표현은 스티브의 거부감만을 살 게 뻔했다. 데인드한테 들었던 이야기로는 남의 손을 빌려 대딸을 하면은 더 흥분된다- 라는 천박한 내용이었다. 너도 같이 할래? 라고 권유하는 데인드에게는 그게 뭐냐면서 손사래를 쳤던 버키였지만, 상대방이 데인드가 아닌 스티브라면은 사정이 달라졌다. 

여자친구가 없는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꽤 자주 볼 수 있는 행위라고 하였다. 듣다보니 데인드 말고 몇몇 무리들도 그런짓을 하고 다닌다고 하였다.이 놀이는 기회 였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고, 스티브를 만질 수 있는 정당한 기회. 평소의 스티브의 청교도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그게 뭐냐며 거절당할 확률이 높았지만남자들 사이에 뒤처지지 않고 싶어하는 스티브의 열등감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낮은 확률의 일이었지만 버키에게서는 꽤나 절실한 일이었다.



"그게 뭐야, 싫어"

"어? 응? 어 싫어? 왜?"


조금은 고민할 줄 알았는데 바로 즉답으로 싫다고 말하는 스티브에게 버키가 놀라 멍청하게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게이 같잖아"


스티브가 말을 툭 내뱉고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자신이 말한 발언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점점 새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방금 말은 너무 그답지 않은 차별적인 발언이었다.


"아니, 내말은. 게이가 나쁜건 아닌데..그러니까"

"알아. 무슨 이야기인지 괜찮아. 그냥 나도 갑자기 생각나서 꺼내본 말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스티브의 말을 막자, 그제서야 스티브가 다시 TV화면으로 고개를 돌리고 컨트롤러를 잡았다. 자신의 차별적인 발언이 아직도 부끄러웠는지 스티브의 귀 끝은 새빨갛게 물들여져있었다.


거절당한 버키는 실망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태연한 표정을 만들었다. 버키의 캐릭터는 '윈터솔져'라는 캐릭터였는데, 낮은 체력의 높은 공격력을 가진 암살자 역할이었다.버키는 암살자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앞으로 돌진해서 싸워서 먼저 죽기 일수 였다. 화면속 윈터솔져는 풀밭에 누워서 해골모양의 영혼을 띄우고 있었다.

캐릭터 아래에는 "죽었습니다" 라는 살벌한 문구가 띄워져있었다. 지금 버기가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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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해서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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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타는 소재 주의


로키에게는 아끼는 인형이 하나 있었다. 어린 시절 프리가가 선물로 준것으로 금발머리에 파랑눈의 사람 모양의 인형 이었다. 프리가에게 인형을 받은 것은 로키 뿐만이 아니었다.토르 또한 같은 날 로키와 함께 프리가 로부터 검은 머리의 사람 인형을 받았었다. 툭하면 싸우는 형제에게 서로 비슷한 인형을 줌으로써 우애를 다져보라는 뜻이었다. 토르는 여자애도 아니고 인형이 뭐냐면서 - 더군다나 남동생인 로키와 똑같이 생긴 인형이어서 기분이 묘했다 -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로키라고 생각하고 잘 대해주렴. 이라는 프리가의 말은 금방 잊고, 토르는 자신의 인형을 방 구석 어딘가에다가 던져 놓았다. 그에 비해 로키는 프리가가 준 인형을 매우 좋아했다.잠을 잘때 안고 자는 것 뿐만이 아니라, 어딜 가나 품에 안고 다녔다. 원래도 토르와 비교하여 다소 비실비실 샌님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 로키가 인형 까지 달고 다니니 그를 향한 수준 낮은 무리들은 더더욱 손가락질을 하며 그를 비웃었다. 그중에는 로키가 양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깎아내리기에 바쁜 사람도 존재했다. 토르는 자신의 동생을 향한 불편한 시선이 싫어, 로키에게 그 인형좀 그만 갖고 다니라며 걱정어린 짜증을 냈었지만, 로키는 토르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았다. 

로키가 인형에게 지어준 이름은 '스티브' 였다. 로키가 '얘'의 이름은 스티브야. 라고 토르에게 '소개'까지 해주었다. 인형에게 인칭을 붙이는것도, 그리고 소개를 하는것도 토르는 이상하게 생각했다.그 이야기를 자신의 부모님에게 전하자, 그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커녕 로키가 아직 어려서 그런거라며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어린시절, 맹목적으로 따르는 부모님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 토르도 조금은 수긍이 되었다. 

그래, 로키가 내가 생각한것보다 순수하구나. 

하지만 안심도 잠시, 로키의 인형에 대한 집착은 날이 갈 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더더욱 심해졌다. 어머니, 프리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더더욱이. 이제 갓 성인이 된 로키는 예전처럼 인형을 끌어안고 다니지는 않았었지만, 자신의 방 안에서 신줏단지를 모시는 것 마냥 인형을 대하는 것을 토르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이상했다. 이제 아이가 아닌 어른이, 어린 시절의 인형에 이름을 붙여 끌어 안고자는것은. 토르의 주변에는 믿을 만한 친우들이 많았지만, 어느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상담하기에 고민의 내용은 너무나도 이상했으며, 혹시라도 누군가 로키를 이상하게 볼 까 걱정이 되어서였다.그렇다고 가볍게 소비가 되는, 흥미위주로 떠들어대는 인터넷과 같은 곳에다가도 고민을 적어놓을수도 없었다. 그렇게 남몰래 속으로 끙끙 앓고있던 토르는 결국 로키에게 진지하게 권유를 해보았다.

"로키, 이제 그 인형은 가만히 두는게 어때"

"인형? 스티브를 얘기하는거야?"

"..그래 스티브 말이다. 내가 너를 낮추려고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란걸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그 인형에 너무 과하게 집착을 하는 것 같아.

그리고 그건....정상으로 보이지 않구나"

힘겹게 꺼낸 진심을 담은 조언에, 어찌보면은 동생을 위한 형의 부탁에 로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토르의 시선을 마주하는것 뿐이었다. 이 차가운 침묵에 답답한 토르가 로키. 하고 다시한번 이름을 불러 세웠다. 그제서야 로키가 표정을 풀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야, 형."

"나도 안다..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가 처음으로 주신 선물이야. 그래서 조금 더 눈이 가고, 애정을 쏟는것 뿐이야. 뭘 걱정하는건지는 알겠는데. 괜찮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키는 몸을 돌려 대화를 끝내겠다고 표현을 하였다. 괜찮다고,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말이, 그저 어머니가 처음으로 주신 선물이기에 아낀다는 말이 어쩌면 거짓말일지 모른다고 토르는 생각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동생과 지내며, 깨닫고 얻은 경험과 감으로 이루어낸 느낌 이었다. 불안함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토르는 고개를 젓고서는 생각을 고쳤다. 그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더 심해졌지.필히, 어머니가 그립고 생각나서 그런걸거야. 로키는 어머니를 무척이나 따랐으니까. 토르는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라며, 너무 과민반응 했다며 되뇌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자신이 아끼는 동생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될테니까.


몇 달 전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로키는 인형을 향한 관심이 무척이나 줄어 들었다. 평소 라면은 로키의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깨끗하게 존재해야할 인형이 지금은 장식 마냥 탁장 위에 올려져만 있었다. 항상 인형을 손질 하여,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던 인형은 이제서야 조금 얼룩덜룩 먼지가 묻어있었다. 이 몇달 간 로키 또한 어머니의 죽음을 천천히 받아 들이던게 아닌가 싶었다. 로키에게 있어 그 인형은 프리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으니까. 대신 다른 몰두하는것이 생겼는지, 로키는 자주 창고를 들락달락 거렸다. 오딘슨 저택에는 본가와 떨어진 작은 집이 있었는데, 몇십년전만해도 정원사가 그곳에서 생활하였다고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집안에서 일을 도와주는 직원들은 자신의 집에서 출퇴근 하는 형식을 띄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 결과 정원사의 집은 창고가 되었지만, 딱히 본가와 떨어져있는 곳에서까지 보관해야할 물건이 없었기에 이름만 창고였지 정원사가 살던 때와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았던 창고는 이제 로키의 취미방이 되었다. 무엇에 그렇게 열중 하냐고 묻자, 로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비밀 이라고 말했다. 장난스러운 동생의 대답에, 오랜만에 완전한 평화를 느낀 토르는 나중에 알려줘야 한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데 로키, 최근에는 '스티브'랑 놀지 않는 구나"

"아아..그 인형? 내가 몇살인데 인형이랑 놀아"

"그래, 예전에는 항상 스티브 라고 부르라면서 화를 내지 않았느냐"

"그랬나? 그냥 인형인데"

드디어 나온 동생의 정상적인 반응에 토르는 입이 귀에 걸릴것과 같이 웃었다. "그래, 그렇지. 인형을 사람처럼 대한건 이상하지" 갑자기 싱글벙글 웃는 토르에 로키가 이상하듯이 눈썹을 한번 올렸다.결국 토르는 오랜만에 느낀 안정과 평화에 로키가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말을 듣지 못했다. 



"진짜가 있으면 인형은 필요 없지"



모두가 잠든것을 확인한 로키는 손전등을 키고 문 밖으로 향했 걸었다. 오늘은 보름달이 밝게 떠, 정원이 많이 어둡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자, 나무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기 시작했다.달 뿐만 아니라, 오늘은 하늘이 맑아 별빛도 보이는것이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로키는 이 순간을 좋아했다.아무도 없는 정원 안 속, 인형의 집으로 향하는 지금을.언제만들어졌는지 모르는, 정말로 나무로 된 집은 무척이나 작고 낡았다. 누구의 관심도 없이, 관리도 없이, 인적도 없는 이곳은 로키와 그의 비밀의 집이었다. 주머니속에 있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고 낡은 나무들이 우는 소리를 냈다.집으로 들어가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기분나쁜 쇠사슬 소리가 들려왔다.


"스티브, 나왔어"


불이 없어 어두컴컴한 방안에는 잘 보이지 않은 인영이 눕혀져 있었다. 방문을 닫고 불을 키자, 수갑으로 손과 발이 묶기고, 입에 청테이프가 붙여진 금발의 남성이 보였다. 로키의 방문에 늘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묶여있는 남성은 웁웁- 이라며 막힌 비명을 내뱉었다.


"응, 역시 스티브를 안고 자지 않으면은 잠이 안오더라"


청테이프로 막혀져, 제대로 들리지 않는 소음을 로키는 제 멋대로 달콤한 속삭임으로 해석하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설사, 묶여있는 그의 목소리가 "풀어줘" 라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었다해도 로키는 제 멋대로 듣고싶은 말로 바꿨을 것이다. 낡은 매트리스 바닥에 누워져있는 그를 향해 다가가, 옆자리에 누웠다. 자신이 다가오자, 지렁이 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려는 그를 자신의 품안에 가두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로키의 입술을 간지럽다. 로키는 그의 정수리에 입술을 부비었다.로키는 원래 금발을 매우 싫어하였다. 자연스럽게 형이 떠올라 버려서였다. 하지만 스티브 만큼은 예외였다. 금발임에도 전혀 자신의 형이 떠오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어둠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것같아 그의 머리색이 마음에 들었다. 만족과 행복, 모든 기쁨을 로키는 이 순간, 스티브를 안고있는 이 순간에서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벗어나기 위해 온 몸을 미친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겨우 하루를 참아, 행복을 느끼고 있는 로키는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스티브가 못마땅하였다. 주먹에 힘을 주어 움직이고있는 스티브의 아랫배를 가격하였다.

읍---

스티브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아랫배로 느껴온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서서히 퍼져오는 통증에 힘이 빠져 결국 로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얌전해진 스티브의 반응에 로키는 만족해하며 자신의 손으로 스티브의 둥그런 귓 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빨갛게 달아오른 귓볼에서 새하얀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성적의 의도가 다분하게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스티브 집을 옮겨야 할꺼같아. 우리 바보같은 형은 머리는 멍청해도 이상하게 감이 좋거든. 짐승처럼"


대답 없는 스티브를 향해 로키가 계속 쓰다듬으면서 중얼 거렸다.


"좀 더 아무도 없는, 큰 집으로 옮겨줄게. 거기엔 지금 처럼 누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같은건 하나도없어. 그냥 너와 나 단둘 뿐만인 공간일꺼야"


로키의 말에 공포감에 질린 스티브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싫어, 도와줘. 무서워. 도망가고싶어. 풀어줘. 그의 눈에서 천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품속에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스티브의 행동을 보고서 로키가 웃음을 지었다.


"스티브도 많이 기뻐? 나도 많이 기뻐"


자기 좋을대로의, 제멋대로의 말에 스티브는 경악을 넘어 공포까지 느꼈다. 스티브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그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로키와의 만남은 공원에서 조깅을 하던 도중이었다. 커브를 돌던중, 미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한 스티브는 앞에있었던 로키와 힘껏 부딪쳐 둘다 넘어지고 말았다. 뛰고 있었던 것은 자신 이었으므로, 스티브는 충돌의 책임을 자신이라고 생각하였다. 벌떡 일어난 스티브는 자신과 부딪쳐 넘어진,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 앉아있는 남자에게 손을 건내며 괜찮냐고 물었다. 남자는 충격을 먹은 것인지,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 표정은 놀라워 하는 것 같기도하고, 기뻐하는것같기도 하고, 말도안되지만 감동하고 있는것처럼도 보였다. "스티브?" 아무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던 남자가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 보는 남성이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이 놀라워, 당황한 마음에 스티브는 어떻게 제 이름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남자는 아직까지도 일어서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 앉은 상태로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작은 혼잣말이었기에 스티브가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진짜" 와 "어머니", 단 두개 뿐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많이 아픈 사람인가 싶어 걱정스러웠다. 

설마 그 모르는 낯선 남성이 자신을 납치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납치해, 자신의 손 발을 수갑으로 묶어 가둔 남자를 향해 왜 이러는 것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남자는 한번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항상 너를 만나는 것을 기대 하고 있었다. 나는 언젠가 '진짜' 스티브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어린 시절 부터 너만을 생각해 왔다 등의 어처구니 없는 말만을 들려 주었다. 두렵고 억울하였다. 처음에는 부잣집 아들의 질 나쁜 장난인줄 알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도망칠 수 있을거라고, 풀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정신병자는 날이 갈 수록 자신을 놓아줄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더 나아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 자신을 숨긴다는 이야기까지 하였다. 두려움과 공포에 스티브가 결국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너와 나의 집에 가서는 우리둘이 마음껏 사랑하자. 사랑해줄게, 나의 스티브"


누구라도 좋으니까, 나를 여기서 벗어나게 해줘.



몇 시간에 걸쳐서 방안을 뒤진 결과 토르는 어릴 적 받은 인형, 로키와 닮은 인형을 찾을 수 있었다. 방안을 구르고 구른 로키 인형은 새까맣게 더러워져 있었다.


"이런....그래도 어머니가 주신 선물인데 제대로 보관좀 해놓을껄"


때가 묻은 동생과 닮은 인형을 닦기 위해 물티슈를 꺼냈다. 섬세한 작업과는 거리가 먼 토르는 있는 힘껏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 된 것인지 인형의 얼룩은 지워지지 않고, 더욱 더럽혀 지기 시작했다. 물이 묻어 그런것이라고 생각을 못한 토르는 이상하다며 물티슈를 더 꺼내 닦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한 결과 결국 토르의 인형, '로키'인형은 새까만 얼룩투성이가 되었다. 검게 물들은 얼룩 투성이의 인형을 보고 토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미안하구나 로키야. 너무 새까맣게 물들어 버렸구나"


인형을 깨끗하게 만들 방법을 몰랐던 토르는 그저 망연자실 까맣게 물드어버린 '로키'인형만을 쳐다보았다.


---


원래는 피규어 성애자 로키와 피규어 모습과 똑같은 사람 스티브 사이에서 피규어냐 사람이냐 고민하는 개그물로 쓰려고했는데

왜이렇게 되었는지 모룸.. 왜쓴거지


방뇨플


최근 버키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스티브는 곤란을 겪고 있다.

알수 없는 행동의 예로 들자면, 원래 남자사이치고 스킨십이 잦았던 그였지만 어깨동무가 아닌 허리에 손을 돌리진 않았었다. 또한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친근함의 표시로 가벼운 포옹을 하곤 했지만, 자신을 품 안에 가두어 놓고서는 힘을 주어 껴안는 행동 등은 하지 않았었다. 

무엇을 계기로, 어느 시점으로 인해 버키가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티브는 갑작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미묘하게 바뀐 그의 행동에 적응하지 못하여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버키가 이런 행동을 해서 지금 너무 곤란하다, 라고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 놓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고집불통 말랑깽이 스티브에게는 친구가 버키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바뀐 그의 행동에 대해 누군가에게 푸념을 할 수도, 상담을 할 수도 없었다.

스티브의 고민은 나날히 무거워져만 갔다.


"버키 반즈"


그림을 그리면 고민이 조금은 잊혀질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역으로 고민이 스티브의 머릿속을 잠식하여 스케치를 하는것이 잊혀지고 말았다.

정물화를 그리기 위해 펼쳐진 스케치북에는 그리다만 사과와 함께 친구의 이름이 써져있었다.

애꿏은 연필탓을 하며 스케치북에 마구잡이로 연필을 문질러, 검은실로 꼬인것 같은 원형의 뭉치를 그렸다.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바에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도대체 '무엇을' 왜 그러는거냐고 정확하게 집어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내 허리에 손을 두르는것? 나를 숨막히도록 껴안는것? 진지하게 물어보면은 왜인지 웃길꺼같고 가볍게 물어보면 그게뭐? 하며 넘길것만 같아 

도저히 물어볼 수 없었다. 


의자에 앉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던 중, 누군가 현관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밤에 스티브의 집에 올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스티브의 고민 대상인 인물, 제임스 뷰태너 반즈. 펼쳐져 있던 스케치북을 접어 정리하고 난 뒤,

일정한 템포로 계속 문을 두드리는 성급한 손님을 위해 스티브는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걸었다.

문을 열자, 익숙한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버키-"


"스티브. 문을 열기전에는 문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부터 하는게 좋지않아?"


"너라고 생각했어"


"내가 아니면 어떻게 하려고?"


"적어도 지금은 내 예상이 맞아 떨어진거같은데"


내가 강도였으면 어쩌려고 라는 걱정어린 말과 함께 버키는 현관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내 집에 들어오라고 한적 없는데? 강도씨. 라며 농담을 건내자

버키는 너에게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다음에는 확인부터 하는게 좋을꺼야"


어차피 강도가 들어온다 해도 자신은 성인 남성이다.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며, 버키의 걱정은 다소 지나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런 말을 버키에게 꺼내보았자

그의 걱정어린 잔소리만을 계속적으로 들어야하는것을 알기 때문에 스티브는 오늘은 내가 물러나자 라는 느낌으로 묵묵히 현관의 문을 잠갔다.

집주인을 냅두고 먼저 거실로 들어간 버키는 다양한 종류의 꽤나 많은 술을 거실에 늘여놓고 있었다. 간혹, 스티브가 미안하지 않을 선으로 식료품을 사와

냉장고를 채워준 적은 있었지만, 많은 양의 술을 사온 것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술을 좋아하지도, 선천적으로 못마시는 스티브에게 버키는 술을 권하는 편이 아니었다.


"갑자기 무슨 술이야?"


"오늘 필 아저씨네 집에서 잠시 일을 도왔는데, 일당 대신 이걸 주더라고"


"너무 많은데?"


"뭐, 돈을 못줘서 미안했겠지. 그 아저씨네 집에 남아도는건 술뿐이니까"


술들의 정리를 마친 버키는 이내 얼굴을 들어 스티브와 눈을 마주쳤다.


"설마 이걸 나혼자 처리하라고 하진 않겠지?"


도발적인 말투와 웃음에, 나 술 싫어하는거 알잖아 라며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어쩐지 도망치는것 같아 싫었다.

바보같은 오기를 부리게 된 스티브는 "물론이지" 라는 말과 함께 버키의 옆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버키는 크게 한번 웃으며 그럴줄 알았어 Punk 라고 말하며 이름모를 술의 뚜껑을 따기 시작했다.




얼마나 마셨을까, 술을 못했던 스티브는 금방 취기에 몸을 맡기게 되었다.

열이 올라 몸은 뜨끈뜨끈해졌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자신과 같은 양의 술을 마신 버키는 안취한 것인지 취해도 티가 안난느것인지 아니면 스티브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어서 못 알아보는것인지 술을 마시기 전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다. 취기에 밀려 '푸우우우우우' 하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연신

꾸벅 거리고 있는 스티브를 버키는 그저 살짝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양을 마셨는데 혼자 취했다는 사실이 자존심이 상해 자신도 취하지 않았다

라고 보여주고 싶어, 스티브는 꾸벅 거리는 고개를 똑바로 들기 위해 목에 힘을 주어 치켜들어보았다. 자신의 상상과는 다르게 힘을 너무 주고 젖혀

이번에는 뒤로 넘어질뻔 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버키는 "지금 일부러 그런거야?" 라고 다소 즐거운듯이 물어보았다.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라고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혀가 꼬일꺼같아 침묵을 지키자 이내 버키는 자신의 앞에있던 스티브를 당기고서는

자신의 다리에 앉히도록 하였다. 어린아이처럼 그의 품속에 안기게 된 스티브는 당황스러워 바둥거렸지만 취했던 탓에 원래 약했던 힘은 더 들어가지 않아 

오히려 버키의 품속에 빨려들어가는 꼴이 되었다. 반 정도의 이성이 남아있던 스티브는 이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반정도의 이성은 날라가 있었기 때문에

버키도 취했나 보지 뭐, 하고는 상황을 가볍게 넘어 갈 수 있었다.


"스티브 물 마셔. 그러면 술이 좀 깰꺼야"


안겨있는 상태의 자신에게 버키가 한쪽손으로는 스티브의 배를 잡고, 한쪽손으로는 차카운 물이 담긴 물컵을 들어 스티브의 입에 가져다 주었다.

자신 스스로 마실수 있기에 스티브가 손을 들어 물컵을 잡았지만, 버키 또한 물컵에 손을 떼지 않아 결국 버키의 손과 스티브의 손, 양손으로 물을 마시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우스운 꼬락서니로 그렇게 물 한컵을 들이킨 후, 스티브는 버키에게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고 버키는 양손으로 스티브의 배를 감싸안는 형태로 스티브를 지탱하고 있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요한 정적 속 결국 필 아저씨가 준 술은 반도 못마셨네 등의 딴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물과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 탓일까, 스티브의 아랫배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화장실에 가기위해 버키의 품속을 벗어나려고 움직이자,  움직이는 스티브를

버키는 힘을 주어 일어서지 못하게 하였다. 자신의 품속안에 가두려고 하는 버키의 행동에 당황한 스티브는


"버키..벜..잠깐..잠깐만..나 화장실"


이라며 다급하게 현재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어째서.. 요즘 들어 알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하는 버키이긴 하지만, 설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지는 몰랐다.

술에 취해 이야기를 못들은걸까? 아니면 자신이 술에 취해 너무 작게 이야기 한 것일까?

스티브는 당황하여 좀 더 빠르고 큰소리로 버키, 잠깐만. 나 화장실좀. 잠깐만. 버키 하며 자신을 풀어주기를 요구하였다.

분명 방금전 보다 크고 명확한 소리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키는 스티브를 놓아주려는 기색을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힘을 주어 자신을 품속으로 가두는 느낌 마저 들었다.

백허그의 형태로 안고있기에 버키의 표정을 살필 수 없었던 스티브는 버키와 마주보고 대화를 해야겠다 싶어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이번에는 버키가 스티브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 좀 더 세게 안기 시작했다. 마침 버키의 손은 스티브의 아랫 배 쪽에 있었기 때문에 버키가 점점 세게 안을수록

스티브의 아랫배에는 압력이 가해졌다. 금방이라도 방뇨할 것 같아 스티브는 이내 큰소리로 "버키!! 손!! 손좀 풀어줘!"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버키는 자신이 소리를 지르던 말던 상관없다듯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스티브는 양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는 버키의 손을 떼기 위해

잡아 당겨도 보았고, 다리를 연신 움직여 보았지만 힘의 차이로 인해 버키의 품속안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점점 참을 수 없게 된 스티브는 이내 바들바들 떠는 목소리로

"버키..진짜..잠깐만" 하며 애원을 하게 되었다. 애원의 목소리가 효과를 나타낸것일까, 버키는 스티브의 어깨에 파묻던 자신의 얼굴을 들었다.

"스티브"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울리고, 버키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낮은 목소리에, 갑작스러운 자극에 스티브는 오소소소 소름이 돋는 기분 이었다. 그리고 버키의 숨소리와 함께, 스티브는 버키의 품안에 안겨 방뇨하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멈추고 싶었지만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자신의 안에서 나온 액체에 의해 버키와 자신의 바지가 축축히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게 하였다. 참았던 액체는 끊기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고, 이미 젖은 두명의 남자의 바지에는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변감과 함께 말로 설명할수 없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낀 스티브는 결국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버키가 조금이라도 움직이자 밑에는 질척거리는 액체에 젖은 천 소리가 들렸다. 노란 액체는 방바닥을 젖셔, 카페트까지 더럽혔다.


"아....아....."


자신을 놓아주지 않은 버키의 탓이라면서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스티브는 수치심과 부끄러움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버키가..버키가.." 하면서 계속 주어만을 되풀이 하며 훌쩍이는 스티브의 상태가 어떤지 아는지 모르는지 버키는 등 뒤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겪은 스티브는 한참을 훌쩍거리며 울었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멀어보였다.

버키는 그런 스티브의 훌쩍거리는 뒷통수를 보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스티브는 버키가 요즘 왜 이렇게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사실 버키도 자신이 요즘 왜이렇게 스티브를 괴롭히고 싶은것인지 잘 몰랐다.




모처에 올린것 수정해서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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